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114-남한산성 일주(특별산행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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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영 작성일23-01-15 18:47 조회25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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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0935 마천역 1번 출구 출발
0954 성불사
1056 연주봉 옹성
1107 서문(우익문) 밖 전망대
1139 영춘정
1159 남문(지화문)
1205 점심
1236 출발
1309 동문(좌익문), 성곽 옆길 폐쇄되어 망월사 방향 차도로 우회
1326 장경사
1340 제2암문
1350 남문 여장, 해발 500m
1432 북문(전승문)
[활동]
10.77km/5시간
[낙수]
산우회는 신년을 맞아 공식적으로 신년산행이라는 이름으로 첫 산행을 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여 번개산행으로 북한산이나 용문산 백운봉 혹은 남한산성 등에서 그 해의 첫 산행을 해왔다, 지난 1월 7일 다녀온 예봉~운길 눈산행은 개인적으로는 계묘년 첫 산행이지만 산우회의 신년산행이라고 하기에는 참가한 친구들의 숫자가 적었다. 다수가 참가할 수 있는 신년산행을 염두에 두고 남한산성 일주를 생각하였으나 두 사람만의 산행이 되고 말았다. 며칠간 포근한 날씨가 지속된 끝에 비 예보가 있어서 일기예보를 살펴보니 0.3~ 0.4mm 정도의 극소량의 강우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지리산 당일 종주를 다니던 어느 해엔가 연하천 산장에서부터 거림에 이르도록 8시간 이상 찬 비를 꼴딱 맞은 경험을 한 후부터 웬만한 우중 등산은 개의치 않게 되었다.
지하철 마천역을 출발하여 연주봉 옹성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그동안 무수히 다녔지만 이날처럼 등산객이 안 보이는 호젓한 산행은 처음이었다. 궂은 날씨가 예보된 덕에 심산처럼 고요한 숲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이다. 비동비춘(非冬非春)의 환절기 같은 날씨에 안개가 자욱하고 내리는 빗방울의 입자가 너무도 작아서 옷에 떨어지는 느낌조차 없었다. 아마 고공에서는 눈으로 내리다가 지상에 가까워지면서 물로 녹아서 비로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마른 나뭇가지에는 미세한 비가 모여 이루어진 물방울이 영롱한 구슬 열매로 맺혀서 줄줄이 반짝였다. 뿌연 안개를 배경으로 물기를 머금은 채 더욱 짙어진 주홍색 고엽이 검은 나무 둥치 여기저기에 겨울꽃처럼 매달린 풍경은 수묵화처럼 아름다웠다. 성불사 계곡을 벗어나서 연주봉 옹성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오르니 자욱한 안개 속에서 가까이에는 겨울 나뭇가지의 섬세한 모습이 그린 듯 선명하고, 조금 떨어진 곳의 나무들은 거리에 따른 농담의 차를 뚜렷이 드러내면서 환영처럼 늘어서 있었다.
남한산성은 그 정정한 소나무로 인해서 치욕의 역사가 주는 상처를 조금씩 아물게 해준다. 특히 동문에서 북문까지 이어지는 소나무 숲은 굽이치는 여장과 어우러져서 남한산성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고 있다. 여장 옥개석 위까지 휘어진 소나무 가지는 안개 속에 신령스러운 기운을 뿜어내는 듯하였다. 지난 주에 예봉~운길 종주시에 보았던 적설과 상고대의 풍광과는 또 다른 남한산성의 절경이었다. 이날의 산행에 대해서는 모든 존재를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자연의 마술에 깊이 빠져든 산행이었다고 평가하는 것이 적절할 듯히다. 하산 후에 보온 음료를 섭취한 시간과 양이 대폭 증가된 것은 겨울 산안개와 소나무, 그리고 앞에 앉은 사람 탓이었다.
-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