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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우회 게시판

오늘의 복음(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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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진 작성일13-10-24 07:02 조회1,235회 댓글0건

본문

2013년 10월 24일 목요일 
 
[(녹) 연중 제29주간 목요일]
 
<나는 평화를 주러 온 것이 아니라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49-53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49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 50 내가 받아야 하는 세례가 있다. 이 일이 다 이루어질 때까지 내가 얼마나 짓눌릴 것인가?
51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52 이제부터는 한 집안의 다섯 식구가 서로 갈라져, 세 사람이 두 사람에게 맞서고 두 사람이 세 사람에게 맞설 것이다. 53 아버지가 아들에게, 아들이 아버지에게, 어머니가 딸에게, 딸이 어머니에게,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맞서 갈라지게 될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

2013년 다해 연중 제29주간 목요일

< 나는 평화를 주러 온 것이 아니라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

복음: 루카 12,49-53

    <  세상에 불을 지르는 사람 >   

우리는 전태일 열사를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태일의 나이 17살이 되던 1965년, 그는 평화시장의 삼일사에 취직합니다. 학생복 맞춤집인 이곳에 시다로 첫 발을 들여놓은 것입니다. 삼일사에서 미싱보조로 미싱일을 배운 태일은 1966년 가을에 통일사에 미싱사로 전직을 합니다. 이제 태일은 열심히 일해서 어머니를 편하게 모시고 자신도 포기했던 공부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꿈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평화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지 1년여 동안 태일은 많은 것을 보고 경험했습니다. 처음 그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이것저것 가리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일하고 있는 곳, 평화시장. 평화시장에서 일하는 나이 어린 여공,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 그것은 바로 태일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이기도 했습니다. 통일사에서 미싱사로 일하면서 태일은 어렴풋이나마 노동자와 자본가의 계급적 관계에 대해 깨닫기 시작합니다. 하루 14시간 이상 일을 하고도 월급은 거의 평상 임금 정도에 불과한 것이 공장 주인의 착취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 것입니다. 당시에는 단순히 '억울하다'는 감정을 가졌지만 이 원시적인 감정이 전태일이 가지고 있던 인간에 대한 애정이 깔린 직관이었고 머지않아 그가 누구의 도움도 없이 자생적으로 노동운동을 시작할 수 있는 거름이 되었던 것입니다.

열 두세 살의 어린 소녀들이 일당 70원을 받으며 점심도 굶은 채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태일의 가슴속에서는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의 회오리가 일었습니다.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드리고 자신도 그렇게 하고 싶었던 공부를 계속할 수 있는 길이 있었지만, 태일은 자신이 놓인 환경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태일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평화시장에서 고통스럽게 일하는 어린 여공들의 비참한 모습이었지만, 그의 내부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인간에 대한 자각’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며 최저임금과 노동법의 개정을 요구하며 분신합니다. 전태일이 산화한 1970년을 분기점으로 노동운동의 양상은 급격하게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전태일 열사가 산화한 이후, 박정희 정권은 정치적 위기를 맞아 71년에 ‘국가비상상태’를 선포하고 72년에 10월 유신과 긴급조치를 선포합니다. 하지만, 자각하기 시작한 노동자의 투쟁은 더욱 힘차게 불타올라 70년대는 가장 격렬하고 뜨거운 투쟁이 타올랐던 시기였습니다. 70년대에 약 2,500개가 넘는 노동조합이 결성되었고 70년 11월 청계피복노조, 73년 신진자동차(현 대우자동차), 원풍모방, 동일방직, 아세아자동차 노동조합 등 대기업 민주노조의 탄생을 알리는 사건들이 속속 발생했습니다.

[출처: http://kin.naver.com/browse/db...

전태일은 자살을 한 것일까요, 순교를 한 것일까요? 며칠 전 신학생들에게 수업을 하는데, 한 학생이 마카베오 하권의 프톨레마이오스가 유다인들에게 의로움을 베풀다 모함에 휘말려 직무를 명예롭게 수행할 수 없게 되자 독약을 먹고 영예로운 죽음을 택한 것에 대해 말하면서, 성경에서 이렇게 영예로운 자살도 좋게 말하고 있는데 도대체 자살과 순교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물어왔습니다.

제 생각으론, 자살은 어떤 가치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이 아니라 삶이 힘들어 생명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포기하는 것이고, 순교는 생명도 귀하게 여기고 살고 싶기도 하지만 더 큰 가치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 고귀한 생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소크라테스는 감옥에 갇혀 빠져나갈 수도 있었지만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억울한 누명 때문에 독약을 마시고 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만약 소크라테스가 생명을 경시하는 사람이었다면 이것은 자살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아닐 것입니다. 그는 생명도 소중히 생각하고 살고 싶기도 했지만, 그에겐 더 큰 가치, 즉 정의가 목숨보다 더 소중했던 것입니다. 자살은 사는 것 대신 죽음을 택한 것이지만, 소크라테스는 정의를 생명보다 더 귀하게 여겼던 것입니다.

순교자들이 만약 예수님의 십자가를 발로 밟고 지나가면 그들의 생명은 지킬 수 있었을 것입니다. 순교자들은 삶과 죽음을 갈등한 것이 아니라, 믿음과 죽음의 가치를 놓고 갈등한 것입니다. 그리고 믿음이 죽음보다 소중하다고 여겼기에 신앙을 포기하기를 원치 않아 생명을 포기한 것입니다. 이들에게 이런 갈등이 없었다면 굳이 목숨을 끊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자살과 순교를 나눌 수 있는 더 확실한 표징은 자살은 힘이 없지만 순교는 힘을 발휘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순교자들의 피 위에 자라난 교회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리스도는 당신이 예루살렘에서 돌아가셔야 함을 아시면서도 당당하게 그 죽음을 향해 걸어가셨습니다. 자살일까요, 순교일까요? 예수님은 무엇을 보고 계셨을까요? 바로 당신의 죽음으로 열리게 될 수많은 열매를 보고 계셨던 것입니다. 그 엄청난 힘은 2천 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로 활활 타며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자살은 그 사람이 죽으면 그만이지만, 순교는 그 죽음을 통해 많은 열매가 맺히는 것을 지향한다는 것입니다. 이 열매 맺히게 하는 ‘힘’을 우리는 ‘성령’이라고 부르고 ‘불’이라고도 부르며,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 이 불을 놓아 세상을 태우기 위해 오셨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우리 또한 자살 아니면 순교, 둘 중의 한 길로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내 목숨은 이 세상에 불을 지필 불소시게입니다. 나에게 불을 붙이면 자신이 소진됩니다. 그러나 그 불을 붙이지 않으면 누구에게도 불을 붙여줄 수 없습니다. 우리도 세상에 불을 붙이기 위한 소명으로 태어난 사람들입니다. 피가 불이고 생명이고 성령입니다. 가치 있는 죽음이란 - 물론 이 죽음이 바로 삶의 길이지만 - 내 자신을 성령의 불로 활활 태워 이 세상의 복음전파를 위한 불소시게가 되는 길입니다. 사랑은 불이고 내 안에 사랑이 들어오면 우리는 그리스도를 잇는 세상의 작은 불소시게가 됩니다.

- 전용삼(요셉)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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