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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우회 게시판

230429-북한산12성문(특별산행 25)

페이지 정보

김시영 작성일23-05-02 01:27 조회252회 댓글1건

본문

230429-북한산 12성문

 

[일정]

 

0905   북한산성입구

0928   대서문

0935   용암사

1000   중성문

1044   부왕동 암문, 나월봉, 나한봉 통과

1129   청수동 암문

1140   대남문, 점심

1208   대남문 출발, 대성문, 보국문 통과

1243   대동문

1318   산영루

1321   대남문 부왕동 암문 갈림길

1330   중성문

1355   대서문

1406   회식장소 도착

 

[활동]

5시간/12km

 

[낙수]

 

  8시 10분에 지하철 구파발 역에 도착하기 위하여 650분에 아파트를 나서니 우산을 때리는 봄비 소리가 제법 거칠다. 망설임은 의지를 허물지만 결단은 활력을 일깨운다. 발걸음을 굳건히 내디디니 빗물을 튀기는 등산화 소리가 더욱 뚜렷해진다구파발 역에서 북한산성 입구로 가는 버스를 잘못 타는 바람에 약속시간보다 30분이나 늦은 9시에야 북한산성 입구에 도착하였다. 동문의 주력부대 전부를 먼저 보내고 한 시간 가까이 빗속에서 나를 기다려준 남강 최고문과 북한산 12성문 산행대장인 40회 박정환 군에게 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다행한 것은 집행부가 악천후에 안전을 고려하여 가사당 암문으로 이어지는 의상능선은 생략하고 바로 대남문으로 올라갔다가 용암문과 위문을 거쳐서 원효봉을 생략하고 대서문으로 원점 회귀하는 루트로 산행을 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이다.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 날씨에 기온도 떨어지고 특히 암벽이 많은 산행 루트를 고려할 때, 위와 같이 위험 구간을 생략하는 산행으로 변경한 것은 현명한 결정이었다.

 

  우중 등산시에 비옷을 입는 것은 외부의 비는 막아주지만 몸에서 솟는 땀은 비옷 밖으로 배출하기가 어려워서 비에 젖느냐 아니면 땀에 젖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래도 출발을 하면서 비옷을 제법 단정히 차려입고 비 내리는 북한산자락의 숲길을 힘차게 나아갔다. 중성문을 지나면서 본격적인 12성문 루트로 접어들어, 태고사를 거쳐서 대남문으로 직행하는 왼쪽 길과 부왕동암문으로 올라가는 오른쪽 길의 삼거리에 이르렀다. 왼쪽 길은 좀 더 가파르고 좁은 반면에 오른쪽 길은 넓고 잘 정돈된 길이어서 무심코 오른쪽 길로 들어섰다. 이정표의 팻말을 보지 않고 길의 모양만 본 것이다. 비는 더 세차게 내리기 시작하는데 기온마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젖어가는 등산복이 피부에 닿는 촉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바위로 이루어진 산길은 점차 가팔라지더니 철제 난간이 줄줄이 박힌 낯선 암벽길이 눈앞에 나타났다. 용혈봉, 용출봉, 증취봉으로 이어지는 평탄한(!) 의상능선이 아니라, 부왕사지에서 부왕동 암문으로 곧바로 치고 올라가는 거친 암벽 벼랑길로 들어선 것이다. 비바람이 몰아치자 우산은 계속 뒤집어지고 철제 파이프를 잡고 올라가는 비에 젖은 두 손은 낮은 온도에 곱기 시작하였다. 가랑이가 찢어질 정도로 가파른 암벽을 기어오르려니 정강이와 무릎은 연신 바위에 부딪쳤다. 나와 보조를 맞추면서 산행하던 박군이 수시로 위쪽에서 나를 잡아 당겨주거나 아래에서 받쳐 주었다. 우산이 걸리적거리는 벼랑 구간에서는 어김없이 내 우산을 받아 들었다. 지금까지 30년 이상 등산을 다녔지만 오늘처럼 남의 힘에 의존하여 산행을 하기는 처음이었다. 비에 흠뻑 젖은 채 온 힘을 다하여 부왕동 암문에 도착하였지만 앞으로도 나한봉, 나월봉을 통과하여야 비로소 청수동 암문에 이를 수 있다. 이 구간 역시 비바람이 몰아치는 악천후에 통과하는 것은 절대로 녹록치 않은 험로이다. 남강 선생은 우중임에도 불구하고 복장은 물론이고 평상시와 다름없는 흐트러짐이 없는 자세로 한 손에는 우산을 받쳐 든 채로 앞에서 성큼성큼 잘도 가고 있다. 문자 그대로 해피 버쓰데이, 리얼리!”.

