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도산행일지

이규도의 산행일지

2002 년

sn	일자/행선지	사진	구분
27	1215관악산		제69차정기산행
26	1124내변산		번외산행-20회이하합동산행5차-32.36회초청
25	1117관악산단상		제68차정기산행
24	1027물한계곡		10월번외산행-20회이하합동산행4차-28회초청
23	1020상장봉능선		제67차정기산행
22	1012설악공룡능선		無量無心 산행
21	0929명성산		번외산행-20회이하합동산행3차; 26회주관
20	0915북한산상장봉		제66차 정기산행
19	0825반암산		번외산행-20회이하합동산행2차-22회주관
18	0818내리.칠룡동계곡		제65차정기산행-특별
17	0801뱀사골반야봉		무심여행
16	0717북한산상장봉		제64차정기산행
15	0616북한산상장봉		제63차 정기산행
14	0519희양산 봉암사		제62차정기산행-특별산행)
13	0512북한산		번외산행-총동문산우회창립9주년
12	0421금물산		제61차정기산행
11	0414관악8봉		번외산행
10	0300호주		milford tracking 글-이상한
9	0324월출산		번외산행-산우회창립5주년기념산행
8	0317관악산		제60차정기산행
7	0301예봉운길		번외산행
6	0217백운산		제59차정기산행
5	0202설원두위봉		아성기술 직원 동계단합산행
4	0126남한산성		눈 내리는 밤 글-허철령
3	0120마니산시산제		제58차정기산행
2	0113검단용마		번외산행-이상한 환송산행
1	0106북한산		번외산행-총동문산우회시산제참석

제목 : 제69차정기산행기-1215관악산단상 2

<021215관악산단상2>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두꺼비바위능선을 오르며 읊조려 봅니다

* 일 시 : 2002년 12월 15일(일) ... 흐리고 갬
* 산행지: 관악산
* 구 분 : 제69차정기산행
* 코 스 : 과천 구세군회관(10:05출)~두꺼비바위능선(케이블카능선)~통신대밑너럭바위~
국기봉~관양동숲길 ... 만수원가든(14:00착)

- 사랑하는 산원 산녀 여러분은 혹시나 소중히 품고 있는 이런 기억이나 추억이 있나요?
우리 아주 어릴 적에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나가는 백사장에서 손으로 모래를 파 내고, 왼손을 푹 집어 넣고 오른손으로 주변 모래를 쓸어 담아 도닥도닥 두드리며 이런 노래를 흥얼거려 보았는지요?
..... '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 .....
애써 모래집을 만들어 놓으면 밀려오는 파도는 금방 그 모래집을 서서히 허물어 버렸고, 그러면 다시 모래를 긁어 모아 도닥도닥 한손으로 모래를 다지면서 그 노래를 부르곤 하였지요!
이내 다른 파도가 밀려와 또 허물어 버린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
그렇게 반나절을 넘게 보내도 전혀 지루한 줄 몰랐지요!
그건 집착도 아니었고 어리석음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순수하고 아름다운 바램의 노래였습니다.
왠지는 모르게 오늘따라 이 노래를 속으로 옹얼옹얼 거리면서 걷고 싶습니다.
..... '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 .....

- 과천 구세군회관 안마당을 조심조심 발걸음을 소리 죽이며 지나서 산길로 접어 듭니다.
우리 산원 산녀들도 이길을 따라 여러번 산행해 보았지요?
이 암릉은 연주대 동남편에 있는 통신대기지 밑까지 이어집니다.
오늘 산행은 이 암릉을 따라서 오르다 통신대기지 밑 너럭바위를 거쳐 장군바위능선을 지나, 국기봉을 경유하여 안양 관양동 숲길 약수터로 가는 코스로 잡았습니다.
오르는 암릉을 따라서 통신대기지까지 케이블카가 설치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 능선을 케이블카능선이라 부르곤 합니다.
그러나, 두꺼비바위능선이래야 옳겠고, 다른 등산객도 그렇게 부른답니다.
왜냐하면, 암릉을 따라 오르다 보면 암릉이 거의 끝나는 지점에 커다란 바위가 있는데 두꺼비 형상입니다. 이 바위가 두꺼비바위라 불립니다.
오늘 산행에서 이 두꺼비바위를 지난다고 생각해서 그럴까요?
그냥 묵었던 아련한 기억의 한모퉁이가 생각나서 이 노랫가락을 읊조려 봅니다.

- 코끝을 스치는 바람이 훈훈하게 느껴지고 기온은 땀도 적당히 날 정도의 겨울 아닌 겨울 날씨입니다.
오랜만의 산행에 굳었던 다리도 이내 풀리고 발걸음도 가볍습니다.
관악산 줄기들의 북사면에는 허연 잔설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발길 내딛는 산길 응달진 곳에도 눈이 남아 녹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산녀님은 달랑 두분 ... 오산총 누님(?)과 울 마눌님 뿐입니다!
오산총 누님은 잘도 오르는데 울 마눌님은 조금은 버거워 하는 듯 합니다.
그 동안 운동을 게을리 했다는 이야기지요!
가끔 몸이 찌푸둥하면 찜질방으로만 가곤 하던 마눌님을 무씬 찜질방이 만병통치방이냐며 타박도 종종 줍니다만 그저 그때 뿐이었습니다.
더구나, 이틀전 군대간 아들 녀석의 편지에, 딸 녀석의 대학입학원서접수에 마음도 싱숭생숭 할 것입니다.
완전군장 행군 16km에서 낙오되지 않고 절룩이며 끝까지 완주하였으나, 발에는 물집이 생기고 영 엉망이었던 모양입니다. 난생 처음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알았고, 이제까지 얼마나 등따습게 편하니 생활해 왔나 생각하며 무릅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나 ...
집생각, 부모. 동생 생각 엄정 했겠지요? 녀석이 다 컸나 봅니다!
울 마눌님 그 편지 보고서 눈가가 어떠했는지도 안봐도 뻔합니다.
난, 나이 50이 다 되어 백두대간종주 산행시 지리산 벽소령에서 밤하늘 별을 보면서 비로소 그걸 느꼈는데, 아들 녀석은 스물을 갓 넘긴 나이에 그걸 느꼈으니 지 애비보다는 훨~났습니다!
다른 산녀님의 딸들도 그렇게 다 눈치보고 머리 굴리며 원서 접수했지요?
그러니, 마눌님, 아들 딸 건강하게 잘해 내고 자기 했던 만큼 거둘 것이니, 그냥 나따라 흥얼거려 봐요!
.... '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 .....

- 암릉을 반쯤이나 올라오다 뒤돌아 봅니다.
희뿌연 아침 안개가 깔려 있는 과천시가 평화로와 보입니다.
그 건너 청계산 자락들도 허연 잔설을 이고 있는 모습이 평온해 보입니다.
문득 아침에 과천으로 오는 전철안의 풍경이 떠 오릅니다.
사당동에서 진성이와 용하를 만났습니다. 전철안은 베낭을 매고 조금 움직이지도 못할 만큼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일요일 아침인데 왠 사람들이 이리 많을까 생각했지만 의문은 곧 풀렸습니다. 경마장 입구에서 전철은 사람들을 거의 다 토해내고 있었습니다. 경마장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앞에 앉은 분이 귀뜸해 주었습니다.
아, 그렇지요!
토.일요일은 경마, 월.화는 경정, 수.목은 경륜이라나 .... !
다시 돌아서서 연주대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 봅니다.
저멀리 두꺼비바위도 보입니다.
아침에 경마장 가는 사람들에게도 이 노랫가락의 추억이 있겠지요?
..... '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 .....

- 이 암릉에는 보조밧줄을 타고 올라야 하는 곳이 한군데 있습니다.
그래서 더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코스입니다.
어떤 등산객은 굳이 바위릿지를 타고 갑니다. 오늘 우린 무조건 우회길만 택했습니다.
그리고 널널히 두꺼비바위에 도착했습니다.
나와 함께 먼저 도착한 이영종이 속닥입니다.
12월7일 부친상때 문상 와 주어 너무 고맙다는 말을 여러번 합니다.
녀석은 이란에서 발인날 새벽에야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자기는 지난 2월 내가 장인상을 당했을 때 조문도 못했는데, 자기가 없는 중에 문상 와 준 것이 뇌리에 깊게 각인 되어나 봅니다.
지난 5월에 희양산 산행시 녀석은 부인을 대동하고 와서 무척 반가왔죠! 함께 즐거운 산행도 했고 소식을 듣고 못가면 그저 마음이 조금은 불편할 것 같아 갔던 것 뿐입니다.
다른 친구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게 왔는가 안왔는가를 체크하기는 싫습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없는 한 내 주머니에 맞게하여 친구들의 아픔과 슬픔에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소박한 저의 심성일 뿐입니다.
영종아, 너도 알고 있제, 이 노래를...?
.... '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 .....

- 두꺼비바위에서 2시방향으로 연주암이 오늘은 잔설 속에 소담히 아늑해 보입니다.
서쪽 건너 능선 북사면에는 제법 잔설이 쌓여 있습니다.
마침 케이블카 한 대가 내려 갑니다. 오래된 영화 '독수리요새' 한 장면이 떠 오릅니다.
클린터 이스터우드와 리챠드 버턴이 명연을 했었죠. 박산장이 어느틈엔가 도착하고는 이야기 속으로 동참합니다.
얼마아니 있어 일행들이 모두 도착했습니다.
3金과 강산원은 여기서도 어김없이 꼬나 뭅니다.
최산고는 무어라 궁기렁 댑니다. 나도 끽연은 하지만 요즘 산행 도중에는 거의 안합니다.
오고가는 등산객이 많은 산길에서 다른 등산객이 그러고 있으면 보기가 썩 좋아 보이지가 않습니다. 내가 그럴진데 금연가인 최산고가 궁시렁 거리는 것은 어쩜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산사 중회 선생은 무어라 했는지 모릅니다.
어떤 때는 한두시간 쉬지 않고 쭈~욱 뽑는 산행을 하고 싶습니다.
어떤 때는 오늘처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면서 산행을 하고 싶습니다.
어떤 때는 한두시간 퍼져 앉아 노닥거리며 산행도 하고 싶습니다.
산원들에게 한꺼번에 다 골고루 하자고 못하는 이 산대의 마음은 오산총인들 알아 주겠습니까? 그래서, 솔직히 산대를 하기가 싫습니다.
최산고와 산사 중회와 함께 먼저 두꺼비바위를 떠났습니다. 혼자 울얼웅얼 거립니다.
..... '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 .....

- 2000년 10월 15일, 동기회졸업30주년기념 동기가족친목등반대회 때 이 너럭바위에 60명이 올랐습니다. 평평하고 너른 곳이지요. 사람들도 뜸하고 ....
이 너럭바위에 오랜만에 올라 왔습니다. 언제나 와도 좋은 곳입니다.
서쪽으로 국기봉도 보이고, 거기서 남쪽으로 뻗은 능선 북사면에는 허연 눈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풍광이 너무 멋집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여기서 우린 베낭을 펼칩니다.
오늘은 하산 후 점심을 하기로 하였으니 별 것이 나오겠냐마는, 오산총 누님은 오늘도 우리 입맛을 돋굽니다. 김치부침개와 매실주 한두잔으로 충분합니다. 목구멍이 알~싸 했습니다.
끼~릭 끼~릭, 웃고 떠들면서 산사를 향하여 포즈도 잡아 보고 ....
기우회처럼 수명 90세 보장이라는 거창한 공약(空約)같은 것은 산우회에는 없습니다.
이렇게 표표히 산행하며 즐기고 건강하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잔설에 덮힌 관악산 풍광을 여기저기 감상합니다.
오늘따라 더 포근하게 느껴지는 관악산 풍경입니다.
영종이는 여기서 발길을 도로 과천으로 돌립니다. 몇일 후 이란으로 가야하니 찾아 보고 할 일이 많은가 봅니다. 서운하지만 흔드는 손은 힘찼습니다. 건강하게 또 만날 것을 굳게 믿습니다.

- 나머지 일행들은 다시 발길을 옮깁니다. 국기봉을 향하여 ....
도중 장군바위 일대를 거치는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암릉 구간도 있지만, 오늘은 잔설도 있고 하니 무조건 우회합니다.
조금 더 가면 팔봉과의 갈림길이 나타납니다. 여기서는 좌회전입니다.
관악산에서 풍광이 제일 좋다는 팔봉능선, 겨울엔 매우 위험하답니다.
관악산에서 등반 사고 중 이 코스에서 제일 많이 발생한답니다.
오산총은 나에게 아느냐고 묻고는 자랑합니다.
우리나라 산 중에서 등반사고가 많은 순서를 아느냐고... 설악산, 북한산, 관악산 순이랍니다.
그래도, 올해도 팔봉능선을 못타보고 한해를 보내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 국기봉을 향하다가 뒤돌아보면 장군바위가 멋 있습니다.
팔봉능선이 잔설과 어울려 힘차게 뻗어 있습니다. 근사합니다.
국기봉에는 항상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습니다. 누가 무엇 때문에 저기에 게양대를 설치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참 이상한 날입니다. 이상한이 귀국하려면 두달이나 남았는데 말입니다.
국기봉을 바라보니 어릴 적에 부르던 노래가 또 생각납니다.

... '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하늘 높이 아름답게 펄~럭입니다. ' ....

태극기는 대한민국의 상징입니다. 태극기를 볼 때 때론 자긍심을 느끼고, 자존심도 생깁니다.
지난 6월에는 월드컵축구 열기로 인하여 전국이 태극기로 넘실 거렸습니다.
우린 뿌듯했고 소리쳤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나는 자긍심을 느꼈습니다.
그 비슷한 시기에 서해교전이 있었지요?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국방장관인가 하는 분은 조문도 하지 않은 채, 전사한 젊은 병사들의 관에는 태극기만 덮힌 채 묻혔습니다.
나는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어제는 미군장갑차에 사고로 희생된 두여중생의 추모촛불대회가 서울시청앞광장을 뒤덮었다고 합니다. 앞에서 태극기를 휘두르는 분은 우리 자존심을 표했다고 여깁니다.
요즘 대통령후보들이 전국 방방곡곡 누비면서 조국과 민족을 위하겠다고 연신 사자후를 토해 냅니다.
이런 모든 분에게 오늘은 이 국기봉에서 이 노래를 불러 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 '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하늘 높이 아름답게 펄~럭입니다. '.....

- 국기봉에서 관양동 숲길로 이어지는 암릉은 경사도가 만만찮습니다.
우리 산원, 산녀들은 몇번이나 산행했던 코스라 어려움 없이 잘도 내려 갑니다.
암릉이 끝나면 평평한 흙길입니다.
오르내리는 등산객이 부쩍 많습니다.
그렇게 널널히 내려 오면 약수터가 보이고 조금 더 내려가면 왼쪽 숲속에 작년 봄 동기회봄행사를 열었던 '만수원가든'이 보입니다.
마당에는 아름들이 느티나무가 서 있습니다.
오늘 산행은 여기서 끝납니다.
금년도 각종 산행에 참가해 주시고 협조해 주신 모든 산우회가족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드리면서, 올해 마지막 정기산행을 무사히 마칩니다.
그리고, 모든 산원, 산녀님들에게 다시 한번 불러 드립니다.

.... '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
.... '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하늘 높이 아름답게 펄~럭입니다. ' ...

송구영신(送舊迎新)....^Q^

<참석자>
최택상 이규도부부 오성학부부 윤철원 남궁완 장창학 한성섭 이용남 강효수
김세윤 김용하 김진성 김시영 이영종 ...박흥덕 서병일 홍기창부부(20명)

< 후 담 >
* 윤부총이 오늘 문자를 쓴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 ...
만수원가든에 속속 도착하여 인원을 점검하니 두명이 빈다.
울 마눌님과 윤부총이라? 울 마나님 없어지면 나 어떻게?
기다려도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아 나가 보았더니, 한참 후에야 어슬렁 내려 오더라.
약수터에서 죄측 길로 접어 들었다가 헤맸다나? 그리곤, 징글맞게 토해낸다.
' 산대님, 역지사지요.... '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왠 문자? 알고 본즉 이렇더라.
지난 여름 칼봉산 산행시 윤부총부부와 내가 선배 한분과 나란히 산행하다가 계곡 한 곳에서 쉬고 있는데, 윤부총은 더 상류로 혼자 올라 갔겠다. 선배와 우리는 비상의 맥주와 안주를 꺼내 먹으면서 탁족(濯足)을 하고 있었는데, 선배님은 나와 윤부총산녀를 부부로 보았단다. 한참 후 윤부총 돌아 와 그 사실을 알고는 심통이 났겠지!
길 잘못 들었다고는 하지 않고 보자마자 그 문자를 써더라. 그래서, 모두 깔~깔~깔....

* 한계단 진급하여 광주직할시로 내려간 이용남이 안동 기념으로 안동소주 한병이요,
비행기기내에서 사 왔다는 이영종이 꺼내 놓고 간 발렌타인이 한병이요,
차기 동기회장 김진성이 고히 베낭에 넣어 온 죠니워커블랙이 두병이요,
여기에다 버섯생불고기를 곁들이니 얼마나 잘 넘어 갔으랴!
쪌~화야 맛 있겠어 없겠어? 오산총아, 정말 맛 있었지!

* 산사 중회와 성섭이에게 결국 넘어 가 몇몇은 기어코 필링까지 갔겠다. 중회는 바람만 잡고 날랐고 ...
......... 중 략 ........
중회 선상도 폭탄주제조자 자리 이젠 내어 놓아야 겠소?
궁굼하면 冬女에게 물어 봐 ! ㅎㅎㅎ ^Q^

- 정리자 - 산행대장 e.Q 이 규 도

제목 : 산녀님들 보이소! - 021124내변산산행기

021124내변산

깊은 산세 멋을 풍기며 서해바다와 어우러진 풍광
산책로같은 널다란 등산로, 그윽한 내소사와 전나무 숲길
보아도 좋고 걸어도 좋더라

* 일 시 : 2002년 11월 24일(일) ... 흐린 뒤 갬
* 산행지: 내변산(전북 부안군)
* 구 분 : 번외산행(20회이하합동산행5차;32.36회초청)
* 코 스 : 남여치(11:23출)~낙조대~월명암(12:15착)~중간마루터(12:35~13:10;점심.휴식)~
직소폭포(13:52착...14:00출)~원암재(14:22착)~
A)관음봉삼거리(15:00착)~내소사(15:25착...15:45출;경내구경)...탐라산장
B)원암마을 ... 탐라산장

- 전북 부안군 변산반도 일대에 위치한 변산은 산과 바다, 계곡의 풍광을 한꺼번에 만끽할 수 있는 산이다.
옛부터 능가산, 영주산, 봉래산 등으로 불리어 오면서 조선팔경 또는 호남 5대 명산 중 하나로 꼽혀왔단다.
또한 변산반도는 반도내부 산악지대를 내변산(內邊山)이라 하고, 그 바깥쪽 바다주변을 외변산(外邊山)이라 하는데, 내변산의 중심은 쌍선봉(459m), 낙조대, 관음봉(424m) 일대이다.

- 압구정동에서 예정보다 물경 30분이나 늦게 출발하니 불의를 보면 못참는(?) 양명륭(25회)의 입에서 고운 소리가 나올 리가 있겠는가? 제일 늦은 사람 날씨 만큼이나 찌푸둥하였겠지.
고속도로로 달리는 차창 밖으로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고, 산행들머리를 남여치로 잡아, 북서쪽에서 동남쪽의 내소사로 가로 지르는 산행이니 월명낙조를 본다는 것은 애당초 접어 두어야 했다.
11시23분경 남여치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모처럼 변산 풍광을 기대하고 온 우리 일행들에게 날씨는 무슨 심사가 꼬였나?
빗방울마져 한두방울 떨어뜨리고 여기 하늘은 잔뜩 흐려있고 엷디 엷은 운무(雲霧)가 내려 앉아 있다.

- 월명암까지 산길은 완만한 오르막이다.
그러나, 군데군데 거의 평탄한 널직한 산책로 같은 능선길도 있어 오르는데는 그리 힘들이지 않고 쉬엄쉬엄 오르면 된다.
이곳 바위지대는 매우 특이하다.
마치 수정채처럼 조각조각 한데 붙여 놓은 듯 각이 선명하다.
격포리에 있는 채석강을 연상하면 쉽게 이해되리라 생각된다.

- 쌍선봉 못미처에 약수터가 보인다. 관음약수터라 한다.
물맛도 보통은 넘고 ... 여기서부터 월명암 경내이니 정숙. 청결해 달라는 표지판이 근엄하게 서 있고, 쌍선봉은 스님들의 도량의 장소이니 일반등산객은 출입을 금지시키는 양해해 달라는 팻말도 굵은 밧줄에 메달아 놓고 저지선을 쳐 놓았다.
더군다나, 낙조대에 이르는 오르막에서 뒤돌아 보니 서해바다는 운무에 파묻혀 하늘인지 바다인지 구별도 않해 주고 있더라.

- 쌍선봉 마루터를 넘자마자 오른편 언덕에 산사가 보인다. 월명암(月明庵)이다!
신라 문무왕때 부설거사가 창건했는데 지금 있는 건물은 6.25 이후에 재건한 것이라 한다.
지금도 한 켵에서는 몇몇채 짓고 있는 중이다.
산사로서의 고느적한 멋과 운치가 그윽하다.
하지만, 서해를 붉게 물들이는 월명낙조는커녕 서해바다조차도 선명하게 볼 수 없는 오늘 날씨이고 시각이 아닌가!
동남쪽 내소사에서 거슬러 북서쪽 이곳 월명암과 낙조대에 해질 무렵 발을 디뎌야 월명낙조를 보던지 말던지 하는데 어쩔거나?
'그래 그렇게 생각해야지! 내변산이 나를 한번 더 오라는 거야!'
주변의 감나무들에는 까치밥 몫은 그렁저렁 달려있고, 산사 보살님은 지나가는 등산객이면 누구나 맛볼 수 있도록 잘 익은 감을 바구니에 담아두고 그 옆에 떡도 먹기 좋게 썰어 놓았더라. 우리도 그냥 지나갈 수가 없지 않나!
그 정(情)이 산사의 멋처럼 그윽하고 아름다워라!

- 산길은 평탄한 산책로 같다. 잎새들은 화려한 가을의 잔치를 끝내고 아무렇게나 떨어져 있고, 널다란 산길엔 수북한 낙엽만이 우리의 발걸음을 신나게 한다.
좌우로 그득한 산죽들만 누런 빛을 억지로 감추면서 초록의 빛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런 길을 강효수는 희희낙낙하면서 임충빈은 빨간모자를 매만지면서 보무도 당당하게 걸어가더라.
그렇게 20여분 평탄한 능선길은 동쪽으로 향하다가 오른편(남쪽)으로 뚝~꺽이면서 내리막이고 바위지대이다.
내변산 심장부 봉래구곡과 직소폭포로 내려가는 길이다.
바위터에서 삥~둘러본다.
희끗한 운무 사이로 펼쳐진 내변산의 굴곡 심한 봉우리들은 깊은 산세 같은 멋을 풍기며 위세를 자랑하고 있다.
서해바다와 어루러진 풍광이 좋~다! 날씨가 맑고 시야가 확 트인 날이면 한풍광에 손색이 없겠다. 쯧, 쯧, 쯧 .... 아쉬워 입술만 삐죽거려 본다.

- 뉘라서 여기를 유택(幽宅)으로 잡았을꼬?
아마 내변산 풍광에 흠뻑 반한 분이시겠지?
봉분을 겨우 구별할 수 있는 이름모를 그 분의 유택 주변 널찍한 곳에서 곽경호(26회), 한영균(29회)등 선두는 이미 점심을 풀고 있었다. 우리 일행도 여기서 베낭을 푼다.
산녀님들이 한분도 안오셨지만 펼친 먹거리는 꽤 근사하였다.
쨩~학이는 산대의 베낭에서 전번처럼 코냑만 나오길 고대하면서 입맛을 당기며 슬금슬금 눈치를 보고...
윤부총이 가져온 양미리무침과 순무김치에 곁들이니 우리의 입은 즐거워라!
여기에 변산에 터잡고 있는 친구가 있어 일년에 서너번은 온다는 산장의 자랑이 어찌 그냥 스쳐지나가는 양념이겠는가?
산대 씹는 맛에 산에 오는 오산총은 오늘도 숟가락을 최후까지 들고서는 부화를 슬~슬 건드려 본다.
군대 조교같은 빨간모자를 쓰고 온 임지심 충빈과 변산이 너무너무 좋다고 흐뭇해하는 강효수까지 오산총에게 아부(?)떨며 거들고 ... 흥!
하기사, 끈 떨어진 이 총통 산대의 말기에 동기회부회장으로 내정받은 떠오르는(?) 두녀석이 레임덕이 아니더라도 겁도 없이 부화뇌동하는 것을 과히 나무랄 행동거지는 아니렸다.~흥!
이런 궁시렁 저런 궁시렁... 그런 재미가 없다면 언제 웃고 밥맛이 있겠는가?

- 산길은 한참이나 떨어진다.
봉래구곡의 갈림길이 해발 110m 정도되니 거꾸로 올라오는 등산객들은 땀들을 흘리고 단내를 토해낼 만하지.
왼편 선인봉 골짜기 봉래구곡 쪽을 버리고 우린 오른편으로 발길을 돌린다. 직소폭포 쪽으로 ...
길은 완~죤히 산책로이다. 삼림욕장을 걷는 기분이다.
운동화 신고 온 사람, 심지어 구두 신고 온 사람들도 눈에 띈다. 갑자기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
선녀탕 주변은 조그만 호수같다. 그 물가를 따라 걷는 맛도 색다르다.
직소폭포가 가까워 오니 길은 다시 오르막에 잠시 바위지대이고 멀리서 물소리도 들린다.
전망대를 두곳이나 설치해 놓은 지점에서 바라보는 직소폭포,
초겨울이라 수량은 많지 않지만 나름대로 멋을 풍긴다.
여름철이면 주변의 수목과 바위와 어울려 한 풍광께나 뽐 낼만하겠다.
햇빛은 없었지만 그대로 지나칠 수 없어 카메라를 꺼내든다.
찰~칵, 찰~칵, 찰~칵 ... 잘 나와야 할 터인데 ...

- 직소폭포에서 원암재까지는 경사도를 거의 느끼지 못할 만큼 완만한 널널한 산길이다.
우리 산녀님들이 딱 좋아할 산길이다. 낭군님과 함께라면 ....
원암재에 이르니 서쪽으로 하늘이 서서히 개이기 시작한다.
서해바다가 구름 사이로 약간 내비친 햇살에 반짝이며 조하를 부렸다 말았다 마음대로다!
오늘 그냥 가면 섭섭하니 예고편만 보여 주는 듯 하다.
'에고 고마워라 미워라, 하늘이여, 바다여!' 그것도 감지덕지랍시고 셔터 누르는 내가 미워라.

- 원암재에서 직진하면 원암마을까지 30여분이면 널널하다.
한효택(21회) 선배는 원암으로 그냥 가자며 요염한(?) 미소로 꼬득인다. 난 야릇한 미소로 답만 주고는 발걸음을 왼쪽으로 획~ 돌린다.
관음봉삼거리까지는 오르내리막을 두어번 해야하고 대부분 바위지대이며 철계단도 한곳 있다.
이곳에서 관음봉 정상을 거쳐 세봉까지는 자연보호차원에서 등산로를 폐쇄하고 있었다.
관음봉 정상이 바로 저긴데.. 이 중생은 약(?)이 오르더라.
그래도, 아써라, e.Q야!
어느 스님인들 내소사 경내 바로 뒷편 봉우리에서 등산객들이 올라서서 야~호하며 그 분들의 머리위에서 소란피는 것을 좋아하겠는가? 우리 오산총이면 틀림없이 끽연도 마다 않을꺼고... 도량수업에 지장이 있어 없어? 쩔~화야, 그건 자비가 아니지?

- 조금 내려서니 내소사가 보인다. 멀리서 보아도 정갈한 정경이다.
관음봉삼거리에서 내소사까지는 30분이면 충분하더라.
백제 무왕 34년(633)에 창건된 고찰, 내소사(來蘇寺) ...
고려동종, 법화경사본, 대웅보전등 보물급 문화재를 간직하고 있고, 요란한 단청이 없어 더없이 그윽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이 덜 떨어진 중생의 눈에는 천왕문(天王門)에 이르는 전나무 숲길에 더 매료되었고,
이파리 다 떨어졌음에도 위풍당당히 서 있는 경내의 수령 1000년의 느티나무에 눈길을 한참이나 주었고,
대웅보전 뒷편으로 병풍처럼 둘러쳐진 암봉들에 응시하며 고개를 끄덕거려 보았지.
천왕문 오른편에 깔끔하게 정돈된 부도군에 시선을 돌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 내소사 입구까지 이르는 250여m 전나무 숲길 ... 눈앞에 아른아른 오대산 월정사 입구 전나무 숲길과 교차되더라.
오고가는 사람들은 많지만 이끼 낀 아름다리 전나무에서 품어 나오는 그윽한 향기에 코끝을 내밀어 본다.
내년에는 울 마눌님과 산녀님들 모시고 손잡고 이 숲길을 걸어 볼거나! 꽁~잘 하는 산사 중회는 삐질지 모르지만, 홍부(기창)는 괜찮아 할꺼야!
전나무 숲길을 빠져 나와 뒤돌아보니, 일주문 현판의 글씨체가 예사로운 분의 것이 아닌 듯 싶고, 힘이 넘쳐나더라. 그리고, 이렇게 씌여 있더라.
... 寺蘇來山伽楞 ... (...능가산내소사...)

변산에 일년에 서너번 온다는 산장님, 이거 몰랐제? ...ㅎ,ㅎ,ㅎ, ^g^

<참석자>
* 참석기수: 18,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2, 36회 (총43명)
*22회참석자: 박흥덕, 이규도, 오성학, 윤철원, 장창학, 강효수, 임충빈(7명)

(후담)
* 내소사 입구 주차장 옆 탐라산장, 주인은 제주도에서 이곳에 터를 잡은지 20년이랬다.
닭도리탕, 오리구이볶음에 쐐~주들 분위기 화기애애 ... 돌면서 돌리면 돌겠다 싶어 자제!
주인은 노트 한권 내밀며, 자기집을 방문한 손님들의 소감을 꼭 받아 놓는단다. 후일 책을 내겠다나? 성화에 이 졸필도 알딸딸한 기분으로 몇자 극적대고 ....

* 오늘도 서울로 올라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도다. 차량, 차량, 차량, ...너도 나도 서울로! 수도권으로!
그리고, 천안휴게소에서의 미싱(missing)사건 ... 얌전한 그 넘(김xx;26회)을 놓고 오다니 ...
너희 총통 (권)용기가 왔으면 (김)완순, (곽)경호는 얼마나 달달 뽁겼겠나? 휴, 다행이지 뭐?
삐~용 삐~용 고속도로순찰차 타고 입장휴게소에 나타나기까지 물경 1시간여 ...
우리 모두 인왕의 억센 바위처럼 기다리는 끈기를 발휘했었다. 할~레루야! 서.총.산(서울고총산우회) 만세!

* 현철수(18회;두분이 참석함)) 선배님, 아우님들 대신하여 Thank you 합니다.
김기창(32회) 후배님, 그림도 잘 그려요? 버스사회 보느라 수고 쨩~ !
그리고, 36회 막내 아우님들 답사하랴 준비하랴 고생 많았구려!
약간의 오~버는 병가지상사라? 좋은 산행, 즐거운 뒷풀이에 거듭 캄~쌰, 캄~쌰 !

* 새벽 1시경에 압구정동에 간신히 도착 ...
오늘도 새벽에 부시럭거리면 혼나니 도둑고양이처럼 살며시 아내 옆으로 잠자리에 든다.
" 이렇게 일요일에 산행은 계속되어야 하나?..." 궁시렁거리면서 잠들었나 보다.
........................................
흥분한 박산장, 씩씩거리는 오산총, 빨간모자의 임지심(충빈), 검은 선글라스의 24회(최)광수, 머리띠 둘러맨 26회(김)완순, 특공대 복장의 28회(한)영균, 32회(김)기창 등등이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외쳐댄다!
' 고속도로 전용차선, 일요일에는 두차선으로 실시하라! 실시하라! 24시간 확대해라! 확대해라! '
아마, 꿈속에서 그랬나 보다! z, z, z, .............. ^Q^

- 정리자 - 22회산우회 산행대장 e.Q 이 규 도

제목 : 제68차정기산행-1117관악산단상(斷想)

(제68차정기산행에 대한 세세한 산행기는 오늘 생략하기로 하면서...)

창밖으로 보니 온통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한강변으로 흩날리는 눈발이 거세고, 운무도 그득하다.

...................................

담배 한대 물고 망설인다.

" 나가 보아야 하나? 지금쯤 망설이고 있는 넘이 한둘은 아닐꺼야? "

" 한명이라도 나오면 어쩌나? 그래, 나가 보아야지! "

...................................

