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12-북한산 숨은벽~백운대(특별산행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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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영 작성일22-02-13 23:15 조회46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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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12-북한산(숨은벽~백운대~하루재~도선사)
[일정]
1006 고양시 효자2동 버스정류소
1016 밤골공원지킴터
1049 숨은벽 입구
1126 숨은벽 전망소
1157 악어등 능선 아래
1200 구멍바위 통과
1235 호랑이굴 통과
1245 백운대 아래에서 점심
1330 출발
1340 위문 아래
1355 백운대(836.5m) 도착
1420 정상에서 25분을 기다려서 기념 촬영
1442 위문으로 내려옴
1455 백운산장
1524 인수산장
1542 하루재
1632 도선사 좌측 능선 산행 날머리 도착
[활동]
6시간 16분, 7.2km
[참가자]
곽성균, 김시영, 김일동, 손훈재, 송경헌, 우갑상, 이용남, 이필중, 임충빈, 최택상, 홍기창.
[낙수]
이번의 특별산행은 북한산 북쪽의 숨은벽을 1차 목표로 하여 백운대까지 올라가는 일정으로 정했다. 개인적으로 백운대는 2016년 1월 2일, 숨은벽은 2017년 10월 22일을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올라가지 않아서 그동안 변치 않고 잘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였다. 6년 동안이나 백운대를 오르지 않았던 이유는 장거리 위주로 북한산을 등산하다 보니 백운대까지 오르는 것이 부담도 되거니와 주말에 위문에서 백운대로 올라가는 등산로는 혼잡하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숨은벽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지하철 불광역이나 구파발역에서 버스로 환승하여 산행 들머리인 고양시 효자2동 버스정류소까지 약 30분을 더 가야 하므로, 숨은벽 등산로는 서울에서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명이나 되는 친구들이 9시30분을 전후로 지하철 불광역에 모였다. 일행 중에는 숨은벽 등산이 초행인 친구는 물론이고, 특별산행 자체에 처음 얼굴을 내민 친구까지 있어 오늘 산행은 더욱 의미가 있다. 미세먼지는 많았지만 입춘이 지난 날씨는 쾌청하고 봄이 멀지 않았음을 느끼게 하는 따뜻한 기온이었다.
오전 10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효자2동 버스 정류소에서 내려 1시간 20분을 제법 힘들게 걸어서 숨은벽이 보이는 암릉 위에 도착하였다. 숨은벽 능선에서 보면, 왼쪽으로는 인수봉, 오른쪽으로는 백운대를 두고 그 가운데에서 능선의 움푹 파인 곳을 향하여 입을 치켜세운 채 기어오르는 듯한 모습의 악어등 암봉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숨은벽 능선은 북한산 북쪽의 압도적인 비경 중의 하나이다. 다만 미세먼지가 짙은 데다가 인수봉 위쪽에서 빛나는 오전의 햇살에 반사된 풍광은 오늘따라 그 모습이 그다지 선명하지 않아서 다소 애석하였다. 백운대 아래쪽의 북사면은 검은색의 겨울 숲 사이 계곡을 따라 잔설이 늘어진 띠처럼 희끗희끗 남아 있었다.
악어등 암봉 아래쪽의 구멍바위를 통과한 다음 가파른 암석 구간을 쇠파이프에 의지하여 내려온 숨은벽 계곡길은 아직도 눈 속에 얼어붙어 있었다. 다시 한 번 숨이 턱에 차도록 헉헉대면서 마지막 계단을 오르면 호랑이굴이라고 부르는 암벽의 틈새가 나타난다. 호랑이굴까지 연결된 계단은 최근에야 설치한 것으로, 전에는 가파른 암벽 사이에 몸을 끼워 넣은 채 위험하게 통과하여야 했었다. 이 호랑이굴을 빠져나오면 백운대와 인수봉의 남쪽 기슭이 새로운 세상처럼 눈 아래로 펼쳐진다.
백운대 바로 아래의 양지바른 산기슭에 자리 잡고 점심 식사를 하던 중에 갑자기 백운대는 올라가지 말고 바로 하산하자는 의견이 일행 사이에서 제기되더니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려고 하였다. 식사 장소에서 백운대 정상까지는 번잡하지 않으면 20분 만에 올라갈 수 있는 거리인데도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위문 옆의 계단에서 기념 촬영을 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되어 일행 모두 정상까지 오르는 것이 기정사실로 바뀌었다. 숨은벽 구간을 힘들게 통과한 70이 넘은 친구 11명 모두 백운대까지 오르는 것에 의기투합하여 행동을 같이하기로 한 것이다. 그중에는 백운대를 평생 처음으로 오르는 친구들까지 있었다. 악의 유혹을 물리친 집단 이성이 우리들의 정의로운 산행의 역사를 바로 세운 순간이다.
위문에서 백운대로 오르는 길은 평상시의 주말과는 달리 비교적 한산하여 예상한 대로 15분 만에 백운대 정상에 도착하였다. 오늘은 정상 표지석에서 기념촬영까지 하기로 하여, 길게 늘어선 줄 맨 뒤에서 인수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휴식도 취하면서 느긋하게 25분간 차례를 기다렸다. 태극기봉을 배경으로는 개인 촬영을 하고, 백운대 표지식을 앞에 두고는 단체 촬영을 하였다. 서울에 살면서 등산깨나 함에도 불구하고 백운대에도 올라가지 않았다면 70이 되어도 아직 등산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다. 마치 중국 사람들 사이에서 “인생에 장가계에 가보지 못하면 백세가 되어도 노인이라고 부를 수 없다”(人生不到張家界 百世豈能稱老翁)고 말하는 것과 같다.
백운대 왕복만으로 50분 가까운 시간을 보낸 후에 다시 위문으로 내려와서 지난 1월 9일 북한산 종주시에 올라갔던 백운산장 계곡을 반대로 하산하였다. 응달진 계곡의 곳곳에는 눈이 얼어 있어서 하산길은 더디고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하루재부터는 다시 따스한 북한산 남사면이다. 오늘 하루의 등산길은 겨울과 봄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두 계절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 주었다. 하루재에서 도선사 좌측 능선을 타고 우이동 종점에 도착하니 오후 4시 32분이었다. 하산 회식을 하기에도 안성맞춤인 시간이다.
평지에서 높이 솟은 부분을 산이라고 정의할 때, 등산은 역시 깊이 들어가서 높이 오르고 볼 일이다. 오늘 우리는 북한산 배후에 깊이 숨어 있는 숨은벽으로 돌아 들어가서 그 최고봉인 백운대에까지 오르는 모범적인 등산을 한 것이다. 쉽지 아니한 등산을 끝까지 같이한 일행이 자랑스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