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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우회 게시판

오늘의 복음(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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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진 작성일13-06-28 09:01 조회1,133회 댓글0건

본문

2013년 6월 28일 금요일 
 
[(홍) 성 이레네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8,1-4

1 예수님께서 산에서 내려오시자 많은 군중이 그분을 따랐다. 2 그때에 어떤 나병 환자가 다가와 예수님께 엎드려 절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3 예수님께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그러자 곧 그의 나병이 깨끗이 나았다.
4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다만 사제에게 가서 네 몸을 보이고 모세가 명령한 예물을 바쳐, 그들에게 증거가 되게 하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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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신부와 함께 하는 마음의 산책

2013년6월28일 연중 제12주간 금요일 복음묵상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마태오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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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병 환자가 예수님께 다가와서 자신의 병을 치유해달라며 한 말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내가 일본에 와서 첫 주임 신부로 있던 본당은
반경이 짧게는 20킬로에서 길게는 60킬로가 되는 넓은 지역을 본당 관할로 가지고 있었다.
그 끝으로 쿠사츠라는 일본 삼대 유황 온천이 있는데,
그 한 구석에 한센병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마을이 있다.
그곳 신자 가족들과 삼 년간 함께 하면서 느낀 바는 지금도 내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뒤져보니 그 당시 마을을 다녀와서 적어놓았던 글이 하나 발견되어 소개해본다.

자타 모두가 천형(天刑)이라고 생각하며 가족을 비롯한 모든 이들로부터
버려진 삶을 살다가 사라진 이들이 겪었어야 할 고통과 두려움 그리고 외로움을 감히 헤아려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치졸한 이기심이 누군가를 절망감이라는 세계로 밀어내고
소외시키고 있지는 않는지 돌이켜 볼 일이다.

오늘은 내가 머물고 있는 성당으로부터 자동차로 두 시간 정도 떨어진 쿠사츠(草津)라는 곳으로 미사를 가는 날이었다. 보통 아침에 떠나면 밤이 되어야 돌아올 수 있는 곳이다.
며칠 전에 분화가 일어났던 아사마야마(淺間山)가 한 눈에 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아직도 정상에서는 하얀 연기를 내뿜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오래 전부터 유황온천으로 유명해서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도 먼 길을 마다 않고
한 달 이상 가마를 타고 와서 온천욕을 즐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일본의 삼대 온천 중의 하나이다.
이곳 온천이 한센병에도 효험이 있다는 설이 있어 약 백여 년 전에 정부가 온천가에서 좀 떨어진 곳에
나환자 집단 수용시설을 만들어놓았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의 선상에 오른 나라들이 그렇듯이 새롭게 한센병에 걸리는 이들은 이곳에도 없다.
대부분의 한센병 환자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거의 비어있는 집들만 우중충하게 남아있다.
당시의 모자라는 의학적 수준 때문에, 정책적으로 이들 모두는 불임수술을 받았기에 자식들도 없다.
그곳에 아주 작은 성당이 하나 있다.
전체 가톨릭 신자 수는 여섯, 그 중에 네 분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미사에 참여한다.
나머지 두 분을 위해서는 봉성체를 한다.
이들 중에 제일교포가 두 사람이 있다. 이곳에서 일어났던 일이나 느낌들은
언젠가 나눌 기회가 있으리라 본다.

하여간 이들 한센병 가족들을 위해 미사를 드리고 왔다.
오늘은 모두들 몸 상태들이 그리 좋지 않았던지 두 사람만이 미사를 참여했다.
그러니 나환자 교우 두 분과, 함께 동행한 수녀님들 네 분과 드린 산골짜기의 작은 미사였다.
그런데도 왠지 어느 때보다 더욱 정성이 가는 미사가 진행된다.

그들과 함께 나눈 강론을 여러분과도 나누고 싶다.

“제가 아주 존경하는 신부님이 계십니다.
돌아가신 지 꽤 오래된 분이시고 저 역시 그분께서 살아계실 때 한 번도 뵌 적이 없는 분이시지요.
신학생 때부터 그분의 시집이나 성가 가사를 통해서 어떤 분이실 거라는 생각만을 갖고 있을 뿐입니다.
오늘은 왠지 그분이 쓴 시 두 개가 떠오르는 날입니다.

두메꽃

외딸고 높은 산 골짜구니에 살고 싶어라.
한 송이 꽃으로 살고 싶어라.
벌 나비 그림자 비치지 않는 첩첩산중에
값없는 꽃으로 살고 싶어라.
햇님만 내님만 보신다면야
평생 이대로 숨어서 숨어서 피고 싶어라.

고인의 기도

주여, 오늘 나의 길에서 험한 산이 옮겨지기를 기도하지 않습니다.
다만 저에게 고갯길 올라가도록 힘을 주소서.
내가 가는 길에 부딪히는 돌이 저절로 굴러가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 넘어지게 하는 돌을 오히려 발판으로 만들어가게 하소서.
넓은 길, 편편한 길 그런 길을 바라지 않습니다.
다만 좁고 험한 길이라도 더욱 깊은 믿음 주소서.

이곳 쿠사츠에 올 때마다 여기저기에 피어있는 이름 없는 꽃들을 보게 됩니다.
어느 정도 꽃들에 대한 상식을 가지고 있는 저이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들꽃들이나 야생화들이 눈에 쉽게 들어옵니다.참 아름답습니다. 녀석들을 보노라면 여러 가지 생각들이 지나갑니다.
또한 드러내지 못하는 여러 아픔들을 겪으면서 한 생을 이곳에서 살아왔을 여러분들도 봅니다.
여러분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던 제가 여러분이 겪은 아픔을 알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면 그것은 오만이 되겠지요.제가 오늘 소개한 이 두 개의 시가 여러분에게 커다란 위로와 하느님을 향한 희망이 되기를 바랍니다.이름 없이 피다가 지는 꽃들도 하느님 앞에서는 결코 소중하지 않은 꽃들이 없음을,
그리고 주어진 고통이 내게서 없어지기를 기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힘과 용기를 달라고 기도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있다는 것을 기억하도록 합시다.”

미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피곤이 몰려온다.
늘 이런 환경에 놓여진 이들과 마주할 때는 강론이 어려워진다.
다만 온 마음으로 그들과 함께 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할 뿐이다.
주님, 저의 입을 통해서 이야기된 모든 말씀이 저에게서 먼저 성취되게 하소서.

서로 껴안으며 미사 중 반갑게 평화의 인사를 나누던 것을 떠올려본다.

- 김대열(프란치스코 사베리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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