산녀들이 여럿 나올 것이라는 말에 아내도 말없이 등산장비를 주섬주섬 챙기며 따라 나선다.

산장,산차, 산고등은 고사하고 다른 산녀들의 얼굴도 보이질 않고, 우산만 달랑 들고 나타난 임지심, 오랜만에 얼굴 보이는 이용남등등 7명이 전부다!

관악산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등산객은 드문드문 눈에 띄이고, 산길엔 낙엽이 그득하고 그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소리가 발걸음 소리보다 크게 들린다.

가을을 완전히 보내고 겨울을 맞이하는 빗소리이다!

................

언젠가부터 어느덧 酒遊山行(?) 습관은 우리 산우회에도 야금야금 젖어들었고, 몸에 밴 일부에게 오늘같은 날에 산대의 의견과 지시가 더욱 먹힐리가 있겠는가?

마당바위도 못가서 오산총마져 획~낙성대로 발걸음을 돌린다.

^-^ ^.^ ^~^ .......

........................

' 아써라, e.Q 없어도 22회산우회는 잘 굴러 갈 것이다! '

' 내달 한번만 더 이런 속상함을 견디면 자유로워 지는 것을,뭐! '

적막감마져 감도는 낙성대로의 하산길 한 계곡 지점,

사방에서 빗방울과 낙엽이 부닺히는 가느다란 산속의 선율들, 그리고 비안개.....

아들 녀석 얼굴이 커다랗게 다가 온다.

조국의 부름을 받고, 이 시각 이 빗속에서 졸~나게 빡빡 기고 있겠지!

" 이넘아, 그래 고생해라! 대한민국 건강한 젊은이면 누구나 한번 겪어야 하는 과정이지! "

" 적어도 네가 제대할 때까지만이라도 아빠의 산행은 계속될 것이다. 이런 빗속의 산행은 아무것도 아니지? "

..........................................

빗속의 산길을 걸어내려가는 아내의 뒷모습이 저만치 보인다. 무슨 생각을 하면서 내려갈까?

그러나, 어쩐다? 앞으로 22회산우회에 나가자고 입도 뻥끗 못할 처지가 되었으니...?

낙성대에는 아직도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래저래 심사가 뒤죽박죽이었다.

.................................

석영이가 가져온 양주 한모금이 목구멍으로 아~싸하게 넘어가더라.^.^

<참석자>

이규도부부, 오성학, 이석영, 이용남, 남궁완, 임충빈(7명)

-정리자- 산대 e.Q 이 규 도

021027물한계곡(삼도봉,석기봉,민주지산)

물한계곡 가을은 저만치 지나가고
능선엔 흩날리는 눈발과 함께 겨울이 오더라

일 시 : 2002년 10월 27일(일) ... 흐리고 눈내리고 개이고

산행지: 물한계곡(삼도봉,석기봉,민주지산) ... 충북 영동군 상촌면 물한리

구 분 : 10월번외산행(20회이하합동산행4차...28회초청)

코 스 : 물한리한천주차장(10:48출)...황룡사~물한계곡~삼마골재~삼도봉(12:45착)~석기봉 A)능선~민주지산~쪽새골~물한계곡~황룡사(16:40착) B)팔각정(13:20착...점심.휴식13:55출)~안부~은주암골~물한계곡~황룡사(15:55착)

- 황간인터체인지를 빠져 나올 무렵 하늘은 잔뜩 찌푸려있고 간간히 빗방울마져 뿌린다.
물한리로 가는 도중 곳곳에서 지난 여름 이 일대를 강타한 수해의 상흔(傷痕)은 아직도 뚜렷하다.
자갈과 모래밭으로 변한 논과 밭, 움푹 패인 도로, 초강천의 옹벽이 허무러진 자국, 손도 못대고 방치된 포도밭과 인삼밭 고추밭 등등 ... 왠지 가슴이 아려온다.
그것들을 아는지 모르는지 추수를 포기한 논에서 순토종닭들이 신나게 모이를 주워 먹고 있고, 만추로 치닫는 상촌면 정경만은 평화로와 보이고, 감나무마다 주렁주렁 열린 주홍색 감이 정겹고 아름다워 보인다.

- 물한계곡 한천 주차장은 한가하였지만 주차관리인은 이만한 사람들이 여길 찾아 주는 것이 감사한지 무척 친절하다.
황룡사 입구에서 각종 산나물과 버섯을 파는 아낙네들의 눈빛에도 반가움이 그득하고 하산길에 꼭 무언가 한가지라도 사들고 가라는 염원의 빛이 역력하다.
물한계곡 입구에 자리잡은 황룡사, 그저그런 조금만 절이고 요사채등은 현대식 건물이다.
황룡사를 계곡 건너 왼편에 두고 등산로는 물한계곡을 왼편으로 굽어보며 잘 나 있다.
이곳에도 지난 여름 수해의 상처는 고스란히 남아 있어, 계곡 출입을 막는 철조망들이 군데군데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고 패인 자국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 낙엽이 무수히 깔린 평탄한 등산로 좌우로 수목들은 가을이 가고 있음을 소리없이 보여주고 바람이 불면 우수수 낙엽들이 흩날린다. 고느적하고 연인끼리 손잡고 산책하기엔 그저그만인 코스다.
황룡사에서 30여분 그렇게 성글성글 오르면 쪽새골 입구다.
이 일대 전나무와 잣나무 숲이 정말 좋다. 아주 깊은 산중에 온 느낌을 들게 한다.
쭉~쭉 뻗은 나무사이로 걸어가는 일행들의 모습이 멋있고 평화로와 보인다.
여기서 오른편으로 쪽새골를 따라 2.8km 정도 오르면(도중 갈림길에서 오른편은 각호산 방향)민주지산(岷周之山;1242m)에 닿는다.
오늘 주최측 28회 후배들은 물한계곡을 다 거슬러 올라 삼도봉을 오르고 석기봉을 거쳐 민주지산에서 이 쪽새골로 입구로 내려오는 코스로 산행계획을 잡았다고 한다.
물론, 각자 취향이지만, 이 일대는 여기 쪽새골에서 민주지산을 오르고 석기봉을 바라보며 내리는 능선길을 따라 석기봉 정상에서 맑은 날 덕유산에서부터 굽이쳐오는 백두대간 마루금들을 보고, 내리막만 있는 삼도봉까지의 능선길을 걸으면서 주변을 조망하면 더 좋을 것 같고, 삼도봉에서 삼마골재로 내려서는 능선에서 바라보는 김천시의 풍광도 근사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각설하고...

- 전나무와 잣나무 숲을 지나 20여분 오르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른편으로 가면 은주암골로 해서 석기봉으로 바로 가는 길이다.
오늘 B코스 선택자는 석기봉 정상 아래 안부에서 여기로 빠져 나오게 되어 있다.
물소리 바람소리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와 더불어 얼굴엔 싸라기 눈까지 어루만지면서 지나간다. 기분이 좋~다!
그렁저렁 만추의 계곡을 바라보면서 조금 더 오르면 물소리가 커진다. 미니미폭포다.
나무다리를 건너면서 바라보니 아담하고 예쁘장한 폭포다. 가을인데도 수량은 많은 편이다.

- 미니미폭포를 지나서 조금 더 오르면 주변은 키크고 굵은 나무들의 숲의 정경은 사라지고, 양옆으로 산죽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하기사, 해발 1000m 가까이 되니 그럴 법도 하지! 하얀 눈이 산죽 잎마다 사뿐히 내려 앉아 있다.
4년전(백두대간 종주산행시)에 이리로 내려설 때는 아무렇게나 난 등산로들이 나무계단등으로 잘 정비되어 있다.
삼마골재에 다 올라오면 헬기장이 있다. 하늘에서는 기어코 눈을 뿌리기 시작한다. 바람도 거세어 진다.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 매섭다.
단풍보러 왔다가 물한계곡 가을은 이미 저만치 가 버렸고, 눈발 휘날리는 능선을 걷게 되었으니 길조(吉兆)이렸다!
안부(삼마골재)에 올라서니 눈과 바람이 더욱 맹렬하다. 눈보라다.
얼굴을 때리는 눈발이 따갑기까지 하다. 헬기장에서 우리 일행은 모두 완전 무장을 한다.
이 안부에서 왼편으로 밀목재를 넘고 우두령을 지나면 황학산으로 이어지고, 오른편은 삼도봉을 지나 부항령, 덕산재를 거쳐 덕유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마루금이다.

- 오랜만에 산행에 나선 손정수(간밤에 거나하게 했다나?)가 삼도봉을 오르는 나무계단길에서 무릅에 이상이 온다며 하소연이다.
오늘따라 무릅보호대를 안갖고 왔는데...내 지팡이를 그이 손에 쥐어주며 나무계단 오르는 요령도 일러주면서 독려를 해 본다.
갑자기 4년전인가? 이 일대 민주지산 능선에서 특수부대원들이 행군 도중 눈보라와 추위에 조난 당해 상당수 사망자가 난 사건이 생생하게 기억된다.
그만큼 이 일대 산들이 1000m가 넘고 바람이 만만치 않은 곳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가파른 오르막을 두 번이나 지나야 삼도봉에 닿는데 걱정도 해 보지만 녀석은 잘 하고 있더라.
매서운 바람이 코끝을 스치고 지날때마다 눈발도 기회라 여기고 뺨을 때린다.
그러나, 오르다 뒤돌아 굽어보니 주변이 온통 은백색의 가루로 휘날리고 있고 능선 좌우로 하얀 눈들이 소록소록 쌓이고 있더라!
근사하고 멋있다! 혼자 픽~ 웃으면서 중얼거려 본다. "오늘 펑크낸 녀석들, 너희가 눈발 휘날리는 가을 능선 산행의 맛을 알어?"

- 삼도봉(1177m)에 도착하니 사망의 조망은 없다.
가느러진 눈발과 바람과 구름 뿐이었다.
충북, 경북, 전북의 합치점인 정상에는 '화합의탑' 화강석이 서 있는데 고독하게 보인다고 할지 의연하게 보인다고 할지 판단도 서지 않는다.
여기서 바로 직진하면 부항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길이고 석기봉은 오른편으로 틀어야한다. 바로 밑에는 헬기장이 있는데 날씨가 좋으면 여기서 점심을 들면서 주변을 조망하면 끝내주는 장소이지만, 오늘은 바람도 세고 온통 사방이 구름이니 그냥 지나 칠 수 밖에...
체감온도가 영하 7~8도는 됨직하니 길을 재촉해야지!

- 좁다란 능선길 좌우로 산죽이 여기도 많다.
봄에 철쭉이 좋다는데 철쭉은 벌써 겨울준비에 들어가 내년의 화사한 꽃을 피우기 위해 눈보라와 추위속에 인고의 나날을 보내겠지!
눈발이 가느러지고 바람이 조금은 누구러지더니 구름도 한겹두겹 엷어진다. 햇살이 반짝내 비치기도 한다. 삼도봉에서 부항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힘찬 줄기들은 어느새 백설을 그득 이고 뻗어 있다.
저 멀리 석기봉(石奇峰;1200m)이 시야에 들어온다. 정상 일대는 바위지대이다.
그 정상 남쪽 50여m 절벽아래 삼두마애불이 있고, 그 샘물이 예전에는 일품이었다고 하던데, 99년 5월에 왔을 때도 그 샘물의 맛을 보지 못했다. 부유물이 많이 섞여 있었다.
오늘도 결론적으로 그 샘물의 맛은 고사하고 여전히 물이 고여 있는지도 확인 못하고 돌아선다.
은주암골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있는 안부에서 석기봉을 오르려면 두 번의 깔딱고개를 치고 올라야 한다. 이 오르막도 나무계단등으로 잘 정비되어 등산로를 보호하고 있었다.
석기봉 정상 조금 못미쳐에 팔각정자도 세워져 있다(99년 5월에는 없었음).
먼저 도착한 후배들이 오돌오돌 떨면서 옹기종기 모여 점심을 먹고 있었다.
A코스 선두는 그냥 휭하니 석기봉을 넘어 민주지산으로 가고 있단다.
20회 선배와 26, 28, 29회 일부등은 산행이 짧으면 몸이 근질근질 하는 준산꾼들이니 여기서 퍼져 앉을 리가 없지! 좀 살살들 하~셔요!
우리 일행도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 창학, 경헌, 정수 산원은 연신 덜덜 떨면서 먹는다.
비상약으로 내가 가져온 코냑 한모금도 쐐주 한모금도 소용이 없는 듯 하다.
이런 녀석들하고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모두 면런닝에 면셔츠를 안에 입었으니, 땀이 배인 속이 이 추위에 덜덜거리지 않은게 이상하지! 하산 후에 산대에게 혼(?)들이 나고야 알았다고?
그나마, 오늘 유일한 산녀 윤부총 어부인이 보온병에 가져온 비지찌게가 있었기에 견딜 수가 있었다고 본다. 윤부총 산녀의 은혜를 잊지는 않겠지?
경헌이 조차 날씨로 보아 A코스고 뭐고 민주지산을 안가도 좋으니 B코스로 내려 가겠다고 한다.
주변의 후배들도 이구동성이고 24회 최정호(대부분 산행 실력이 만만치 않음)마져 여기에 동조하고 나선다.

- 하기사, 나야 쪽새골에서 민주지산을 오르고 석기봉을 넘어 여기를 통과하여 은주암골로 내려서는 산행을 99년 5월에도 해 보았으니 그리 미련은 없지만, 경헌이와 창학이는 몹씨 아쉬워하면서도 그렇게 결정 내린다.
혼자 속으로 '지금이 오후 2시 조금 전이니, 민주지산까지 1시간40분...쪽새골로 내려서면 1시간...거기서 황룡사까지 30여분... 흠, 오후 5시면 충분한데...??? 냅따, 올라 쳐 봐???'
갈등은 있었지만, 아써라! 24회 아우님 말마따나 "5학년이 넘은 나이에 행님 무리 마~셔?ㅎㅎㅎ"
산대라는 직분과 책임(?)도 있고 정수도 좋지 않다고 하니 B코스로 내려가기로 했다.

- 오던 길을 내려서며 뒤돌아보니 석기봉에는 구름이 완전히 걷혀 있었다. 아쉬워라!
안부에서 은주암골로 내려서는 내리막의 경사도가 만만치 않다. 길도 준너덜지대이다.
물기가 많아 미끄럽기까지 하니 모두들 조심조심 내려선다.
한 15여분 내려서면 낙엽이 수북히 깔린 고느적한 산길 뿐이다. 기막힌 가을 산길이다.
왼쪽으로 은주암골 계류 물소리가 구슬이 구르는 듯 청아하다.
주변 수목들은 거의 잎새들을 떨어 뜨리고 그 아래에는 찬란한 가을의 잔해 낙엽들이 그득하다.
이런 풍경을 만추(晩秋)라 했던가? 주변이 고요하고 너무나 좋다!
뒤따르는 정수는 이런 길이라면 얼마던지 따라 갈 수 있다며 호기를 부린다.

- 거의 평지나 다름없는 계곡 옆 산길에 가끔 괜시리 낙엽을 걷어 차면서 널널히 그야말로 널널히 40여분 걸으면 아침에 거슬러 올랐던 물한계곡 중간 쯤과 다시 만난다.
99년 5월에 동기 산우회에서 여길 내려 왔을 때는 건너 계류에서 물장구도 치면서 놀았던 기억이 새삼 떠 오른다.
계류 옆에서 휴식을 취하고 여유를 갖는다.
재길, 하늘은 말짱하고 바람도 눈도 멎었다.
흐리고 빗방울 떨어 뜨리고, 눈발 흩뿌리고, 개이고... 하늘 마음대로 이지, 뭐!
흰구름과 푸른 하늘, 깨끗한 계류, 가을이 저만치 지나간 주변의 수목과 깔린 낙엽들, 한데 어루러져 멋진 모습을 그려낸다.
정수는 이제는 안심인 듯 지팡이를 재빨리 도로 돌려준다.

- 그렁저렁 정경들을 보면서 요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40여분 걸으면 황룡사 입구까지 닿는다.
100살까지 살면 어떻게 살 것인가를 걱정하는 창학, 노인봉산장에서 산장지기하면 100살까지 살 수 있다고 슬~슬 긁는 경헌, 둘의 입담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었다.
오총은 횡하니 뒷풀이 장소로 내뺀지 오래고 윤부총 내외는 다정히 산책이라도 하듯이 표표히 걸어가고 있었지. 정수는 비장의 비밀 이야기(?)를 내 귀에만 들여주고 ...

물한계곡 가을은 저만치 지나 갔지만, 능선에 흩날리는 눈발 속으로 산행한 것만으로도 족(足)해야지! 오늘 산행에서 더 무엇을 바라랴? ♧♧♧

<참석자>
* 참석기수: 20, 21, 22, 23, 24, 26, 27, 28, 29, 36 ... 총50명
* 22회참석자: 이규도, 오성학, 윤철원부부, 송경헌, 장창학, 손정수 ... 7명

(후담)
* 오늘도 산행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한 분(?)들 중 펑크 낸 이가 많았다고...
박산장, 서산차, 홍산원, 김산원, 강산원 등등 ... 구두 약속도 약속인데?
직무유기에다 배신(?)에다 ... 오산총 내색은 않고 속으로만 끙~끙 대더라!

* 물한리 한천 주차장 바로 위 '나그네 민박' ... 28회 후배들이 알뜰살뜰 마련한 뒷풀이 장소...
오늘 날씨를 미리 예견 한 듯, 어울리게 따끈한 닭도리탕에다 진로매화수(秀) 정성껏 준비!
닭도리탕에 콩나물과 당면을 넣어 것도 생소하지만 색다른 맛을 자아내게 한다.
24회 산녀께서 따라주던 술은 더 맛 있었고, 26회 김관석과의 오랜만에 부닺히는 술잔의 정도 새롭더라. 백두대간 종주 산행 시에 그토록 애 먹이던 이 넘을 깍듯이 대해서가 아니다!
그리고, 28회 아우님들 고맙고 수고 하셨~소!
너무 잘하니 다음 주최 36회 아우님들 마음의 부담이 있으면 어쩐다? ㅎㅎㅎ

* 오후 6시에 나그네민박집을 빠져 나오다.
경부고속도로 남이분기점 일대, 차량들의 불빛으로 가득하고...
서울로 가는 길은 그렇게 더딜 수가 없더라!
자정이 훨씬 넘겨 압구정동에 도착...
오돌오돌 떨면서 간신히 잡은 택시로 윤부총내외를 중간 내려 주고 집에 들어서니 새벽 1시라!
' 아, 이렇게 산행을 계속해야만 하는가? 얻는 것은 무엇이며 잃는 것은 무엇이냐??? '
중얼중얼 거리다 잠이 들었나 보다! .... zzz zzz zzz ...

-정리자- 22회산대 e.Q 이 규 도

제67차정기산행일지

021020상장봉능선-명상의 길

북한산 홍엽 풍광에 젖어
가을 속으로 명상의 길로...

일 시 : 2002년 10월 20일(일)...비온 뒤 갬

산행지: 북한산 상장봉 능선

구 분 : 제67차정기산행

코 스 : 솔고개들머리(10:15출)~능선~상장봉~중간점심,휴식(11:50~13:30)~육모정못미처좌측능선~명상의바위~명상의 집~우이파출소(16:40착)

- 솔고개들머리에 발길을 들여 놓는 순간, 잔뜩 흐린 하늘에서는 금방이라도 빗방울을 뿌릴 것 같았다.
상장봉 능선길에 즐비한 낙엽들도 새벽에 내린 비로 촉촉히 젖어 있다.
제66차정기산행(9월정기산행) 시에 이 코스의 소개는 세세히 하였으므로 오늘은 그 설명을 생략하기로한다.
수목들은 가을의 절정을 태우고서 하나 둘 겨울 준비에 들어가려는 듯, 바람이 불면 우수수 낙엽을 흩뿌리고 있었다.
오른편(남쪽)으로 인수봉, 숨은벽, 백운대, 염초봉끝부문이 서서히 시야에 들어오고 그 아래로 곱디고운 홍엽들의 풍광이 아름답다.
왼편(북쪽)으로 도봉산의 사패산, 여성봉, 오봉, 자운봉일대 암봉들도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시야에 들어오고, 홍엽위로 치솟은 암봉들이 오늘따라 유난히 힘차게 보인다.

- 어제(10/19) TV 뉴스에서 헬기에서 오봉 일대를 찍은 화면의 아름다움이 눈에 선한데, 이 능선에서 직접 보아도 '가을의 풍경'을 연출하기에는 손색이 없어 보인다.
그 밑 석굴암 암자 주변의 단풍들도 곱고, 음력 보름이라 불자들이 많은 듯, 독경소리(물론 스피커녹음소리이겠지만)가 은은히 여기까지 울려 퍼진다.

- 상장봉 밑 바위지대에서 최.산고는 윤.부총 산녀에게 서쪽 저멀리 보이는 강화도 마니산이며 서해바다며 개성 송악산, 그리고 북동쪽 아스러히 아물거리는 화악산등을 가리키며 설명하느라 신바람이 났고, 길용.산원과 완.산원도 어~디 어~디하며 열심히 독도강의에 빠진다.
시야가 끝~내 준다. 가시 거리가 30여km는 넘을 것 같다.
박.산장과 윤.부총은 도(道)인지 선(禪)인지 모르겠지만 치열한 토론의 공방을 하며 발길을 옮기느라 북한산에서 가장 뛰어난 이 일대 가을의 풍광도 안중에 없는 듯 보였다.

- 예의, 이 코스로 산행하면 자리잡는 식당자리에 조금 못미쳐 암봉을 끼고 돌아가는 길목에 단풍나무의 붉은 빛이 곱디곱다. 윤부총 산녀의 입에서 탄성이 저절로 터진다.
햇빛만 있으면 그 빛깔이 더욱 요염할터인데, 하늘엔 여전히 검구름이 맴돌고 아주 작은 빗방울까지 얼굴에 하나 둘 떨어 뜨린다.
오.산총과 오산총 산녀가 오늘은 빠졌다.
그래도, 윤부총 산녀의 베낭에서 먹거리가 제일 푸짐하다.
돼지고기찌게를 보온병에 알뜰살뜰 넣어왔다.
바람도 불고 빗방울도 한두방울 떨어지는 가운데, 솔방울 술에다 곁들이니 맛이 그저 그만이다!
주변의 구박에도 아랑곳 않고 박.산장과 윤.부총의 득도(得道) 논쟁이 또 붙는다.
박.산장이 요즘 이 분야에 흠~뻑 빠져 있다나?
제길, 5학년이 넘은 나이에 새삼 선문선답이 무엇이냐?
박.산장님, 이제와서 새삼 산사(山寺)로 들어 갈꺼요? 암자(庵子)에서 과부자를 틀꺼요?
...........................
부처님 가운데 토막같은 남궁완 산원은 시종 미소만 지으며, 가끔 쐐주잔을 홀짝홀짝 넘기더이다!

- 이 코스에 처음 온 이길용도 으스스한 바람이 불고 빗방울도 떨어지니 더 이상 엉덩이를 붙이지는 못하고 일어선다. 물경 1시간 40여분 머물렀다.
산행 초입시부터 '명상의 길'로 안내하겠다던 박.산장은 길을 재촉한다.
육모정고개로 내려서는 길에 이름 모를 암봉이 하나 있다. 꽤 근사하다.
암봉 오른편 숲길엔 지난 여름 폭우로 쓰러진 거대한 나무가 산길을 가로 막고 있는데 이 일대 단풍 빛깔도 매우 좋더라.
이 숲길을 지나 약간 언덕받이에서 왼쪽으로 비스듬히 오르면 바위터가 하나 있다. 여기서 바라보는 인수봉의 풍경은 압권이다!
이 바위터를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바로 육모정고개로 닿는다.
박.산장은 왼쪽 소로 능선길로 안내한다. 길은 잘 나 있는데 등산객이 전혀 없다.
하기사, 이 산길로 접어드는 포인트를 아무나 알기는 쉽지가 않게 보였다.

-길이 아기자기하다. 재미있는 산길이다.
나같은 날씬한 몸매는 빠져 내려가기가 쉽지만, 오.산총 같으면 녹녹히 않을 길도 있는가 하면, 길이 뚝~짤렸는가 싶은데, 비스듬한 바위를 살금살금 내려가면 길이 또 이어지고,
짧지만 밧줄도 타고 내려오는 코스도 있고, 엉덩이를 바위에 쨕~ 붙이고(나같은 숏다리는 너무나 불리한..)내려오는 코스도 있더라!
이런 길을 한 25여분 내려서니 너럭바위 하나가 나타난다. 거의 수평이요 아래로는 약간의 단애(斷崖)를 이루고 있었다.
박.산장이 말하는 바위다. 일러 '명상의 바위'라 하자고 했다.
20여명은 앉을 수 있는 넓이이다.
남서쪽으로 인수봉이 살~짝 보이고, 육모정고개에서 용덕사로 빠지는 골짜기 일대의 단풍의 풍경도 좋다.
무엇보다 남쪽 바로 건너에 보이는 바위모양이 마치 전복 또는 홍합의 형태이고 그 움푹 파인 곳의 나무들도 가을 빛을 더하니 그 형상이 참 묘하더라?
박.산장에게 여기서 저걸 보며 득도의 길을 가는냐고 물으니, 처음엔 뭔 소리인지 모르더니 한참 후에야 알아 듣고는 낄낄거린다. 옆에 있는 남궁완이는 그저 또 묘한 미소만 짓는다.
그래, 이 바위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는지는 각자 개성이다.
박.산장 제안대로 이 바위를 '명상의 바위'라 부르리까? 아니면 '無心의 바위'라 부르리까?
한번 가 보고 각자 나름대로 이름 붙여 봄이 어떠할꼬?

- 명상의 바위에서 예의 산길을 너덜너덜 25여분 내려서면 '명상의 집'(카톨릭 수도원)이다.
내려서는 도중 2번의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오른편 길은 버리고 왼편 길로 내려서야 한다.
오른편으로 가다보면 멍멍이가 짖어대는 '몸보탕'집들이 나온다나? 쪌~화가 들으면 귀가 쫑끗하겠다.
'명상의 집' 뒤편의 고난의길에는 예수 일대기를 간략히 조각해 놓은 것을 걸어 놓고 있더라. 이 길에 발을 디디는 순간 나도 모르게 괜시리 숨소리도 낮추고 발걸음도 조심하게 되더라.
그 뒤뜰을 돌아나와 명상의 집 철문을 빠져 나오면 비포장길...우이령으로 넘어 가는 길이다.
오늘 산행은 여기서 사실상 끝낸다.

명상의 집 정문 건너 골짜기에 즐비한 음식점등에서 육자배기, 메들리 가락소리가 들려온다.
우이파출소까지 이렇게 20여분은 내려서야 한다.
'명상의 집'은 북한산 자락 기막힌 위치에 자리 잡고 있더라? ♧♧♧

<참석자>
박흥덕 최택상 이규도 윤철원쀼 남궁완 이길용 김용하 김세윤 -9명-

(후담)

박.산장의 제의로 홍삼표 집을 지나, 도선사가는 길목의 한 갈비집으로 이른 저녁 겸 발길

값도 싸고 맛도 괜찮다나, '산유화'란 집이더라. 맛도 값도 good!

구도(求道)의 길을 걷고 있다는 박.산장이 요즘 득도(得道)에 어려움이 많나?

평소답지 않게 좀 오~버했지?

덕분에 최.산고가 전철에서부터 곤욕(?)을 약간 치루었으리라?

몰라라!

무량무심으로 산행하다보면 내 육신을 건강히 돌보다 건강히 훌훌 떠나가는 날이 오지 않겠나?
무얼 남기고 무얼 움켜 쥐고 떠나겠나? 내 육신을 돌보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요즘인데,
윤회(輪廻)니 환생(還生)이니 천당(天堂)이니 지옥(地獄)이니 하는 개념은 나에게 너무 어려워라!
분명한 것은 작금의 산행 후의 음주량이 너무 많다고 생각된다.
과(過)하면 화(禍)를 부르는 법, 육신이나 정신이나 .... zzzz

- 정리자 - 산대 e.Q 이 규 도

평소 존경하고 주변에 항상 후덕하고 다정다감하던 친구, 거나하게 취하면 가끔 쎠~락산을 그렇게 가고 싶어하던 친구,
이 쪌~화(李哲和)에게 이 산행기를 바친다!

-1012설악공룡능선-

무량무심산행기

설악의 홍엽 풍경을 가슴에 쓸어담고 장대한 암릉 바위지대 공룡능선을 넘다

일 시 : 2002년 10월 12일(토) ... 맑음(10/11 설악동1박)
산행지: 설악산 공룡능선
구 분 : 無量無心 산행
코 스 : 설악동(05:55출)...비선대(06:45착)~마등령(09:45착...10:00출)~나한봉~1275봉(12:00착..점심.휴식12:55출)~신선암(15:00착...15:15출)~무너미고개(15:35착)~양폭산장(16:45착..17:00출)~귀면암~비선대(18:25착...18:40출)...설악동(19:20착)

- 설악산(雪岳山),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한두번쯤은 찾은 산이고, 산을 사랑하는 등산객이면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이는 산이며, 누가 무어라해도 남녘 산줄기에서는 으뜸으로 치는 산이다.
이 설악산은, 한계령. 끝청봉. 중청봉. 대청봉을 경계로 하여 장수대. 십이선녀탕. 백담사. 미시령 일대를 내설악이라하고, 미시령 속초방향. 설악동 일대를 외설악이라하며, 점봉산. 오색. 주전골 일대를 남설악, 미시령 북쪽 신선봉. 마산 일대를 북설악이라 불리기도 한다.

- 1억년전 지구를 지배했던 동물 공룡의 등뼈를 연상시키듯 험봉이 줄기차게 솟아 있는 공룡능선은 내.외설악의 분수령으로 용아장성능과 더불어 설악산의 가장 험난한 코스이지만, 빼어난 풍광, 장쾌한 경치를 연출하는 설악 능선의 백미(白眉)이다.

마등령~나한봉~1275봉~신선암~무너미고개에 이르는 5.5km의 암릉 바위지대인 공룡능선을 주파하는데 5시간은 족히 소요되고, 곳곳에 위험한 구간은 있지만 설악산의 장대한 기상과 통쾌한 조망의 진면목은 이 공룡능선에 올라서면 유감없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지리산 천왕봉에서 시작되어 남녘의 무수한 명산을 거친 백두대간 마루금은 한계령. 중청. 대청의 설악에 이르고 공룡능선에서 한번 다시 힘차게 요동치다가 마등령을 넘어 미시령을 넘고 진부령까지 이어지며 북쪽으로 백두산에까지 이르고 있다.

- 2년전(2000.9.3) 백두대간 종주 산행시 희운각에서 새벽에 공룡능선을 넘어갈 때는 비 온뒤라서 제대로 조망도 못하고 산행했었고, 앞으로 또 언제 와 보나 했었는데, 아직은 체력이 온전하고 주변에서 말이 나온 김에 그야말로 무량무심(無量無心)으로 공룡능선을 산행해 보기로 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 동기회 산우회 베테랑 송경헌과 박중배와 함께 어제(10/11)밤 11시가 훨씬 넘어 설악동에 도착하여 대충 눈을 붙이고 새벽 5시부터 짐을 꾸리고 간단히 새벽참을 먹고는 산행 준비에 나선다.

- 설악동의 새벽 하늘엔 별빛이 찬란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미풍이 얼굴을 스치며 기분을 상쾌하게 해 준다.
즐겁고 좋은 산행이 될 것같은 예감이 든다.
하늘의 별빛이 스럼스럼 가물거리고 주변의 어스럼이 한겹 두겹 걷히는 가운데, 비선대로 향하여 널널히 발걸음을 옮긴다.

- 간밤에 누구의 쌍고동(코골이)이 더 우렁찼는가를 판정해 달라는 중배와 경헌의 이상한 판결 요청에 누구 편을 들 수 있으랴? 산행에 지장이 막대하지? 다만, 우리의 호프 xx 녀석에 비하면 너희들 쌍고동은 새발의 피라고만 얼렁뚱땅 넘겨버리고, 이런저런 이야기 도란도란 나누다 보니 비선대에 금방 온 것 같았다.
천불동계곡이 시작되는 초입에 오른편으로 250여m 높이의 적벽-비선대다. 그 위용을 쳐다보면 설악의 기에 우선 주눅이 든다.
주변의 수목은 이제 단풍이 막 절정으로 돌입할 듯한 색깔이고 계류의 물은 맑디 맑다.
비선대산장 옆의 철계단 중 일부는 지난 8월의 폭우로 휩쓸린 듯 뒤틀어져 있다. 계곡을 가로 지른 다리를 건너 오른편 쪽문으로 오르면 마등령가는 길이고 왼쪽으로 쭉 오르면 천불동계곡으로 이어진다. 마등령으로해서 시계반대 방향으로 산행키로 한다.

