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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복음(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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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진 작성일14-01-10 11:16 조회1,239회 댓글0건

본문

2014년 1월 10일 금요일 
 
[(백) 주님 공현 후 금요일]
 
<곧 그의 나병이 가셨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5,12-16

12 예수님께서 어느 한 고을에 계실 때, 온몸에 나병이 걸린 사람이 다가왔다. 그는 예수님을 보자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이렇게 청하였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13 예수님께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그러자 곧 나병이 가셨다.
14 예수님께서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그에게 분부하시고, “다만 사제에게 가서 네 몸을 보이고, 모세가 명령한 대로 네가 깨끗해진 것에 대한 예물을 바쳐, 그들에게 증거가 되게 하여라.” 하셨다.
15 그래도 예수님의 소문은 점점 더 퍼져, 많은 군중이 말씀도 듣고 병도 고치려고 모여 왔다. 16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외딴곳으로 물러가 기도하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
 1월 10일 *주님 공현 후 금요일(R) - 루카 5,12-16

"곧 그의 나병이 가셨다."

<하느님과 인간의 접촉> 

지난여름 해가 떨어지기를 기다렸다가 가까운 야산으로 산책을 나갔을 때였습니다. 한 나무 밑을 지나오자마자 갑자기 온 몸이 가렵기 시작했습니다. 풀독으로 인한 것인지 어떤 곤충의 분비물로 인한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순식간에 목이며 팔이 사정없이 부풀어 올랐습니다. 

좀 지나면 괜찮겠지, 정 안되면 내일 날 밝으면 피부과에 가야지, 하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상황은 점점 심각해졌습니다. 여기저기 얼마나 가렵던지 참으려니 펄쩍펄쩍 뛸 지경이었습니다. 긁으니 점점 더 부위가 넓어지니 나중에는 손끝을 붕대로 감싸면서 그렇게 밤을 지새웠습니다. 그렇게 밤새 안절부절 못하면서 나환우들이 겪었을 고통에 잠시나마 동참했습니다. 

예수님 시대 가장 가난했으며 가장 비참한 삶을 살아갔던 사람들이 바로 나환우들이었습니다. 번번한 치료제도 없던 당시 매일 썩어 문드러져가는 자신의 환부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보는 것은 참으로 큰 괴로움이었습니다.

그런데 더 큰 고통이 있었으니 그것은 세상 사람들의 시선이었습니다. 당시 나병을 하느님의 벌로 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나병에 걸리면 더 이상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성 밖으로 나가 동굴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한 마디로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나환우는 ‘온 몸에 나병이 걸린’이라는 표현을 통해서 환우들 가운데서도 가장 중증 환우였습니다. 그는 이미 오랜 세월 나병에 시달려왔습니다.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갔습니다.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었으면 하는 심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치유자 예수님에 관한 소문을 들었습니다. 나환우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내 인생의 마지막 기회로구나. 목숨을 한번 걸어보자.’ 하면서 율법규정까지 어겨가면서 예수님께 다가왔습니다. 

치유되고 싶은 심정이 얼마나 간절했으면 얼굴을 땅에 대고 완전 납작하게 엎드렸습니다. 그리고 정말이지 온 몸과 마음을 다 담아서 절박하게 청합니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참으로 감동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온 몸이 종기로 뒤덮인 한 가련한 인간과 측은지심으로 가득 찬 하느님이 만나는 순간입니다. 그 순간 나환우가 지니고 있었던 수많은 죄와 상처, 종기, 고름은 뜨거운 하느님 사랑의 불꽃에 모두 소멸되어 버렸습니다. 그 대신 태초의 보송보송한 애기 피부로 아름답게 재생되었습니다. 

결국 죄인인 우리, 결핍과 상처투성이뿐인 우리 인간이 살길은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과의 지속적인 접촉입니다. 

한 가련한 인간과 구체적으로 접촉하시는 치유자 예수님의 모습을 묵상하면서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회심의 길을 걷기 시작한 프란치스코가 하루는 말을 타고 길을 가다가 한 나병환자를 만났습니다. 프란치스코 시대 당시도 나병환자들은 가장 밑바닥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프란치스코에게도 그들은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프란치스코의 마음 한편에서는 빨리 그를 지나쳐가고 싶은 마음도 일었습니다. 그를 보는 것 자체가 역겨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기도 중에 떠오른 하느님의 말씀이 귓전을 울렸습니다. 

“프란치스코야, 네가 나의 뜻을 알고자 한다면 네가 육신 안에서 갈망하고 사랑하던 모든 것을 미워하고 경멸하는 것이 너의 의무이다. 그리고 네가 이것을 시작했을 때 지금 너에게 달콤하고 사랑스럽게 보이던 모든 것이 씁쓸하고 견딜 수 없는 것으로 될 것이다. 그러나 네가 피하던 것들 그 자체가 크나큰 감미로움과 넘치는 기쁨을 가져다 줄 것이다.” 

드디어 프란치스코는 말에서 내려왔습니다. 지금까지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나병환자에게 성큼성큼 다가갔습니다. 그리고는 그를 강하게 끌어안았습니다. 그 순간 역겨움은 달콤함으로 뒤바뀌었습니다. 그 사건이후로 프란치스코는 아무런 미련 없이 세속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우리네 삶 안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삶은 동화 속처럼 언제나 화려하거나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역겨움 투성이입니다. 피하고 싶은 두려움의 대상이 한둘이 아닙니다. 그러나 회피하지 않고 똑바로 직면할 때, 도망가지 않고 크게 팔을 벌려 끌어안을 때 공포의 대상들이 은총과 축복으로 변화될 수 있습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부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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