2024년 | 240106-남한산성일주(특별산행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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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영 작성일24-01-09 17:12 조회19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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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정]
1000 마천역
1021 성불사
1108 능선
1128 연주봉 옹성(465m)
1143 우익문(서문)
1215 수어장대(청량산486m 우측) 도착. 양승찬 합류. 점심,
1250 출발
1254 수어장대 기념촬영
1306 영춘정
1326 남문(지화문), 이필중 하산
1334 남장대 터
1406 좌익문(동문), 양승찬 하산
1419 송암정 터
1429 장경사 앞
1442 장경사 신지 옹성
1453 동장대 터, 기념촬영
1525 전승문(북문) 도착
[참가자]
곽성균, 김시영, 김용수, 문주일, 양승찬, 우갑상, 이필중, 최택상, 홍기창.
[활 동]
10.72km/5시간 32분
[낙 수]
최근 수년간의 산행일지를 살펴보니 2020년을 제외하고 2018년 이래 해마다 1월 중에 남한산성을 등산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남한산성은 가장 빈도가 높은 신년 산행지라고 말할 수 있다. 교통이 편리하여 서울에서 접근하기가 쉽고, 눈이라도 내리면 능선을 따라 굽이치는 여장과 우거진 소나무 숲이 만드는 설경은 남한산성만이 간직한 한국적 아름다움을 여실히 보여준다. 산행의 난이도나 위험도는 그다지 높지 않고 산성 안에 식당이 즐비하여 하산 후 요기를 하기에도 편리한 까닭에 평시의 산행지로서도 최적지이다.
특이한 점을 들자면, 남한산(522m) 자체는 남한산성의 명성에 매몰된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위치조차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점에서 남한산은 북한산과 매우 다르다. 남한산성의 동장대 암문 밖으로 나가면 오늘날까지 폐허로 방치된 남한산성의 외성인 봉암성터로 연결된다. 위례둘레길에 속하는 이 산길은 벌봉(봉암, 515m)과 객산을 거쳐서 하남의 샘재로 이어진다. 남한산은 벌봉과 가까운 곳에 있는 산으로 봉암성지를 이루는 산이지만 찾는 사람이 드문, 고적하고 왠지 비감마저 어린 산이다. 남한산성을 일주하더라도 정작 남한산은 산행 코스에서 제외되니 등산인들의 관심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소외된 산이기도 하다.
마천역에서 출발하면 연주봉까지 대략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데 제법 가파른 계단길도 두 차례 올라가야 한다. 연주봉에서 시계바늘 반대 방향인 서문 쪽으로 일주를 하자면 남문에서 남옹성 구간, 동문에서 장경사 신지 옹성을 거쳐서 군포지에 이르는 구간 등은 경사가 상당히 가파른 돌계단 길이 제법 길게 이어진다. 그래서 3시간 남짓 소요되는 남한산성 일주 루트는 평소에도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다소 한적한 성벽길이다.
일주일 전인 지난해 12월 30일에 서울에 12.2cm 폭설이 내리기는 하였지만 그 후 며칠간 영상의 기온을 회복함에 따라 적설이 대부분 녹았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연주봉으로 이어지는 길은 곳곳에 잔설이 쌓여 있었지만 계단이 설치된 급경사 지대는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었고 마지막 연주봉 아래 구간의 암석 지대는 다소 위험한 구간이어서 조심스럽게 올라갔다. 연주봉 옹성에서 우익문(서문)으로 이어지는 성곽길은 거의 빙판처럼 다져진 눈으로 덮여 있었다. 산책 나온 사람들이 경사진 빙판길 여기저기에서 미끄러져서 넘어지거나 뒤뚱거리는 모습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었다. 이들의 우스꽝스러운 거동을 교훈 삼아 맨땅이 드러난 길로 돌아가거나 다져진 눈으로 반질거리는 길을 피하느라고 어기적거리면서 양변호사와 만나기로 한 수어장대까지 무사히 갈 수 있었다. 적설기에 마천역에서 수어장대에 이르는 위험하기 그지없는 빙벽길(?)을 무아이젠 등정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전임 산장이 된 홍기창 고문(전임 산장은 자동적으로 산우회의 고문이 된다)이 가져온 비닐돔 2개를 설치하여 일행 9명이 돔 속에서 점심을 먹었다. 당산 우갑상 선생이 동절기 산행용 응급약인 헤네시 V.S.O.P.라는 “고약(膏藥)”을 준비해 왔다. 미혼(迷魂)성분이 강한 춘약의 일종인지라 후반부 산행을 고려하여 한 잔씩만 마시고 하산 후를 기약하면서 남겨 두었다.