- 15여분 오르면 금강굴로 가는 갈림길이 나오고, 우린 오른편 금강굴을 외면하고 왼편으로 오른다. 여기서부터 능선에 붙기까지 너덜과 돌무덤이 즐비한 급경사를 한참이나 올라야 한다. 초반부터 다리품께나 팔아야하고 이마엔 땀이 그득해진다.
그러나, 능선 좌우로 아침 햇살에 비친 간간히 곱게 물든 단풍들을 보고, 왼편(남쪽)으로 공룡능선 암봉들이 시야에 들어오며 설악의 풍경이 점점 압도해오면 발걸음도 가벼워 진다.
비선대에서 주변 풍광을 보면서 부지런히 3시간여 올라야 마등령에 닿을 수 있다.

- 도중, 어떤 등산객 일행들의 소란스럽고 헉헉대는 소리에 무심산행에 방해된다면서 경헌이는 먼저 휭하니 내 뺀다. 위로 먹었으면 아래로 내 보내는 것이 순리인지라 가을의 낙엽의 수북한 움푹진 곳에서 이 몸이 재판을 받느라 쫴금 지체했으니, 경헌이는 이미 마등령으로 치고 오른지 꽤 되었을 것이다.
마등령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지점(10여분거리)에 샘물이 있다. 맛이 기가 막히다.
중배와 나는 얼른 수통의 물을 쏟아 버리고 새로 꼭꼭 눌러 담고는 또 한컵 벌컥 마신다.

- 마등령(1320m)에는 벌써 등산객이 여러 있었다.
오른편으로 계속 오르면 항철봉으로 가는 백두대간 마루금이 이어진다.
그 길로 5분여 거리의 1326.7봉에서 2년전 바라본 공룡능선과 운해의 장관은 아직도 잊지 못하는 풍광인데, 오늘은 왼편으로 내려서야 한다.
200m여 내려서면 오세암(오른편)과 공룡능선(직진) 갈림길의 마루터가 나타난다. 쉬었다 가기엔 안성마춤인 자리다. 백두대간 종주자들이 여기서 비박을 많이 하는 곳이기도 하다.
경헌이는 그 맛 있는 꿀 탄 미식가루를 혼자 다 먹고는 느긋하게 여기서 기다리고 있더라. 중배의 입에서 고운 발음이 어찌 나오겠는가?
동남쪽으로 보이는 공룡능선의 암봉들이 위용을 뿜어내고 있다. 마루터 돌무더기 위에 얹혀 있는 독수리 형상의 고사목 조각이 이채롭다.
근사한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간식도 들며 본격적인 공룡능선 산행 마음 가짐을 가다듬는다.

- 밋밋한 오르막을 오르면 곧 너덜지대가 앞을 가로 막는다. 이런 너덜지대를 지날 때마다 2년전 황철봉 너덜지대를 통과할 때의 어려움을 머리에 떠 올린다. 소위 '악마의 잇빨'지대라는 황철봉 너덜지대도 넘었는데 여긴 거기에 비하면 조적지혈(鳥跡之血)이 아닌가!
이 일대 정상이 나한봉이다. 조망이 끝~내준다.
남쪽으로 가야동 깊은 계곡으로는 홍엽이 찬란하게 수놓아 있고, 그 건너편 위로 용아장성능이 도도히 도열해 있다. 돌아다보니 마등령이 바로 건너에 보이고 그 오른편으로 지나온 능선 위로 세존봉이 절정을 다한 단풍 수목사이로 우뚝 솟아 뽐내고 있다. 설악골 방향으로도 셔터를 누룬다.
벌써부터 발길을 쉽게 옮기지 못하니 언제 공룡능선을 넘어갈꼬! 중배. 경헌이도 내 마음과 같다더라. 어느 젊은 부부의 사진도 근사하게 찍어주며 주변의 경치에 취한다.

- 나한봉을 지나면 고도감을 더해주면서 봉우리를 올라섰다가 내려섰다를 몇차례 반복한다.
암릉의 경사도는 심한 편이며 표고차가 100~200m 되는 곳도 있다. 체력의 소모가 심할 수 밖에...
그러나, 가다가 발길을 멈추고 보아야 할 풍광이 어디 한두곳이던가?
저 멀리 1275봉이 보인다. 얄밉게도 길은 다시 한번 뚝 떨어진다.

- 1275봉은 공룡능선 중간 지점이다.
1275봉 오르는 길은 길이 패이고 바위지대이며 경사도가 심하다. 땀께나 흘리고 다리품을 힘껏 팔아야 하는 곳이다.
하지만 공룡능선에서 조망이 제일 좋다는 곳이기에 그만한 수고로움은 감내해야 하지 않겠는가?(반대방향에서 오는 등산객도 결코 내리막의 즐거움은 아니리라.)
1275봉 정상 밑 바위터에서 점심을 들며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우선, 코냑 한잔으로 알싸하게 힘든 다리를 달래준다.
점심이라야 김밥에다 김치, 산적이 고작이지만, 중배가 꺼낸 쐐주(小플라스틱병)에다 곁들여 먹으니 꿀맛이다.
지나온 암봉과 바위지대를 바라보며 어쩌구 저쩌구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언제 우린 또 올 수 있을까 미리 걱정도 해 보고, 금강산과 비교하여 토론도 해보고...마음 같아서는 느긋하게 한숨 잤으면 더욱 좋을텐데...알콩달콩 머물다보니 시간이 꽤 흘렀더라.

- 자칭 진정한 산꾼이라는 청년(30대초반쯤 됨직하다)이 1275봉 밑 이전에 간이매점이 있던 자리에서 커피. 미식가루등을 팔고 있었다. 일년에 한 300~400만원 버는 게 고작인데, 봄. 여름. 가을은 설악 일대에서 살고 겨울엔 그 돈으로 여행도 한다며 그것으로 충분하단다.
토요일인 오늘도 이만한 등산객이 있는데 내일 일요일이면 바글바글하단다. 짐이 무거운 등산객들이 간혹 먹걸이도 즐거운 마음으로 내 놓고 간단다.
우리로서는 도저히 상상도 못할 이야기이지만 그의 얼굴엔 만족과 편안함이 그득해 보이더라.
마담커피(인스턴트) 한 잔에 물경 2000냥을 선뜻 바칠 수 밖에 없더라.

- 1275봉 지나면 곧 내리막이다. 150여m 정도의 표고차는 됨직하고 경사도 심하다.
늦가을과 겨울엔 바람이 매우 강하고 기온이 급강하하는 최대 위험지대라고 한다.
하지만, 1275봉을 내려서서 다음 봉우리 사이 안부에서 걸음을 꼭 멈추어야 한다.
왼편(동쪽)으로 눈을 돌려 보자!
천하제일의 경관을 자랑하는 천화대가 힘차게 도열하며 솟구쳐 있다.
그 오른편에 범봉이 그들의 우두머리인양 위풍당당하다.
오른편(서남쪽) 건너에 용아장능이 설악에서 내가 제일 으뜸이라고 시위하듯 용솟음치며 암릉의 위용을 한껏 뽐내고 있다.
추색으로 가득 물든 수목들 사이로 뿜어내는 암봉들의 힘자랑과 멋자랑에 도저히 그냥 발길을 옮기기가 힘들다. 여기저기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대고 풍광에 흠뻑 취해본다.
문득, 쪌~화가 생각난다. 간혹 술자리에서 거나하게 취하면 " e.Q야, 우리 이밤에 쎠~락산 가자!"하며 읊조리며 설악을 오고 싶어하던 그가 이런 풍광을 보면 얼마나 좋아할꼬! 그와 같이 여기 올 기회는 아마 오지 않을지도 몰라?

- 다시 오르내리기를 몇번이나 반복한다.
때론 고사목을 사다리 삼아 전봇대 내려 오듯 내려서야 하는 곳도 있다.
애국가 배경화면으로도 유명한 암봉들이 보이는 마루터에 올라왔다. 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앉기좋은 바위터가 있다. 배경이 기가 막히다. 우리 3명도 온갖 폼을 다 잡고 찰~칵!
이 암릉 마루터를 지나면 공룡능선의 마지막 봉우리 신선암이 저만치 보인다.
신선암 왼편에 꽁지머리마냥 바위에 착 달라붙은 소나무들이 멋을 더해 준다.
다시 오르내리기를 하다 신선암 오르는 길은 발길을 더디게 하고 땀을 또 요구한다.

- 신선암 정상밑 바위터에서 바라본 용아장성능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건너에 또렷이 보인다.
중배 왈 ; " 양승찬이는 거길 넘었다는데 우리 산대야 거길 당연히 한번은 가 보시겠지? "하며 부화를 돋군다. 경헌이도 부추긴다.
아써라, 이 나이에 공룡능선이면 감지덕지(感之德之)이지 무씬 언감생심 용아장성이라니...
" 난, 거기는 안 갈란다! 니나 가거라! " 내 대답에 " 하~모 하~모 우리가 미쳤냐? 우리가 양승찬이가? " 하며 둘이서 맞장구친다. 梁군은 암벽에 뿅가서(?) 우리 산우회에 안 나온지가 이미 오래다.
그래, 욕심은 끝이 없는 것, 과욕이면 화를 부른다. 무량무심 산행에도 맞지 않고...
요렇게 오붓하게 가끔 장거리 산행 기회 앞으로도 만들어 보자며 주절주절 끼럭끼럭 대면서 하산길의 원기를 돋군다.
남쪽 저멀리 위쪽에 대청과 소청이 아스러하고 희운각으로 내려오는 아슬아슬한 길따라 빨간 철계단도 시야에 들어오고, 희운각 일대 단풍은 만추로 치닫는 듯 추색을 떨어 버리고 있다.

- 신선암에서 20여분 내려서면 무너미고개이다.
중간 조금은 조심해야할 바위지대를 제외하고는 여느 산길과 비슷하다. 지나온 암릉에 비하면 비단길이다.
무너미고개에서 5분여 올라가면 유명한 희운각이 있지만, 우린 그냥 왼편으로 내려선다.
설악산에서 비경이 가장 뛰어나고 우리나라 3대계곡의 하나인 천불동계곡으로 내려서는 것이다.
중배의 우문(愚問)이 이어진다. " 설악에서 공룡이 제일이냐? 천불동이 제일이냐? "
영화 '친구'에서 나오는 대사 중 " 조오련이 하고 거북이하고 대마도까지 헤엄쳐 가면 누가 빠르노?" 그 장면이 스치고 지나간다. 녀석 무슨 대답을 원했을까?
경헌이의 현답(賢答)이 나온다. " 공룡은 공룡대로 그 맛이 있고, 천불동은 천불동대로 멋이 있쟈! 비교하지 말지어다! " 그래, 그거야! 지리산은 지리산 맛이 있고 오대산도 그나름대로 멋이 있지!

- 단풍의 절정은 이 일대를 스치고 지나간 듯 하다.
양폭으로 내려서는 도중 기막힌 붉은 단풍 한곳을 보았는데, 카메라에 담지 못했다. 햇살이 가렸고 더 내려가면 더 좋은 곳이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었는데, 날은 어둑해 오고 헛사였다. 아까워라!
토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양폭산장에는 등산객이 그득하다. 내일 일요일이면 이 계곡을 오르내리는 등산객이 얼마나 될까?
캔맥주 들이키면서 중배는 통쾌(?)한 듯 야릇한 미소로 물어오고, 경헌이는 언젠가 질색을 한 경험이 있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 오련폭포를 지나고 끝없이 이어진 철계단을 따라 내려오면서 바위지대의 단풍을 즐기기도 잠시, 귀면암을 저만치 두고서 천불동계곡의 어스럼은 빠른 속도로 드리운다.
하기사, 작년 9월에 이길을 내려왔으니 오늘 세세히 볼 작정은 아니었지만 어스럼은 발길을 한층 재촉하게 만든다.
손전등도 꺼내지 않고 어둠속의 보일락 말락한 돌길을 따라 40여분 내려서니 비선대산장의 불빛이 나타난다.
아침에 건너왔던 다리를 지나면서 왼쪽을 올려다 보니 비선대는 어둠속에서도 그 위용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비선대산장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오늘 산행을 사실상 끝낸다.
다리는 뻐근하지만 온몸 속의 찌꺼기와 노폐물이 다 빠져 나간 듯 기분은 쨩이었다.
......................................................
비선대에서 설악동까지 널다란 길은 어둠 속의 산책이었다.
서로들 고생했고 즐거운 산행이었다고 덕담을 주고 받으며, 가끔 이렇게 온 몸을 보~링하러 산행 기회를 만들자며 나누는 악수하는 손바닥에 아직 힘들을 느낄 수 있더라.
오랜만의 장거리 산행이었다. ♧♧♧

< 후담 >
* 당초 공룡능선 이야기 꺼낸 장본인부터 펑크 내더니, 가겠다고 다짐하던 분(?)들도 하나 둘 빠지고...차량 2대 예상했던 게 급기야 중배와 나 뿐!
10/11 오후 경헌이 밤에 출발하면 합류 가능하다는 급연락...그래서 3명이 오후 8시경 서울을 떠났고...
가는 도중 쪌~화에게 전화; " 쪌~화야, 나 .e.Q , 이 밤에 쎠~락산 가~안다! " 언제나 함께 갈거나?

* 설악동에서 의기투합되어 온천하고 소초로 가서 쐐주 땡기고 내일(10/13) 아침 일찍 서울로 가자고 결의!
척산온천에서 마감 시간 아슬아슬하게 피하여 온천물에 피로를 풀고 속초로 출~발.
숙소를 잡아 놓고 택시로 대진항 포구에서 우럭. 광어회에다 매운탕에 쐐주 쨘, 쨘, 쨘,

* 오늘밤 쌍고동은 더욱 요란할 것이니, 내일 아침에 누구의 쌍고동이 더 큰가를 분명히 해 달라는 중배의 능글거림도 밉지 않고...
숙소 건너편에서 호프 한잔 더 하자는 중배의 제의에 경헌이도 신바람 동의...
그러나, 들어간 곳 간판이 '오몽가몽'이라...호프 간판만 믿고 들어섰는데 병맥주만 있다나?
레스링 선수같은 글래머(?) 마담에게 꼬임 당한 중배, 마른 안주까지 시키니..아뿔싸!
눈은 절로 감겨 오는데, '오몽가몽'에서 비몽사몽간에 움~팍 바가지 뒤집어 쓸 것 같은 예감에 필사적으로 5병에 스~톱! 쪌~화야, 너였다면 우쩨 했겠노?

* 쌍고동 소리를 들은 듯도 했는데 깊이 잠이 들었었나 보다.
새벽에 중배가 판정해 달라는 요구에 못 들었다고 잡아뗐다. 경헌이도 야릇한 미소 짓더라.
10/13 아침 7시 서울로 출~발!
오색을 거쳐 한계령을 넘고 하늘벽을 지나 추색이 다해가는 길을 따라 널널히 올라 오는데, 설악쪽으로 향하는 관광버스와 무수한 차량들 ... 흠, 고생들께나 하시겠소! 3명은 파안대소하다!

- 정리자 - 산대 e.Q 이 규 도

0929명성산

고느적한 명성산 억새평원을 다시 찾았는데
은빛 갈퀴는 바람결에도 아직 일지 않고...

* 일 시 : 2002년 9월 29일(일) ... 비온 뒤 갬
* 산행지: 삼각봉(903m),명성산(922.6m)
* 구 분 : 번외산행(20회이하합동산행; 26회주관)
* 코 스 : 주차장(09:45출)~비선폭포~등룡폭포~억새밭~언덕재~삼각봉(점심,휴식)
~명성산~계곡.폭포~산안고개(15:55착)

- 산정호수를 내려다 보고 가을에 억새가 유명하다는 명성산을 1년여만에 다시 오른다.
작년('01.10.21)에 제55차정기산행으로 으악새가 슬피 울고 지나간 늦가을에 산행했던 코스와는 정반대로 오르기로 했다.
따라서, 구간별 자세한 산행일지를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하고, 제55차정기산행일지를 참고하길 바랄 뿐이다(산우회 산행일지2001에 게재).
산행량이 차지 않은 후배 10여명은 비선폭포에서 오른편 건너로해서 여우봉을 타고 빙둘러 삼각봉으로 오르기로 하고 대부분은 상기 코스로 산행키로 했다.

- 산행 출발을 하기 직전 소나기가 쏟아진다. 자인사 넘어 봉우리에도 먹구름을 잔뜩 이고 있었다. 능선에서 비 맞으면 낭패인데 걱정들을 하면서 상점들 처마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데, 다행히 비는 곧 가늘어 지고 비선폭포로 올라 갈수록 구름도 엷어지고 간간히 햇살이 비치니 안도의 한숨을 쉰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능선 일대의 등산로는 바싹 마르면 먼지가 풀풀 일 정도인데, 이 스치고 간 비가 걷기에 좋게 적당히 물을 뿌려 준 것이 아니겠는가!

- 비선폭포, 등룡폭포에는 작년보다 수량이 훨~씬 적었고 물빛도 작년보다 더욱 탁해 휘뿌였다. 이유는 제55차정기산행기에서도 언급하였지만, 명성산 동쪽 일대 전차부대 사격연습장등으로 상류에서부터 물이 탁해져 내려오기 때문이다.
여긴 아직 가을 깊숙히 들어서지 않은 듯, 아직은 푸른 나무들 사이로 간간히 추색(秋色)으로 물들어가는 곳이 군데군데 시야에 들어온다.
이선길(20회;총동창산우산행대장)선배와 부인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 주고 받으며 함께 오른다. 의외로 두분은 명성산이 처음 이란다. 나중에 알았지만 후배들도 거의 대부분 명성산을 오늘 처음 산행한다고 했다.
여길 여러번 산행해 본 이 넘이 주제 넘게 이 구석 저 구석에 대해 자연히 말이 많아지고....
아서라, 알면 얼마나 안다고 ... 속으로 그러다가 억새평원에 들어서니 또 입이 열린다.

- 억새들은 이제 막 필려고 서로들의 은빛을 비교하듯 바람에 이리저리 눈치들만 살핀다.
출렁이는 은빛 물결을 본격적으로 보려면 한 열흘은 기다려야 될거야?
그래도 좋았다. 무엇보다 등산객들이 거의 없었다. 그 넓은 억새밭에 우리 일행들만이 억새밭 한 가운데 있는 나무밑에서 느긋하게 감상할 수가 있었다. 고느적하기까지 하였다.
10월 중순 전후면 휴일엔 이 일대에는 등산객들로 버글버글하여 아, 으악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 운운의 정취는 찾을레야 찾을 수가 없다.

- 억새밭을 가로 질러 언덕재의 팔각정(작년에는 없었는데 그새 지었더라. 더구나, 그 옆엔 화강석으로 커다랗게 명성산 가는 표지석을 만들어 세우고... 군수의 업적이다 이거지 뭐? 그 옆에 나무 표지기가 아담하게 서 있는데 굳히 돌로 또 세우냐?)에 올라서서 억새밭을 내려다 보면 좋긴 좋다.
허기사 두리뭉실한 삼각봉과 명성산 정상의 조망을 위해서 여길 찾는 등산객이 몇이 있나? 가을이면 대부분 이 억새밭의 은빛갈퀴 휘날리는 속에서 추억의 사진 한 장 찍으러 오는 사람이 훨~ 많다고 본다.

- 삼각봉으로 오르는 능선길에서 이선길선배 부부에게 명성산(鳴聲山)의 유래에 대해 알콩달콩 또 늘어 놓는다. 내려다 보이는 산정호수의 탁한 물빛에 대해 안타까움을 설파한다. 덕분에 능선길이 지루하지 않다고 하였지만, "에고 e.Q야 고마 해라! 니 보다 한수 위인 사람들이야!" 속으로 생각하며 또 뚝~ 하고 오른다.
능선길 주변의 들국화와 다른 야생화들이 곱~다. 뒤따르던 윤부총 내외는 이 꽃 저 꽃 유심히들 보면서 다정스럽게 오른다. 오산총의 심술은 오늘도 예외는 아니고... 지가 크면 얼마나 크다고? 어중간한 키보다 아예 나처럼 작은 게 훠~ㄹ 유리할 때가 얼마나 많다고! 그런데, 뭐~여? " e.Q야, 작아서 안보인다! 어데 있냐?" ... 최산고가 그랬으면 밉지는 않지!

- 삼각봉 정상의 나무와 바위터에 먼저 올라 간 20회 선배 세분이 아담한 자리를 차지하고는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오겠다고 장담한 여우봉으로 간 팀들은 아직 오지 않았고....
12시가 되지 않았지만 여기서 점심을 들기로 하고 후미를 기다린다.
그런데, 펼쳐 놓은 먹걸이들을 보니 웬만한 뷔페보다 근사하다.
통닭, 게살산적, 오징어뎃침에 초장, 보쌈김치, 불고기, 순무물김치, 순대, 김밥 등등등...
그리고, 오미자술, 솔방울술, 양주, 영지버섯술, 맥주, 쐐주, 캔막걸리 등등...
야, 이걸 먹고 하산후 뒷풀이에서 또 먹어야 하나며 해 놓고도 잘도 맛있게 먹는다.
이러다, 후미와 여우봉팀들 먹을 것이라도 남겠냐며 하면서도 주거니 받거니 한다.
36회 후배 한사람은 부인과 두딸(6살, 13살)을 대동하였는데, 억새밭에서 도로 내려갔겠지 생각하였으나 후미와 함께 올라왔다. 오대산 비로봉 등정 이력이 있다며 산안고개까지 갈 것이라고 으시대며 올라왔단다. 고 귀염성에 산녀들은 이것저것 더욱 챙겨준다.
그리고도 (1시간여)한참만에 여우봉팀들이 도착했다. 좋은 먹걸이는 당연히 바닥 직전이었고 ...

- 그들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면서 슬금슬금 다 먹은 사람들은 또 길을 재촉한다.
저멀리 명성산 정상이 보이고 그 서북쪽 뒤로 궁예능선이 보이고 철원평야도 간간히 시야에 들어온다.
그렁저렁 1시간여 걸으면 명성산 정상, 조망이 아주 좋다. 철원평야도 한눈에 들어오고 지나온 능선길 좌우에 물들기 시작하는 추색(秋色)의 빛깔도 좋다.
여기서 물한모금 또 둘러보며 경치 감상 ...
저멀리 능선을 내려오는 후미들의 행렬이 시야에 들어올 즈음 하산 발걸음을 옮긴다.
오던 길로 조금 되돌아 안부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길로 택했다.

- 산길에는 도토리가 지천으로 깔려있다.
오른편 능선위로 궁예능선쪽 바위봉우리 3개가 멋들어지게 솟아 있다.
그러나, 계곡 상류부터 계류는 바짝 말라있다.
내려오다 폭포부근에서 세수나 등멱할려고 했던 즐거움의 기대는 싹 없어졌다.
작년에 이길로 올라 왔을때는 단풍도 좋았고, 이 폭포의 물줄기도 가느다랗게 흐르고 있었는데, 8월의 그 폭우에도 물을 머금지 않았나? 폭포 줄기라고 알 수 있는 흔적만이 바위터에 상채기마냥 보이더라. 폭포 주변 암반은 그리 근사할 수 없는데 ...

- 여기서 마짝 마른 계곡을 두서번 왔다리 갔다리하면서 산길을 30여분 내려서면 산안고개다. 군부대 진지들이 작년보다 더 넓게 더 많이 구축되어 있었고, 한편엔 훈련중인 군인들도 보인다.
산안고개에서 오늘 산행은 끝난다.
거기서, 우측으로 10여분 너덜너덜 걸으면 조그만 농장이 있다는데, 검은 글씨로 나무판데기에 써 나무에 달아 놓고 이름하여 '파랑새농장'이더라!
오늘 뒷풀이 장소로 26회 후배들이 잡아 놓았다고 했다.
이렇게 올해도 명성산 산행을 하게 되었다.

<참석자>
- 22회 ... 이규도, 오성학, 윤철원쀼, 김용하
- 인원 ... 20회, 22회, 23회, 24회, 25회, 26회, 28회, 29회, 36회(총 41명)

(후담)
- 참석하겠다고 철썩같이 오산총에게 약속한 분중 4분이나 펑크 내고...
핑계가 좋았지요! 새벽에 서울 일부지역에 천둥번개치며 소나기 내렸으니...
덕분에 작년에 35명이 참석한 산행코스를 달랑 5명만이 참석하게 되었다오!

- 파랑새농장에서 선배, 후배들 자리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일일이 상대하며 쐐주잔 주커니받커니 하다보니 휙~휙 돌더군요. 오늘따라 이 산대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네? 그래도 기분은 쨩~이었소!
명성산 줄기에 어둠이 슬금슬금 내려앉을 때 즈음(오후6:15경), 우리들도 슬금슬금 일어났지요. 26회 아우님들 덕분에 순토종닭도리에 백숙도 맛보고...암튼, 수고 많으셨~소!
오는 도중 버스안에서 또 몇잔 더하고 ....
압구정동에 도착하니 밤9시 전후였다고 기억하고 있으니, 휴일치고는 빨리 귀경한 셈이지요.
귀가 도중 택시안에서 생생히 기억나는 말이 있더군! "술앞에 항우장사 없다" z~z~z
오산총은 요렇게 말할꺼야! '이 조금만 e.Q야, 니 덩치를 봐라? 황우와 감히 비교하다니...?'
ㅋ~ㅋ~ㅋ~, 그러니, 녀석은 오중간한 넘이야! 내가 콱 취하면 네가 취할 수가 있냐? ^ㅇ^

- 정리자 - 산행대장 e.Q 이 규 도

0915북한산상장봉(제66차정기산행) 산행기

0915 상장봉 능선

여인의 살결같은 상장봉능선, 빼어난 풍광 속으로 북한산 은밀하고 아름다운 곳을 훔쳐보다

일 시 : 2002년 9월 15일(일) ... 잔뜩 흐림

산행지: 북한산 상장봉능선

구 분 : 제66차 정기산행

코 스 : 솔고개들머리(10:17출)~능선~상장봉(12:00착)~능선한바위(12:15~14:00, 점심.휴식) ~육모정고개(15:00착)~용덕사~우이동파출소앞(15:45착)

북한산은 오를 때마다 느끼지만 참 아름답고 멋들어진 산이다.
천만명이 훨씬 넘는 인간들이 우글거리는 한가운데에 이만한 산을 끼고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운인가!
그러나, 북한산국립공원(도봉산포함) 지도를 펼쳐보면 우리는 이 아름다운 산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했던가 반문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백운대.인수봉을 중심으로해서 서쪽부터 남쪽으로해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더듬어 보자.
구파발을 지나 고양시쪽 북한산입구부터 즐비한 음식점과 마구 파헤쳐지고 조성된 인위적인 시설물들로 산자락의 자태는 함부로 침범당하고 있다.
삼천사계곡입구와 진관사입구 쪽으로는 산자락을 파고 들어올 만큼 다 들어오고 있다.
은평구 불광사 쪽 산허리도 주택들이 야금야금 칩입하여 올때까지 다 온 듯하고, 북한산 남쪽의 구기동 일대로 들어서면 그 훼손의 끝은 어디일지 모를 지경이다.
세검정, 평창동을 지나 북악터널을 거쳐 정릉골짜기에 이르기까지 산을 깍아 먹을 수 있는데까지는 다 깍아 먹었고, 정릉계곡 입구 일대의 어지러움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라 무감각해져 버렸다.
다시 돌아 삼양동과 화계사주변 및 영락기도원이 있는 동쪽 자락도 아카데미하우스, 4.19국립묘지 일대까지 성한 곳은 거의 찾아 볼 수 없게 주택과 음식점과 시설물들이 맹렬히 파고 들고 있으며, 우이동계곡 일대로 들어서면 도륙의 흔적은 절정이요 가히 과간이다.
도봉구 방학동과 도봉동 일대도 아파트, 연립주택등이 파고 들때까지 파고 들었고, 도봉산역, 망월사역, 회룡역 일대의 도봉산 동편자락까지 갉아 먹을 수 있는데까지는 갉아 먹고 있는 중이다.
급기야는 인간의 편리함을 빙자로, 차량들의 흐름의 조금만 신속함을 위하여, 도봉산 북쪽자락 사패산 밑으로 터널을 뚫고 산을 관통하여 서울외곽고속국도를 놓는다고 하여 환경단체등 시민단체와 정부간의 마찰은 주먹다짐까지 오고간 작금의 현실이다.
이에 따라 북한산국립공원은 그 주변으로 등산로가 나고 현재는 등산로가 거미줄처럼 그려져 있다. 따라서 북한산은 만신창이(滿身瘡痍) 일보 직전이다.
이와같이 살펴 볼진대, 북한산에서 그래도 온전한 구석은 서북쪽 일대 뿐인가 싶다.
고양시 효자동 밤골(소위 숨은벽골;여기도 많이 알려져 여름엔 계류 암반 곳곳에 행락객들도 그득하단다), 사기막골(오늘도 그 앞에 내리는 등산객이 작년에 비해 훨씬 증가한 것 같다), 상장봉능선, 우이령 서북쪽 골짜기 등, 673지방도를 끼고 있는 오른편 일대이다.
이 일대는 상대적으로 교통이 불편하고 군사통제구역도 있는 것이 그 주된 원인일게다!
이모씨가 30분 늦게 연신내에 도착하는 바람에 시외버스 한 대 놓치고(30분마다 운행), 거의 한시간을 할 일없이 허비하고는 솔고개 밑에 도착한 시간이 10:15경이다.
자세한 산행들머리는 소개 않는다. 이 구간은 아직도 자연휴식년제에서 풀리지 않은 것으로 알기에, 우리끼리 오르는 것만으로도 죄스럽고 캥기는데 그럴 수야 없지 않은가!
6월 16일 이후 꼭 3개월만에 상장봉 능선을 살며시 들어선다.
다행히(?) 오늘은 정기산행인데도 떼거지로 몰려오지 않아 12명이 오붓하게 오른다.
능선에는 등산객이 드문 듯하고 양옆으로 잡풀들이 키만큼 우숙우숙 자라 있었다.
오르는 초입 입구의 xx당(암자는 절대 아니고 사당같은 듯하다)에서부터 강아지 한 마리가 " 여긴 아직 함부로 등산하는 곳이 아니오!"라고 경고하듯 오총의 신발을 붙들고 뒤를 졸졸 따라 오르니, 처음엔 재미로 이녀석을 부추기던 오총도 어느 정도 오르니 구찮고 걱정되는 듯 위압적인 자세와 소리로 쫓는데 이놈 보소, 돌아가다 돌아서고 돌아가다 돌아선다. 그놈, 운 좋을 줄 모르고...여름이 지난 계절이니 다행이지 삼복더위이면 오총에게 걸리면 국물도 없는데...무슨 일나기 전에 어여 가!
상장봉 능선에 들어서는 것이 조심스럽고 캥기는데 엉뚱하게 고놈에게 뒤집어 씌운다.
하늘은 잔뜩 흐려 있다.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떨어질 것 같았다. 바람은 한점도 없다.
그런데도 땀은 별로 나지 않아 산행하기엔 아주 좋은 기온이다.
그렁저렁 30여분 오르면 오른편으로 소나무사이로 인수봉, 숨은벽, 백운대, 염초봉, 원효봉능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쉬기에 안성마춤인 너럭바위터도 있다.
북한산 서북쪽 일대의 은밀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서서히 들어내기 시작한다.
바로 위 또 다른 너럭바위에 20여명의 다른 등산객 일행들의 왁짝지끌하는 소리에 오늘 이 코스는 우리만이 아닌 것을 비로소 알았다. 또한,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 일행의 리드가 우리 동기인 강정후(부천내과원장)라는 사실을 상장봉 밑에서 간접적으로 알게 되었다.
능선은 서쪽에서 동남쪽으로 흘러 이어지는데, 중간 한곳에만 떨어졌다가 올라치는 비교적 부드러운 능선이다.
이 오르막을 치고 능선에 붙으면 경관은 더욱 아름답다.
상장봉(上將峰:543m)의 아담한 바위봉우리가 자뭇 위풍당당하다.
왼쪽 건너(동북부쪽)에 도봉산의 여성봉이 소담스럽고 그 넘어에 사패산이 여인의 젖가슴마냥 탐스러히 솟아 있다.
그 오른편으로 오봉의 자태가 씩씩하게 도열해 있고, 그 넘어 건너에 자운봉과 만장봉의 우람한 자태가 구름을 살짝 이고 있어 보기에도 근사하더라!
오른편(남쪽) 건너로 사기막골 깊은 초록수해(樹海) 위로 인수봉,숨은벽,백운대,염초봉,원효봉험능이 힘차게 솟구쳐 있다.
상장봉 바로 못미쳐에서의 바위터에서 분재처럼 아름답고 소담한 노송과 어울려 쳐다보는 풍광은 가히 일품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던가!
북한산의 은밀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다 볼 수 있다. 한 폭의 동양화 그 자체이다!
좌우로 빼어난 경치에 도취되어 카메라 셔터를 누루고 있는데, 능선에서 만났던 20여명의 일행들이 왁짝지껄하며 지나간다. 그 일행들이 지나간 후 곧 박흥덕회장, 중회선생, 최고(최택상고문)등이 도착하고는 같이 풍광 이야기를 하던 중, 지나간 일행의 리드가 강정후라고 박회장이 귀뜸해 준다. 다른 친구들은 못 알아보았는데, 박회장은 부천에서 그를 만난 적이 있어 알아 보았고, 우리 동기 산우회 산행차 오늘 이곳을 산행한다고 말했다는데....
나도 못 알아 보았지만, 우리 22회동기회에서 영총, 총통이라 불리우는 이 몸을 그넘도 못 알아 보았다면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허기사, 8년 총무시절 동기회모임이나 경조사에서 조차도 한번도 본 적이 없으니, 이 산중에서 서로가 무심코 스쳐 지나간 일이 무슨 사건이나 되겠냐?
주섬주섬 카메라 챙기고 다시 발길을 옮긴다.
상장봉은 암봉이라 숙련된 등산객은 바로 오를 수도 있지만, 우린 우회한다.
우회길도(그 밑으로 한참 삥 둘러가는 길도 있지만..) 중간에 보조밧줄이 걸려 있고, 매우 조심을 요하는 암릉이다.
겨울철이나 바람이 세게 부는 날에는 매우 조심해야 할 구간이지만, 경치는 끝내 준다.
상장봉을 돌아 내려서는 암릉 한 곳도 나같은 숏다리에게는 곤욕스럽다.
바위 틈새로 한두번 만에 내려서지 못하고 낑낑거려야 하기 때문이다.
오총의 험담(?)이 이때를 놓칠리야 없는 것은 불문가지라!
가만 있을 이몸이 아니라, 왈 "야, 숏다리도 산행 시 유리할 때가 얼마나 많다고..? 지나 내나 백보오십보지 뭐?" 그래서 한번들 더 웃을 수가 있었다.
일순, 인수봉 쪽으로 바라보니 엷은 구름띄가 봉우리를 휘감고 있다.
부더러운 여인의 하얀 비단천을 두른 듯 멋진 광경이다. 얼른 카메라 꺼내 또 한 컷 찰~칵!
이 바위지대(매우 짧음)만 지나면 또다시 부더러운 능선길 ... 조금가다 바위터가 근사하고 좌우로 북한산과 도봉산을 함께 조망할 수 있는 곳에서 베낭들을 풀어 헤친다.
예의, 오총과 윤총 여학생들이 꺼내 놓은 것들에 남정네들은 입가에 군침부터 흘린다.
그도 그럴 것이, 한약재료에 삶은 족발, 금치같은 보쌈김치만으로도 충분한데, 솔방울술, 버찌술, 탱자술까지 꺼내니, 연신내에서 산 소주병은 눈밖에 날 수 밖에....
평소 산행시마다 출석율 좋고 먹걸이의 수고로움까지 봉사하는 두 여학생에게 보답을 못하던 박흥덕회장이 준비한 추석선물(내용은 현찰이 아닐까?) 꾸러미를 건네준다. 타이밍이 절묘하다. 그래서 회장은 아무나 하나?
어느 주점에 간들 이만한 안주거리로 한잔 하랴?
쉬엄쉬엄, 야금야금 먹고 마시면서, 이런 이야기 저런 화제들을 나누면서 너긎하게 늘어져 버렸다.
인수봉 위로 구름들이 점점 짙게 드리우고, 동북쪽 도봉의 자운봉도 구름 속으로 모습을 감추고, 제법 몸들이 오록오록해 지니 슬슬 움직여야지...
널널히 능선길을 따라 30여분, 또 바위터가 있어 쉬면서 북한산과 도봉산의 자락들을 구경하고, 동편 저 멀리 불암산 앞 옛 마들평야 일대에 들어선 빽빽한 아파트들을 바라보며 제각기 담소를 나누는데, 이 산중에 제비의 무좀약 선전에 귀가 쫑끗한 두분이 있으니, '박회'와 '최고'라, 제비의 물찬 제비같은 영업활동에 두 손 들어야지? 무좀은 등산의 최대의 적이니 어쩔 수도 없었겠지?
육모정고개로 내려서다 보면 우뚝 솟은 이름 모를 암봉 하나!
근사하고 그 바위 틈새로 서 있는 소나무들의 생존, 끈질긴 생명의 외경에 고개만 끄덕인다.
육모정고개~영봉~갈딱고개 구역도 역시 자연휴식년제 출입통제구간이다. 영봉을 넘어 가고픈 사람 손 들라고하니 모두들 시선을 외면한다. 넘들 하고는? 애당초 그 코스로 갈 의향은 나도 없었더라! ㅎㅎㅎ.
이 고개에는 '74년 8월에 이 부근에서 조난사 했지 싶은 분의 추모석이 하나 있는데, 그 분이 누구인지는 나도 자세히 모르나, 이은상 선생이 썼다는 것만이 눈에 유난히 띄인다.
육모정고개에서 30여분 내려서면 왼편에 조그만 절이 하나 있다.
용덕사(경내는 한번도 들어가지 못했다)라 한다.
오늘 산행은 여기서 사실상 끝난다.
철조망을 몰래(?) 넘어서니 호젓한 산행에 대한 죄스러운 마음이 다시 돋는다.
그린파크입구, 우이파출소앞까지 아스팔트를 따라 좌우로 즐비한 음식점들에는 등산객이고 일반인이고 거의 보이질 않는다. 텅~텅 비었다.
평소 일요일이면 버글버글 하는 곳이고, 사방에서 노랫가락 소리로 시끄러운데 오늘은 적막감마져 든다.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 탓일까? 아니면 추석을 코앞에 두고 몽땅 성묘라도 갔나?
오늘 일요일 맞아?
더도 덜도 말고 우이동 골짜기 오늘만 같으면 하산할 맛 나겠더라. ㅋ~ㅋ~ㅋ.

