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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우회 산행일지

2011년 | └▷►110521지리산 당일종주 8인회 ... 글(김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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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도 작성일11-06-08 11:25 조회2,96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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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 총동문산악회 일정의 지리산 당일종주 특별산행단에 합류한
22회 여덟명은 2003년의 7명보다 한명 많은 출발이었다 한다.

그간 2003년에 대거 22명이 시도하여 우리 산악회의 위용을 자랑하더니
이규도 형과 최택상, 오성학, 송경헌, 김시영, 이용남 형들의
끊임없는 도전과 독려에 힘입어 장터목, 천왕봉을 넘나들었던 산꾼들이...
고 김세윤 형과 윤철원 형 그리고 부인
이상한, 김진호, 이종현, 김시영, 장창학, 홍기창, 이재홍과 그 산녀,
최봉준, 이영종, 한성섭, 김용수, 지용붕, 김향태
남궁완, 강효수, 손정수, 이필중, 박우규, 이동준 형들...
그리고 작년에는 박희수, 한성협, 임경락, 양승찬 형들이 있었더라....
대단한 자랑거리다.

새벽2시가 너머 일행을 내려놓은 성삼재는 1100m의 고도답게
새벽공기가 한기를 느끼게 하지만 머리띠의 헤드랜턴에 비쳐지는 모두의 눈빛에서
노고단을 거쳐 천왕봉을 공격하고야 말겠다는 결의가 대단해 보였다.
기념촬영을 마치고 작전 모의가 끝난 듯...
랜턴머리로 가자~ 신호를 보내는 건각들의 출발은 순조로웠다.
물론 중산리 하산 종주에 13시간으로 주파하는
베테랑 산악인 최택상 총산장, 오성학, 송경헌 형이 있고
매년 심기일신의 기회로 삼고 있다는
이종현, 김시영, 김용수 형의 배려가 있을 것이기에
우리 처녀종주희망자 최규엽 과 김남기는 어둠의 길을 따라 붙을 수 있었다.

새벽 달빛 속에 노고단-임걸령을 넘어 숨소리도 죽이면서
단숨에 삼도봉에 오르니 여명이 트이며 뒤켠으로 반야봉이 보이고
이 정도의 페이스면 계획된 시간 14시간30분에 돌파할 수 있다는
오성학형의 발언이 있자 최규엽형이 바로
지리산종주 8인회를 조성하자는 제안이 나온다. 모두가 제청하며
최택상, 이종현, 오성학, 송경헌, 김시영, 김용수, 최규엽, 김남기...이들이
천왕봉을 넘어
당일 종주에 전원이 완주하면 8인회가 구성되는 거다.

지리산종주는 냉혹하였다.
새벽2시50분 성삼재 출발, 오후15시50분 천왕봉, 저녁18시10분 중산리 도착.
총 종주시간 15시간 20분. 나만이 18시 50분 도착.
남기 때문에 발목 잡힌 시간 60분을 빼면 22회 산꾼들의 평균 종주시간은
14시간 20분에 능력있는 실력자들이었다.
22회 8인회는 낙오자 1명을 선비샘에서 15분 기다려주고
다시 세석에서 20분, 장터목에서 25분을 기다렸다 출발해 주고
낙오자 때문에 지연휴식을 하였던 것이었다.
출발 얼마지않아 최규엽형만 오른쪽 무릎이 약간 시큰하다 하더니
이내 연골액이 나오면서 괜찮아졌다는데 문제는 나였다.

15시간의 장시간 산행에서는 집중력이 떨어지면 곳곳에서 각자의 컨디션에 따라
크고 작은 일들이 생긴다.
종주길에는 계속 능선으로 이어지는 봉우리의 연속으로 생각되지만 그 속에는
150~200m의 내리막 오르막을 넘나들어야 하는 싸움이 있었다.

