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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우회 게시판

오늘의 복음(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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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진 작성일13-11-12 09:49 조회1,147회 댓글0건

본문

2013년 11월 12일 화요일 
 
[(홍) 성 요사팟 주교 순교자 기념일]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7,7-10

그때에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7 “너희 가운데 누가 밭을 갈거나 양을 치는 종이 있으면, 들에서 돌아오는 그 종에게 ‘어서 와 식탁에 앉아라.’ 하겠느냐? 8 오히려 ‘내가 먹을 것을 준비하여라. 그리고 내가 먹고 마시는 동안 허리에 띠를 매고 시중을 들어라. 그런 다음에 먹고 마셔라.’ 하지 않겠느냐? 9 종이 분부를 받은 대로 하였다고 해서 주인이 그에게 고마워하겠느냐?
10 이와 같이 너희도 분부를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고 말하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
 2013년 다해 연중 제32주간 화요일

< 저희는 쓸모 없는 종입니다 >

복음: 루카 17,7-10

    < 엄마의 뒷모습 >   

이철환 작가가 ‘연탄길’이란 책에 ‘엄마의 뒷모습’이란 제목으로 쓴 실화입니다.

종현이란 아이는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워 학원 수강료를 낼 수 없었습니다. 선생님이 보는 종현이는 항상 머리에 백묵 가루를 뒤집어쓴 채 맨 앞자리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었습니다. 종현이가 수강료를 내지 않는 대신 모든 교실의 칠판 지우는 일을 도맡아 했기 때문입니다.

어느 추운 겨울, 종현이는 책 살 돈이 없어서 시장에서 생선장사 하시는 엄마에게 달려갔습니다. 그러나 멀찍이서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보고는 더 이상 달려갈 수 없었습니다. 엄마는 낡은 목도리를 머리까지 감고, 질척이는 시장 바닥의 좌판에 돌아앉아 도시락을 먹고 있었습니다. 김치 하나로 차가운 도시락을 먹는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종현이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종현이의 아버지는 술을 마시고 자식들 보는 앞에서도 어머니를 자주 때렸습니다. 그러다가 스스로 세상을 저버리고 말았습니다.

종현이에게는 형도 있습니다. 그러나 웃는 얼굴이 더 무서운 뇌성마비 장애인입니다. 장애인이었지만 엄마가 잘 아는 과일 도매상에서 리어카로 과일 상자를 나르는 일을 했습니다.

종현이는 엄마의 뒷모습만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냥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와 형을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날 밤 종현이는 잠을 깨려고 몇 번이고 책상에 머리를 부딪치며 하얗게 밤을 새웠습니다. 가엾은 엄마를 위해서...

시간이 흘러 수능을 치렀고 종현이는 서울대에 합격했습니다. 종현이는 합격통지서를 들고 엄마가 계신 시장으로 갔습니다. 그날도 엄마는 지나가는 사람들과 등을 돌리고 앉아 도시락을 먹고 있었습니다. 종현이는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예전과 꼭 같은 아픔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울며 뒤돌아가지 않고 엄마에게로 다가갔습니다. 따뜻한 국물도 없이 차가운 밥을 꾸역꾸역 드시는 엄마의 가난한 어깨를 종현이는 등 뒤에서 힘껏 껴안았습니다. 엄마는 먹던 밥을 삼키지 못하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그날 어머니는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에게 돈도 받지 않고 생선을 모두 내 주셨고, 뇌성마비로 말 한 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는 종현이의 형은, 자신이 끌고 다니는 손수레에 종현이를 태우고 다니며 시장 사람들에게 동생을 자랑하였습니다. 

종현이는 서울대에 합격했습니다. 물론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노력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를 지탱해 준 것은 바로 자신을 위해 희생하시는 ‘어머니의 뒷모습’이었습니다. 그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계단삼아 목표에 다다르게 된 것입니다. 어쩌면 그런 어머니의 사랑이 없었다면 종현이는 아예 공부를 할 기회도 얻지 못했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안다면 종현이는 절대 자신의 영광만을 찾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은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을 충실히 수행하고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라고 말하라고 하십니다. 내가 무언가 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감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그분의 덕이라고 생각한다면 감사하게 됩니다. 종을 주인이 거두지 않았다면 길에서 굶어 죽었을 수도 있을 텐데 주인을 위해 일 조금 한다고 해서 생색을 어찌 내겠습니까? 하느님이 없으면 어차피 우리는 죽은 목숨들이었습니다. 

이제 성탄절이 다가옵니다. 성탄절이나 부활절 전야미사는 다른 여느 미사보다 성대하고 화려합니다. 그러나 이런 모든 잔치가 끝나고 성당의 모든 불이 꺼지고 나면 사제는 홀로 남습니다. 그리고 무언지 모르는 공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기쁘고 행복해야 하는데 모두가 떠나버린 텅 비고 어두운 성당, 그리고 아무도 없는 사제관에 들어오면 자신도 모르게 맥주 한 캔을 꺼내 텅 빈 가슴에 쏟아 붓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것이 채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아마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큰 행사를 치르고 나서 이런 감정을 느껴본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저도 그러면서 ‘왜 이런 감정을 들까?’라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것은 나도 이런 것들을 위해 고생했는데 나에게도 조금은 영광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른 수고한 사람들을 위해서는 일일이 호명하며 박수를 쳐주고, 또 모든 영광을 하느님께 돌린다고 하면서도 내심 칭찬과 영광의 목마름을 느끼는 것입니다. 

카시아의 성체기적은 잘 아시다시피 종이 위에 성체가 피로 변해 스며들어버린 것입니다. 성체가 스며든 그 종이는 감실에 고이 모셔져 있습니다. 종이는 그냥 밖에 버려져 썩어버려야 마땅하지만 그리스도께서 그 종이에 스며들어 계시기 때문에 감실에 모셔두는 것입니다. 우리도 이 종이와 마찬가지입니다. 그분께서 우리를 뽑아주셔서 하늘나라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합니다. 우리의 처지를 직시하게 되면 지금 이상의 더한 영광을 바라지 않게 될 것입니다.
 

- 전삼용(요셉)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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