<참석자>
박흥덕 최택상 오성학쀼 윤철원쀼 김시영 김세윤 김진성 이규도 이석영 주재훈-12명

후담)

1) 우이파출소 건너편 한 호프집(손님 몇 명 없더라) - 빈대떡, 골뱅이무침, 부대찌게에 생맥주 몇 잔들... 뒷풀이 간단히 했다지만 여기서 2시간여 흐르고...

그래도 자주 이 코스 산행하던 넘들(소위 119부대?)은 예상보다 빨리(?) 일어서는 게 영 불만인 듯 했다.

귀가길 지하철 열차안에서 나에게 석영 왈 ;'모처럼 산행 후 일찍 들어가나 보다!'

천호역에 내리는 시각이 오후7시 가까이 되었는데 무슨 말을 하리오 ..' 유구무언이요'

2) 북한산이 어쩌구 저쩌구 다 좋다! 10월에 공룡능선 타는 산행계획도 신나겠지?

e.Q야, 지금 그런 걸 걱정할 때 인감?

추석이 코앞인데, 찬바람이 곧 불텐데... 어떻게 먹고 살래?

.................?????.............

아파트 불빛만 보면 '아, 그~래!' 하고 내뱉는 소리... 요즘 산행 후 귀가길의 습성인가?

- 정리자 - 산행대장 e.Q 이 규 도

0825반암산(22회초청 20회이하합동산행) 산행기

<0825반암산>

구름다리바위가 근사하고 잣나무 숲사이로 계류가 좋은 반암산

일 시 : 2002년 8월 25일(일) ... 갬, 더운날씨
산행지: 반암산(盤岩山; 832m) ... 강원 화천군 사내면
구 분 : 번외산행 ... 20회이하합동산행(두번째, 22회주관)
코 스 : 반암계곡입구~계류첫째다리~능선~구름다리바위~구멍바위~정상~
A)정상왼쪽(동쪽)능선~반암산휴게소(덕골)
B)정상직진(남쪽)~795.3봉못미처 임도~윗덕골~계곡입구회귀~반암산휴게소
C)795.3봉~도마치봉~백운산~무학봉중간남쪽사면~계곡입구회귀~반암산휴게소

- 한반도 산줄기는 1대간 1정간 13정맥으로 크게 갈라 지는데, 그 13정맥 중 하나인 한북정맥은 북녘땅 금강산 훨씬 북쪽의 주가령부터 대간에서 벗어나 남쪽으로 쭉~ 흘러, 강원도 철원군 하오현~ 광덕산~광덕고개~백운산~도마치봉~국망봉...~운악산을 거쳐 도봉을 넘고 북한산으로 이어져 한강변까지 내닫는 산줄기이다.
반암산 또는 번암산(磻岩山)은 한북정맥 줄기인 백운산과 도마치봉 사이 능선에서 바로 동쪽 건너에 보이는 산이며, 그 사이로 잣나무가 울창하고 계류가 깨끗한 아담한 산이다.

- 이 반암산을 두 번이나 답사한 시행착오 끝에 오늘 다시 오른다.
처음에는 사창리로 빠지는 반암동에서 득병곡을 거쳐 도마치 가는 도중 절개지가 많아(군도로공사중) 들머리를 찾지 못해 헤매다, 다시 광덕고개로 올라가 광덕고개~762봉~백운산 가다 동쪽 무학봉 밑으로해서 반암계곡으로 내려서는 길도 포인트를 놓쳐 헤매다 그냥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8월22일에는 아예 반암계곡 입구에서 정상을 거쳐 반암산휴게소(덕골)로 내려오는 간단한 코스를 답사해 보았다.

- 광덕고개에서 사창리로 가는 지방도를 내려가다 보면 광덕분교가 있고, 그 건너에 반암산휴게소가 있는데, 여기서 도로따라 도로 1km가량 올라오면 반암산등산로 표지판이 조그맣게 보이고 다리를 건너면 반암계곡 입구이며 임도다.
오늘 산행 들머리를 여기서 시작한다. 시각은 오전 10:35경이다.
22회가 초청하여 20회이하기수합동산행 두 번째이고 총인원 55명이다.
반암산 정상 올라 하산하는 코스가 짧은지라, 각자 능력과 취향에 따라 상기 3가지 코스로 입맛따라 다리품따라 골라 잡아 산행키로 정하고 하산 집결지는 반암휴게소로 정했다.

- 산행 실력 일천한 대가를 톡톡히 치루고 다시 오르는 반암산, 그러면 안되는 줄 알면서,요 산이 그저그런 산인데 하는 오만을 완전히 떨치지 못하고 오른다.
왼쪽으로 반암계곡 계류가 맑다. 널다란 임도가 걷기에도 좋다. 윗덕골(상류)까지 이런 임도로 이어지고 계속 도마치까지 연결된다.
물소리 들으며 한 15분여 오르면 첫 번째 콘크리트다리가 나타나고 이 일대 암반과 계류는 이 계곡에서 가장 으뜸이다.
다리를 건너 50여m 쯤 왼편 절개지를 치고 오르면 반암산 가는 본격적인 등산로이다.
가다보면 나무와 풀에 가려 쉽게 입구가 눈에 띄이지 않지만, 오른편 나무에 반암휴게소 주인이 메달아 놓은 아주 작은 나무표지판이 보이면 그 왼편이 입구다.

- C코스 팀을 먼저 올려 보낸다. 20회일부, 24회, 26회, 29회 한영균 등 16명이 산행에 굶주린 이리떼(?)마냥 앞서 나가고, 나머지는 그 뒤를 순한 양처럼 얌전히 오른다.
하산 결과론적이지만, C코스는 4명만이 산행했고, A코스는 뒷풀이 준비조 2명이 산행했는데, 나머지는 일부는 795.3봉을 넘어 도마치봉가다 오른쪽으로 탈출하여 반암계곡으로 나왔고 일부는 B코스따라 산행했다(산행시간 ... A코스;2시간 반, B코스;3시간반, C코스;6시간).

- 능선에 붙기까지 15분여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이틀전 내린 비로 산길은 잔뜩 물을 머금고 있었다.
일단 능선에 올라서면 두서너군데 바위지대와 경사도만 빼면 널널한 산길이다.
이렇게 여유자작 널널히 오르다 보면(들머리에서 1시간여) 구름다리바위가 보인다.
길이 30여m, 폭 3~5m나 되는 바위인데 밑은 아치형 성곽처럼 둥그렇게 파여 있어, 마치 구름다리를 그대로 이 산에 옮겨 놓은 듯 보인다.
올라가서 내려다 보면 아찔하겠지만, 올라간 일행들을 아래에서 올려쳐다보면 영락없이 구름다리를 건너는 모습이요, 여학생들이 올라서면 선녀가 따로 있겠는가?
구름다리바위에서 10여분 더 가면 커다란 바위가 있는데, 가운데 구멍이 삼각형으로 뚫여 있다. 원형이 아닌 것을 아쉬워 하는가?
남정네들은 괜시리 그 구멍을 들어갔다 나온다고들 한다. 나도 답사때와 오늘 들락거렸지만..

- 구멍바위에서 15여분 오르면 정상부근이다. 정상은 50여m 더 가야하지만, 이 일대 너럭바위지대의 조망이 일품이다.
바로 서쪽으로 한북정맥의 산줄기가 힘차게 북에서 남으로 뻗어 나가고, 백운산과 도마치봉이 좌우로 한꺼번에 잡힐 듯 바로 건너에 우뚝하다.
북북서쪽 무학봉 정상의 바위도 푸른 숲에서 삐죽나와 시샘을 하고 있다.
반암산과 백운산과 도마치봉을 그으면 거의 정삼각형일게다!
그러나, 반암산 정상은 영 볼품이 아니올시다! 실은 남쪽으로 내려서다 795.3봉 부근에서 바라보면 꽤 근사한 바위지대 절벽을 이루는데 ....
정상에는 '磻岩山'이라는 조그만 화강석표지석과 바위 한 개가 전부다. 나무에 가려 조망도 시원찮다.

- 정상에서 왼쪽(동쪽)으로 빠지면 덕골, 반암산휴게소로 내려가는 길인데, 1시간여면 충분하다.
정상에서 얼마아니 내려서면 가파른 급경사지대 2곳만 조심하면 어려운 곳은 없다. 뒷풀이 준비조는 핑계삼아 이 길로 하산할 터이고 ...
그 능선을 따라 내려가다 오른쪽 사면 골짜기 아래가 유명한 반암산유격훈련장이 있고, 평일엔 유격훈련병 구호소리가 온 산을 찌렁찌렁 울린다. 물론 일반인의 출입은 금지구역이다.
나머지는 모두 정상에서 한숨만 돌리고 바로 남서쪽으로 직진하였다.

- 능선길이 부드럽다. 때론 여기저기 더덕 냄새가 향긋하고 둥글레를 캐러 올라온 아낙네들도 가끔 만났다.
남서로 뻗은 능선길은 795.3봉 못미쳐 길이 뚝 잘린다.
반암계곡 입구에서 윗덕골로 이어지는 임도가 여기까지 이어져 도마치까지 연결되는 모양이다(지도와 또 영 딴판이다. 제길랄...).
반암산 코스만으론 영 양이 차지않은 20회, 24회, 26회, 29회 한영균등은 절개지를 치고 횡하니 내 뺀지 오래이고, 22회, 23회, 28회, 3회 민영선 고문 등은 유유자작하며 어슬렁어슬렁 임도 오른편으로 내려서다, 윗덕골 상류 화전민터 부근에서 골바람 즐기고, 여학생들은 탁족(濯足)하며 퍼져 앉아 도시락 등을 펼쳐 맛있게 먹었다.

- 대전에서 승용차로 직접 올라온 22회의 유일한 장군-장동명은 약속이 있다고 하산 도중, 친구들에게 일일이 인사 못하고 먼저 간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자~쓱 고렇게 가다니...아쉬움이 남는다.
임도를 따라 내려서는 이번 여름의 폭우로 길이 엉망진창이다. 길인지 도랑인지 구별조차 어려운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더라! 발 아래는 메뚜기들이 천방지축 날뛰고, 잣나무들은 양 옆으로 도열해 있고, 계류 물소리는 나뭇잎을 간드기는 듯 하다.
이런 정경을 음미하며 한참이나 내려오다 보면 잣나무들 사이로 아름다리 노송(Y자)이 발길을 잡는다. 근사하더라!

- 노송에서 10여분 내려서면 반암산 오르는 산길 길목이다. 산행시점인 첫째 다리 부근까지 내려오니 계류 곳곳에 좋은 곳에는 벌써 다 선점하고 있었다.
보거나 말거나 계류에 쑥~담그고들 있다. 우리 일행도 조금 밑의 계류 암반에서 훌렁 벗고 몸을 담근다. 여름 끄트머리 산행 후의 이 맛이야 해 본 사람만이 아는 맛이 아닌가!
집결지에 도착하고 나서야 알았지만(늦은 줄 알았은데 제일 먼저다), 아마도 뒷풀이 준비조 2명만 빼고, 계곡 어디에선가 시원한 계류물에 뛰어 들거나 발을 담그거나 하지 않은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지 싶었다.
C코스로 산행한 4명 조차도 얼굴과 옷차림이 말쑥하였으니.... 22회 넘들에게 늦었다고 빨리 나오라고 재촉한 이 넘은 또 한번 나쁜 넘이 되어 뿌렸다!
특히, 22회 여학생들에게 계곡 등멱 서비스를 받았던 3회 민영선고문은 의기양양해 하면서도 아쉬움이 남는지 싱글벙글하였다.

- 총동문산우회에서 추계산행지로 반암산으로 하는 듯 하는데, 그러면 1년에 이 일대를 4번이나 산행해야 하나?
그땐 오면 무학봉에서 내려오는 코스로 한번 산행해 볼거나? 몰라라, 그땐 그때 일이고 ....

- 왁짝지껄, 시끌벅쩍, 웅성옹썽... 24회 부부의 헤어스타일과 패션도 화제를 삼으면서...
^(^$#@%^&*(+^)^...ㅎㅎㅎ...
닭도리탕, 돼지갈비, 삼겹살에다 쐐주, 맥주, 22회가 제공한 양주까지 주거니 받거니...
각 기수별로 인사말도 나누면서, 반암산휴게소에서 기념촬영까지 마친 시각이 어느덧 오후 6시경이다. 그리고, 서울로 출~발!

- 일동, 이동으로 꽉~꽉 막힌 차량들을 뚫고 기고 하면서 수서역에 도착하니 밤10시가 훨씬 넘었더라. 그 와중에 이동막걸리가 온전할 리가 없었겠지!
아쉽지만 서로들 바이~바이, 만남의 여백을 남겨두는 것도 좋지 않은가?
어설픈 준비와 코스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산행되었다면 선.후배님들에게 더 할 나위 없겠다.
민영선 선배을 비롯 참석해 주신 선.후배님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다음번 초청기수 23회가 주관하는 합동산행은 더 즐거운 기획 재미있는 일이 많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마침표를 찍는다.

<참석자>
(1) 참석기수 : 민영선고문(3회), 20, 21, 22, 23, 24, 25, 26, 28, 29, 36회 ... 총 55명
(2) 22회참석자
박흥덕, 오성학쀼, 이규도쀼, 윤철원쀼, 김용수쀼, 홍기창, 서정항, 이길용, 주재훈,
우순명, 김세윤, 장동명<16명>

- 정리자 - 22회산우회 산행대장 e.Q 이 규 도

제65차정기산행일지-0818내리.칠룡동계곡

다시 찾은 첩첩산중 오지, 내리천 칠룡동계곡
너희들이 옥수담(玉水潭)에 풍~덩하는 맛을 아는가?

일 시 : 2002년 8월 17일(토)~18일(일) ... 1박2일, 갬
산행지: 내리천, 칠룡동계곡초입(강원 영월 하동면)
구 분 : 특별정기산행(제65차)
코 스 : 내리 자동마을~내리천~옛집터~늪다리...계류도강...칠룡동계곡입구
(왕복산행; 산행시간 3시간반, 하산도중 내리천 수영등)
<아침09:55출발...오후4:40회귀>

작년 여름 오성학과 함께 여기를 답사하고 온 이후, 여러 차례 산우회원들에게 이곳을 널널히 한번 산행했으면 했었는데, 그때마다 이구동성으로 좋다고들 했고, 그래서 지난 봄부터 이번 여름에 이곳을 산행해 볼까 생각도 했고, 막상 이야기를 꺼내니 가겠다는 회원도 꽤 되어 산행공고를 하게 되었겠다.
8월 한가운데에 징검다리 공휴일(15일)이 끼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당초에는 15명이 간다고 약속을 하여 차량도 3대를 수배해 놓았는데, 출발 몇일전부터 이런 핑계 저런 사유로 한명 두명 빠지더니 급기야 출발 당일 오전에야 차량지원 약속한 분도 갑작스런 눈병으로 빠져 버린다.

결국 9명이 가게 되었고 차량은 2대다.
17일 오후 3:15에야 슬금슬금 내리는 빗방울을 뚫고서, 중부고속. 영동고속. 중앙고속도로를 거쳐 제천을 빠져 영월을 지나 오희찬이 사는 삽살모랭이에 있는 배꼽장승으로 내달렸다.
박효정, 남궁완, 손정수, 윤철원, 장창학, 우순명등은 희찬이와는 졸업 후 처음이거나 십수년만에 보는 얼굴들이지만, 세월이 댓수던가 22회 이름만으로도 반가와들 한다.

삽살모랭이 강바람이 분위기를 돋우는 가운데, 한우등심, 토종닭백숙, 민물매운탕 등에다 쐐주 걸치며 이런저런 이야기 도란도란 정담을 나누니 밤은 깊어만 간다.
때마침 전날 소백산을 산행하고 선달산을 오르려고 내리에서 숙박을 하고 있던 26회산우회 핵심멤버 곽경호, 김완순등(29회 한영균도 포함) 후배6명(일행 13명중)이 나와 오총이 온다는 정보를 입수하고는 배꼽장승까지 걸어서 내려와 합석하여 술맛을 돋구었다. 그들은 계곡수량 증가 등산로 유실등의 판단으로 칠룡계곡으로 선달산을 오르지 않겠다고 하였다.
거기에다 '달마족발'까지 곁들였으니 ...
오희찬의 오랜 죽마고우(이재석; 우린 그를 '아끼바리'라 부른다)가 대구에서 개인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올해 봄 늦게 이곳에 정착하였는데, 여름 한때를 삽살모랭이에서 녹전가는 도로변(배꼽장승에서 800m)에 간이음식점을 하고 있다. 이곳에 온김에 얼굴이라도 볼겸 거기까지 들렸는데, 이 친구가 걸어놓은 현수막에 " 달마족발 영월에 왔어요"라고 씌여 있더라. 그래서, 달마족발도 먹어 보았으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알 수 있을 것 같으나, '아끼바리(달마족발)가 영월에 온 까닭은' 알송달송 하더라.
암튼, 곡절이야 있었겠지만 대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이곳에 자리 잡은 오희찬(그의 별명? 다음에 공개할께)과 아끼바리의 용기가 대단한 것 같다.

숙소에 돌아와서도 그넘의 술잔들은 멈출 줄 모르고, 오총은 단잠을 자겠다고 아래 어디엔가로 사라지고, ㄸㅇ준이도 끼창이도 없겠다 기회는 이때다하고 노래방기기 마이크 놓을 줄 모르던 윤~철은 급기야 누워서까지 노래가락 울리며 기쁨조 역할을 충실히하고, 모두들 잠든 와중에 정수와 이몸은 쪌~화의 꾀임에 넘어가 내기바둑에서 완~죤히 깨지고 ...
그러다 보니 주변을 수습하고 새벽 4:15경에야 눈을 붙일 수 있었다.

공기가 좋아서 일까? 다음날 아침에 깨어 났는데도 머리는 맑았다.
엄여사(희찬 부인)가 끓여준 황태국으로 속을 달래고는 주섬주섬 산행준비를 하는데, "너그들만 갔다 오너라! 난, 잘란다." 고집하던 쪌~화를 의리의 사나이 순명이가 억지로 깨우고 항태국을 강제로 먹이고서야 출발할 수 있었다. 나중 이야기지만 진짜로 내버려두고 산행갔으면 심심해서 어쩔뻔했겠냐는 그의 고백은 들을 수 있었다.

내리마을 일대 실세(?)-칠룡상회에 입산신고를 하고서는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들머리에는 2003년까지 자연휴식년제실시로 입산금지 간판이 있으나, 실은 이 일대 주민들의 송이버섯등 산림자원물채취권 보호차원인 듯 하다.
강한 햇살, 파란 하늘, 하얀 구름, 진초록 수목을 인 산세들...그 사이로 흐르는 내리천.
봉화쪽 조제 부근 폐광이 이번 폭우로 터져 아직까지 약간은 희뿌연 색깔을 띄고 있다.
내리천은 봉화쪽 조제에서 내리 삽살모랭이까지 약10km에 달하는 계곡으로 선달산의 북쪽 기슭아래 남동에서 북서 방향으로 흐르고, 그 중간쯤에서 선달산 북쪽 아래로 흐르는 칠룡동계곡을 품어 안는다.
오늘의 목적지는 그 칠룡동계곡 초입까지 가기로 했다. 왕복산행 3시간~3시간반이면 넉넉하지만 시간에 구애받지 않기로 작정한다.

내 키보다 높게 자란 잡풀도 헤치고, 노란 달맞이꽃의 환대도 받으면서 때론 숲길로 때론 계곡따라 바위지대를 지나면서 천천히 오른다.
가다 바위터에서 쉬고 사진도 찍고 손을 계류에 담가보며 오르는데, 한 바위터에 배암(살모사) 한 마리가 또아리를 틀고 있더라. 사람이 지나가는데도 꿈적도 않고 있으니 사람 무서운 줄 모르더라! 지팡이로 톡톡 주변을 치니 그때서야 귀찮다는 듯이 어슬렁 어슬렁 바위 밑으로 기어 들어간다.
하기사, 이런 곳에서 사람 냄새나 소리를 들어 보았겠는가? 그래 미안하다 이놈아, 네 일광욕을 방해한 것 같아서 ....

이번 폭우로 길이 곳곳이 휩쓸려 잘려 나갔지만, 작년에 답사 왔을때보다는 길을 헤매지 않았다. 내리천 중간쯤 늪다리 15여분 못미쳐에 옛집터가 있는데, 작년 가을에 그 터 바로 위쪽에 집을 짓고 사람이 살고 있단다. 내리 일대 주민은 처음엔 강력히 반대했었는데 이런저런 사유로 묵인하고 있단다.
그래서인지 옆으로 돌기 힘든 계곡 바위에는 굵은 보조밧줄도 설치되어 있어, 우리로서는 반갑고 산행에 도움이 되었다.
아무리 인간사 사는 것 제멋으로 산다지만, 이 첩첩산중에 그 사람은 무엇으로 먹고 살며, 어떤 재미로 살까?

옛집터를 지나고 조금 더가니 작년에 왔다는 사람의 집(초가집)이 수풀사이로 언뜻 보였다. 혹시나 방해될까 하는 조심스런 마음으로 조용히 지나쳤다.
산세를 보니 칠룡동계곡 초입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았다.
늪다리에 도착하니 의외로 계류물도 많고 물살도 작년보다 센 것 같다.
보통때는 잘하면 계류들 사이의 돌들을 디디고 건널 수 있다는데, 오늘은 영 아니올시다!
등산화를 벗고 계류를 도강할 수 밖에 없다.
무릅까지 차 오르는 계류의 물살을 서로들 의지하며 조심조심 무사히 건넜다.
칠룡계곡에서 내려오는 계류의 빛깔과 온도는 내리천과는 확연히 달라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작년에 답사왔을 때 내가 매달아 놓았던 22회산우회표지기 2개가 그대로 걸려 있더라! 올 8월의 모진 폭우와 비바람에도 견뎌내고서 우리를 반기더라!

명경지수(明鏡止水) ... 칠룡동계곡 초입, 작은 폭포도 있고 아담한 소(沼)의 차가운 옥수(玉水), 그위에 비치는 천막을 두른 듯 빽빽한 나뭇잎, 그 사이로 파란 하늘....
모두가 훌훌 벗어 던진다.
직장에서의 사방으로 압박하던 스트레스를 날려보낸다.
사업장에서의 온갖 이해득실의 셈도 잊어버린다
여긴 우리들만의 세상,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다고 탓할 사람 하나도 없다.
그리고, 그 맑은 물에 헴 넣고 라면을 끓이고 거기에다 쐐주 한잔, 또 한잔 ...
이 여름을 이렇게 날려 보낸다. 좋~을~시~고!
어제 밤부터 설파하던 효정 왈; 너희가 쏘가리를 먹을 줄 아는가?
이 화두가 라면 끓이는 이곳에서 다시 쪌~화와 입씨름 붙더라.
그래, 여기까지 온다고 했다가 슬금야금 빠졌던 친구넘들아,
칠룡동계곡 초입까지 용은 없어도 배암이 득실대고 길은 험하디 험하다고 겁을 주면서 쬴~화를 못가게 꼬드기던 중회선생-시영아,
피치 못할 사정으로 오고 싶었는데 못 온 끼창과 풍덕천-충빈아, 요트 예찬론자 ㄸㅇ준아,
" 너희들이 이 옥수담에 발가벗고 풍~덩하는 맛을 아는가?" - 누가 이렇게 꼭 전해라 카더라.

몸이 오들오들, 입술은 파래지고 먹을 것들도 깨끗이 비우고는 주섬주섬 옷들을 입는다.
늪다리로 다시 건너와서 어슬렁 어슬렁 왔던 길로 내려선다.
내리천으로 내려 꽂는 햇살은 따갑다. 바위들이 뜨끈뜨끈하다.
한 1시간 가량 내려와서는 바위지대가 근사하고 계류물살도 세지 않고 깊지 않은 곳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모두들 또 훌훌 벗어 던진다.
수영복을 입은 넘, 발가벗은 넘(나도 그중 하나지만), 팬티 입은 채로 들어가는 넘 ... 그냥 좋더라!
주왕산 어느 폭포(20m 높이라고 주장했으나 그런 폭포 거기에 없음)에서 떨어졌다가 살아 나왔다는 정수의 무용담에 반박하는 오총과 쪌~화, 거기에 효정이는 가속도원리로 핀찬을 주고, 믿거나 말거나 우기는 정수의 천연덕스러움에 한바탕 웃고,
효정이의 멋진 다이빙 폼에 쏘가리와 눈싸움하러 간다고 야지 놓던 쪌~화와 이를 거드는 순명이,
도발적인 자세와 넉살의 쪌~화의 입담, 부끄러운 듯 멀찍히 떨어진 철원, 마냥 좋아하는 완이, 정수를 계속 타박하는 오총의 심술 ....
이 때묻지 않은 계곡에서 때묻지 않은 까까머리 우정의 물놀이던가.
그렇게도 선녀를 찾아 주세요하던 창학이 선녀 공급하라고 아우성 칠 무렵, 우리 옆을 한 노인(?)이 여유롭게 힐끈 쳐다보며 묘한 웃음을 띄고 내려간다. 아, 차림으로 보아 신선일리는 없고, 그러면 늪다리에 산다는 사람 같지도 않고... 아마도 내리 마을 사람이겠지?
이맘때 즈음 자기가 쳐 놓은 석총자리나 알 고 있는 송이버섯등이 잘 자라고 있나 점검하고 내려가는 분이 아닐까 생각되더라.
오늘 산행 도중 우리 이외의 사람을 본 것은 딱 그 사람 한명뿐이었다.

산행들머리로 거의 다 온 풀밭 소로길을 너그장 걷는데, 발아래에 또 배암 한 마리가 길을 가로 막는다. 이놈은 아예 갈 지(支)자로 누웠고 마치 " 이 원시적이고 살기좋은 이곳을 인간들이 마음대로 들어왔다가 그냥 나가도 괜찮은거요? "라고 흴란하듯 요동도 않는다.
독이 바짝 올라 있는 듯 했다. 지팡이로 풀을 툭툭 치고 워~이 소리치니 그제서야 슬금슬금 길을 내 주고는 수풀 속으로 기어 들어간다.
그래 맞다!
이 너부러지고 아무렇게나 자란 풀과 나무와 바위들이 너그들에게는 가장 살기 좋은 터가 아닌가!
자꾸만 우리같은 인간들이 하나 둘 찾는 횟수가 늘어나면 너그들이 사는 영역도 야금야금 좁아질꺼야.
인간이 얼마나 잔인하고 무서운 동물이던가! 그래, 이놈아 미안허이, 나도 생각하고 있어, 이 길을 따라 칠룡동계곡으로 오르는 산행도 더 없어리라.

산행들머리 지동마을 위, 88번 지방도 아스팔트로 올라서니 벌써 오후 5시가 가까웠다.
햇살은 아직도 따갑기만 하였다. 그러나, 하늘에는 이 여름도 지나가고 있더라.

