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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우회 게시판

211231-위례둘레길~남한산성 송년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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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영 작성일22-01-01 17:57 조회362회 댓글3건

본문

211231-위례둘레길~벌봉~남한산성 북문

 

[일정]

1008 하남 검단산역

1055 쥐봉(128m) 기슭 샘재로의 한 지점에서 산행 시작

1110 바깥샘재 갈림목. 샘재는 하남시 천현동과 감북동 사이의 쥐봉을 넘어가는 재.

1118 안샘재 갈림목

1147 객산(292m)

1235 막은데미 고개 인근의 양지바른 낙옆 밭에서 점심

1312 출발

1342 새바위

1412 벌봉 아래 벤치에서 휴식

1424 남한산성 제3암문 통과

1425 벌봉(515m), 바위가 벌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1443 봉암성 폐허 도착

1511 북문 도착

1535 주차장 인근 두부집에서 회식, 이용남 회장, 홍기창 차기 회장 인사.

 

[활동]

4시간 40/ 11km/ 21,000

 

[참가자]

곽성균, 김시영, 김용수, 양승찬, 우갑상, 이용남, 장창학, 지용붕, 최택상, 홍기창

 

[낙수]

  20211231일 신축년 마지막 날에 송년 산행을 하는 것은 지나가는 세월을 정리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임인년을 맞이하고 싶기 때문이다. 흐트러진 마음을 올곧게 하는 방법으로는 겨울 산길을 천천히 걸어 보는 것이 좋다. 무성하던 잎을 다 떨쳐버리고 매서운 겨울 바람 가운데 바짝 마른 가지만 그대로 드러낸 채 서 있는 나목에서 정신화의 극에 이른 수행자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영하 7도를 오르내리는 추위 속에서 위례둘레길 입구를 찾아 잠시 하남시 덕풍동의 샘터로를 우왕좌왕하였지만, 128m의 야산에 불과한 쥐봉의 산기슭에서는 어디로 올라가든 둘레길로 연결된다. 뜻대로 오르더라도 가고자 하는 길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기 때문이다. 공자의 종심소욕을 우리들의 산행에 마구잡이로 적용해 본 것이다. 대기는 차가웠지만 바람이 거의 불지 않고 햇살은 쨍하도록 투명하여, 낙엽이 수북이 쌓인 야산 길을 걷는 겨울 산행의 즐거움이 발길마다 전해진다.

 

  출발한 지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아서 도착한 위례둘레길의 객산은 산 이름의 유래가 재미있다. 옛날에 마귀할멈이 한양 땅에 남산을 만들려고 이천에 있는 도드람산을 떠서 치마폭에 싸 가지고 가던 중에 힘이 들자 현재의 하남시 중부면 춘궁동에 두고 가버렸다는 전설이 있다. 객지에서 온 산이라는 의미의 객산(客山)은 이 전설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지질시대의 설화 같은 마귀할멈의 이야기보다는, 이천이나 광주 지방의 나그네가 하남으로 가는 지름길로 객산을 넘나들면서 객이 많이 다니던 산이라는 뜻에서 객산으로 불리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근거 없는 막연한 추측도 해 본다.

 

  사미 고개, 막은데미 고개 등 친근하지만 말뜻을 짐작하기 어려운 토착 이름의 고개를 지나서 양지바른 산비탈에 열 명이 둘러앉아 컵라면 위주의 점심과 약간의 도수 높은 음료를 두어 잔씩 마셨다. 겨울 산행을 해 보면 굶주린 산새들이 사람 겁을 내지 않고 등산객이 남긴 밥알이라도 쪼아 먹기 위해서 식사하는 주위에 모여드는 것을 더러 경험한다. 그러나 눈이 없고 낙엽만 수북이 쌓인 위례둘레길에는 등산객한테 손을 벌리지 않더라도 모이가 될만한 것들을 찾기가 쉬운 모양인지, 식사 중에도 산새가 날아들지 않았다.