 

  중성문부터 1시간 40분동안 만생만사(萬生萬死)하는 자업자득의 고생 끝에 청수동 암문에 이르자 대남문에서 바로 하산하는 것이 명을 제대로 보전하는 길이라는 생각이 절로 났다. 2009년도에 처음으로 오산종주를 하던 중에 우이동 산장에서 영봉으로 올라가는 것을 포기하던 때와, 2010년에 지리산 종주시에 연하천 산장에서부터 비를 맞고서 장터목에서 거림으로 내려오던 때가 떠올랐다. 70장년 나이에 내 의지와 체력간에 싸움을 붙인다는 것은 무모하고 어리석은 짓이라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떠오른 것이다. 대남문에 도착하였을 때 저체온으로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하여 하산 후에 갈아입기 위해서 준비해 온 마른 난방 셔츠로 얼른 갈아입고 비옷까지 껴입은 채로 점심을 먹었다. 신체가 어느 정도로 제 기능을 회복하자 이성이 본능의 어둠 속에서 밝은 불을 켠 듯하였다. 기왕 대남문까지 왔으니 위문은 아니더라도 대동문까지라도 더 가자고 남강선생이 제안하였을 때, 군말 없이 찬성한 것은 이성이 제대로 작동하였다는 것을 증명한다. 다만 그러한 결정은 이성이 아니라 무모한 오기라고 지적 받더라도 나로서는 감수해야 할듯하다.

 

  12시가 조금 넘어서 대동문에 도착하여 안개가 몰려오는 북한산성 계곡길로 하산하였다. 북한산을 상당히 다녀봤지만 오전에 중성문에서 부왕동 암문으로 기어 올라온 암벽구간은 말할 것도 없고 대동문에서 대서문으로 하산한 적도 없다. 의상능선과 원효능선 사이에 있는 북한산성 계곡은 그 위치상 설악산의 용아장성과 공룡능선 사이에 있는 가야동계곡과 비교할 수 있을 것같다. 북한산에는 산성의 축조와 행궁의 수비를 위하여 조직한 승군이 거주할 수 있도록 많은 사찰을 건립한 것은 필연적이다. 그런데 태고사 아래쪽 경치 좋은 계곡 옆에는 유교적 양반 문화를 대변하는 산영루라는 이름의 누각이 있었다. 추사 김정희와 다산 정약용이 이곳까지 유람을 왔다가 승경에 김탄하여 몇 수의 시를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산영루 옆에는 김정희가 지은 칠언절구인 산영루를 소개하는 안내판이 있었다. 시는 이렇다.

 

遊客住笻古樹間(유객주공고수간)

나그네 고목 사이에서 발길 멈추니(지팡이 멈추니)

亂流爭響夕陽山(난류쟁향석양산)

어지러운 계곡 물소리 해 저무는 산을 울리네

此亭自古稱勝地(차정자고칭승지)

옛부터 이 정자는 절경으로 불리더니

徙倚華欄憺忘還(사의화란담망환)

예쁜 난간에 기대어 있자니 편안하여 돌아가는 것을 잊게 되네.

 

  오전 내내 내린 비에 불어난 계곡 물소리는 추사가 유람했을 때처럼 산을 울리고 안개는 점점 짙어졌다. 그러나 산길은 더 이상 험하지 않고 5시간 가까이 걸었으나 몸은 오히려 가뿐해지는 느낌이었다. 험한 산행을 무사히 마친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안도감이 깊게 몰려왔다. 그러한 감정은 솔직히 말해서 추사가 위 시에서 표현한 승경에 대한 감탄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다시 중성문을 지나면서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고 비가 그치자 흠뻑 젖어 있던 바지는 체온이 뿜어내는 열기에 말라가고 있었다. 동문 산악회 후배들이 기다리고 있을 산성 입구의 어느 식당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삽겹살과 갈증 해소용 칵테일 음료수를 떠올리니 오전 나절의 고난은 먼 옛날 이야기처럼 잊혀졌다. 그러니 내년에도 12성문 산행에 참가하는 것을 일상적인 행동처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겠는가.

 

 

 

 

 

댓글목록

최택상님의 댓글

최택상 작성일

제법 추웠고 오르막이 가팔라 고생이 되었지만
모처럼 북한산에서 가보지 못했던 길을
호젓하게 걸을 수 있었습니다
계곡길 산영루는 다시 한번 가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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