<참석자>
오성학 이규도 이철화 박효정 장창학 우순명 윤철원 손정수 남궁완 -이상 9명-

<후담>

배꼽장승으로 돌아와 소머리국밥과 콩국수로 포만감 느낄 만큼 먹고서 서울로 출발 준비, 교통 정보 들어보니 영동고속도로 원주부터 호법까지 꽉 찼단다. 아끼바리는 피래미 튀김해 놓았으니 꼭 들렀다 가라한다고 희찬에게 낮부터 전갈이 왔다하고....
핑계낌에 아예 느긋하게 쉬다가 한밤중에 출발하기로 의견 일치!

일부는 간밤을 설치고 계곡 물놀이로 피곤한 몸을 달래며 골아 떨어도 지고, 밖에서 연신 쐐주를 야금야금 마시는 두 거두-오총과 순맹이, 바둑복수혈전을 벌리는 정수와 쪌~화, 그것도 모르고 난 강바람의 부드러움에 취해 통나무원두막에서 단잠에 빠지고 ....

희찬이는 그냥 가면 섭섭하니 꼭 아끼바리를 보고 가란다. 거기서 피래미튀김에 쐐주 두서너배...
기회들 놓칠리 있나? 쪌~화는 1호차 키를 나에게 주고, 창학이는 2호차 키를 철원에게 재빨리 넘긴다.
삽살모랭이를 출발한 시각이 밤 10경...
1호차를 암사동 한강고수부지 옆에 멈추니 새벽 1:40경이다.(2호차는 고속도로만 고집하다 순맹이 뭘 요기시키다가 최종 하차 시각이 새벽 3시였다고 한다.)

아파트 불빛을 보니 왠지 모르게 다시 가슴이 턱 막힌다.
.........................................................................................................
그래도 저 속으로 들어가야지! 더 철저히 사랑해야지. 처자식이 저길 있는 걸!
늪다리 아래 사는 사람이나, 배꼽장승의 희찬이나, 아끼바리처럼 살아 갈 용기가 없다면, 이 거대하고 복잡하고 이해득실이 우굴거리는 이 서울이라는 대도시 정글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
난, 산을 사랑할 수 있는 놈은 되어도 산꾼은 될 수 없는 놈이 아닌가!

* 배꼽장승(T:033-378-5005)가는 길 안내*
중앙고속도로 제천에서 빠짐~영월외곽도로(새로 난 길)~영월~고씨동굴~88번지방도~김삿갓휴게소~12km~봉화(88지방도).녹전(31국도)갈림삼거리...봉화쪽으로 다리건너자마자 왼쪽(배꼽장승)

- 정리자 - 산행대장 e.Q 이 규 도

[0801뱀사골반야봉]

지리산 뱀사골, 반야봉, 노고단 산행
그 기슭의 사찰순례와 섬진강 강바람

* 일 시 : 2002년 7월 31일 ~ 8월 3일
* 산행지: 지리산, 주변 사찰순례, 섬진강
* 구 분 : 무심여행
* 코 스 :
(8/1) 산행 : 뱀사골계곡~뱀사골산장~화개재~삼도봉~반야봉~임걸령~돼지령~노고단
~(코재...종석대 등산로폐쇄)성삼재~시암재 <약23.5km>
(8/2) 사찰 : 실상사 ~ 벽송사. 서암 ~ 화엄사 ... 섬진강변 숙박
(8/3) 기타 : 청학동도인촌 탐방

- 한달 가량 전부터 H의 제안과 부탁을 받고는 처음엔 지나가는 소리이려니 생각하였는데, 막상 1주일전에는 아주 이전부터 약속한 여행이라 어김없이 가야하니 꼭 동행해 달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산우회에는 거의 나오지 않고 있고, 장거리 산행이 여간 부담이 되지 않은 모양이었으며, 작년부터 약속하였던 H의 지인 권선생과의 철썩같은 약속때문이기도 하니 내가 동행해 주면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했다.
나 또한 6,7월에는 산행다운 산행을 하지 않은지라 자신도 약간 없었지만, 지리산 그 이름만으로도 동행하고픈 마음도 한편 있었기에 만사 제쳐두고 동행하기로 하였다.
나와 H, 권선생과 그 부하 동료 ... 4명의 사내들만의 여행이었다.

- 폭염의 한가운데 7월 끝날 예정보다 훨씬 늦게 서울을 출발(오후 4시)하여 경부고속도로~대전.진주 고속도로~함양~88고속도로~지리산i.c를 거쳐 지리산 뱀사골 입구 반선에 밤 8:45경에 도착하였다.
늦은 저녁에 복분자 술로 반주 삼아 맛있게 그릇들을 비우고는 그저 그렇고 그런 민박집 2층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 8월1일, 06:30 반선을 출발하다. 새벽인데도 뱀사골로 접어드는 수목사이로 바람 한점 없고, 그나마 시원한 계류의 찬기운만이 산행 발걸음을 가볍게 도와 주고 있었다.
초록 잎사이로 파란 하늘에 새털구름이 깔끔한데, 햇살은 무진 강렬해 보였다.
오룡대를 지나고 탁용소를 스치면서 땀나면 쉬고 쉬었다가 다시 오르고 ... 시원한 계류는 끊임없이 소리내어 발걸음에 맞추고...뱀소, 병소의 푸르디 푸른 물은 또 발걸음을 붙잡아 맨다.
계곡 전체는 휴식년제라 출입을 금하니 들어갈 수는 없지만 바라만 보아도 시원한 계류는 명성만큼이나 빼어나다.
병풍소와 단심폭포를 거슬러 간장소에 이르기까지 군데군데 나무계단과 철계단의 어려움도 H는 잘도 견뎌이기며 오르고 상쾌한 골바람이 나오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쉬면서 9.2km 뱀사골을 올랐다.
오르는 도중 몇몇 등산객만 만났을뿐 한적한 산행이었다. 뱀사골산장에 도착하니 10:50경이 다 되었다.
이른 점심을 해 먹으며(권선생이 다 준비해 왔다), 대.소 재판도 받고, 얼려온 시원한 맥주도 까면서 이리 둥굴 저리 둥굴하면서 거의 두시간이나 보냈다.
사람들도 점점 많아 졌다.

- 오후 1시경에 무거운 발걸음들을 옮긴다.
화개재에 오르는 나무계단이 H에게는 끔직한가 보다. 5분 오르면 화개재이고 능선은 거의 동서로 이어져 있다. 평탄한 능선을 가다보면 곧 삼도봉(1499m)으로 이어지는 550개의 나무계단 오르막이다. H와 권선생은 여기서 오르다 쉬고 또 오르다 쉬니 마냥 지체된다.
한참이나 기다리니 오른 것을 확인하고는 박형과 나는 반야봉을 들러기로 하고(그래야 H에게는 쉬면서 산행할 기회를 더 주게 되니까) 임걸령 약수터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노루목에서 반야봉(1733.5m;지리산 제2봉)은 논스톱으로 치고 오르면 45분여 걸리고 다시 내려와 능선과 만나는 지점까지 되돌아 오면 빨라야 1시간 20여분...그동안 H는 널널히 산행할 수가 있겠더라. 하기사, 삼도봉(일명 날라리봉)만 지나면 널널한 능선길이다.
반야봉 오르는 길은 녹녹치가 않다, 바위지대를 지나면 정상인가 싶은데, 오르막 능선길이 계속이어지고 급기야 철계단지대도 나타난다.
정상에는 몇몇 등산객들만 있었다. 지리산 종주 등산객들은 능선상에서 조금 북쪽으로 비켜나 있는 이 봉우리를 여간해서 들리지 않게 되어 있다.
그러나, 정상에 서니 지리산 굽이굽이 산줄기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주변에 핀 야생화들이 고산다운 운치를 더해 준다.
동쪽으로 천왕봉은 구름으로 가려져 있고 서쪽 노고단도 운해에 가렸다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다.
운해의 빠른 움직임과 시시각각 보여주는 지리산 능선줄기들이 압권이다!

- 임걸령에는 H와 권선생이 느긋하게 쉬고 있더라.
차디찬 약수물은 목구멍을 시원하게 적셔준다. 이 높은 곳에서 그렇게 시원한 약수가 나오는게 신기할 뿐이며 고맙기 한량없다.
돼지령을 거쳐 계속이어지는 능선상에서 핀 원추리와 금황초등 야생화의 빛깔은 산행 발걸음을 한결 가볍게 하고, 풍광이 좋은 곳에서는 어김없이 발걸음을 멈추고 경치를 감상하면서 걷는다.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팔부능선상의 산길이 돌들이 불거져 나와 약간은 미끄럽고 불편하지만, 그렇게 널널히 가면 원추리가 눈에 자주 띄고 목책이 둘러쳐진 평평한 오르막이 나타나면 노고단 아래 안부다.
노고단은 생태계 보호로 출입을 금하고 있고, 뾰족한 돌무덤 봉우리도 운해에 가려 보였다 말았다 한다.
일대 주변은 원추리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곱디고운 노란색 일색이다.
어머니 품같은 지리산 능선길은 사실상 여기서 끝난다.
노고단산장을 지나 성삼재로 내려서는 길은 돌길과 콘크리트 포장길이 물경 2.8km나 계속된다.
도중 코재에서 종석대를 거쳐 시암재로 내려서는 길도 등산로가 폐쇄되어, 어쩔수 없이 성삼재는 이런 길로 내려서야 하고, 거기서 시암재까지는 861지방도 아스팔트길을 걸어야 한다.
내색은 않지만 H는 이길에서 몹시 힘들었을 것이다.
시암재에서 1박하자고 고집하던 권선생이 미워 보였을 것이다.
그 심정 알고도 남지!
5년전(벌써 5년인가

백두대간 처음 시작으로 지리산 종주를 마치고, 파 김치되어 성삼재로 내려설 때 이길을 한없이 원망할 때가 생생하더라!
시암재에 도착하니 오후 7시가 가까워 오고 있었다.
만만찮은 거리를 하루에 산행해 낸 H의 인내와 끈기가 새삼스러 보였다.
그래, 상한이가 귀국하면 의기투합된 친구들과 지리산 대종주(성삼재~노고단~세석~천왕봉~
치밭목산장~대원사;70km)를 오늘처럼 하면 해 봄직도 하겠지! 그날을 위하여 ...!

- 결론적으로 시암재에서 1박하지 못했다.
권선생이 사전에 준비한 것이 아는 분이 끝내 연락이 되지 않아 거기서 1박 못하고 곡절 끝에 반선으로 되돌아 와 전날 묵었던 민박식당집 (전주식당 주인의 배려가 고마왔다)안방을 차지하고는(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고단한 몸을 씻고 보~링한 몸속에 맛 있는 산채비빔밥을 틀어 넣었다. 근사한 약초술도 곁들이고 .... 그리고는 모두 곤하게 z~z~z.

- 둘째날(8/2), 아침을 일찍 먹고 실상사(實相寺)로 향했다.
뱀사골 입구 반선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선종 가람인 실상사, 신라 흥덕왕 3년(828년) 홍척국사가 개창했다고 한다.
진입 어귀 다리 곁에 거대한 느티나무가 있고 그 옆에 석장승이 반긴다.
여느 사찰과 다르게 실상사는 산기슭에 위치하지 않고 평야지대에 자리 잡고 있다.
백장암, 약수암, 서린암등 암자가 고느적하고,
백장암 삼층석탑(국보제10호), 약수암 약사여래좌상(보물제41호)...통일신라 철불 초기 작품,등 귀중한 문화 유산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사찰이며,
산사의 담박하고 고풍스런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 아침인데도 태양은 사정없이 내려 꽂고 있었다.
다시 남으로 돌려 경남으로 넘어서서, 천왕봉 북쪽 칠선계곡 초입에서 가파른 산길로 30여분 거리에 있는 벽송사(碧松寺)로 향했다.
신라말이나 고려초에 건립되었다고 전하고, 조선 중종때 벽송지엄이 중창하여 벽송사라 불린다는 이 사찰에는 고려초기의 것으로 보이는 3층석탑(보물제474호)등이 있고, 대웅전과 보조 건물 몇채만이 있는 아담한 사찰이다.
그러나, 현대사 동존상잔의 6.25때 지리산 빨치산 제2사단장 이현상이 이끄는 부대의 임시야전병원으로 사용되었고, 국군의 토벌작전때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으로 아픈 상처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사찰이기도 하다.
벽송사를 내려오다 중간쯤 오른편 10여분 산기슭에 서암(서암정사)이 자리잡고 있는데, 석굴에 부처님을 모시고 있어 토암산 석굴암을 연상케 한다. 요즘은 벽송사보다 이 석굴암자가 더 알려져 사람들의 발길이 더 많단다.

- 칠선계곡을 빠져나와 다시 반선을 거쳐 성삼재를 넘어 구례로 향했다.
뱀사골 입구와 그 위 달궁에는 간밤과 새벽에 내려온 피서객들과 차량들로 일순 아수라장이다.
아무렇게나 주차한 얌채 족속들 때문에 그곳을 빠져 나오는데, 어마어마하게 시간을 소비하고, 구례에서 늦은 점심을 해야했다.
물어물어 먹거리다운 것을 찾다가 어느 허름한 추어탕집을 들렀는데, 맛이 죽여 주더라!
구례읍내 로타리에 차도 들어갈 수 없는 골목길에 위치해 있는데, 이름은 그럴듯했다.
'정든가든'(061-782-1772) ... 메뉴는 추어탕 한가지 ... 걸쭉한 맛에 뿅 간다.
이곳을 지나치는 기회가 있는 동기가족들에게 절대 실망시키지는 않으리라!

- 화엄사(華嚴寺)에 도착하니 벌써 오후 4시가 넘어섰다.
노고단 남서쪽 산기슭에 위치한 천하 명찰 화엄사.
31본산의 하나이며, 제19교구 본사인 화엄사는 신라 경덕왕(742~765)때 연기조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각황전(국보제67호), 석등(국보제12호), 4사자3층석탑(국보제35호)등 귀중한 문화재를 많이 간직하고 있는 이 사찰을 세세히 볼려면 반나절이라도 충분치 않은데, 불과 1~2시간에 어찌 찬찬히 볼 수 있으랴!
뿐만 아니라, 입구 계곡에는 물놀이 온 피서객이 드글거리고, 일반 관광객들도 많아 사찰에는 사람들로 넘쳐 난다. 따라서, 깊은 관찰은 또 후일로 미루고 각황전, 대웅전, 석등 등 몇몇에만 눈길을 응시하고는 화엄사를 빠져 나왔다.

- 그런데, 이제는 어디로 가나? 여수 순천으로 가자고도 하고, 아예 땅끝 해남으로 가자고도 하고 ... 절충안을 내어 일단 하동으로 가 보기로 하였다.
섬진강을 오른편에 두고 19번 국도를 따라 45km 가면 하동이다.
화개장터도 그냥 지나치고 쌍계사입구도 못 본척하면서 하동읍내에 들어섰는데, 마땅한 숙소를 구하기란 어려웠다.
이리 묻고 저리 물어 둘러 보아도 마음에 내키지 않아, 오다가 섬진강 변에 보았던 그럴듯한 곳으로 다시 차를 돌려 들어가보니 근사하더라.
이름이 호텔이지 그냥 그런 곳이지만(하루 숙박료 5만원), 에어컨도 있겠다 퀴퀴한 민박집과는 비교도 되지 않은 샤워 시설, 무엇보다 창밖으로 보이는 지리산 줄기와 섬진강 모랫사장과 여유로운 강물의 흐름의 풍광이 너무나 좋더라! 이곳에서 하루 머무는데 만장일치!
그리고, 그 건너편의 음식점 ... 재첩국과 재첩회와 참게탕 거기에다 복분자술 !
모두들 거하게 걸쳤다. 참게탕은 10월이 제맛이라 하지만 오늘 맛도 그만이었다.
맥주를 들고 섬진강 밤바람을 맞으며 대나무 평상에서 한잔 더 ... 죽여 주었지!
구례에서 하동쪽으로 하동 5km 남겨두고 오른편 강변에 보이는 호텔이 '미리내'호텔이다
(T:055-884-7290, 017-550-7230). 예약한다면 무조건 방 없다고 한다. 선착순이란다.
그 건너 식당은 '돌팀이호 선장집'(T:055-884-0684)이다. 절대 실망하지 않으리라!
무엇보다도 새벽에 숙소의 베란다 창문을 열면 불어 오던 소록소록하고 아사한 강바람,
아침잠을 더욱 신선하고 청아하게 해 주더라.
처자식이 무언지? 칡넝쿨처럼 얼키고 설킨 인생사 인연들이 무언지?
해가 뜨면 또 서울로 올라 가야만 한다!
아, 섬진강 강바람이여 나를 잠들게 하라!

(이글을 읽는 동기넘들아, 특히 쩔~화야 네 고향이 하동이지! 아내들을 위해 소개하니 엉큼한 생각일랑 접어두게나?)

- 마지막날(8/3), 아침도 돌팀이호 선장집의 참게탕에다 복분자술로 반주하다.
바닥의 국물 한방울도 남기지 않은 것을 보고는 주인은 서비스로 재칩국까지 한사발 더 준다.
하동에서 2번 국도를 따라 진주로 향했다. 한적한 길, 일찍 서울에 도착할 것 같았다.
그러나, 가는 도중 '청학동'이란 표지판에 모두 동해서 청학동도인촌을 들렀다 가자고 한다.
모두들 호기심도 있고하여 들리기로 하였다.
하동군 악양면 묵계리 세동에 위치한 '청학동도인촌' ... 결론적으로 말하면 행여 친구들아 여기를 들러 보려거든 실망감을 잔뜩 안고서 가거라!
세속과 등지고 각자의 도량과 득도를 위해 하늘아래 첫동네에 고결하게 살아왔다는 이곳에 들어서자 마자 왠만한 시장터는 저리가라하고 거의 전부가 민박에 먹걸이 파는 곳으로 변해 있었다.
토종닭, 동동주, 감자전, 각종 기념품등...차량도 동네 꼭대기까지 올라 오고 ....
동네 맨위에 알듯모를듯한 글자로 쓴 나무간판에 어귀를 만들어 놓고 그 위 평평한 곳에 아주 오래 전부터 쌓았던 돌탑 무리들이 청학동의 모습을 어렴풋이 짐작이나 할거나?
댕기 두른 학동도 근엄한 서당 선생도 보이지는 않더라!
감자전에 동동주도 씁쓰레하기만 하였다.
바로 저기 보이는 삼신봉 따라 남서 줄기 능선을 넘으면 쌍계사와 불일계곡이 있지?
우리 ㄸ준이(dj) 고향이 거기라 했던가? 그래, 그넘 일찌감치 상경하여 세속에 빨리 물든 것은 잘한 일이야! ㅋ~ㅋ~z.

- 진주를 거쳐 대전.진주간 고속도로를 타고 다시 경부고속도로 ... 회덕분기점부터 꽉꽉 들어찬 차량들 ... 모두들 서울로 서울 인근으로 기를 쓰고 올라가고 있었다. 무엇이 이들을 그토록 잡아 매고 있나?

*사족: H가 누구인지는 차차 알게 될 것임. 그도 하루에 24km가량 산행했단다.
쩔~화야, ㄸ준아 지리산 종주 한번 함이 어~때?

-e.Q- 이 규 도

<0717북한산상장봉>

제목 : 상장봉능선, 소나기.운해 풍광이 근사했다며...

우선 산행대장으로서 부득이한 사정으로 이날 산행에 참석 못한 점에 대해 참석하신 산우회원들에게 죄송하다는 말부터 드려야겠습니다.
특히, 처음 나오신 석영수 어부인께 송구스런 마음과 감사의 마음을 동시에 드립니다.
차후 나오시면 좋은 코스 산행 안내하겠사오니 변함없이 낭군님 이끌고 나오시기 바랍니다.
오랜만에 나오신 기창싸모님께도 같은 마음입니다.

북한산, 상장봉 능선(사실은 아직도 휴식년기간이라 일반인이 출입해서는 안되는데...)에서 소나기를 맞았다면서...
소나기 지나면 피어오르는 운해와 봉우리의 멋들어진 조화의 풍광은 여름 산행의 묘미라....

암튼, 오총이 수고가 많았다고 들었고... 그러면 총.산.총 오총이 주관하는 총동창산우회행사에도 많이 참석해 주어야지!

이날 산행에 참석한 회원들에게 차후 특별한 코스 산행에 꼭 한번 초대하겠습니다.
오성학 총무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이만 총총...(속으론 산.대 뜨지 않으니 얼마나 좋았을꼬?)

<산행참석자>
오성학 홍기창부부 석영수부부 김세윤 우순명 이석영 장창학-이상9명-

산행대장 e.Q 이 규 도

<0616 북한산 상장봉>

부드러운 능선길, 좌우로 빼어난 풍광

상장봉 능선을 어찌 한두번 산행으로 족할까

일 시 : 2002년 6월 16일(일) ... 청명, 매운 더운 날씨

산행지: 북한산 상장봉 능선

구 분 : 제63차 정기산행

코 스 : 솔고개밑들머리(10:38출)~상장봉(543m;12:00착)~중간능선(점심.휴식;12:15~14:00)~육모정고개(15:20착)
~약수터(15:30착)~용덕사(15:45착)~선운사입구(15:55착)...그린파크입구(16:10착)

북한산 상장봉 능선을 걸어 보아라! 여인의 살결처럼 부드럽다.
그 능선에서 남쪽을 바라 보라!
신록의 수해는 사기막골로 뚝 떨어졌다가 다시 위로 일렁거리며,
멀리 오른편 원효봉 능선을 미끄러지게 하고, 숨은벽골을 이루면서
백운대, 인수봉이 얼마나 힘차게 솟구쳐 있던가!
통쾌한 시야에 빼어난 풍광에 반할 것이다.
초록의 바다에 떠 있는 거대한 수석 같더라!

그 능선에서 다시 북동쪽을 바라 보라!
도봉산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저멀리는 사패산, 오른편 웅장한 바위는 자운봉과 만장봉,
가까이는 오봉의 자태, 그 왼편은 여성봉 ...
신록의 수목과 바위들의 멋진 어우러짐...발길을 붙잡는다!

................

북한산 상장봉 능선을 한두번 걸어 본 것으로 곳곳의 빼어난 풍광을 어찌 다 설명하리오?
따라서, 상세한 산행기는 다음으로 미루기로 한다.
어짜피 몇 번은 더 산행할 코스이고, 그땐 멋들어진 경치 사진도 찍어야 하니까!
금년 가을이 오기 전에 상세 산행기 및 사진을 게재할 것을 약속 드립니다.
깊은 양해 구합니다.
아울러, 이 코스를 가 보지 못한 산우회원가족(특히, 여학생들)들에게 산행할 기회를 꼭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일요일에 교회등 사정으로 참석 못하는 분들을 위해 토요일 또는 국경일등에 고려해 보겠습니다.
산행시간은 4시간이면 충~충분하더이다!

<참석자>
박흥덕 이규도 오성학부부 윤철원부부 서정항 김세윤
김진성 김용하 남궁완 임충빈 홍기창 윤지현 -14명-

<0519희양산봉암사>

장쾌한 시야, 빼어난 풍광, 힘차게 뻗은 대간 마루금
희양산에 올라 봉암사로 내려서는 길도 이젠 더 없어라

* 일 시 : 2002년 5월 19일(일;석가탄신일) ... 맑음, 더운 날씨
* 산행지: 희양산(曦暘山;999.1m)~봉암사
* 구 분 : 제62차정기산행(특별산행)
* 코 스 : 은티마을(10:26출)~농로.산판길~계곡갈림길(10:54착)~산성터(11:50착...12:10출)
~희양산(12:25착...점심등 13:35출)~회귀.능선.급경사지대(인파로 1시간여 소요)
~지름티재(15:10착...15:25출)~옥석대구경.봉암사순회등(17:05출)~홍문정...913지방도
삼거리(17:58착...후미18:30착)

- 충북 괴산군 연풍면과 경북 문경시 가은읍의 경계에 위치한 희양산은 그 모습이 우뚝하고 산 전체가 하나의 바위처럼 보이는 독특한 산이며,
마치 갑옷을 입은 무사가 말을 타고 달려 나오는 모습의 산세는 주변의 산 가운데서 우뚝 솟아 있어 쉽게 눈에 띄이는 산이며,
백두대간 줄기가 소백산을 넘어 문경새재를 거쳐 백화산을 휘돌아 속리산으로 내리 치닫는 도중에 만나는 대간 마루금에서 살짝 비켜나 있는 산이다.
그 희양산을 작년 석가탄신일에 이어 올해 석가탄신일인 오늘 또 오르기로 했다. 물론 봉암사로 내려가기 위해서다.
작년 이 코스를 산행하면서 아내를 데리고 오리라 마음 먹었기에 오늘 동반했고, 김시영. 윤철원. 오성학. 이영종의 부인들등 18명이 산행에 참가하였다.
코스도 작년 답사코스와 똑같이 산행하기로 결정하고는 아침 7:25 수서를 출발하여 증평I.C~괴산~34번국도~연풍을 거쳐 은티마을로 내달렸다.

- 5월 하순으로 접어드는 산야는 벌써 신록의 깊숙한 초록속으로 들어가고 있고, 아까시아가 곳곳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데, 날씨는 초여름마냥 꽤 덥다.
산행들머리를 괴산군 연풍면 주진리 은티마을 입구 남근석이 있는 고목에서 또 잡는다.
은티마을은 희양산과 악휘봉에서 흘러 내리는 계곡이 만나는 합수지점에 있고, 마을 한가운데를 흐르는 계곡물이 범람하여 가끔 수해를 보는데, 계곡 줄기가 여인네의 오줌 줄기 같다해서 수해 방패막이로 마을 앞 큰나무 밑에 남근석을 세워 놓고 있다.
묘하게도 마을 어귀 노송들도 거의 여인네 거시기 같이 Y자로 두갈래로 벌어져 있고, 매년 이 남근석 앞에서 마을 남정네들이 제(祭)를 올린다 하니 재미있는(?) 마을이다. 아무턴 음기가 센 곳이라고 작년 산행기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양기 많은 넘들 오늘 여기서 양기 다 빼앗기면 무슨 힘으로 산행할까?'하며 누군가 말하여 너덜스럽게 웃으면서 산행 걸음을 재촉하였다.

- 마을회관 매점 앞 다리를 건너, 왼쪽으로 따라가면(오른쪽은 은티재로 올라 악휘봉으로 가는 길이다) 담배밭과 과수원이 덤성덤성 있고, 농로를 지나 산판로 마루터에서 뒤돌아 내려다 보면 은티마을의 풍경이 고느적하게 보이는데, 음기가 센 곳이라고는 전혀 들지 않을 만큼 평화로운 산골 전경이다.
이렇게 어슬렁거리며 30여분 오르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곧장 오르면 지름티재로 닿지만(40여분이지만 경사도가 심하다) 우린 왼쪽 계곡길로해서 산성터로 발길을 옮긴다.
다른 산악회 등산객들도 많이 오르고 있었지만, 양 옆으로 수목이 싱그러운 초록의 산소를 마시면서 우린 천천히 오른다. 몇일간 내린 비로 산길은 촉촉이 젖어 있었고 잎새들의 연초록 빛깔마다 생명력이 넘쳐나고 있었다.
계류의 물소리도 간간히 들으며 새들이 지졀대는 소리도 들으면서 발걸음을 가볍게 하는데, 산성터에 가까이 갈수록 경사도가 점점 더해진다.
옛 신라의 산성터라 전해지는 희양산성터가 있는 주능선 위로 파란 하늘이 보이는 지점에 다다르서는 경사가 심하지만 거리가 짧아 그렇게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그래도 능선에 붙기 위해서는 가쁜 숨을 두어번 골라야 한다.

- 주능선상의 성터에 오르면 백두대간 능선이다. 희양산은 우측(남쪽)으로 가야하고 좌측(북동쪽) 능선은 시루봉으로 가다 크게 오른쪽으로 휘어져 이만봉을 거쳐 백화산을 넘어 이화령으로 한번 크게 내려섰다가 문경새재로 치고 올라서고는 쭉~쭉 소백산, 태백산, 오대산, 설악산...그리고, 백두산까지 이어지는 대간 마루금이다.
주능선에서 우측으로 15분정도 밋밋한 오르막 능선을 따라가면 오른쪽(서쪽)으로 급경사 갈림길이 나오는데, 지름티재로 내려서는 길이다. 희양산은 여기서 곧장 10여분 가면 정상이다.
희양산에 발을 내디디는 순간, 주변 풍광은 가히 일품이다. 정상으로 가는 도중(경사도가 거의 없다) 곳곳에 암봉과 노송의 조화로움이 예사롭지 않고, 땀 흘리며 올라온 수고로움을 다 덜어준다.

- 희양산 정상에서 한번 휘둘러 보자!
남쪽 기슭 아래 봉암사가 기막히게 자리잡고 있고, 남동방향으로 휘어진 봉암용곡의 자태가 또렷한데 일대 수목은 초록색 카페트를 깔아 놓은 듯 정갈하고 싱그럽다. 남동쪽 멀리 뇌정산(991.4m)이 우뚝하고 발아래 풍광이 아찔하지만 가히 절경을 이룬다.
동쪽으로 바라보면 이만봉(989m)이 부드럽게 솟아 있고 능선은 힘차게 이어져 백화산(1063.5m)에서 한번 크게 올랐다가 북쪽으로 떨어져 문경새재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마루금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어 그 힘찬 줄기들을 뽐내고 있더라!
서남쪽 저 멀리 속리산의 연봉들도 아스러히 시야에 들어오고...
장쾌한 시야, 빼어난 풍광, 힘차게 뻗은 대간 마루금, 여기에 암반과 노송과 푸른 하늘의 조화...
어떠한 미사여구로 다 표현하랴? 희양산에 올라서면 보이리라 느끼리라!

- 되돌아 중간쯤, 작년에 왔을 때 점심 먹었던 곳, 암반과 노송이 어우러져 있는 곳에서 우린 점심과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바로 서쪽 건너에 구왕봉(877m)...구룡봉이라고도 한다. 봉암사를 창건할 시 봉암용곡의 9마리 용을 쫓아냈는데, 그들이 희양산 기세에 눌려 그리로 가지 못하고 여기서 한데엉켜 봉우리를 틀었다는 전설이 있다.
이 봉우리를 보면서 북쪽 건너에 노송과 멋들어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는 거대한 암벽을 배경삼아 사진도 찍으면서, 무겁게 짊어지고 온 각종 먹거리를 펼쳐 놓는다.
풋고추에 고추장, 상추쌈, 도토리묵 무침, 장조림, 가지무침, 전, 양미리 무침, 고랭지 김치...등등
암튼, 여학생들이 많이 오면 먹거리 내용이 풍성하거니와 다양하다.
오총 누이의 즉석 비빔밥과 윤총 싸모님의 물김치는 인기 짱이고, 여기에 시원한 맥주를 곁들이니 절로 쩝~쩝~쩝!
모두들 젓가락을 어디에 갈지 몰라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이렇게들 느긋하게 풍경을 감상도 하면서 함포고복을 만끽하고는 다시 발걸음을 서서히 옮긴다.

- 왔던 길을 되돌아 10여분 가면 지름티재로 내려서는 급경사 지대...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내려서는 등산객과 올라오는 등산객으로 초만원이다. 봉암사에서는 올라오지 못하게 철처히 통제하는데, 지름티재로해서 올라오는 등산객이 이리도 많았던가?
150여미터 급경사 길이지만 조심조심 내려서도 10분이면 내려서는 길인데, 오르 내리는 등산객들로 뒤엉켜 아수라장(?)을 방불케 한다.
10여명 오르면 끊고 10여명 내려서고...각종 산악회에서는 자기 회원들만 위하려고 하고, 밧줄도 자기 회원들이 오르내리면 거두어 가 버린다. 백두대간 종주 시에도 그랬고, 작년에도 동아줄같은 보조밧줄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오늘은 가느다란 밧줄만 설치되어 있었다. 더구나, 물기를 머금은 경사 심한 산길은 미끄러워 녹녹치 않았다.
여학생들을 이끌고 조심조심 힘들게 먼저 내려섰다. 때론 나뭇가지를 잡고 때론 기다싶이하며 급경사 지대를 다 내려오기까지 물경 1시간여 소요된 듯하다.
그래도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모두 무사히 내려섰다는 사실이다. 오성학, 김시영은 여학생들 사수 임무를 다하느라 팔과 다리에 약간의 빨간 영광의 상채기가 있었지만(쬐끔만 것을 보이며 나중에 엄청 자랑들 하였다)...
사전에 정보 정확히 주지 않아 애를 먹었다는 이길용은 이 산.대를 잡아 먹을 듯이 씩씩거리며 지름티재로 내려섰다고도 하고...낸들 그렇게 인파(?)가 붐빌 줄 꿈엔들 알았남?

