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 230826-관악산 관음사(제317차 정기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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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영 작성일23-08-29 00:33 조회34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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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1000 사당역 4번출구
1021 관음사 일주문
1027 배드민턴장
1113 약수터
1120 점심
1151 출발
1219 사당능선 강감찬길 삼거리에서 하산
1235 공룡바위 전망대
1243 남현동 사당초교쪽으로 하산
1310 회식장소 도착
1400 박승전, 이홍로, 김영환, 진영산, 최규엽, 고순환 인사
1403 홍기창 산장 건배 제의
1405 최택상 고문 총동창산악회 30주면 행사 안내
[활동]
3시간 10분/9km
[참가자]
곽성균, 김시영, 김영환, 김용수, 김일동, 김정식, 김향태, 문주일, 박승전, 박중배, 박정현, 배진건, 서병일, 손정수, 송경헌, 윤현로, 이상설, 이용남, 이필중, 이홍로, 임춘봉, 임충빈, 최택상, 홍기창, (고순환, 최규엽) / 26명
[낙수]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심한 물난리까지 이어지는 바람에 금년 8월은 계획했던 봉화 청량산 산행마저 포기한 채 집과 사무실을 왕복하는 단조로운 한 달을 보내고 말았다. 가만 있어도 더워 죽겠는데 이 더위에 등산이라니, 사람 잡을 일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등산 취미를 같이하는 친구들 간에서 산행 일정을 잡아보려고 하면 젊었을 때 이상으로 서로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다. 나이가 들어서 은퇴한 이후에도 계획된 일정이 많다는 것은 아직 “나”라는 존재가 사회적으로 잊혀지지 않고 있다는 징표이다. 이를 역으로 생각하자면 내 존재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스케줄을 많이 만들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과히 틀리지 않을 듯하다.
어쨌거나 소수 인원이 등산하자는 계획도 실행하기가 어려운데, 하물며 매월 네 번째 토요일로 정해져 있는 동기 산우회의 여름 정기산행은 흥행에 성공하기가 더욱 쉽지 않다. 산행 코스가 쉽고 날씨도 적절하며 “땀에 대한 보상”이 따른다면 집에 있기보다 친구들과 나누어 먹을 간식거리까지 준비하여 주섬주섬 배낭을 챙겨 집을 나오게 마련이다.
땀에 대한 보상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나의 건강? 나의 취미? 이걸로는 좀 부족하다. 친구들과의 환락? 이건 맞다! 산우회 집행부가 준비하는 소소한 기념품? 이것도 맞다! 이 중에서 환락이란 자고로 남자에게는 酒·色·雜技를 말한다. 옛날 선비들이 갖추어야 할 교양, 즉 六藝로 禮·樂·射·御·書·數를 들었는데, 여기서 樂은 노래(클래식과 대중가요, 특히 룸살롱이나 가라오께를 포함), 射는 사격, 골프, 당구 등 강도가 낮은 오락적 스포츠, 御는 승마, 등산, 스키 등 강도 높은 스포츠를 각각 포함한다. 禮·書·數를 실용적인 교양이라고 한다면, 樂·射·御는 주색잡기 중 잡기(바둑, 장기 마작 등 돈을 걸면 더 재미있는 노름)에 가깝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옛날의 기방이나 오늘날의 룸살롱 또는 가라오께에서 알 수 있듯이 酒와 色은 많은 경우에 樂에 부수하거나 樂을 주도한다는 사실이다. 이쯤 되면 酒야말로 산우회 정기산행의 흥행을 성공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소위 “땀에 대한 보상”이라는 것이 필자가 말하려는 골자임을 독자들은 간파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제317차 정기산행은 우리 산우회가 공식적인 산행 루트 중의 하나로 정한 바 있는 “관악산 선유천 깃대봉 코스”를 약간 강도 높게 변형하여, 선유천 깃대봉을 지나쳐서 사당능선의 강감찬길 삼거리까지 좀더 올라갔다가 인헌동 주택가 방향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밟았다. 당초 20명 남짓한 인원이 참가할 의사를 밝혔으나, 집행부가 포도주(와인이라고 불러야 고급스럽다!)를 준비한다는 내용의 공지를 하자 6명의 친구들이 더 참가하였다. 유인구를 던지기 이전부터 참가 의사를 밝혔던 20명의 친구 중에서도 노쇼를 한 친구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 역시 와인의 힘이 은연중에 작용한 결과인 것으로 짐작된다.
옥의 티를 꼬집자면 당초에 누군가가 갈매기살에 걸맞는 와인은 칠레산 까베르네 쏘비뇽인 Almaviva가 제격이라고 추천하였지만, 홍산장이 준비해 온 포도주(와인이 아님!)는 커크랜드 브랜드의 캘리포니아산 까~쏘~ 3L짜리였다. 그렇더라도 사당능선의 그늘에서, 그리고 사당동의 갈매기살 집에서 나누어 마신 포도주는 산핵관과 산우회의 품격을 약간 높여 주었다.
벌건 대낮인 오후 2시 반경에 회식이 끝났으니 원래는 길 건너 우면산으로 2차 등산하는 것이 나에게는 이성적인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멀리 인천과 LA에서 온 친구들과 그냥 헤어지기가 아까운 나머지 그만 2차 음주를 하는 감성적인 행동을 선택하고 말았다. 기왕 찐하게 한 잔 했으니 술로써 세상을 초월한 이백의 시 두 수를 약간 억지스럽게 떠올리는 것으로 선택한 내 행동에 대한 핑계로 삼아보았다. 하나는 상대방과 술잔을 나누면서 술을 권한다는 樂府 풍의 將進酒에 나오는 구절, “양을 삶고 소를 저며서 또한 번 즐기세, 모였으니 모름지기 300잔은 마시세”(烹羊宰牛且爲樂 會須一飮三百杯), 또 하나는 위 시와는 반대로 달빛 아래에서 내 그림자와 마시는 혼술의 극치인 오언 古詩 풍의 月下獨酌 1수의 구절 “술 깨었을 때는 즐거움을 나누지만 취하고 나니 각자 흩어지는구나, 무정한 교유를 영원히 맺어서 저 멀리 은하수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노라”(醒時同交歡 醉後各分散, 永結無情遊 相期邈雲漢)
-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