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423-관악산둘레길(제301차 정기산행)

[일정]

1005   과천정부청사역 출발

1016   안정공 강득룡 묘역

1048   국사편찬위원회 뒤편 삼거리

1113   밤나무단지 탐방로 갈림길

1135   암릉 전망소

1143   헬기장

1147   관양능선

1149   관양계곡 갈림길 계단

1210   관양계곡 상류에서 점심

1244   출발

1315   철조망 우회

1317   불성사 갈림길

1354   무너미고개

1411   정자

1425   서울공대 공학관 버스종점

1440   마을버스로 봉천동 회식장소 도착

[활동]

4시간 20분/18,000보/12km

[참가자]

곽성균, 김시영, 김용수, 김정식, 김향태, 문주일, 박중배, 손훈제, 박흥덕, 서병일, 송경헌, 이상설, 이용남, 임춘봉, 임충빈, 정병일, 지용붕, 최택상, 홍기창 (19명).

[낙수]

  사월은 잎보다 먼저 핀 초봄의 꽃이 만개하는 이른바 선화후엽(先花後葉) 식물의 계절이다. 겨우내 언 땅속에서 칩거하던 곤충이 기어 나와서 바로 주린 배를 채울 수 있도록 꿀을 품은 꽃이 잎보다 먼저 피어난다는 것은 오묘한 자연의 섭리이다. 그러나 초봄의 꽃은 대체로 피어있는 시간이 짧다. 꽃이 지고 난 가지마다 이내 연두빛 새잎이 돋아나고 숲은 녹음 일색으로 덮이면서 여름꽃에게 빈자리를 내준다. 사월의 숲은 새 생명의 탄생과 성장의 욕망으로 가득 찬 곳이다.

  4월 23일의 301차 정기산행의 루트는 지금까지 고 이규도 학형의 길안내에 따라 무수히 다닌 관악산 산길의 일부 구간으로 정하였다. 전에는 지하철 2호선의 낙성대역에서 출발하여 연립주택가를 통과하여 사당능선 방향으로 오르다가 정자 전망대를 지난 다음 바로 우측 계곡길로 들어서서 서울대 순환로 옆의 댐~자운암~무너미고개~불성사 갈림길~관양계곡~관양능선~밤나무단지 탐방로~국사편찬위원회 뒷길~과천종합청사까지 6시간 이상 소요되는 산길로 많이 다녔다. 위 루트는 관악산 서쪽의 산기슭을 따라 이어지는 미로와 같은 샛길이어서 연중 어느 때에 찾더라도 등산객의 발길이 뜸한 곳이다. 관악산에 이렇게 조용한 길이 있나 싶을 정도로 외지고 호젓하여 관악산을 좀 안다는 사람만이 찾는 길이다. 22회 산우들 사이에서는 관악산의 서남쪽으로 나 있는 이곳을 내설악과 남설악에 비유하여 내관악, 남관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이제는 6시간 이상을 걷는 등산을 할 수 있는 산우들의 숫자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그래서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과천에서 출발하여 무너미고개를 지나 서울대 공학관 옆 버스종점에 이르는 비교적 짧은 코스를 택하였다. 그렇더라도 가파른 암릉 전망소를 오른 다음 헬기장을 거쳐서 해발 500m 이상 되는 관양능선에 이르는 길은 둘레길의 산책이 아니라 본격적인 등산에 해당한다. 해마다 체력이 떨어지거나 신체의 여기저기가 온전치 않게 되는 친구가 늘어나고 있다. 산행 시에  자연히 후미로 뒤처지는 친구들은 같이 걸어 줄 동행자가 필요하게 된다. 등산은 전형적인 개인 운동이지만 동행자를 배려하면서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는 점에서 혼자서 함께하는 운동이다. 뒤에 처진 일행을 돌아보지 않고, 저 앞에서 혼자 휑하니 가는 등산은 우리 산우회가 추구하는 등산이 아니다. 이날 후미는 김산총이 맡아서 수고하였다.

  이날 서울의 낮 기온은 25도를 넘어가서 숲속을 걸었지만 체감온도는 초여름 같이 느껴졌다. 봄 가뭄이 길어 계류가 적당히 흐르던 관양 계곡조차 말라 있었다. 일행은 계곡 상류의 산벚나무 아래에 둘러앉아 각종 음료와 다채로운 메뉴의 점심식사로 연회와 같은 분위기를 즐겼다. 계절이 늦은 깊은 계곡에는 아직까지 남아 있는 산벚나무의 하얀 꽃잎이 바닥에 깔아 놓은 푸른색 비닐 커버 위로 떨어져 내려서 식탁을 예쁘게 장식하였다. 가까이는 보라색 붓꽃이 소담스럽게 피어있었다. 나이를 잊은 봄소풍의 즐거움에 시간도 정지된 듯하였다.

  점심 식사 후에는 무너미 계곡의 옆길을 따라 무너미고개까지 올라갔다. 오늘 산행 중의 마지막이 되는 가파르지 않은 오르막길이다. 무너미계곡은 그 왼쪽의 삼성산과 오른쪽의 관약산을 가르는 계곡 이름이다. 이곳 역시 바짝 말라서 화강암 바윗덩어리와 모래만 보였다. 계곡 맨 위의 무너미고개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제 팔자에 따라 안양유원지나 신림동의 관악천으로 흘러간다. 그러나 가뭄으로 고개를 넘는 물은 보이지 않고 등산객만 넘나들었다. 관악둘레길의 정자까지 내려 와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에 10분가량 더 걸어서 서울대 공학관 옆의 버스 정류장에 도착함으로써 오늘의 산행을 마쳤다, 고희를 지난 나이에 관악산 숲길을 4시간 이상 같이 걸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오늘 하루의 시간이 보람있었다고 모두들 느꼈으리라. 더하여 장딴지 근육의 뻐근함이 오히려 기분 좋게 느껴지기까지 한다면 그대 역시 요산(樂山)하는 인자(仁者)라고 불릴만하다.

-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