- 지름티재 바로 위, 근사한 노송에 걸터 앉아 여학생들을 모시고 쉬면서 후미를 기다린다. 돌아다 보며 휘양산의 위용을 쳐다본다. 저 높은 곳에서 내려왔는가 싶은 듯 청우당.오총누이, eQ022, 윤총 싸모님, 영종 싸모님 여학생들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지만, 한편으론 대단한 양 으슥거리기도 한다.
지름티재에 도착하니 벌써 오후 3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이 고개에는 조금만 서낭당이 있다. 3년전 백두대간 종주시 여기를 새벽에 지나갔는데, 그땐 오싹함을 느꼈으나 오늘은 정다움마져 든다.
곧장 오르면 구왕봉 급경사 오르막으로 이어지고, 오른쪽은 은티마을로 내려서는 길이며, 왼쪽은 봉암사로 가는 길이다.
여기서부터 봉암사 경내이다. 일년내내 일반인의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는데, 단 4월초파일에만 봉암사를 개방한다기에 오늘 이길로 또 내려선다.

- 무성한 숲속, 곳곳에 더덕 냄새가 진동한다.
낙엽이 수북히 쌓인 산길, 물기를 머금고 있어 더욱 푹신푹신하다.
빼곡이 찬 수목들의 향기가 너무나 좋다.
뒤따르는 이영종부부도 산길이 너무 좋고 주변의 수목이 청아하기 그지 없다며 만족해 하면서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그 아름다운 숲길을 따라 20여분 내려서면, 움푹파인 암벽에 나무기둥만 세우고 자리 잡은 암자!
무수한 유수한 스님들이 공부하며 도량을 쌓는 곳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 초라한(?) 모습이다.
그러나, 성철 법전 스님등 한국 불교의 거승들이 거쳐간 곳이 아니던가!
작년에 왔을 때는 암자 마당에 서서 세세히 살펴 보면서 약수 한모금도 마셨는데, 오늘은 일반인의 발걸음을 허락치 않는다. 스님이 도량 수업 중이란다.
앞 계류물을 머그컵으로 한모금 마시는 것으로 대신하고, 여남은 발걸음치에서 바라만 보았다.
허덕허덕 삶을 영위하고 있는 나같은 녀석에게도 채울 것이 많아서 일까 요즘 마음이 편치 않은데, 혹시나 마음의 계영배(戒盈杯)라도 찾을 수 있을까 들려 보았으나 허사였나?
도데체 이루어 놓은 것이 있어야 버리던가 말던가 할게 아닌가? 치열한 삶 속에 더 부닺히고 절절히 삶을 더 사랑하라는 무언의 표시던가?
젊은 스님과 여자 보살은 어여 내려들 가라며 암자 마당을 굳건히 사수하고 있었다.

- 아쉬운 마음으로 내려선다. 얼마아니가니 출입통제 팻말과 하얀 줄을 치고 한 스님이 지키고 있었다. 석가탄신일인 오늘도 원래는 이 길로 올라가는 것은 물론, 내려서는 것도 못하는데, 워낙 내려서는 등산객이 많아 그냥 통과시키고 있다고 한다. 내년부터는 절대 내려 올 수 없으니 착오없길 바란다고 몇 번이나 강조한다.
더구나, 오늘같은 와중(석가탄신일이 아닌가

에서 내려서는 등산객 중 일부가 산나물에 더덕등을 캐 가는 인간(?)이 있었으니 스님들이 보기에 중생들의 욕심을 얼마나 안타까와 했으랴!
끝간데 없는 인간의 욕심이여, 한치앞을 못보는 어리석음이여 ...
일련의 각종 게이트에 얼룩진 사람들의 마음에 게이트(문)는 정녕 없었던가?
아, 희양산에 올라 이 길로 내려서는 발걸음도 오늘이 마지막 일러라!

- 조금 더 내려서니 두 번째 출입통제선이 있고, 그곳의 스님은 이왕지사 왔으니 옥석대는 꼭 보고 가란다.
일반인에게 오늘에 한해서 옥석대까지는 개방한단다. 오른편 숲길로 조금만 오르면 옥석대가 있다.
봉암용곡-백운곡은 봉암사에서 일년내내 출입통제 해서인지, 무성한 숲속에 맑은 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계곡으로 시원스런 계류가 넓은 암반을 퍼져 흐르는가 하면, 기암괴석 사이로 휘돌아 흐르기도 하고 폭포가 되어 첨벙 뛰어 내리기도 한다.
그 계곡 옥석대 바위에는 마애불좌상이 새겨져 있고, 고운 최치원이 썼다는 백운대도 있으며, 마애불좌상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비는지 합장하며 경건히 절을 올리고 있더라.
흐르는 물은 너무 깨끗하여 감히 세수조차 할 수 없었고, 주변에 음식이나 간식등을 먹는 사람도 찾을 수가 없다.
청아 그 자체였다.

- 옥석대를 뒤돌아 조금 더 내려서면 희양산 남쪽 기슭에 봉암사가 자리잡고 있다.
신라 헌강왕 5년(879년) 지증대사(智證大師)가 창건했다고 전하고, 구산선문(九山禪門:달마대사의 선법을 종지로 삼은 아홉교파)의 하나인 봉암사의 지세를 "산은 사방에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으니 마치 봉황의 날개가 구름을 치며 올라가는 듯하고, 계곡물은 백 겹으로 띠처럼 되었으니 용의 허리가 돌에 엎드려 있는 듯하다"고 평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지증대사가 심충(沈忠)이란 사람의 권유로 현 봉암사 자리를 대찰자리로 정하고, 그 자리에 있던 큰 못을 흙으로 메우려 하는데, 큰 용이 살고 있는지라 신통력으로 그 용을 구룡봉으로 쫓아내고 그 자리에 봉암사를 세웠다고 하는데, 백운곡의 계암(鷄岩)이라는 바위가 있었는데 봉암사를 세울 당시 날마다 그 바위 위에서 닭 한마리가 새벽을 알렸다고 해서 절이름을 봉암사라 부른다고 한다. 이곳엔 지증대사적조탑비, 지증대사적조탑, 원오탑비, 정진대원오탑, 삼층석탑등 보물과 함허당득통지탑, 환적당지경지탑, 상봉대선사비, 노주석, 백운대, 마애불좌상등 지방문화재가 있다.

- 한국 불교의 전설로 전해지는 ' 봉암사 결사 참가 '의 터 ...
이름만 들어도 경건해 지는 西庵, 性徹, 慧庵, 法傳 스님등이 도량 수양했던 사찰 ...
봉암사는 오늘 석가탄신일을 맞이하여 일반인에게도 개방하고 있었다.
하얀 연등이 거대한 천막을 두른 듯 정결하고 질서있게 매달려 있었다. 색색이 현란한 다른 사찰의 연등과는 달라서 더욱 경건해 보인다.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여긴 하얀 연등만이 걸려있다.
오늘 산행은 사실상 여기서 발걸음을 다한다.

- 봉암사와 희양산의 멋들어진 풍광, 주변 수목과 깨끗한 계류를 바라만 보아도 그 앞에서 자연히 옷깃을 여미는 마음은 무엇 때문일까?
생전에 성철 스님께서는 3천배를 올리지 않으면 어느 중생도 만나 주지 않았다고 들었다.
인간사 각종 인연과 세속의 와중에 1만8천가지(?) 욕심을 씻어낼 때가 무념무상(無念無想)이라 했던가?
중회(김시영)와 청우당(시영 부인), 오총 누이, 윤철 마나님, 그리고 울 마누라 eQ022 등은 108배도 올리고 연등에 소원을 붙였다하고...
최택상, 서정항, 송경헌 등도 연등을 달았다고 하더라!
아내여, 당신은 무엇을 간절히 소원하는 연등을 달았습니까?
아니면, 무엇을 버리는 합장과 절을 올렸습니까?
하얀 연등을 바라보며 난 어떤 것도 소원하지 않았고 버리지도 못한 것 같다.
아직도 무엇을 채울 만큼 그 어떤 것도 이루지 못해서 일까?
어쩌면 주체할 수 없는 집착과 욕망이 가슴속에 그득하여서 일까?
계영배는 끝내 찾지 못하고 홍문정을 빠져 나왔다.

- 홍문정에서 913번 지방도까지 50여분 너덜너덜 걸으며, 몇 번이나 뒤돌아 희양산을 바라본다.
희양산의 우뚝 솟은 봉우리가 석양에 아름답다.
희양산에 올라 봉암사로 내려서는 숲길을 언제나 갈거나!
그 길에서 난 무엇을 바라고 또 무엇을 버리려 했던가?
내 삶과 사람들과의 칡넝쿨처럼 얽히고 설킨 무거운 짐과 각종 인연들을 어찌 한두번의 발걸음에 감히 조금은 덜 수 있다고 생각했던가?
인제는 희양산에 올라 봉암사로 내려서는 길도 더 없어라!
그래, 가자. 가자 또 서울로...치열한 삶 속으로 들어가는거야! ♧♧♧

<참석자>
박흥덕 최택상 서정항 서병일 송경헌 홍기창 이길용 장창학
이규도부부 오성학부부 윤철원부부 김시영부부 이영종부부 -18명-

<후담>
* 희양산에서 지름티재로 내려서는 급경사 길, 물기없고 사람없으면 어렵지만은 않은 길...
길용이는 오랜만에 나왔는데, 산.데에게 또 속았다고 어금니 깨물었다나?
길용아, 등산객이 그렇게 많을 줄 몰랐고, 밧줄이 신통찮은 줄 낸들 알았겠냐?
시원한 맥주 한모금에 분통이 가시고 무거운 발걸음이 가벼워졌다니 고맙~데이!
산.대는 거짓말쟁이? 결코, 아니다. 산.대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넘이여!

* 여학생들을 보호하려고 필사(?)의 노력을 경주하다 빨간 상채기 입은 오총과 중회...
e.Q022(e.Q부인)의 앗싸 재롱에 상처가 나았다니 그 아니 좋소!
그 영광의 상처, 22회 산행사에 길이길이 남으리...아부가 심했나? ㅎㅎㅎ!

* 주말마다 산행한다는 이영종 부인(앞으로 호칭을 어떻게 할까?)...산행 내내 과묵하고 미소만 그득하고,
봉암사에서도 마루에 걸터앉아 알게 모르게 미소만 띄우니...그게 염화시중 미소이던가?
산행 실력 남학생 저리가라하니 미래의 여산행대장 감이 아니겠소!
좋은 산행되었다면 고맙기 이를데가 없겠구려... 수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다음 산행에도 꼭 나오~셔요!

* 한적한 속리산 관통 지방도를 내달리며 증평 부근 한 칼국수집...저녁으로 반주도 한 순배씩 돌고...
그 이상을 바람잡는 녀석도 없더라!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1시간10여분만에 버스는 질주하여, 밤 10시10분경 수서역에 도착하고는 뿔뿔히 해산...
모처럼 클린 산행 뒷풀이였던가 아쉬움의 침묵이던가?
종일 말없던 기창아, 바람잽이역 놓친 창학아 말을 해다오!
고생들 했소. 울 마누라도....z ~ z ~ z

- 정리자 - 산행대장 e.Q 이 규 도

<0512북한산>

언제나 올라도 아름다운 산, 북한산
이 산에 대한 사랑은 얼마만큼 이던가!

* 일 시 : 2002년 5월 12일(일) ,,, 맑음, 더운날씨
* 산행지: 북한산
* 구 분 : 번외산행...총동문산우회창립9주년행사참가
* 코 스 : 아카데미하우스(09:58출)~갈림길(우측)~구천폭포~대동문~동장대~집결지
(용암사지;구 북한산장터...11:29착, 행사등 13:20출)~대동문~보국문~대성문~
대남문~구기동매표소(15:42착)

- 5월의 날씨치고는 꽤 더운 날이고 아침부터 안개가 많이 낀 날이다. 5월 번외산행을 총동문산우회창립9주년행사에 참가하는 것으로 정하고 북한산을 오르기로 했다. 22회는 아카데미하우스로 해서 집결지인 용암사지로 오르기로하고 수유역에서 집합하여 함께 산행키로 했는데, 당초 많은 회원이 나오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얼굴들이 보여 무척 반가왔고 기분이 좋았다. 언제 또 외국(이란)으로 나갈지 모르는 이영종이 부인을 모시고 나왔고, 최근 자주 나오는 장창학도 부인을 동반했고, 그동안 나온다 나온다 하던 우순명이도 보이더라. 늦잠(?)잔 최택상은 우리를 추격해 오도록 하고는 12명이 바로 아카데미하우스로 출발...수유역 2번출구로 나오면 1번마을버스타면 아카데미하우스로 쉽게 온다. 기억해 두소!

- 이 코스로 오르는 것이 몇 년만이던가? 내가 70년대 수유리에 살때만 해도 화계사~칼바위능선~주능~아카데미하우스~4.19묘로 수없이 들락거렸기에 길은 손바닥보듯 훤하지만, '97년 다시 산행을 하기 시작한 이후에도 이길로 오르는 것은 처음인가 싶다. 그래서, 깨끗한 계류 물소리 들으며 오르는 것이 새삼스럽고 감회도 깊은가 보다. 싱그러운 수목사이로 15여분 오르면 갈림길이 나온다. 좌측으로 가면 칼바위능선 중간 안부로 가는 길(꽤 험하다)이요 오른편은 구천폭포로 이어진다. 수량은 많지 않아 아기자기한 폭포의 정감은 없지만, 여름에 비내린 다음날이면 폭포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 주는 곳이다.
오른쪽 아래로 계류를 쳐다보면서 빙둘러 오르는 길은 꽤 호젓한 맛도 느낄 수 있다. 등산로 보호를 위해 오를수록 인공적으로 돌로 계단식으로 만들어 놓은 곳이 다소 흠이지만, 주변의 울창한 수목과 계류 물소리와 새소리에 오르는 발걸음이 무겁지만은 않다.
오르는 도중 15회 선배 산우회원가족과 만난 것도 반가왔고, 뒤돌아 굽어보니 아카데미하우스쪽으로의 신록이 그지없이 시원스럽다.

- 이렇게 널널히 1시간여 오르면 주능선에 닿고 대동문을 지난다. 주변엔 등산객들이 많다. 이런저런 코스로 올라온 사람들이다. 여기서 오늘의 집결지인 용암사지(구 북한산장 터)까지는 능선따라 30여분이면 떡(?)을 친다! 가는 도중 동장대에서 바라보니 북한산은 아직도 안개운무속에서 그 속살을 드러내지 않고 있더라.

- 총동문산우회창립9주년행사에 각기별로 많은 산우회원가족들이 참석하였다. 새로 회장에 선출된 장헌수(14회)선배의 인사말, 새로운 임원진 소개 등등으로 간략히 행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되고는 각기별로 모여 맛있는 점심에 쐐주 한잔...총동문산우회 총무라는 막중한 중책을 맡은 오성학을 위하여도 쨘, 쨘, 쨘!
그렇게들 모였다가 하산은 각 개인별로 취향대로 흩어지고 ....

- 우리는 대동문에서 장창학부부, 강효수, 주재훈, 우순명이 아카데미하우스로 도로 내려가는 것을 지켜보다가, 나머지는 주능선을 따라 구기동으로 하산키로 했다.
보국문에서 동남쪽으로 보니 칼바위능선이 유난히 시야에 들어오고, 그 암릉 위로 등산객들이 개미처럼 길게 기어오르고 있었다. 당초에는 나도 이 칼바위능선을 타고 내려서 화계사로 빠질려고 했으나, 장학이가 수유역에 승용차 주차시켜 놓아서 그들은 대동문에서 빠지고, 나머지도 차후로 오총에게 잘보여야 할 처지(?)이기에 구기동으로 가는 것이다.
성문에 서 있으니 불어오는 바람이 너무 시원하고 상쾌하여 발걸음을 옮기기가 싫더라.
대성문으로 가는 오르막 한 곳에서 북쪽으로 뒤돌아보니 안개 운무에 가려 백운대, 인수봉은 보이질 않고 노적봉만이 그 웅장한 모습을 살짝 희미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여기서 바라보는 북한산의 풍광은 일품인데 오늘은 그것을 볼 수 없어 아쉽다.

- 북한산성은 아직도 여기저기 보수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 구간이 잘 정비되어 있었다.
고양시 북한산 쪽, 원효봉 능선 초입에 있는 서암문부터 시계방향으로 둥글게 북문, 위문, 용암문, 대동문, 보국문, 대성문, 대남문까지 휘돌아 다시 북쪽으로 의상봉 능선따라 청수동암문, 북왕동암문, 가사당암문, 대서문(고양시 북한산쪽)까지...북한산성 12개 성문을 따라 산행(8시간이상 소요)하는 것도 제멋이라 하는데, 난 아직 이렇게 산행해 보지는 못했다.
하기사, 북한산 등산로가 100여개는 된다고하니, 그 전부를 다 할 수야 없겠지마는 북한산성 12개 성문 코스는 특별한 산행 묘미가 있을 것 같다. 언젠가 한번 시도해 보리라!

- 대남문에서 남쪽으로 서면 오른쪽 위로 문수봉, 왼쪽 위로 보현봉(서울 시내에서 보면 북한산 능선 중간쯤 우뚝 솟은 봉우리다)이 보인다. 항상 와서 보아도 풍광이 너무 좋다. 그러나, 이길따라 구기동으로 내려서는 지루한 돌들이 불거진 길은 이젠 지겹기까지 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대남문 일대를 잘 정비하여 나무계단도 만들고 주변에 야생화도 가꾸고 하여 한결 전보다 좋아 보였고, 무엇보다 구기계곡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여 계류와 주변 수목이 깨끗해지고 살아나는 것같아 하산길의 지루함을 덜해준다.

- 북한산은 오를 때마다 느끼지만 정말 아름다운 산이다. 이만한 산이 천만명이 살고 있는 곳에 자리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운이지 않겠나!
그리고, 이산에 대한 우리들의 사랑은 얼마만큼 이던가?
찾는 등산객마다 그 고마움을 절절히 느낀다면 누가 감히 북한산을 함부로 대하랴!
사패산 밑으로 터널을 뚫는다는 발상을 한 분(?)은 북한산을 몇 번이나 올라 보았을까?
구기동매표소를 빠져 나오자마자 즐비한 음식점, 빌라, 호화주택등등 더 이상 북한산으로의 야금야금 침입은 이제라도 저지해야 한다. ♧♧♧

<참석자> 최택상 이규도 오성학 서정항 강효수 김세윤 이문식
주재훈 우순명 장창학부부 이영종부부 -이상13명-

(후 담)
* 구기동의 한 맥주집(OB 캠프)...총동문산우회원가족들이 즐겨 찾는 집이다. 오늘은 장헌수 선배가 신임회장 취임턱을 내겠다며 아예 통째로 전세내었다. 우리의 호프 오성학이 새집행부의 총무를 맡게 되었으니, 어찌 우리가 여기로 오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새 임원단, 그리고 우리의 오총을 위하여 쨘,쨘, 쨘, 위하여 쨍!
* 오랜만에 나온 이문식...삼겹살 영양분이 고스란히 배로 갔는지? 늘어난 뱃살을 자랑하듯 원망하듯 연신 매만진다. 산행 게을리 한 죄값을 치룬다나... 그래도 그 입담만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더라!
* 오늘 산우회에 처음 나오신 이영종 부인 ... 산행 실력이 만만치 않다고 들었었는데(관악산을 수없이 오르내렸다는데...), 과연... 오르내리는 발걸음이 너무 부더럽더라! 이에, 장창학싸모님도 오십보 백보... 이상한이 귀국하면 엄청 좋아하겠지?
두분 여학생(우린 이렇게 부른답니다), 암쪼록 자주 함께 산행해~유! 무진 반가왔습~네~다!
* 순명아, 산행 마일리지 포인트 올라간다! 영종이도, 두분 여학생님도 ... ㅎㅎㅎ!

- 정리자 - 산행대장 e.Q 이 규 도

<0421금물산>

산행시 방심은 금물(禁物)이라고 일러준 금물산 세갈래 하산 후의 절묘한(?) 모자이크 합류 .

일 시: 2002년 4월 21일(일) ... 쾌청, 더운 날씨

산행지: 금물산(今勿山;780m)

구 분: 제61차정기산행(총동창산우회한강정맥6구간합류)

코 스: 발귀현(09:09출)~시루봉(504m, 10:06착)~770봉(11:58착...12:16출)~금물산안부(12:28 착...점심등13:10출)~782봉초입(13:50착...14:05출) ...(오른편)급경사너덜계곡...임도(15:10착...15:50출)...안박골...밤골(16:55착)

- 한반도 산줄기는 크게 1대간 1정간 13정맥으로 흘러 골격을 이루고 있다. 많은 산악인과 등산애호가들이 백두대간 및 호남,영남정맥 등을 산행하면서 소개도 많이 되고 있으나, 한강정맥은 생소하고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소위 한강정맥은 상기 13정맥중의 하나의 산줄기는 아니다.
경기도 양평 서종면 청계산~유명산~용문산~신당고개~금물산~응곡산~화방재~운무산~운두령~오대산비로봉~동대산~진고개로 이어지는 총도상 길이 172km의 능선 줄기는 일부 산악인 사이에 소위 한강정맥이라 불리우고 있고, 대부분 구간이 일반 등산객들이 발을 디디지 않은 산줄기이며,
따라서 일반 등산객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코스가 대부분이라 하고, 그만큼 때묻지 않았으나 곳곳에 위험한 구간도 도사리고 있다고 들었다.

- 서울고총동문산우회에서는 2000년 10월 백두대간종주 산행을 마치고, 한북정맥산행종주에 이어 작년 11월부터 이 한강정맥 산행을 시작하였는데(1달에 한번정도), 오늘 산행할 코스가 6번째 구간이라한다.
당초에는 5구간 코스로 신당고개~갈기산(685m)~발귀현<6.6km+α:4시산반>구간을 산행키로 했는데, 답사결과 대부분 코스가 송전탑 공사로 임도가 정상부근까지 나 있고 산행시간도 훨씬 짧아 이 코스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그 다음 코스인 발귀현~시루봉~금물산~782봉~상창봉리~삼마치고개(13.1km+α)로 전격 변경하였다고 한다.
오늘 참석한 면면은 22회산우회 가족외에 25회 3명, 26회 1명, 29회 1명을 빼면 모두가 선배들이고 나이도 지긋하신 분들이다. 그러나, 선배 노인네(?)라고 생각하고 같이 따라 붙었다가는 큰코 다친다.
대부분 백두대간 및 한북정맥 종주자들이고 산행에 관한 한 프로급으로 베테랑이시다! 중간 중간 조금씩 소개하리다.
그리고, 22회 산우회 정기산행으로 합류한 우리들은 좀 버거우면 5번 국도와 494지방도가 만나는 상창봉리삼거리(약10km)까지만 산행하면 되고, 코스도 무난하며 산행시간도 5시간이면 떡(?)을 친다는 선배의 말을 철썩같이 믿고(백두대간산행 시 한두번 속지 않았는데도 또...) 동행 산행키로 결정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기대와 예상은 금물산을 지나고 부터는 엉망으로 산산히 부서졌으니 ... 4월은 도대체 산행이고 뭐고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 민영선(3회:총동문산우회고문))선배님은 애당초 오늘 코스를 산행할려고 오시지는 않았다. 벌써 일흔이 넘으셨고 관절도 좋지 않아 매번 오시되 산 좋고 물 좋아 다른 대원이 하산할 때까지 근사한 곳이 있으면 즐기시다가 같이 상경 하신단다.
그런데, 장헌수(14회; 백두대간 및 한북정맥, 한강정맥 산행대장, 5월에 총동문산우회장으로 취임)선배님도 산행을 못하시고 하산 지점에서 민선배님과 노닐다가 같이 상경하겠다나...? 얼마전 북한산에서 미끄러져 허리 때문에 무리 않는게 좋겠다 하셨다.
그분이 누구신가! 하루에 지리산 종주를 왕복하시던 분이 아니시던가! 우리나라 산하 구석구석을 안가본 곳이 있으시던가! 산앞에 겸손해하는 그 선배의 깊은 뜻을 헤아리겠더라.
두분을 제외한 33명이 산행에 참가하게 되었다. 발귀현 고개에서 가파른 절개지를 치고 능선에 붙으니 여느 시골 야산을 걷는 듯 어려움도 없고, 간간히 핀 연분홍 철쭉은 발걸음도 가볍게 하는데, 그것도 잠시...15여분 가니 바로 임도와 연결되고 시루봉 밑턱까지 이어진다. 임도가 능선 줄기를 다 끊어 놓고 있었다.
어렵게 꼬드겨 모셔 온 아내는 임도 초입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은 듯 쳐지기 시작하니. 곽경호(26회;추후 소개함), 한영균(29회;오늘 처음 만났다) 두후배와 함께 아예 후미를 보기로 작정하고...오늘은 우리 넘들은 불평하는 분 없겠지!
시루봉 오르는 경사도가 만만치 않았다. 아직 아침인데 햇살은 따갑다.
능선 오른편은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산불이 휩쓸고 간 상흔이 아직도 남아있고 나무들이 거의 없으며, 왼쪽은 수목이 꽤 많고 나뭇잎도 파릇파릇하여 능선길이 극명하게 나 있다. 이런 현상은 770봉 밑 산마루까지 나타났다.
그래도 이 메마르고 척박한 마사토 사이로 끈질긴 생명은 솟아 오르고 있었고, 간간히 보이는 할미꽃이 이채롭고 반가왔다.
옆에서 독려도 해 보나 나의 아내와 권동안부부는 상당히 힘들어 한다. 임충빈이는 동안의 배낭까지 울러매고 보조를 맞추며 의리를 과시한다.
시루봉에서 쉬고 있던 진성, 용하, 재훈이는 땀 흘리며 올라오는 우리를 통쾌(?)하게 내려다 보고 있다.
시루봉에서 서쪽을 바라보니 갈기산이 솟아 있고 빨간 송전탑이 시위하듯 연이어 서 있어 연초록 나뭇색갈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 시루봉에서 770봉 사이에 두군데 오르내리막이 있는데, 나중의 마루터에는 근사한 바위가 있으며, 예의 여기서도 진성, 용하, 재훈이는 '어서 옵~쇼!' 하듯, 이 e.Q 산.대가 올라오는 모습을 바라만 보아도 즐거운 듯, 묘한 미소를 띄고 쉬고 있었다.
이 능선에서도 오른편은 산불 흔적 여파로 나무들은 별로 없고 왼편은 급경사에 푸른 초록잎들이 무성하여 능선길이 극명하게 선을 긋고 있었다.
770봉 가까이에 올라서니 바위지대이나 일대는 진달래 군락지였다. 대부분 꽃들은 졌으나, 그래도 상당히 피어있어 마지막 끝물을 내뿜는 꽃잎들이 아름답다기 보다는 차라리 요염하더라!
770봉 안부에서 오른편으로 20여m 오르면 770봉이다. 정상에서 남쪽으로 뻗은 능선으로 성지봉(791m; 이 일대 주봉이다)이 바로 보이고 그 너머로 2개의 봉우리와 함께 삼각봉처럼 보이는데, 금물산 정상에서는 이 3개의 봉우리가 마치 뫼山자처럼 보인다고 한다.

- 안부에서 왼쪽(동쪽)으로 15여분 가면 금물산(今勿山;780m...경기양평 청운면, 강원 횡성 서원면, 홍천 남면에 걸침)이다. 주변은 수목이 울창하고 싱그럽지만, 백두대간 산행시 무수히 만났던 그저그런 봉우리 같고 별 뚜렷한 특징은 없는 듯 했다.
정상 밑 안부에서는 먼저 온 선.후배와 우리 일행들이 벌써 점심을 맛있게 시작하고 있었다. 여기까지 '산.대가 후미에 있으니 너무너무 좋아!' 라며 야유조로 던지는 넘도 있고 ...
하기사, 길도 모르고 기라성같은 선배들도 있는데 내가 선두로 나설 이유는 하나도 없었지!
낙엽이 수북히 쌓인 곳에서 맛있는 식사와 함께 정상주도 한배씩 했겠다.
오늘의 가이드 이선길(20회)선배, 26회.29회 후배만 빼고, 나머지 선후배는 출발한지 오래인데, 우리는 올라올 만큼 올라왔고, 이젠 고생 끝 내려 갈 일만 남았다고 모두들 좋아하며(?) 느그장부리다 주섬주섬 배낭을 챙기고는 느긋하게 일어섰다.

- 이선길 선배를 따라 푸른 잎들이 양옆으로 싱그러운 수목을 바라보면서 널널히 걷는다. 약간 북동쪽으로 가던 능선은 다시 동쪽으로 휘어지고 평탄한 능선길은 782봉 초입 오르막전까지 계속되니(782봉 초입 안부를 오를 때 약간의 급경사는 있지만), 누가 불평을 한단 말인가!
안부에서 후미까지 도착하는 걸 확인하고는 발길을 다시 옮긴다.
하지만,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답사 다녀온 이선길 선배(총동문산우회부회장; 4년전 석룡산 산행시 22회와 인연도 있고, 나와는 백두대간도 함께 종주했는데 후미에서 내가 좀 괴롭혔고, 그분 아내와 내 아내는 대학동기동창이기도 하여 나와는 악연?이 많다.)는 782봉을 넘어가면 세미클라이밍 지대등 위험구간이 있고, 그 곳을 지나야 임도를 만나고, 그 임도를 따라 쭉 가면 상창봉리삼거리까지 이어지는데,
우리 22회를 생각하여 그 위험지대를 피해 782봉 바로 못미처에서 오른편으로 내려서면 바로 질러 그 임도와 만난다고 판단했던 것 같았다.

- 그런데, 조금 내려서니 이건 길이 아니다! 70도가 넘는 급경사가 계속되는 너덜계곡지대(비가 오면 일순 계곡으로 변하는 곳)이고 돌들도 현무암이라 힘이 없고, 뒤엉켜 있는 돌들도 엉성하게 엮어져 있어 힘이 없었다.
무수한 낙엽과 제멋대로 자란 넝쿨과 나무들 ... 이선배와 오총과 박흥덕과 장창학은 부리나케 내려가고(어서 가서 시원한 포도주나 맥주로 목을 추길 생각이었나?) ... 나머지 일행은 조심조심하며 더디게 내려섰다. 그리고, 중간 쯤....
아뿔싸! 기어코 돌발사태 .... 뛰따르던 서병일부인이 바위와 바위사이에 낙엽이 수북히 쌓인 곳을 흙바닥이 있는 줄 알고 내디뎠다가 5m가량 바위지대에서 서너바퀴 구르며 떨어지는게 아닌가!
순간, 아찔...머리에 몽골이 선다. 아이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휴대폰으로 때리면 119구조대를 부를 수 있을까? 더구나, 동기회장 싸모님이지 않던가!
@$%^&*\+.... 찰라에 우쩨 그렇게 많은 생각들이 스치는지...? 정신없이 그쪽으로 달려갔다.
천만다행으로 나무를 붙들고 계셨다. 배낭과 수북히 쌓인 낙엽이 쿠션 역할을 하여 충격을 완화시켰다. 얼굴도 안경도 그대로 였다.
괜찮으시냐고 몇 번을 물으면서 찬찬히 살피니 오른쪽 다리에 가벼운 찰과상만 조금 났을뿐 뼈등에는 이상이 없는 듯했다. 바로 옆에서 목격한 김시영은 그래도 불안한 듯 계속 묻는다. 차거운 물한모금으로 진정시키니, 정말 괜찮다며 오히려 나보고 미안해 한다.
소독약과 붕대등으로 응급조치하고는 뒤지는데, 이런 제기랄, 우황청심원을 빼 놓고 오다니... 어휴, 이런 등신 e.Q야... 혼자서 속으로 중얼중얼....<나중에 임도로 내려서서 진호가 청심원을 휴대하고 있어 다행이었다>
휴, 저린 가슴 쓸어내리며, 앞 섰던 병일에게 이야기했는데 담담해하지만 속으론 얼마나 놀랬겠는가!
그렇게들 모두 더욱 조심조심하며 간신히들 무사히 임도에 내려 왔었다. 1시간이나 걸렸다.

- 그러나, 이길은 이선길 선배의 착각이었던 같았다. 능선에서 내려 올 때 보니 임도는 분명 보였는데, 이 임도는 횡성~용두리사이 6번 국도변 공근면 초원천에서 시계반대방향으로 빙둘러 다시 이곳을 거쳐 남쪽으로 휘돌아 안박골을 거쳐 6번 국도변 밤골까지 이어지는 임도이고,
상창봉리삼거리로 이어지는 임도는 우리가 내려온 곳(임도)에서 왼쪽(북동쪽)으로 올라가다 횡성 공근리 지오리 산을 넘어야 만날 수 있는 별개의 임도였던 것이다. 임도와 임도사이에 산줄기가 가로 놓여 있는 것이다.
답사때 이선배는 능선에서 바라본 이 임도가 당연히 그 임도와 연결되는 것이라 생각했지 설마 따로 떨어진 별개의 임도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같았다.
29회 후배와 지도를 몇 번이나 보아도 그랬고, 마침 지나가던 픽엎 트럭을 세워 운전수에게 물어보니 더욱 분명해졌다.