 

  객산에서 위례둘레길을 거쳐서 남한산성의 벌봉에 이르는 길은 완만하지만 깊고도 고적하다. 앞서가는 일행의 등산화가 남기는 낙엽 밟은 소리마저 심산의 적막감을 더해 줄 뿐이다. 적막함은 고독을 불러오고 고독은 존재의 거울이 된다. 숲을 비집고 내리는 오후의 광선이 산길에 쌓인 낙엽 위로 신비한 얼룩무늬를 길게 만들고 있다. 그 무늬는 지난 일 년간 산길을 걷는 동안 스쳐 간 내 상념의 잔상과도 같다.

 

  형상이 벌을 닮았다고 해서 벌봉 또는 봉암(蜂巖)이라고 부르는 약간 위태로운 바위 봉우리까지 굳이 발품을 들여 올라가서 각자 독사진을 찍었다. 벌봉 바로 위쪽에는 폐허가 된 봉암성터가 남아 있으니, 남한산성의 동쪽 끝에서 외성 구실을 하던 성이다. 봉암성터가 비감을 느끼게 하는 점은 남한산성과는 달리 폐허로 되어 지금까지도 복구하지 아니하였다는데 있다. 남색옷으로 갈아입고 1637130일에 삼전도로 내려가서 청 태종 누르하치에게 삼배구고두례(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림)를 행한 인조의 비참함과 조선왕조의 참담한 역사와 연관되는 유적이기 때문에 봉암성이 주는 비감은 더욱 깊다.

 

  남한산성 제3암문을 지나면 북문 이정표가 나타난다. 북문 이정표에는 괄호 속에 전승문이라고 표기를 더해 두고 있다. 전승문이란 전투나 전쟁에서 모두 이겼다는 문이거나 앞으로 이기자는 결의를 다짐한다는 의미의 문일 것이다. 조선왕조실록 인조 14(1636) 12월의 기록에 의하면, 조선군은 산성 주변에 순찰 중인 청나라 군사를 세 차례에 걸쳐서 도합 46명을 살해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설마 이런 기록을 근거로 북문을 전승문이라는 별칭을 붙인 것은 아닐 것이다. 조선왕조의 역사는 알면 알수록 점점 깊이 자기 비하로 빠져들기 쉽다는 데서 우리 역사의 비극이 있다.

 

  오후 310분경에 전승문 앞으로 내려옴으로써 오늘의 산행과 함께 금년의 산행을 마치게 되었다10명이 들어가서 회식을 할 만한 식당을 찾았으나 한 번 거절을 당한 후에 다시 시도한 끝에 적절한 식당을 골라서 들어갈 수 있었다. 첫 번째의 거절은 식당에 입장하는 우리들의 행동 방법이 문제였던 것으로 자성하면서, 무한 역병에 대한 방역 정책상의 불합리한 제약에 대해서는 임기응변으로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산 지식을 습득하였다. 비록 10명만 참가한 조촐한 송년산행의 뒷풀이였지만, 구산장의 노고에 대한 치하와 신산장에 대한 산원의 충성서약 및 그에 대한 답례주의 하사가 있었다. 춥고 오그라들기 쉬운 계절에 추위에 정면으로 맞섬으로써 허망하게 지나가는 세월에 좀 더 의미를 부여하는 오늘의 산행이었다고 자평한다.

 

 

 

댓글목록

김시영님의 댓글

김시영 작성일

과찬의 답글들에 감사드립니다. 산행기를 게속 쓸 구실과 힘을 얻습니다.

이규형님의 댓글

이규형 작성일

멋진 표현이 군데군데 번득입니다.
"적막함은 고독을 불러오고 고독은 존재의 거울이 된다."
우연히 들어와 새삼 김변의 다양한 talent 에 심취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내- 건강하시기를

장창학님의 댓글

장창학 작성일

김변의 산행기에 정성스러움이 묻어나 감동입니다. 멋져요!!!  그리고 수고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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