삼도봉에서 화개재로 150m를 내리꽂는 내리막이 있는가 하면
내려왔으니 올라가야 하고 차마 내려가는게 부담이 되고
다시 200m의 직벽을 타야 토끼봉에 오르는데
그 오르막 중턱 돌덩이 계단에서 오성학형이 쪼그리고 앉아 졸고 있다.
고개를 끄덕이기까지 한다. 그래도 바로~ 5분 뒤에 따라붙는다.
이미 이종현형은 새벽 3시경
임걸령을 향하는 대나무숲 능선길에서 돌부리 너덜길에
아차 중심을 잃고 바윗돌에 떨어져 왼손 엄지쪽 손바닥이 약간 찢어진 상사도....
샛길을 노치고 노고단을 우회길로 올라온 김시영, 김용수 형으로부터
전화가 오면서 잠시 집중을 놓았던 것이다.
나는
토끼봉에서 운봉무덤으로 내리~ 지를 때
오른쪽 무릎이 접질리면서 인대가 늘어나는 사고가 발생...
8인회의 종주에 커다란 부담을 주는 불안을 안겨주었다.
최규엽형은 계속 대책을 세워 놓았다고
송경헌형이 세석에서 너를 데리고 거림으로 탈출할거니까 염려말라나...
그래도
최규엽형의 끊임없는 재담과
거기에 밀거니 땡기거니 하는 산꾼들의 이야기거리로...
지칠 줄 모르는 산행이 지루하지도 않게 이어졌다. 

덕평봉 선비샘에서 짜릿한 물을 나눠마신 8인회는
이제 7인회가 되어 앞으로 돌진해 버렸고
나는 무릎을 달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했지만
35년 전 광주보병학교 유격 훈련 시절에 익힌 바로는
멀리 천왕봉을 끼고 왼쪽으로 붉게 붉혀져 오는 저쪽 뒤로 보이는 것이
백운산인거 같고 그 멀리 오른쪽으로는 덕유산 줄기인 모양이고
줄기와 계곡마다 푸릇이 피오오르는 지리산 산자락을 보며
유람의 길로 구경하는 것이 혼자임이 너무나 아까웠다.
시장끼가 느껴져 영신봉 바윗돌에 앉아
천왕봉을 좌우로 낀 줄줄이 봉~봉~봉~들의 풍광을 음미하며
지난 주 시골에서 만들어 온 쑥개떡에 선비샘물을 먹으니
인생의 모든 낙이 모두 그 안에 있는 듯 지리산을 품은 듯 하드라....
저런,
그래도 의리의 8인회는 세석산장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탈출 캇 오프타임 10분전인 12시50분에 도착하였다.
세석평전에 펼쳐진  멋있는 광경을 맛보며
산장에서 식수보충도 미루고 이종현형이 수통 반을 덜어주는 대로 미안한척 받는데
김시영형이 주장하는 대로 절대 산은 산이고 물은 셀프라 했는데...고맙다.
탈출은 무슨 탈출...
Go다 Go...고! 고! Moov. Moov!
장터목에서 만나기로 하고 떠나 보냈다. 다행히 산장을 떠나며
가드레일 돌밭길을 오르면서 다리의 통증을 넋두리 하는데
지나가는 29회인가 후배가 진통제와 소염제를 두알씩 주는 거였다.
대단한 위안이었다.
세석에서 촛대봉은 또 200m를 깍아 질렀다.
1700m고지 지대에 다다른 것이다.
연하봉으로 휘어지는 능선은
노고단에서부터 지나온 하나 하나의 14~500m 산봉우리들을 보여주는 절광이었다.
이때부터 신호가 온다는 김시영형. 산로 옆에 쪼그리고 앉더니 잔다.
초반 어두운 길에서 15분을 놓치더니 다소 힘들어 하고
몸무게를 74kg에서 못 줄였다며 염려하더니 너무 졸립다는 것.
나는 연하봉에 올라 바위터기에 배낭을 풀고 또다시 남은 쑥으로 만든 개떡을 먹고
포도 알갱이로 목을 축였다.
선두 공격팀 여섯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도 천왕봉을 넘어야 하기에 김시영 형이 쉬는 동안 운기조식을 하기로 한거다.
송경헌형의 코치대로
양말도 벗고 발가락 사이를 물티슈로 깨끗이 닦아 했빛에 말리며
방금 촛대봉을 옆구리로 칠 때 올랐던 나무계단들이 아득하게 보이는 것이
참으로 대견하다.
장엄한 산자락은 계속 펼쳐지고
이쪽 골짜기 아래로 하동과 산청의 섬진강 상류가 흐르고 있었다.
집에서 전화가 왔다. 서울은 비가 오는데 거기는 어떠냐고...예보대로 청명이었다.
아직 김시영형은 안오고 있는데
세석에서 넘어오는 마지막 무리들 29회 24회 34회 그리고 후배 부부쌍들도
인사를 하며 지나친다. 한 25분쯤 후 김시영형이 지나간다.
재빨리 챙겨서 장터목까지 따라 붙었다.
천왕봉이 바로 보이는 장터목은 산꾼들의 집합소였다.
펼쳐지는 장광들이 서울 근교에서 보여지는 그런 느낌하고는 전혀 다르다.
20대에서부터 30-40대가 주를 이루고 남녀 모든 이들이 쌩쌩하다.
장거리 산행에서는 신발이 가장 중요한데
최규엽 과 송경헌형은 중요한 병기가 있었다. 탈력있는 중등산화로
위력을 과시하는 것이었다.
온통 돌부리가 튀어나오는 너덜 너덜 길인데도
전혀 비틀거리거나 접질리지도 않고 피곤한 줄 모르는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에게도 미리 준비한 주요 무기로서
주능선 고도표와 구간지도 그리고 소요시간표가 있었다.
앞으로 산행을 예상할 수 있는 정신적 무장이 된 것이었다.