- 곽경호-이천에서 치과병원 운영; 백두대간 종주시 만났고, 그 와중에 쩔쩔매는 나를 옆에서 독려하며 동행해 주었던 것이 몇 번이던가! 산도 잘타고 타고난 언변은 선.후배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조만간 29회 김영선과 함께 백두대간 종주를 다시 계획하고 있단다. 야영을 해가며 종주할 꺼란다. 이럴 때 그는 상황 판단이 빠르고 정확하다.
782봉을 넘어가다 선두 그룹을 놓쳐 도로 되돌아 와 너덜계곡을 따라 우리와 합류한 이승옥(8회) 선배님...백두대간과 한북정맥을 종주하셨고, 대간 산행시 피치 못할 사정으로 구간을 건너 뛰면 혼자라도 꼭 땜빵(?)산행을 하셨다. 죽령에서 소백산을 거쳐 봉화의 박달령을 넘어 오전리까지 55km 코스를 24시간만에 주파하신 일화(그 곳 이장에게 간첩 오인도 받고...)는 총동문산우회의 전설로 전해진다.
그 선배님도 길을 잘못 들거나 애매할 땐 무조건 가장 가까운 국도나 지방도로 빠지면 수가 난다고 하셨다.
그래서, 곽경호와 한영균 두후배에게는 내 무전기를 주고는 왼쪽으로 먼저 간 이선배와 오성학(우리 무전기 휴대함), 박흥덕, 장창학을 추격(?)의 임무를 띄고 내 달리게하고 ....
마음씨 좋은 트럭 운전수에게는 이승옥선배, 서병일부인, 권동안부부, 오성학부인, e.Q부인 6명을 국도변 밤골까지 부탁하고, 나머지 22회 12명은 오른편으로 임도따라 걸어가기로 결정했다.

- 나중의 이야기이지만, 이선길 선배도 그 임도따라(우리와 반대방향) 열나게 갔으나, 넘어가는 산줄기를 찾지 못하고, 결국에는 횡성~용두리 사이 6번 국도변 초원리로 빠져 나왔고,
의리없이 먼저 내뺐던 세넘(?)은 우리를 기다린다는 핑계 삼아 초원천 상류 계곡에서 발가벗고 계곡욕까지 즐기면서 여유부리다가, 26회.29회 후배 추격조에 체포(?)되어 훨씬 늦게 초원리로 나왔다고 하더라.

- 암튼, 임도를 따라 안박골로 내려서니 주변 수목은 싱그럽고 계류는 맑기만 했다. 허나, 곳곳에 작년 수해의 상흔이 고스란히 안고 있는 안박골 일대는 길을 내느라 여기저기 만신창이가 된 곳이 한두곳이 아니었다.
한 30분이면 충분하다던 그 트럭 운전수의 말을 믿지는 않았고, 중간 계곡에서 세수도 하였지만, 밤골까지 1시간10여분 걸렸다.
그런데, 또 ... 밤골버스정류장에 먼저 차 타고 내려온 일행들이 보이지 않는다.
어렵게 교신 끝에 횡성버스터미널에 있다나...
정재우(7회)선배님께서 명령하셨단다. 자그마한 키(e.Q와 비슷함)에 다부진 체격, 백두대간.한북정맥.한강정맥 단장이시며, 산행경력이 40여년 되시는 분이다. 멋 모르는 후배들이 만만히 보고 산행에 따라 붙다간 그 대가는 톡톡히 치루어야 한다.
어떻게 간신히 횡성까지 타고간 봉고를 다시 보낼 터이니 도로 타고 횡성으로 오란다.
그렇게 횡성으로 가는데, 아..글씨, 초원리 국도변에 이선길선배가 혼자 서 있지 않은가?
다시 back! 우리 22회와는 이래저래 악연(?)이 많은 선배이시다. ㅎㅎㅎ.
이선배를 태우고 횡성버스터미널에서 재회의 기쁨도 잠시... 5명이 보이질 않는다. 그들은 상창봉리로 가지 않았던 것이다.
밤골로 내려와 무수히 휴대폰으로 때렸는데 응답은 없었고...후배 추격조에게 체포도 되지 않았으면 어쩐다? 나쁜 넘들 그때 계곡욕을 즐겨겠지(후에 알았지만)...16회선배 한분은 화(?)가 나셔서 그냥 시외버스타고 서울로 먼저 갔다 하고...

-김진수(13회;대간및정맥등 각종 산행에 있어 장헌수선배와 더불어 '쌍수'라 불리우고, 물 흐르듯 산행을 하는 모습을 보면 구도자의 분위기까지 풍기시는 분이시다.) 선배님은 "얌마, 규도, 잘~해!"하며 너덜 웃음을 띄우며 위로(?)를 하는데,
간신히 교신이 되어 확인하니, 아 이넘들도 후배 추격조에 붙잡혀 이선길 선배가 서 있었던 그 자리로 내려와 있다나...완죤히 돌아 버리겠더라!
언성을 높이거나 화도 낼만한데, 미관 하나 찌푸리 않고 선배님들은 (우리 대절)버스를 다시 돌리라 한다.
이렇게해서 모두 모여 서울로 출발할 수 있었던 시각이 오후 6시경, 해 있을 때 서울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산행공고하였던 이 e.Q 산.대는 또 한번 거짓말장이가 되어 버렸다.
그것을 믿고 참석한 일부의 불평이야 오죽하랴?

- 결과는 모두 안전하게 다시 모일 수 있었고, 같이 차를 타고 서울로 갈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위안 삼으랴?
산행에 있어서는 한순간의 방심도 금물(禁物)이라고 일러준 금물산 산행이었던가?
세갈래 하산 후의 절묘한(?) 모자이크 합류(장헌수선배 말씀)도 산행 못지 않은 중요한 뒷수습 산행이던가?
그 선배님들의 그림자를 따라가기엔, 난 아직도 너무나 부족하고 일천하더라! ♧♧♧

<참석자>

박흥덕 서병일부부 오성학부부 이규도부부 윤철원 김진호 김시영 권동안부부+처제 임충빈 장창학 김세윤 김용하 김진성 주재훈 한택상<22회;20명>

민영선(3회), 정재우(7회). 이승옥(8회), 김문현(10회), 김진수.최재성(13회), 장헌수(14회) 박영철외1명(16회), 이선길(20회), 25회3명(실례;성함미기억), 곽경호(26회), 한영균(29회) <이상 한강정맥팀15명>

<후담>

* 오늘 같은 날, 내가 선두에 나설 이유 하나도 없지? 금물산 오르는데 까지 이 산.대 e.Q가 후미에 서니 좋아 하는 넘들 넘쳐 나더라! 불평하는 넘도 하나도 없었지?
하모, 금년 이후면 서라해도 안선다! 그래도 모르는 소리, 오늘 선.후배들이 22회를 위해 얼마나 봐 주었다고...

* 김문현(10회;초대 총동문산우회장, 오늘의 서울고총동문산우회가 있기까지 공을 많이 들인 분이시고, 아직도 산행은 젊은이 못지 않다)선배님이 마련한 포도주(5ℓ;5각)에다 주최측이 준비한 연어+오징어젓갈+양파의 절묘한 비빔안주가 일품이었다.
버스 안에서 산행후의 뒷풀이가 벌어지고, 선.후배가 주거니 받거니...그 많은 포도주와 안주도 동났는데,
박영철(16회;백두대간,한북정맥을 종주하셨고, 대간 산행시 하산후 후배들을 위해 손수 담은 비장의 술을 꼭 숨기고 있는 다정다감한 분이시다. 난, 박선배님에게 무슨 사유로 '한강캬바레' 한번 모신다는 빚이 아직도 있다. 우리 엄부에게 부탁 한 번 해야지?) 선배님은 오늘도 그 비장의 매실주를 꺼내 놓는다.
그런데, 오늘따라 최재성(13회;현 총동문산우회장, 다음 달에는 장헌수선배님이 이어 받는다. 백두대간 종주시 뿐만 아니라, 총동문산행 때마다 나를 보면 정을 많이 주셨고, 또한 총동문산우회 조직에 끌어 들이려 엄포?도 놓으셨는데, 결국 도와 드린 것이 하나도 없어 죄송하였다)선배님은 몇잔 잡수시고 시종 눈을 감고 계신다.
후배들이 부담없이 즐기며 올라가라는 배려라 생각된다.

* 디지털 시대, 휴대폰의 위력을 오늘 절감한다.
산행 시 길을 잃거나 잘못 들면 무조건 가까운 국도나 지방도로 빠져라, 그러면 수가 보인다는 것도 절감한 하루였다.
그러나, 산.대의 임기동안은 가능한 오늘같이 마음 조릴 이유가 없이, 내가 답사했거나 산행해 본 코스로만 22회 정기산행지로 택해야겠다고 다짐은 하지만 우쩨 장담할 수 있으랴!

* 거북이 걸음으로 버스는 캄캄한 밤에 서울에 도착하고, 중간 중간 하나 둘 내리고는, 장헌수선배, 이선길선배, 25회 후배2명, 29회 한영균등과 22회 몇 명이 안세병원사거리 양평해장국집에서 최후의 뒷풀이를 하다.
장창학의 창창한 목소리를 아는지 모르는지 제비는 잘도 자더라.
글쎄... 얼마나, 장선배님을 22회가 도와 드릴 수 있을지?
노력하는데까지는 해야지... 오총아, 네 책임이 막중하다!

* 해 있을 때 서울 도착 장담, 널널히 4시간 산행... 특히, 권동안에게 할 말 업데이!
세윤아, 진성아, 너무들 나무라지 말아라? 우리 마눌님도 오셨는데...ㅋㅋㅋ!
서병일회장님 싸모님, 표여사님과 작은 표여사님(동안 처제), 오총 누이, my e.Q022 ... 여학생들 너무너무 고생했고 미안하고 고맙습네~다!
보시다시피 아시다시피, 오늘같은 산행에서는 제 끗발도 개끗발이랍니다.
그래도, 변함없는 사랑을 이 산.대 e.Q에게 후~ 보내 줄 것을 믿는다, 이 넘들아, ㅎㅎㅎ.
참석한 22회 산우회 가족들에게 감사를 드리면서, 또한 죄송~꾸~뻑 . zzz~zzz~zzzz

* 4월14일 관악산 산행도 바람결에 왔다갔다했고, 오늘 산행도 엉망잔창(?)이 된 기분이여...
4월은 잔인한 달이던가! 도대체 4월엔 무언가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거야!
그래, 4월아, 퍼뜩 가 다오!

- 정리자 - 산행대장 e.Q 이 규 도

<0414관악8봉>

관악산 팔봉능선은 바람결에 바라만 보았지 !

일 시 : 2002년4월14일(일) ... 청명,더움,바람셈

산행지: 관악산8봉능선...5봉으로 바뀌고

구 분 : 번외산행

코 스 : 사당동(09:15)...사당초등교옆대로절개지(09:38)~약수터8각정(09:58)~암릉기점~ 제1H장~남근석계곡~제2H장~연주암~너럭바위~오봉능선~무너미고개~서울대입구(16:05착)

-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관악산8봉능선 산행을 하지 못했다. 따라서, 상세한 산행기는 후일에 쓰기로 기약할 수 밖에... 오늘은 그냥 산행 넉두리 몇자만 적어 보기로 한다.

- 컨디션 좋지 않은 상태로 집을 나섰지만, 마음 같았서는 산.대라는 감투(?)만 없었더라면 전화하고 나서지 않을 정도의 기분이었다. 또한, 회원들이 많이 나오리라고는 기대도 하지도 않았지만, 혹시 또 산행하다보면 기분이 전환될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리라.
역시나...많이 나오지는 않았다.

- 진호는 확인 전화해서야 집안의 급한 결혼식 때문에 못온다 하고....
오총은 이제야 일어나 못온다 하며, 서울대공학관에서 연주암으로 어슬렁 오겠다 하고...
회장님은 일언반구 없이 그림자도 보이지 않고 ...
여학생 얼굴도 하나도 보이지 않네...
지난 4/7 북한산에 처음 나왔던 박효정이는 오늘도 운동화 끌고(?) 나오고 ...그 신발로 작년에 설악의 공룡능선을 넘었다고 자랑하지만, 우쩨 어울리지가 않더라.
산행들머리로 잡은 남현동은 아파트공사로 산길을 막았다고 하고 ...
성섭이가 잘 다니던 곳으로 들머리로 잡고 가는 도중, 김세윤이 늦게 사당에 도착하여 기다려 달라는 전화는 오고...할 일 없이 15분여 대로에서 기다릴 수 밖에 ...
이래저래 여차저차 산행 초부터 마음이 시끈둥해 지더라!

- 성섭이는 오후3시 약속 때문에 연주암에서 신림동으로 먼저 빠진다며, 산행 초입부터 발바닥에 오토바이 달고, 휭하니 내빼고...
석영이는 제1헬기장 지나서부터 다리에 쥐가 나 쳐지고, 이에 절호의 기회 포착한 진성이.세윤이 느그장(?)대고....
오늘따라 윤철원이도 게으름의 연속이라....
효정이와 충빈이와 함께 예정보다 훨씬 늦게 두꺼비바위능선(케이블카능선) 위 너럭바위에서 오총과 성섭이를 만났는데, 바람은 억수로 세게 불고 ...
바람 피해 점심을 맛있게 먹었으나, 행동거지(?)와 눈치(?)들을 보니 8봉능선 넘을 넘은 충빈이와 효종이 밖에 없을 것 같고...
진성이는 두꺼비바위능선타고 과천으로 빠진다카고...
성섭이는 서울대쪽으로 간다카고....

오총은 지가 몸이 덜 풀린지라 오봉을 타자며 주변을 꼬드끼고...

- 그래, 팔봉능선은 글렀고, 다음으로 미루자!
왼쪽으로 바라다 보이는 8봉능선을 계속 바라만 보면서,
바람이 거센 오봉능선을 따라 무너미고개를 거쳐 신림동 서울대입구로 내려왔다.
성섭이는 약속 때문에 먼저 출행랑 친지 오래고....
관악산 오면 이길로는 하산하지 않을 거라던 그동안의 믿음도 산산조각...
명동을 방불케하는 등산객(?) 인파로 붐비는 이길은 유난히 싫더라.
여기로 하산길로 잡자고 우기던 오총의 음모(?)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신림4거리에서 생맥주 마신게 전부였다!
공식산행에 처음나온 박효정은 오늘 산행에 대해 가타부타 아무 말이 없으니, 산우회 첫 인상이 어떠했을까 더 궁굼하네...
암튼, 바람 거세게 불던 관악산에서 산행도 이리저리 바람따라 흔들렸던 하루였다.

<참석자>

이규도 윤철원 김진성 이석영 김세윤 한성섭 임충빈 오성학 박효정-이상9명-

박효정의 산우회 가입을 진심으로 환영하면서....

정리자 -산행대장- eQ 이 규 도

[milford tracking]

산행 동무 여러분.
월출산 산행을 전원 무사히 마치신 것을 경하드립니다.
이산은 함부로 보고 오르다가 큰 코다치는 산입니다.
모두 정한 시간대에 무사히 산행을 종료하신 것을 보니 이제는 우리 산악회의 실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는 회장, 산대 및 총무의 노력에서 비롯되었다고 사료됩니다.
산행 동무들이여 이 세분에게 뭔가??

저는 전번 주말에 milford tracking을 완료하였음을 보고 드립니다.
1달여를 대기자 명단에서 기다리고 여러번 전화를 해서 얻어낸 자리였습니다.

산속에서 그것도 완전히 현실 세계와 단절된 밀림속에서 3박 4일동안 지내면서 55키로를 걸었습니다.
짐은 80리터, 무게로는 약 30키로에 육박. (4일동안 먹을 것, 입을 것, 잘 것 등을 다 짊어지고 들어가니 이렇게 무겁게 되었음)

길은 잘나 있으나 길 이외에는 한치도 들어갈 수 없는 밀림입니다. 경사도는 초반과 마지막에는 아주 완만하며, 중간지점에 600미터에서 1,100미터의 정상을 오랐다가 내려오는 코스입니다.

경치는 말할 수 없이 좋고 이색적입니다. 공룡이 나오는 쥬라기공원의 밀림장면과 똑 같습니다. 이 영화를 내가 같다온 부근에서 찍은 것이랍니다.
산속의 장면 하나 하나가 영화속의 세트장면같습니다.

산속에서 내내 비가 와서 비를 한없이 맞았습니다.
비가 오면 이곳의 경치는 더욱 장관이 됩니다. 산이 워낙 가파라서 곳곳에서 산정부터 아래까지 폭포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말로는 잘 표현이 안되니 사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속세를 떠나 좋은 곳에서 한없이 걷고 한없이 비맞고..
어깨는 아프지만 아주 잘 마치고 돌아 왔습니다.

이러한 산행을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무한한 행복을 느낌니다. .
그리고 아직도 80리터 짐을 지고 몇일을 걸을 수 있는 체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에 나름대로 안도해 봅니다.

산속에서 서울의 계신 여러 동무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같이 산행을 하였으면 참으로 좋았을 것을 하면서 말입니다. 사실 혼자 온놈은 극히 드물었습니다.

특히 기창, 충빈, 성학, 철원 부인님들이 이곳을 걸어 보시면 너무너무 좋아하실 것이라고 사료됩니다. 잘 생각해 보라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니 답답한 마음이 들고 다시 어디론가 산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곳의 유명한 트레킹 코스를 공부해서 또 시도해 봐야지요.

그리고 산악회 동무여러분 답장 좀 주쇼...
서울과 반대쪽에서...

<0324월출산5주년>

월출산, 구름다리를 건너고 통천문을 지나고
각자 마음의 문을 지나며 ... 해탈문으로!

* 일 시 : 2002년3월23일(토)~24일(일);무박...맑음.황사사라짐.바람잠잠.기온온화
* 산행지: 월출산(月出山;808.7m)종주
* 구 분 : 산우회창립5주년기념특별산행
* 코 스 : 천황사주차장(05:25출)~천황사갈림길(05:49착)~구름다리(06:31착)~통천문(08:03통과)~천황봉(08:09착...08:33출)~바람재못미처언덕(08:55착...간식.휴식09:30출)~바람재(09:35착)~음굴.구정봉(09:55착...10:15출)~향로봉통과~미왕재억새밭(10:42착)~동백골~도갑사해탈문(11:57착...후미12:16착)

- 전라남도 남단 영암군과 강진군에 걸처 위치하고 육지와 바다를 구분하는 듯 평야에 우뚝 선 산, 월출산...
천황봉, 구정봉, 향로봉, 연실봉, 시루봉, 매봉, 사자봉등등 기기묘묘한 암봉이 마치 거대한 수석전시장을 연상시키며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산,
서해에 인접하여 달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산이며,
' 달이 뜬다 달이 뜬다 월출산 천황봉에 보름달이 뜬다.' 라고 영암아리랑 노랫말에도 나오는 산이요,
한국에서 제일 길다는 바람폭포옆 시루봉과 매봉을 연결하는 구름다리(지상120m, 길이52m)로도 널리 알려진 산이며,
동백과 진달래가 아름답다는 산으로 월출산 서쪽 죽순봉 아래 성기동에 백제 고미왕때 왕인박사와 신라명승 도선국사의 출생지등 다수의 유적지가 있어 '남도문화유산답사1번지'를 품고 있다는 산 ... 월출산!

- 이 월출산에 대한 찬사와 아름다움을 무수한 대명박학한 인사들과 유명한 산악인들이 여러 곳에서 화려하고도 수려한 문필로 구사하였으므로, 일천한 경험과 지식을 겨우 지닌 소인이 감히 이 월출산에 대해 무엇을 더 쓸 것이 있으리오마는, 다만 우리 산우회가 창립5주년을 맞이하여 특별기념산행으로 월출산종주산행을 하게 되었고, 내 개인적으로도 5년만에 다시 찾는 감회가 있어 산행일지랍시고 여기저기 두서없이 극적대어 보기로 한다.

- 지난 3일간(3/20~22) 한반도를 폭풍우처럼 휩쓸고 간 18년만의 최악의 황사는 말끔히 사라지고, 음력 10일 반달보다는 조금 큰 달이 수줍듯 걸려있는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3월23일 밤11시15분 서울을 출발하였다. 서해안고속도로를 따라 남진, 남진하여 무안에서 나주로 빠져 13번국도를 따라 영암으로 내달리던 버스는 우리를 천황사주차장에 3월24일 새벽 5시3분경 내려 놓았다. 오는 도중 영산삼거리에서 새벽참들도 먹었기에 당연히 '대소재판'들도 받고, '의관'도 정제하며 산행준비를 하고는 인원점검등을 마치고 05:25 서서히 어둠속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 당초에는 먼동이 트면 산행을 시작할까 했으나, 천황사까지는 포장길이라 몇 명만 랜등을 갖추면 쉬엄쉬엄 오르는데 아무 문제가 없기에 조금 일찍 출발했다.
5년전 나는(오늘 일행중 진호, 시영, 성학도 있었다) 야간산행하면서 도갑사에서 천황사쪽으로 내려왔는데 오늘은 거꾸로 오른다. 그때는 바람이 몹시 불었고 3월말(3/29)이지만 상당히 추웠었는데, 오늘은 바람도 거의 없고 새벽 한기는 서려 있지만 기온도 비교적 온화하다.
그런 기억들을 더듬으면서 천황사까지 이런저런 정담들을 나누면서 오른다.
천황사(天皇寺)는 천황봉 동쪽 바람골 가운데 자리한 암자인데, 신라 진평왕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고, 주변에 천황사유적발굴작업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천황사는 저만치 짙은 어둠 속에 묻혀있고 길은 두갈래로 갈라진다. 오른쪽 바람골을 버리고 우린 왼쪽으로 오른다. 어두운 숲속에 왠 전등불이며 막사인가 했더니 '천황사유적발굴현장'이었다. 작업인부는 아무도 없고 적막감마져 감도는 그곳을 혹시 방해될세라 살며시 비켜서 왼쪽 숲길로 들어선다. 양옆으로 온통 가느다란 대나무들이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우~우~ 대나무가지 우는 소리에 어둠속에서 금방이라도 무언가 튀어 나올 것만 같았다. 누군가 이왕이면 이쁜 처녀귀신이라도 나오면 좋겠다고 하여 한바탕 웃는데 대나무 숲은 그마져 이내 삼켜버린다.
그리고, 오늘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 어둠이 야금야금 사라지면서 길은 점점 만만치가 않다. 경사는 점점 심해지고 불거진 돌들이 발걸음을 더디게 만든다. 양옆으로 거대한 암봉의 윤곽이 서서히 들어내면서 눈길을 잡고 발길을 잡고 뒤돌아 내려다보니 사자저수지와 일대 평야도 시야에 들어온다.
시루봉의 거대한 암벽을 보며 돌아 힘겹게 천천히 오르니 저쪽에서 야~호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구름다리가 멀지 않구나 느껴졌고 새벽의 어스럼도 완전히 물러가고 있었다. 여기까지 오르는 동안 서쪽으로 암봉들에 가려 달을 볼 수가 없었던 것이 아쉽더라.
구름다리 입구의 정자(예전엔 공중전화도 있었다)에 닿아 구름다리를 바라보며 아, 감탄사를 연발하는데, 동쪽 저멀리 엷은 안개를 이고 있는 겹겹의 산줄기는 비단폭이 넘실대는 듯하고 그 끝자락 너머로 해가 솟아 오르고 있었다. 일행 모두는 해돋이를 한참이나 보고 기념사진도 찍고는 바라만 보아도 아찔한 구름다리를 건널 준비를 한다.
바람폭포 옆 시루봉과 매봉을 연결하는 구름다리는 지상120m, 길이52m로서 우리나라에서 제일길고 월출산의 명물로 알려져 있다. 아래로 내려다보면 아찔하여 현기증이 날 정도이며, 바람이 불면 매우 조심을 요하는 곳이다. 다행히 오늘은 바람도 거의 없었다.
5년전 나는 친구들과 내 아들(아들친구3명포함)과 함께 바람이 몹시 부는 이 구름다리를 건넜었는데, 바람에 모자가 벗겨져 저 아마득한 계곡 아래로 날라가 버렸고, 상당히 겁을 먹으면서 건넜던 기억이 난다.
오늘 우리 일행 중 대부분은 여기가 처음이고 여학생도 4명이나 있다. 이들은 무슨 생각을하면서 이 구름다리를 건널까? 서병일을 필두로하여 오성학의 넉살 행동에 웃으면서 권동안도 마나님 네분도 모두 건너왔다. 일부는 뒤돌아보며 아래로 쳐다보며 치(?)를 떨어보기도 한다. 여기서 무릅이 완쾌되지 않은 권동안과 부인 표은영여사, 임충빈부인 ginam님, 그리고 이들을 무사히 하산시킬 의사로서의 사명(?)을 다해야한다는 빙자하에 삿갓선생 허철영은 되돌아가기로 하고 도갑사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였다. 이들 네분(?)은 월출산 구름다리를 왕복했으니 월출산을 두 번 갔다왔다고 말하지는 않겠지!

- 구름다리를 지나자마자 이건 장난이 아니다. 매봉과 연실봉쪽으로의 암릉에 연달아 나타나는 철계단과 철사다리는 때론 경사도가 70도가 넘는다. 뒤돌아보면 등골이 오싹해지는 곳이 한두곳이 아니다. 김일동과 손정수, 장창학들은 무어라 중얼중얼하며 오른다. 이런 곳에서는 오를 때 가급적 뒤나 아래를 쳐다보지말고 앞만보고 오르다가 적당한 쉼터에서 뒤돌아 풍광을 감상하며 오르는 것이 힘도 덜 들고 안전하다.
그렇게 힘들게 암릉꼭대기에 오르면 일순 길이 끊기듯이 바로 직벽 아래로 이어진다. 철계단을 내려서면 왼쪽으로 틀어 길은 골짜기로 사정없이 떨어진다. 김세윤, 김일동, 홍기창, 강효수, 서병일, 주재훈, 박흥덕회장까지 불평들이 이만저만 아니다. 대놓고 소리친다 " 대장아, e~Q, 이렇게 다 까먹으면 어떻게 해?" 그래서, 사전에 정보도 일러 주었거늘...젠장, 길이 이렇게 생겨 먹은 걸 낸들 어떻게 해! 싫으면 돌아 가든가? 크크, 여기서 돌아 갈 넘 아무도 없지!

- 고렇게(?) 한참이나 내려 까먹은 길은 오른편으로 서서히 오르막인데 온통 돌길이다.
여기저기서 또 볼멘소리들...이 산대 eQ를 원망하는 중얼거림...도대체 산행대장에 대한 존경심(?)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더라! 그래서, 모른척...ㅎㅎㅎ! 여기서 돌아갈 사람은 진짜 없다!
불거져 나온 돌길, 때로는 나무계단길로 부지런히 한발 한발 오르면 정상이 보이는법...저 멀리 천황봉이 보이더라!
불티재에서 올라오는 능선과 마주치는 안부에서 오른쪽으로 크게 틀어보니 정상의 등산객까지 시야에 들어오는데, 그래도 25여분은 더 올라야 하는데, 오성학은 '앞으로 10분, 10분..'하며 늑살을 부린다. 나보다 더한 넘! 막상 붙어보면 그리 힘들지는 않은 오르막이나 10분은 좀 심했다.
그러나, 어느 산이든 정상을 곧장 발길을 닿게 하던가?
천황봉 아래 바위틈새로 난 통천문(通天門)을 지나야 한다.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지고 있던 비대한 몸과 무거운 짐을 덜어놓고 가라 한다.
저 아래에서 가져왔던 욕심들을 한껏 내려 놓고 지나라 한다.
이곳을 지나기 전에 아집과 집착을 날려 보내라 한다.
배낭을 메고서 이 문을 통과 못하면 천황봉을 오르는 길은 목숨을 걸고 암벽을 타고 오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곳에 왔던 등산객중 배낭을 메고 이 문을 통과 못했던 사람이 있었다고 들은 기억은 아직까지 없다. 따라서, 우리의 거구 김용하도 배낭을 메고서 가뿐히(?) 통과했단다. 그는 너스레를 떨며 "두팔로 문을 넓혀서 통과했다, 왜?"하고는 천연스럽게 웃더라.
그래, 통천문은 자연이 준 '마음의 문' 이다!

- 통천문을 지나면 길은 약간 아래로 떨어졌다가 삥둘러 오라 천황봉에 닿는다.
정상에는 등산객이 꽤 있었다. 대부분 도갑사에서 올라온 등산객이었다.
하늘은 맑고 바람도 거의 없었으나, 한기는 느낄 정도였다.
정상의 조망은 매우 빼어났다. 사방으로 시야가 통쾌하다.
서쪽 저멀리 목포가 아른거리며 영산강 굽이굽이 물줄기도 시야에 들어온다.
남서쪽 구정봉쪽으로 이어진 능선길이 발아래로 보이며, 걸어왔던 동쪽으로 암봉들이 저마다 모양새를 앞세우고 천황봉에 충성을 맹세하듯 힘차게 도열하여 솟구쳐 있다.

암, 여기에 정상주 한잔이 어찌 없을소냐! 손을 호호 불어도 좋을시고 ...
정상 표지석앞에서 기념사진도 빼 놓을 수야 없지!
한참이나 풍광을 감상하고는 오들오들 떨리는 몸들을 추수리고는 발길을 남서쪽으로 내려 놓는다.

- 어렵고 힘든 코스는 거의 다 지나온 샘이다. 천황봉에서 능선은 남서쪽으로 쭉 내리막이다. 정상에서 급경사로 15여분 내려서면 능선길은 순탄하고 널널하다. 구정봉을 바라보면서 쉬엄쉬엄 걷던 길은 바람재 못미쳐 나무계단으로 이어진 언덕을 넘어야 한다. 올라서니 바람재(금릉경포대갈림길)를 내려다 볼 수 있고, 구정봉이 손에 잡힐 듯 우뚝 서 있는 모습이 근사하다. 한켠에 제법 평평하고 양지바른 곳이 있어 우린 여기서 간식을 들며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배낭에서 간식들을 꺼내 놓는다. 오성학부인(우린 오총누이라 곧잘 부른다)은 오늘도 먹거리가 풍성하다. 잡곡밥에 김, 김치등등, 그리고 윤철원부인의 죽여주는 족발(앞니빨이 시원찮은 나는 매번 군침만 삼킨다), 여기에 비장의 소지품 쐐주가 빠질 수가 있겠는가? 강효수, 서정항, 장창학, 김세윤, 남궁완까지 배낭에서 하나 둘씩 슬금슬금 맥주와 함께 등장하더라.
..... 먹는 동안의 상세한 풍경들은 상상에 맡기고 .....

- '출발 3분전...!'하며 소리치니 예의 못마땅한 눈초리들이 번떡거렸지만, 모른채 할 수 밖에...
5분여 내려서면 구정치, 소위 바람재에 닿는다. 왼쪽으로 빠지면 천황봉과 구정봉 사이에서 발원하여 남쪽으로 흘러내리는 2km 가량의 아름다운 계곡, 금릉경포대로 가는 길이다. 여름엔 물이 차서 피서객이 많이 몰린다고 들었다.
이곳은 바람이 매우 심한 곳이라 하였는데, 오늘은 미풍만 불어온다. 직진하여 바람재를 바람같이 스쳐지나가며 길은 다시 구정봉 마루터까지 오르막의 연속이다.
구정봉(九井峰;738m)은 능선 마루터 오른쪽에 우뚝 서 있다. 그 봉우리 북서쪽 깍아지른 암벽에 높이 8.5m의 마애여래좌상(국보144호)이 있다는데, 우리 일행은 그것보다 구정봉 바로 남쪽 아래 있는 베틀굴(일명;음굴)에 더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더라. 임진왜란때 여인네들이 여기로 피난와서 베를 짰다는 설화가 있는데, 그 모양새가 영락없는 여인의 음부와 꼭 닮았다. 그 속 깊이 들어가면 음기가 강해 '머리털이 더 빠질라?'는 우정어린 충고도 아랑곳하지않고서 임충빈과 홍기창은 신(?)이 나서 들어서더라. 자기는 양기가 많아 음기로 다스려야한다며 넉살을 부리던 김진호도 마찬가지... 여학생과 동행하던 박흥덕 회장님은 보고는 싶지만 체면(?)에 내려가 볼 수는 없고하니 괘상한 말로 빨리들 올라오라고 소리친다. 오늘 산행에서 고전하던 김일동, 손정수, 남궁완도 모른척 들락거렸다하더라. 강효수가 빠졌으면 더욱 이상할 것이고 .... 나는 그 앞에서 사진도 차마 못 찍겠더라? ㅎㅎㅎ.
각설하고, 거대한 고래가 머리를 쳐 들고 힘차게 돌진하는 형상이라고 할까, 구정봉에서 바라본 천황봉 쪽으로 뻗은 능선과 암봉들의 풍광은 압권이요 일품이며 장쾌하더라.

