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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둘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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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천 작성일07-06-19 12:07 조회6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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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형준이를 그리워하며......

내가 형준이를 고교 졸업후 처음 만난 건 아마도 85년경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그당시 일거리를 찾고 있었는데 형준이가 포워딩 비지네스를 추쳔하여 같이 일을 시작하려는 찰라였다. 오랜만에 만나 할 얘기도 많았지만 우선 일 얘기부터 하자며 형준이가 나에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 날 L.A. 형준이 집에서 만나 저녁을 먹으면서 시작한 얘기는 그 다음날 새벽 6시경에야 끝이 났는데 약 12시간에 걸친 우리의 대화에서 나는 아마도 약 12분 정도 얘기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우리의 대화는 모두 비지네스 얘기만은 아니었다.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이냐, 서 부터 미국 생활은 이렇게 해야 이민족으로서 생존할 수 있고, 그 얘기 중간에 미국의 역사와 고대 역사에서 로마가 어떻게 멸망했고 그러므로 미국 정책은 이래야 하고, 우리는 그 정책이 채택될 수 있도록 저렇게 해야하고, ......... 그의 이야기는 끝날줄 모르고 이어졌다. 얘기 도중에 자동차 얘기가 나왔는데 형준이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역사서 부터 근대 미국 자동차 산업의 발전상과 미국차가 세계시장에서 맥을 못출 것이며 일본차의 시장석권이 눈앞에 와있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가야할 산업은 경비행기 쪽이라며 열변을 토했다. 그리고..................
세상에 뭐 모르는게 있어야지...... 얘가 뭐 모르는게 있기는 있을까 라고 나는 자문해 보았다. 한번은 난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동양란은 물론 서양란에 대해서도 전문가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 뿐이 아니었다. 그림이면 그림, 음악이면 음악, 세상에......... 화가의 출생지서 부터, 초현실주의니 낭만주의니 그 시대의 역사까지, 게다가 요즈음 경매에서는 이런저런 그림들이 얼마에 거래가 되는 것 까지........화! 정말 두손 두발 다 들을 수 밖에 없었다.

두시간 정도 잤을까, 형준이가 나를 깨웠다. 야, 쫌 더 자면 안되겠냐, 게으른 나의 볼멘 목소리는 형준이의 우렁찬 기합소리에 이내 잠겨버렸다. 얀, 마, 해가 니 똥구멍을 쑤신지가 오래됐다, 이놈아, 얼른 일나!
겨우겨우 샤워를 하고 감기는 눈을 부릅뜨며 형준이의 사무실로 끌려간 시간은 아침 아홉시였다. 그때부터 형준이는 이리저리 다니면서 업무 지시도 하고 나를 끌고다니며 이런저런 일을 가르쳐주었다. 두시간 잔 놈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할 수가 없는 그의 스테미나에 나는 또한번 놀랬다. 특히 그의 목소리는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었다.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그가 말하면 콩으로는 절대 메주를 쑬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또, 설령 그렇게 생각했더라도 콩 얘기를 하면 안될 것 같은, 그리고 맞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하는 것이었다. 사무실에서도 누구하나 그에게 존경심을 안가지고 있는 직원은 하나도 없었던 것 같았다. 그렇게 하루죙일 이리뛰고 저리뛰고 일을 다 보는 동안 나는 병든 닭처럼 사무실 의자에 기대어 졸기도 하고 형준이가 야단치면 야단맞고 그랬다. 그러더니 그 날 저녁 집에 와서 저녁먹고 또 얘기가 시작되었는데 새벽 두시가 되어서 나는 그만 그 얘기를 다 듣지 못하고 잠에 빠지고 말았다. 물론 형준이의 야단을 맞고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형준이가 경비행기 비지네스를 하기위해 서울에 왔었는데 건교부에서 경비행기 분야를 담당하는 공무원을 만나 자문을 구한 적이 있었다. 공무원들이 다 그런건 아니지만 이 공무원 양반이 형준이의 말에 사사건건 교통법 제 몇조 몇항에 보면 이런저런 규약이 있기 때문에 안된다고 계속 발목을 잡고 늘어졌던 것이었다. 약 한시간 정도의 미팅 후에 형준이가 말했다. 저도 법을 공부하고나서 다시 만나뵙겠습니다. 삼일만 시간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공무원 양반은 속으로 코웃음을 치며 3일 후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해주었다. 그 날 밤 부터 몇 페이지인지는 모르지만 좌우지간에 어마어마하게 두꺼운 법전을 읽기 시작한 형준은 3일 밤을 꼴딱 새우고 경비행기에 관한 거의 모든 법규를 다 섭렵했다. 다시 만난 그 공무원 양반이 지난번과 똑같은 논조를 펼칠라고 하는 순간 형준이의 카운트 블로우가 작렬하기 시작했다. 아, 그 규약은 제 5조 6항에 보시면 예외 규정이 명시되어있고요, 또, 제 6조 8항에 보시면 이런저런 규약이 아까 말씀하신거와는 정반대의 개념으로......왈왈왈왈......... 뭐 질문 사항 있으십니까? .....................
그 공무원 양반, 처참하게 형준이게 두둘겨 맞고 아마도 직장생활을 때려치고 싶었을 거라고 사료된다. 정말로 고만 뒀을지도 모르고..........그 이후에 형준이는 다시는 그 양반을 만날 수 없었다. 만나봐야 본전도 챙길 수가 없으니까....

형준이가 골프를 시작했다며 둘둘회 게시판에 때로는 골프가 쉽다고, 때로는 골프가 어렵다고 많은 얘기를 글로 남겨 놓았다. 그의 유머 감각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데....그의 글은 아직도 우리를 웃기고 있는데............그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한데..........그는 가고 없다. 형준아, 부디 편히 쉬게!
우리 곧 또 만나세.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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