앞 팀 여섯은 기다리다 올라갔고 우리는 집결지로 바로 하산하자는 얘기였다.
너무 늦어서 버스도 그렇고 시간을 못 맞춘다는 거였다.
안된다. 아까 먹은 진통제 효과도 있고 아쉬워서 안된다. 나는 가야한다.
물이 문제였다.
이 어려운 시기에 물을 뜨러 저 아래를 갔다 와야 하는 것이다.
물은 생명이다. 앞 팀에서는 최규엽형이 떠가지고 왔다는데....

천왕봉이 바로 올려다 보인다.
1650m의 장터목에서 1800m 제석봉을 거쳐 1915m 천왕봉을 바로 공격한다.
거의 300m의 직벽을 타야한다.
제석봉에서 잠시 머물렀다가 다시 치고 오르니 통천문.
하늘로 통한다는 이 통천문에서 500m를 오르니 천왕이었다.
2011년 5월21일 오후 16시 정각이었다.
서쪽으로 오늘 하루 지나온 발자취가 보였다가 구름사이로 가려지고
남쪽 아래로 광양만 여수가 보였다 사라지고 이내 빗방울이 떨어진다.
앞 팀은 15시50분에 천왕봉을 떠났다 한다.
감개가 북바친 나머지 이곳에서 눈시울을 글썽였다는 홍기창 과 한성섭 형이...
생활의 중요한 전환포인트가 걸려있어 동참하지 못한 배진건 형이
떠오른다.
천왕봉에 오르는 길은 천상으로 통하는 길이었지만
중산리로 내리 꽂는 돌덩이 계단 길은 나에게는 악전고투의 시간이었다.
무릎은 탄탄했으므로 뛰어내려가
집결지에 합류할 계획이었지만 진통제 효과가 끝났는지 다시
발을 내 디딜 수가 없었다. 아픔을 달래가며 의지로 의지로 집결지에 도착하니
송경헌 과 최규엽형이 기다리고 있었다. 고맙다.

지리산계곡호텔에서 샤워를 하고 닭도리탕으로 뒷풀이를 하는데
송경헌형이 말을 꺼낸다. 홍기창이가 무지하게 오고 싶어했는데...1박만 했으면...
최봉준이는 68kg에서 3키로만 빼면 무난할텐데...
송경헌 형이 다시 묻는다...남기 너 뭐 준비한 거 있지...사실
오성학형이 호남정맥 단련산행 하자는데 고구마 심는다고 못했거든...
비도 온다는데 걱정이 되어 일주일 전부터 훈련에 돌입
아침 저녁으로 쪼그려 뛰기 100회, 오리걸음 500보를 실시하였다고 고백하였지.
그러나 규엽이는 몸무게와 기초체력이 확실하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최택상 총산장과 후배 집행부들의
짜임새있는 행사 진행이 최고의 동문 산악회다웠다. 고맙다. 지리산이여.....모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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