수어장대에서 지화문(남문)까지는 남향으로 난 양지바른 내리막길이다. 그러나 남문을 지나면서 바로 단단한 빙판으로 얼어붙은 오르막길 앞에 이르러서는 “적설기 무아이젠 등정의 쾌거”라는 헛된 자만심에서 깨어나는 일이 급선무였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최근 7년간 6회에 걸쳐서 1월 초순에 신년산행으로 남한산성 성곽길을 찾았지만, 그때마다 준비해 간 아이젠을 착용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물론 준비는 하였지만, 아이젠은 불필요할 것이라는 경솔한 판단을 내렸던 것인데, 이는 완전한 오판이었다. 쌓였던 눈이 얼었다 녹기를 계속하면서 얼음처럼 다져져서 발걸음마다 아이젠에 찍히는 얼음 소리가 끊임없이 빠지직거렸다. 간혹 얼음 위로 튀어나온 돌부리에라도 부딪히면 날카로운 쇳소리까지 더해졌다. 얼음에 박히는 아이젠으로 발걸음은 평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고 종아리 근육은 긴장으로 더욱 딱딱해졌다. 간혹 5cm 이상 남아있는 여장 위의 눈은 얼음 알갱이로 변하여 푸석푸석하였다. 성벽길 가까이에서 숲을 이룬 소나무는 여전히 푸르름을 간직한 채 굳세면서 정정한 자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남문에서 남장대터를 지나서 제3 옹성지에 이르는 성곽길은 만만치 않은 오르막길이다. 이에 반해서 제3 옹성지에서 동문으로 내려가는 길은 상당히 가파르고 좁은 계단길이어서 위험천만하다, 더욱이 빙판으로 덮여 있기까지 하니 내딛는 발걸음마다 오금까지 저리다. 좌익문(동문)이 저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급경사 계단길의 주위는 녹지도 않은 듯한 눈으로 덮여 있어서 눈 쌓인 심산유곡 한가운데에 서 있는 느낌마저 들었다.
동문에서 잠시 휴식한 후에 장경사 방향으로 한 번 더 돌 계단길을 치고 올라간다, 길은 여전히 미끄러운 빙판 상태이고 앞으로 나아갈수록 녹지 않은 적설은 더 많아 보였다. 장경사 신지 옹성에서 동장대까지의 성벽길은 산행 막바지에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오르막길이기 때문에 남한산성 일주 코스 중에서 가장 힘든 구간처럼 느껴진다. 이 구간은 남한산성에서 소나무가 가장 울창한 지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근하기가 쉽지 않아서 남옹성 구간과 마찬가지로 아주 호젓한 곳이다. 성벽길 좌측은 휘어진 소나무 가지가 길게 굽이치는 여장 위로 늘어져 있고, 길 우측의 여장 너머로는 남한산성 동쪽의 여러 갈래의 산줄기가 겨울 오후의 햇살 아래 하남과 신장의 마을들을 품은 채 아득히 출렁이고 있다. 눈 덮인 산길을 걷는 삶의 기쁨이 가슴 깊이 밀려온다.
북문으로 내려가는 마지막 가파른 돌계단을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내디딘 끝에 평평한 공터에 내려서서 방금 내려온 계단 길을 뒤돌아본다. 일행이 무사히 다 내려오기를 기다렸다가 함께 눈 쌓인 언덕을 넘으니 이제 종착지인 북문이 지척에 있다. 북문으로 내려가는 길은 숲속을 지나는 완만한 산길이어서 안도감을 먼저 느꼈고, 북문 앞에 도착해서는, 아! 이젠 아이젠을 벗어도 된다는 홀가분함을 추가로 느꼈다.
어려운 산행을 마친 성취감과 하산이 주는 편안함을 보다 길게 반추하는데 가장 적절한 “고약”과 기타 음료수를 곁들이느라고 회식 시간이 약간 길어지긴 하였다. 그렇지만 간살 끼가 조금 있는 식당 (주인) 아줌마의 손길을 뿌리치고 결연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헌데 산성역에 도착하고 보니 저녁 식사 시간이 가까워진 거였다. 귀가하여 안식구에게 밥 차려 달라고 요구할 형편이 다들 잘 안 되는 연세인지라, 부득이 혹은 이심전심으로, 저녁 식사만 간단히 하고 헤어지기로 하였다. 그러나.....
-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