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130-사패~도봉 종주

[일정]

0936   회룡역 출발

0946   롯데캐슬아파트 입구

1044   범골능선 삼거리

1106   휴식

1112   사패능선 삼거리

1127   사패산(552m)

1151   사패능선 삼거리로 돌아옴

1200   사패능선에서 점심

1233   출발

1317   포대능선 쉼터(산불감시초소)

1416   Y계곡 우회 갈림길

1418   도봉 주봉 아래

1429   마당바위 방향 삼거리에서 이필중 하산

1449   오봉갈림길 사거리

1513   도봉주능선 전망소에서 발렌 곡차 1병으로 출판기념 이벤트

1536   출발

1606   우이암 방향 삼거리

1609   계단 전망대

1621   우이령보호구역 입구(출입금지구역)

1630   원통사 위쪽 공터

1641   원통사 도착, 휴식

1650   출발

1742   우이령 입구 우측 하산 완료

[활동]

8시간 6분, 27,000보, 15km

[참가자]

곽성균, 김시영, 김용수, 송경헌, 양승찬, 우갑상, 이필중, 최택상, 홍기창

[낙수]

  임인년에 들어서서 1월 9일에는 북한산을 종주하고, 22일에는 북악산(백악산)의 창의문에서 숙정문까지 걸었으며, 30일에는 범골능선에서 사패산으로 올라가서 사패능선, 포대능선, 도봉주능선을 거쳐서 우이령입구까지 트레킹을 함으로써 북한산을 중심으로 서울의 북쪽을 둘러싼 산을 단단하게 종주한 셈이 되었다. 무한폐렴의 변종인 오미크론 극복을 위한 금줄치기 극무산행은 임인년 벽두부터 가일층 강력하게 실행되도 있다고 평가할 만하다.

  개인적으로 사패~도봉 구간을 종주한 이력을 살펴보니, 2003년 9월 23일 동기 산우회에서 처음으로 7시간 23분만에 종주한 이래(고 이규도의 기록), 2009년 9월 15일 오산종주시(북한산 영봉 들머리에서 종주 중단)와 2010년 9월 25일 오산종주에 재도전하여 성공하였을 때 및 2020. 4. 25. 종주 등 4회이다. 그중에서 가장 최근인 2020. 4. 25. 종주시에는 하산지점만 천주교 방학동 공원묘원으로 어제와 다를 뿐이고 나머지 루트는 동일하였는데, 당시 산행에는 7시간 20분이 소요되었다. 이러한 내 산행 경험을 종합하여 북한산 종주의 산행등급(거리, 소요시간, 난이도를 종합적으로 고려)을 Ao라고 평가할 경우, 사패~도봉 종주의 그것은 A-로 레이팅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제 다시 산행을 해보니 산행시간도 8시간 이상 소요되었을 뿐만 아니라, 범골능선에서 사패산까지 올라가는 구간, 사패능선에서 포대능선 쉼터(산불감시초소)에 이르는 1차 계곡구간, 포대능선에서 자운봉 아래 Y자계곡을 우회하여 도봉주능선으로 올라가는 2차 계곡구간, 도봉주능선에서 우이암이 내려 보이는 삼거리 방향으로 올라가는 계단구간 등 적어도 4차례에 걸쳐서 난이도가 높은 구간을 통과하여야 하고, 도봉주능선에서 원통사 아래의 고압선 철탑에 이르기까지의 하산길조차 한순간이라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험로라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고갯길을 오를 때마다 묵직하게 느껴지는 장딴지 근육의 내력성은 임계점에 쉽게 가까워짐을 실감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사패~도봉 종주 산행은 북한산 종주에 비교해 보면 비록 거리는 짧지만 난이도에서는 훨씬 앞선다는 점을 고려하여 Ao급으로 평가 등급을 올리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산길은 예와 같으나 나의 젊은 등산 세월이 저만치 흘러간 것인지.

  영하 8도에서 영하 6도로 예보된 날씨에 일행 두 사람이 이글루를 준비해왔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12시경에 사패능선의 어느 지점에서 식사하는 중에도 이글루를 펼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햇살은 다사로웠고 바람도 잔잔한 편이었다. 이 겨울이 다 지나가도록 산행시에 한 번도 사용하지 못한 이글루를 내방궁 옥상에서라도 펼쳐 보기를 권하는 것으로 종일 부피가 작지 않은 이글루를 지고 다닌 수고를 위로(?)해 주었다. 그렇지만 정작 본인은 위로가 아니라 약을 올리는 말로 들었을는지도 모르겠다. 오후 3시 10분경에 칼바위가 정면으로 보이는 도봉주능선의 어느 전망 좋은 암릉 위에서 산행대장의 제안으로 조촐하지만 강력한 출판기념 이벤트가 있었다. 다만 진한 분위로 말미암아 행사를 위하여 준비해 간 17년 발렌 곡차 1병을 일행 8명 중 5명이 다 마시는 바람에 그만 복용의 도를 넘겨버리고 말았다. 3개월 이상의 등산면허 정지 처분을 받을 만한 양이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아니나 다를까 원통사 아래의 험로를 거의 다 지난 지점에서 발렌 곡차를 준비해 간 산사가 기어코 나무 뿌리에 살짝 걸리면서 앞으로 고꾸라지는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우측 눈 1cm 아래쪽에 2.5cm 정도의 자상을 입어 산행대장이 상처 부위를 소독하고 지혈 연고를 바르는 응급 처치를 하였으나(산행대장은 의무병으로 군 복무를 하면서 사병의 신체의 특수부위도 수술한 돌팔이 경험담을 들려 주었다) 피가 빰을 타고 목으로 흘러내려서 2차 처치를 해 주었다. 산사의 생명의 은인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미용의 은인 정도는 될 것 같다. 산행에 도수 높은 음료를 준비해 간 산사의 자업자득이자 출판기념 이벤트의 호사다마 격이었다. 산행 중에는 도수 높은 음료는 보온용으로 한 두 잔 마시는 것이지, 음료를 위한 등산이어서는 결코 안 된다는 당연한 산행 수칙을 범한 결과였다. 이날의 산행시간이 8시간을 넘기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된 사정이다. 이래저래 우리들의 산행의 에피소드는, 등산 중에 입은 다리 곳곳의 흉터 자국이 조금씩 늘어가는 만큼 풍성해지고 무미건조한 장년의 삶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