- 향로봉을 오른편으로 바라보면서 능선은 남쪽으로 향하다가 다시 남서쪽으로 살며시 내려 뻗어있다. 미왕재로 가는 양옆으로 산죽이 그득하고 간혹 바지에 스치는 소리가 좋다. 멀리 산불감시초소가 보이고 미왕재 억새밭이 시야에 뚜렷하다. 쉬엄쉬엄 걸어도 30여분이면

미왕재에 닿는다. 주변은 억새밭이라고하나 명성산 억새밭같은 것과 비교할만은 못된다. 조망대도 있고 등산로 보호목책도 설치되어 있다. 여기서 직진하면 도갑산(376m)으로 빠지고 오른쪽으로 내려서야 도갑사로 가는 길이다. 미왕재 남쪽 자락 백운동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설이 있는, 신라 헌강왕 1년(875년) 도선국사가 중창했다는 국보13호 극락보전이있는 사찰, 무위사가 있다. 無爲...이름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언젠가 가 볼 수 있으려나?
후미 도착을 확인하고, 남궁완, 손정수에게 무릅보호대를 꺼내 주며 하산길로 나섰다.

- 시각도 오전 11시가 가까워지니 도갑사에서 올라오는 등산객이 많아진다. 돌들이 불거진 길과 나무계단으로 된 내리막을 20~30분 쭉~내려서면 동백골에 닿는다. 주변의 동백꽃들은 대부분 지고 간간히 매달려 있는 새빨간 꽃잎은 짙은 초록잎 사이로 유난히 눈길을 유혹한다. 나는 동백을 보면 항상 '요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더라. 다른 녀석들은 어떤 느낌을 가지면서 내려설까?
조금 더 내려서니 맑은 계류가 졸졸 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이제 막 피기 시작하는 동백골 진달래는 또 다른 요염한 빛깔을 던지면서 문득문득 발길을 붙잡는다. 이렇게 미왕재에서 1시간여 터벅터벅 내려서니 단정한 전각 2개가 보이는데, 도선국사비전각과 부도군전각이다. 근래에 정성스레 세운 것 같았다.
그 아래 도갑사가 자리잡고 있다. 절 북쪽 미륵전에는 보물89호 석조좌불상이 봉안되어 있는데, 나는 그곳을 스치고 중회 김시영은 바삐 미륵전으로 발길을 돌린다. 불심에 깊은 중회가 그걸 놓칠리 없지!
도갑사(道岬寺)-월출산 서남쪽 자락에 위치하고 신라 문무왕 1년(661년)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사찰이며, 해탈문(국보50호)을 비롯, 보물, 문화재가 다수 있다고 한다. 5년전 새벽에 이곳을 통과하여 유심히 볼 수 없었는데, 여기저기 최근에 신축한 사찰 보조 건물들이 눈에 많이 띈다.
사찰 한가운데를 가로 질러 내려서면 해탈문이다.
해탈문을 빠져나와 돌아보니 왼편에 붉은 글씨로 '國寶第50號月出山道岬寺解脫門'이라고 조그맣고 초라한(?) 화강석이 서 있더라. 하기사, 해탈에 크기와 작음이 문제는 아니리라.
1분여 거리에 일주문이있지만 오늘 산행은 해탈문을 나서면 끝난다.

- 지난 5년간 오르내렸던 무수한 산행들 .... 오늘 나는 무엇을 짊어지고 구름다리를 건넜으며, 무엇을 버리고 통천문을 지났을까?
친구들아, 각자의 마음의 문을 지나왔다면 월출산종주산행은 오래 기억되지 않겠는가! ♧♧

<참석자>
박흥덕 서병일 오성학부부 윤철원부부 임충빈부부 권동안부부 강효수 남궁완 김시영 김진호
김세윤 김일동 김용하 서정항 손정수 이규도 장창학 주재훈 홍기창 허철영 -이상24명-

<< 앞얘기, 뒷이야기 >>

* 한밤중, 서해안고속도로로 질주하던 버스는 서해대교 휴게소에 잠깐 내려 놓는데, 서해대교의 장관을 기대했으나 조명을 꺼 놓아 망쳐버리고, 밤하늘에 반달만이 유난히 빛나더라.
서해안고속도로 마지막휴게소(광평)에서도 자판기만 덩그러히 놓여 있어, 여기서 새벽참을 먹으려던 기대도 산산조각 ...
영암을 1시간여 남겨두고 영산삼거리 부근에서 곡절 끝에 해장국집 발견 ... 새벽에 떼거지 손님 받은 주인 입다물 줄 모르고, 옆에 있던 청년5명 썽질에 확 나가뿌리고... 행여, 이길로 새벽에 갈 때 참고들 하시오! 다른 곳에는 배를 채울 식당이 없다오.
단, 뼈다귀해장국을 시킬 것, 콩나물해장국은 파이더라! (영산삼거리에서 우회 20여m; 25시해장국집, T061-334-5090)

* 천황사 매표소 안에는 24시간편의점과 스낵코너 있음. 여기서 등산할 시에 보급품 조달처로는 손색이 없을꺼~여! 화장실도 시설이 좋고 무진 깨끗하니 알아 두시구려.

* 구름다리를 왕복한 네분들, 예정보다 일찍 하산하면서 수배해 보았으나, 감감 무소식 ...
서너 차례 더 휴대폰으로 두둘기니 이 분들 보소? 아니 벌써, 월출산온천관광호텔(도갑사에서 10분거리; T061-473-6311)에서 오천을 즐긴 후 맥주와 커피를 마시고 있다나!
우리와 함께 들어 갔으면 우겨서라도 단체활인(30명이상) 받을터인데... 덕분에 오총은 4명분(6,000x4=24,000원) 굳었다며 싱글벙글..? 에휘, 단체할인 받아도 기사포함 25명x1,000=25,000원 절약아닌가? 못 말려, 오총아, 좋아할 것 하나도 업데이! 하기사, 1,000원이 어디냐!

* 3/23밤, 홍기창을 수서까지 배웅했던 그 싸모님- 冬女님(부득이 동행 못해 심사가 좋지 않은 듯) 왈; 온천은 물론 세발낙지도 쨤뚱탕도 먹지 말고 부리나케 곧장 올라오라며, 이 산.대에게 주먹까지 내 보였는데 ... 어쩔거나? 회원들의 압도적인 식욕을 우쩨 말기리오!
영암까지 왔으니 그걸 먹지 않고 그냥 갈 수가 있냐? 기창이가 제일 강력히 주장했습네다.
그래서, 영암 등기소 앞에 있는 '동낙식당'(T:061-471-3388)에 갔겠다. 친구들아, 영암에 들리면 한번 찾아 보시구려!
세발낙지, 낙지꼬치구이, 쨤뚱탕, 갈낙탕, ...갈치튀김등 밑반찬 ... 대나무죽순주에 소주, 맥주,
상마다 푸짐하더이다.
-세발낙지...나무 젓가락에 머리를 약간 비켜 찔러 둘둘 말아 초장찍어 한입에 쏙~, 꿀꺽! 몬도가네식으로 먹는다나? 서병일, 김시영, 박흥덕, 오성학 등은 야만적인 솜씨로 능숙하게 먹으면서, 옆 상을 넘보고...압권은 단연 강효수더라. 세발낙지 머리만 입속에 넣고 어쩔 줄 모르는데, 입가엔 초장이 튀기고 ... 끝내는 가위의 힘을 빌어 다리를 절단하고서야 위기(?)탈출... 이를 바라보던 여학생들(한분만 빼고), 아예 낙지를 짤라 참기름에 비빈 것만 드시더라! 피부 미용에도 좋다하니 수단방법 가릴 것 없지 뭐!
-낙지꼬치구이...나무젓가락에 돌돌 말아 양념하여 구운 것을 야금야금 빼먹는 맛과 쐐주 한잔 ... 서병일, 박흥덕, 오성학, 김시영등은 절대 배당량(2개)만 먹었다카더라?
-쨤뚱탕...미꾸라지와 기타 어류를 갈아서 푹 고운 것인데, 추어탕 사촌쯤 될까? 담백하고 맛이 있던데, 일부는 아예 숟가락도 대지 않고 갈낙탕에만 집중 공격, 나와 기창이는 신나게 먹을 수 있더라.
-갈낙탕...푹 고운 갈비 국물에 세발낙지를 넣어 다시 삶은 것인데, 국물이 끝~내 줍니다!
낙지 건져 먹는 맛도 좋구요.

* 청우당님, 冬女님, 최택싸모님 등등 여학생님들...그리고, 온다했다가 펑크낸 이문식, 이종현, 기타 동행 못했던 친구등등 넘들님, 우린 요것(?)들 밖에 먹지 않았소~ 다른, 맛 있는 것고 많던데...쩝,쩝,쩝.
근데, 무씬 겜~값이 그리 많이 나왔는냐고? 웬걸, 기사포함 입이 25개이더이다!
정말, 입이 무섭긴 무섭더군요 ... 그래서, 오총이 추가 갹출할 수 밖에 없었다오!
의리상, 우정상으로 보더라도 낙지머리와 상관관계상만 핑계로 임충빈과 홍기창을 잽혀놓고 올 수는 없었음을 혜량하소서!
그리고는, 오후 3:55에 서울로, 서울로 내 달렸다오.
산우회창립5주년기념특별산행, 월출산을 이렇게 재미없게(?) 산행했다오.
중회선생이 꼭 이렇게 표현하라 했소.

* 아참, 잊어 버릴 뻔 했군! 성함은 모르지만 한남여행소속 기사님(HP.011-769-7797) 얘기,
서해안고속도로로 올라오다 군산에서 어디로 빠져, 강경 평야를 가로질러, 또 국도로 빠지고...여차저차 천안까지 거의 논스톱...천안에서 전용차선타고 수서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9:03경...와, 무진 빨리 왔~소잉! 이길 아무에게도 알려 주지 말랬는데...
그 기사님이 언젠가 우리산행에 또 만났으면 좋겠다!

(사족)
기념품에 대해선 나에게 묻지를 마오! 끄빨은 오총에게 있다오! 오총아, 전화 받아라.
나, 잔~다. 무사산행한 친구들과 부인들에게 감사~꾸벅 zzz.

<0317관악산>

5년 전 그때 그 마음으로 다시 산행
그리고, 앞으로 5년 더...또 5년...바램을 안고서

* 일 시 : 2002년 3월 17일(일)...맑음, 바람.황사 심함
* 산행지: 관악산
* 구 분 : 제60차정기산행
* 코 스 :
사당동(09:45출)...남영동들머리~약수터.쉼터(10:22착)~8각정고개왼쪽암릉~관음사능선합류점(10:35착)~제1헬기장(10:55착)~연주대능선갈림길.직진~계곡.너럭바위(11:08착...11:20출)~암릉꼭대기능선(11:40착...휴식등12:08출)~제2헬기장~연주대갈림길.왼쪽~과천매표소(13:32착)

-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5년의 세월 ...
그 동안 수없이 산행했던 관악산 이 코스를 오늘도 다시 오른다. 감회는 여느때와는 달랐다.
사당동에서 가게와 주택가가 늘어선 길을 따라 남영동들머리로 해서 약수터 쉼터를 거쳐, 8각정을 오른편에 두고 조금 오르면 만나는 고개에서 왼쪽으로 틀어, 관음사에서 올라오는 능선합류점을 지나 가파른 암릉에 올라선다. 조망이 좋은 곳이며 여기서 한숨 돌리며 서쪽 건너 능선을 바라본다.
아, 벌써 5년이 흘렀구나!
지나간 산행들의 한컷 한컷들이 주마등처럼-시네마스코프처럼 빠르게 눈앞을 스친다.

- 1997년 3월 23일, 박흥덕.박중배.최택상.오성학.김시영.김인성.김진호(아들대동).홍삼표를 따라 낑~낑거리며 저 능선을 올랐던 기억을 어찌 잊으랴!
80년 초반까지만해도 틈틈이 산행했었던 것이 결혼하고 자식들을 낳고 삶속에 허우적거리다 보니 여차저차해서 거의 16년간 산행할 기회와 마음을 갖지 못하다가, 그날 친구들과 우연히 관악산을 올랐겠다!
남영동에서 약수터 쉼터에 닿는 동안 몇 번을 쉬었고 숨은 가쁘고 하늘은 때로 노랗고 연신 물만 마셨던 기억들, 그리고 마당바위에 이르러 더는 못가겠다고 퍼져 앉았던 나를 모두들 못마땅해하고 안타까운 눈초리(?)로 바라보던 녀석들의 의기양양했던 모습이 너무나 부러웠던 그날 ...
그렇게 저차여차하며 몸을 끌다싶이 내려섰던 과천쪽 ... 좌우지당간 곡절 끝에 그날 산우회는 창립되었었지!
그리고, 1주일 후 바람불고 몹시 추운날에 월출산(열차산행)종주를 감행했던 무지몽매한 오기여, 만용이여!
그후, 오늘까지 적지 않은 산행을 했다. 거의 160여회가 넘는 것 같다. 시간도 돈도 많이 들었다.
이 산하를 오르내릴 때마다 느꼈던 진한 우정들 어찌 고맙지 않겠는가!
그동안 내가 많이 컸는 것 같다. 아니, 나를 낮출 줄 알게 된 것 같다.
오늘의 나를 있게한 것은 다 친구 녀석들의 덕분이지, 암!
그래, 친구들아 너희들도 함께한 산행들을 기억하겠지......

~ 북한산 형제봉에서 득의양양하여 못 오를 산이 없을 것 같이 외쳤던 때, 진인준이 특히 더 그랬었지.
~ 도봉산 사패산 암봉에서 여유롭게 희희낙락하며 같이 찍던 모습들, 양승찬은 이후 암벽타기로만 빠지고...
~ 용문산 자락 도일봉을 오르고, 백운봉을 넘고 계곡에서 발가벗고 풍덩했던 시절, 박흥덕의 해박과 출충한 리더 최택상에 대한 부러움
~ 지리산 종주를 하고 칠선계곡을 내려섰다는 최택상.박흥덕.박중배.송경헌의 무용담(?)에 시샘과 존경의 귀동냥들...
~ 오대산 상왕봉~비로봉 산행 전날, 방아다리약수터 부근에서 1박했던 아스러한 기억들, 한성협이도 나보다 훨씬 나았던 시절이여..
~ 매년 시산제를 가졌던 마니산 동서종주와 함허동천의 적설들, 그리고 귀가길에 발생한 각종 야사들..
~ 눈덮힌 한라산 백록담을 넘어 한길이 넘는 눈속을 헤치며 내려섰던 9시간 설행, 이땐 ㄸ준이도 있었었지!
~ 관악산, 북한산, 청계산, 수락산을 수시로 오르내리며 디뎠던 산행 흔적들, 그리고 북한산 숨은벽골에서의 폭포안마, 오 예! 코냑 증발사건으로 한여름을 뜨겁게 달구고...
관악산 암릉에서 우연히 만났는데도 당황해 어쩔 줄 모르던 한성섭, 그 옆이 '필링'의 주인이던가!
~ 때론 혼자, 때론 몇 명의 친구와 봉우리를 넘나오르던 검단산 종주, 그래 이철화도 이를 해 내었었지!
~ 석룡산 조무락골에 풍~덩하며 xxx를 조무락 조무락 거리며 즐거워하던 산행, 사장님도 교수님도 대기업임원님들도 예외가 없더라!
~ 새벽의 설악 서북능선에 올라 감탄사를 연발하며 오색에서 온천과 캬~하며 득의만만했던 순간들, 위풍당당해하던 중회의 거들먹도 밉지 않았었지!
~ 대야산에서의 박호진과 함께 산행했던 추억, 손정수의 모습도 베테랑처럼 보였다.
~ 광덕산을 오르내리는 것이 시시하다(?)며 불평하던 김용수의 익살, 그리고 폭우로 끝내 후퇴했던 백운산 자락 농가에서의 한 때들, 그후 산행대장 씹으며(?) 흩날리는 눈발을 맞으며 신나게 다시 백운산을 산행했었던가.
~ 명성산 억새평원을 가로지르며 있는 폼 없는 폼 다재던 오성학, 그리고 바람결에 더욱 아름답던 우리의 여학생들
~ 예봉산-운길산 종주할 때마다, 여기가 이상한 구역인가? 이상하게 다리에 이상이 있었다는 임충빈의 넉살, 진인준은 그후 자취를 감추고...
~ 내속리산 애기업은 바위에서 바라본 160도 조망의 극치와 최택상싸모님의 등장!
~ 민주지산과 석기봉을 넘어 계곡에 발 담그며, 끊임없이 이 e.Q을 원망(?)하던 김진성, 그후의 그의 산행 약진!
~ 화야산 아래 송어회로 즐겼던 아른한 추억이여, 손 엽의 독설(?)이여, 다시 못올 순간들인가?
~ 비 내리던 대둔산 하산길에 떨어지는 낙수를 바라보며 산장에서의 점심들, 지나니 그 보다 맛있는 도시락이 있었던가?
~ 용화산에 등장한 박민종부인(x선영)과 홍삼표부인(~영선), 그때 유행했던 '선영아 사랑해'하는 카피를 시도때도 없이 불러보았지! 그후, 두분은 심기가 불편해 안나오시나?
~ 화양동 도명산 정상에서 죽여주는 안주 '양미리무침'을 내놓던 서병일, 이후 약속은 ? .....
~ 그리고, 졸업30주년기념산행에 관악산 케이블카능선 꼭대기 너럭바위를 그득메운 60명의 동기가족들, 배낭만 챙기고 그후 한번도 나타나지 않은 분도 생기더라.
~ 박총의 눈총(?)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진만하다 핀찬 듣던 눈덮힌 계방산 산행도 좋았지!
~ 희양산 바위터에서 아직도 군기서린 김인성의 폼과 김용하의 거구, 바위와 어울리고..
~ 청학동 소금강 계류에서 발담그며 오만 익살을 다 부리던 이상한, 내년에야 그와 함께 산행하겠지.
~ 문경세재 신선봉을 올라 내려와서는 조령3관문에서 설파하던 이용남의 호연지기 무용담(?)을 언제나 또 듣겠는가!
~ 비 내리는 설악산 산행 12시간, 설악을 설명하며 진지해하던 송경헌과 박중배.
~ 소황병산 초원지대를 거쳐 안개자니골 식당암에서의 목욕과 주제비와 홍기창의 넉살
~ 영남알프스 능선에서 일출을 보며 감탄사 연발하며 황홀해하던 김세윤의 모습.
~ 산너머 산너머 친구가 살고 있다기에, 청계산~광교산을 넘고 넘어 손 엽의 집으로 갈 때, 도중에서 헤매이던 기억과 더위와 싸우던 10시간 산행.
~ 도봉산 여성봉을 예찬하던 전명권, 그곳에 올라 몇 번이나 들락거리던 이상설의 귀이한 행동과 위트
~ 백운산-신로령 적설을 구도의 마음으로 헤치고 이날 고전했던 서정항! 이제는 지리산 천왕봉을 제집 드나들 듯 오르내린다는데...e.Q의 화려한 산행대장 시절도 끄터머리가 보이는가 보다.

아, 우리들의 산행 기록들이여,..어찌, 필설로 면면을 다 표현하랴!

- 이러한 산행 중에 내개인적으로 특히 잊을 수 없었던 산행, 백구대간종주산행과 백두산서북능선종주 일러라!
언젠가 다시 기회가 올려나? 백두대간종주는 다시 기회가 온다해도 솔직히 자신이 없다. 그러나, 백두산서북능선 종주는 다시 하고 싶다.

1997년 9월 6일, 낮12시, 그래 난 지리산 천왕봉에 서 있었다.
몇 번 되지 않은 일천한 산행경력으로 산악인의 꿈의 산행이라는 백두대간에 감히 올라섰겠다.
나보다 나이 많은 선배들도 가는데 왜 내가 못가는냐는 오만과 만용으로 올랐으니, 백두대간은 나에게 그 댓가를 톡톡히 치루게 할 줄이야 그 순간에야 알았겠는가!
첫날, 완전히 밤이 되어서야 제일 후미로 벽소령에 도착하고는, 온몸이 쑤셔 잠 못이루고 새벽에 나와 밤하늘의 그 찬란한 별들을 바라보면서 오줌을 갈기며 나도 모르게 눈물을 쭈루루 흘리던 참담한 내 모습...
다음날, 만신창이된 몸으로 성삼재로 내려설 때 " 네 몸이 왜 그리 망가져 있는냐?"고 던진 친구 녀석의 한마디가 귓전을 때리고 아찔했던 순간,
내 인생을 낭비한 죄를 몽조리 짊어지고, 네발로 기어서라도 백두대간을 종주해 보겠노라고 다짐했던 오기의 연속들,
그리고, 조금씩 변해갔던 이 산야에 대한 사랑과 순화의 감정들,
그 후 최택상, 오성학, 이상한 등과의 잊지 못할 백두대간 종주 산행들....

~ 백운산(전북 무령고개부근) 설경에 도취되어 갈길을 멈추어버린 한 때의 황홀감,
~ 비 내리던 덕유산 종주시 동엽령 못미쳐 탈출했던 자연그대로의 원시숲과 계류,
~ 소사고개를 내려서서 다시 1200m 넘는 대덕산을 오를 때, 쥐나는 허벅지를 침으로 찔러가며 오르던 산행,
~ 추풍령지나, 6월의 무더위 속에 잡목지대를 지날 때마다 주져 앉고 싶었던 무수한 순간순간들,
~ 속리산 문장대~대야산~불란치재의 험로를 통과할 때의 아슬아슬함과 통쾌,
~ 문경세재 부봉과 월향삼봉 험로암릉을 지날 때 머리가 쭈빗쭈빗했던 산행,
~ 저수재~죽령간 20km 산행시, 나도 모르게 짐승처럼 울부짖던 나의 절규-메아리들,
~ 오래 기억될 비 내리던 태백산과 함백산 종주,
~ 그림같은 대관령~소황병산~진고개 구간에서의 한없는 이산야에 대한 아름다움을 절절히 되새기던 때,
~ 동대산을 넘어 구룡령에 이르는 무더위 속의 13시간 산행, 그리고 최후의 물한방울까지 최택상과 나눠 마시던 그 진한 우정,
~ 조침령~한계령 12시간 빗속을 뚫고 원시림을 헤치며 걸었던 그 진진함이여,
~ 희운각에서 1박하고 공룡능선을 넘고 황철봉 '악마의 잇빨' 너덜지대를 지나 미시령까지 평생 잊지 못할 산행,
~ 마지막 구간, 북설악 신선봉에서 함께한 친구들과 운해, 진부령까지 동행하며 독려해 주던 송경헌의 의리, 그리고 격려차 마산까지 올라왔던 13명의 또 다른 친구들,

이렇게 백두대간 종주 산행은 나로 하여금 이 산하와 사람들을 사랑하게 했고, 겸손을 알게했다.
다시 기회가 되면 백두대간을 종주할 수 있겠냐고 물으면 솔직히 자신이 없다. 아니, 두렵다.
내 인생의 정점을 지났는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정점에서 어떻게 내려가야하는지 일러주고 있더라.
백두산, 서북능선 종주... 백두대간 종주 산행 절정의 도중인 1999년 7월 13일이었지!
언젠가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지면 또 가고 싶다(상세산행기 산우회사이트'백두산종주기'참조). 다시 가면 무엇을 느끼고 쓸까? 그땐 아무것도 쓸 수 없을지 모르겠다!

- 이러한 화면들이 스쳐가더라! 그러한 기억들이 생생하더라!
그래서, 오늘 정기(제60차)산행 코스를 5년전 올랐던 저 건너 능선을 바라보며 걷는 코스로 잡았던가?
오늘 이 코스를 처음 오르는 이석영과 임경락은 5년 후쯤 어떤 느낌으로 여길 오를까?
그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제1헬기장을 통과하고 연주대능선갈림길을 곧장 넘어 계곡을 건너 예의 우리가 이 코스로 오면 항상 쉬었다 가는 너럭바위에서 휴식을 취해본다.
이석영과 임경락에게는 바로 앞에 있는 나무에 살짝 가려져 있는 남근석을 유심히 봐 두라고 늑살을 부려도 본다.
암릉에 오라서니 바람이 몹시 세다. 황사현상도 더 심해진 것 같고, 건너편 능선에는 등산객들이 길~게 행렬을 이루며 오르고 있었다.
암릉 꼭대기 한켠에서 가져온 간식과 쐐주 1잔 땡기면서 휴식과 담소들 ....
그리고는 제2헬기장을 지나 다시 연주대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돌아 능선따라 터벅터벅 1시간여 내려서니 과천쪽 매표소에 닿더라.(이 코스 상세소개는 2001.11.18자 관악산산행기 참조)

- 2002년3월23일이면 산우회창립5주년 되는 날이다.
그 기념특별산행으로 월출산으로 가게 되었다.
5년 전 관악산 창립산행을 한 후, 1주일 뒤에 월출산으로 갔었는데, 올해는 관악산 산행 후, 1주일 뒤인 산우회창립5주년되는 날에 월출산으로 가게 될 줄이야?
오총의 계획된 각본이던가, 내 머릿속에 잠재해 있던 각본인가? 아니면, 그 무엇이던가?
암튼, 5년 전 그때 그 마음으로 다시 산행을 했다.
그리고, 앞으로 5년 더 ... 또 5년 ... 이렇게 건강히 산행할 수 있는 바램을 안고서 말이다!
친구들아, 우리 그렇게 함께 산행해 보자꾸나!

<참석자>
이규도 오성학부부 윤철원부부 김시영부부 임충빈부부 권동안처제 강효수
김세윤 김진호 서정항 송경헌 이석영 이용남 임경락 주재훈 한성섭 홍기창-21명-

-후담-
* 오늘은 더 이상 할 말 없~데이! 감~사, 캄~샤!
* 5년간 같이 산행했던 친구들아, 서로서로에게 감사해하고 서로를 격려해주며, 멋진 산우회 만들어 가자!

- 정리자 - 산행대장 e.Q 이 규 도

0301예봉운길종주

어느덧 봄이 오는 길목, 춘삼월 첫날 초목들의 움틀림을 느끼며 능선길 6시간 산행

일 시 : 2002년 3월 1일(금;삼일절) ... 맑음, 기온온화, 시야는 흐림

산행지: 예봉산~운길산 종주

구 분 : 번외산행

코 스 : 팔당철길(10:30착)...중팔당들머리(10:43출)~능선고개(11:05착)~무덤.전망대(11:40착)~예봉산정상(12:05착...12:20출)~중간억새평(12:30착...점심등13:25출)~철문봉(13:32착)~적갑산(13:50통과)~세재삼거리(14:20착)~503봉(15:30착)~운길산밑바위터(16:05착...16:22출)~운길산(16:25통과)~수종사(16:55착...17:15출)~마을뒷어귀무덤(17:34착...후미17:54착) ...송촌초등교

-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에 소재한 예봉산(禮峰山;683.2m)은 팔당강변으로 급락하게 산자락을 드리우고 팔당 한강변에 솟구친 검단산(685m)과 마주하며 그 사이로 수도권 시민의 식수인 팔당호를 굽어보고 있으며, 운길산(雲吉山;610.2m)은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류되는 양수리 어귀 북한강변에 솟은 산으로 풍광이 좋은 수종사를 품고 있다.

나는 가끔 이 예봉산~운길산 종주코스와 검단산~용마산(일명;일자봉) 종주코스를 산행하는데, 집에서 가깝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고, 길이와 산행시간도 엇비슷(산행시간 6시간안팎)하거니와 정상에 서면 한강변을 굽어보는 풍광도 좋은 코스이기 때문이다.

금년 1월 13일 검단산~용마산 종주(이상한 환송특별산행)는 하였기에, 오늘 번외산행코스로 예봉산~운길산 종주 코스로 번외산행지로 잡아 보았다.

나는 이 코스를 최근 몇 년에 너다섯번은 산행해 보았고 우리 산우회원 일부는 몇번 같이 산행해 본 코스다.

'99년 2월 21일에 13명이 종주했었는데 진인준. 유성근 등도 참석하였다(진인준은 그날 이후 산우회에 통 나오질 않는다).

'01년 2월 11일에는 20명이 조창동과 30년만의 해후산행(적설량이 많았음; 조창동은 하루 온종일 누웠다고 함))을 하기도 했고, 작년 3월 25일엔 단독으로 종주해 본 코스라 곳곳의 포인트 및 난이도등은 나는 비교적 자신하고 있는 편이다.

그래서, 조금 길게 뛸 회원들을 위하여 오늘도 작년 2월 11일에 산행했던 코스와 똑같이 잡아 보았다.

그런데, 천호동 버스정류장에 나타난 면면을 보니 전혀 예상치 않은 얼굴들이 많이 보였다.

오성학을 비롯한 김진호, 강효수, 김용하, 전명권, 이용남, 이길용, 임충빈부부야 적어도 한달 건너는 같이 산행해 왔다지만, 엄춘택(금년에는 잘 나오고 있지만...). 최봉준. 김수종. 장창학. 이석영. 김정식. 김향태(팔당에서 합류) 그리고 조건식부부가 번외산행에, 그것도 오늘 코스는 산행만 6시간여 소요되는 만만치 않은 중거리 산행에 나오리라고는 전혀 생각치 못했다.

몸이 근질근질한 꾼(?)들 여남은 명이 나타날 줄 알았지!

오늘 면면을 보니 선두와 후미의 리드를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가 머리로 복잡한 궁상을 굴리며 예정보다 조금 늦게(뽕준이 그 죄로 차비 부담하고) 팔당대교 건너자마자 하차했다(향태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다).

- 철길 건너 밭을 지나 오른편으로 조금가면 비닐하우스 한두채가 있고 오른쪽 작은 개울 건너 언덕에 무덤가들이 있고 바로 앞쪽에 예봉산 산림감시초소(여기까지 콘크리트포장)가 나타난다.

오늘 산행들머리를 여기로 또 잡았다.

그런데, 5명은 들머리 들어서기 전에 미리 겁(?)을 먹고 수종사로가서 운길산을 넘어 도중 능선에서 우리와 만나 같이 수종사로 되돌아 하산하겠다며 잽싸게 내뺀다.

그것이 쉽지 않고 실제로도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1명만 빼고..).

지금시각 수종사에 올라 점심등 먹고나면 맥이 풀리고 갈 길을 생각하면 운길산 넘어 온다는 것이 그리 쉬운가! 그 주동자와 면면은 이글 후미에 등장한다!

소나무가 즐비한 숲길에 간벌을 한 나무들이 도처에 산재해(능선고개까지) 있었는데 정도가 좀 심했다.

오른쪽 개울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도 들으며 등산객은 우리외에 드문드문 오르고 산길엔 떨어진 솔잎과 낙엽이 꽤 많았다.

개울을 건너 천천히 오르는데 진호는 땀좀 빼야겠다며 횡하니 앞서며 예봉선 정상에서 만나잔다. 그는 이 코스가 초행이다. 지난주(2/24) 관악산(사당~안양 관양동 6시간산행)에서도 그러더니 또 그러구나 싶고, 요즘 그는 산행 못하면 몸이 근질근질 한 모양이다 생각하고는 " 응, 그렇게 하렴..." 한마디만 했다.

슬로우~슬로우, 그렇게 한 20여분 오르면 능선에 닿는데, 그 넘어서 빙 둘러 8부 능선으로 올라도 되나, 우리는 왼편으로 틀어 능선따라 오르기로 했다.
여기서 물한모금, 숨한번 고르고 ... 도중 보조밧줄도 있는 한군데 급경사를 지나면서 쉬엄쉬엄 오르다 보면, 큰 소나무가 있고 무덤 1기가 보이며, 그 앞에 조금만 바위터가 있다. 능선기점에서 여기까지 30~40분이 소요된다.
바위터에서 남쪽으로 바라보면 조망이 시원하다. 예봉산과 키자랑을 하는 듯 한강 건너 검단산(예봉산보다 2m여 높다)이 당당하게 솟구쳐 있다. 하남시 창우동 안창모루에서 시작되는 능선 줄기는 정상을 넘어 그 남쪽으로 굴곡을 이루며 멀리 용마산(삼각봉으로 보임)까지 힘차게 뻗어, 예봉~운길 종주코스와 비교하여 전혀 질 것이 없다는 듯 등산객을 유혹한다(비슷한 6시간 산행이지만, 높고 낮은 봉우리를 9개나 넘나 오르락내리락하는 검단산 종주가 내 경험에는 조금은 더 힘든다고 판단된다).

- 가쁜 숨들을 고르고는 다시 전진... 여기서부터 예봉산 정상까지가 만만치 않다. 보조밧줄이 서너군데나 걸려있고, 단내를 감수해야 한다. 오늘 산행 중 가장 힘든 부분이다.
이 코스에 처음온 사람과 지난밤 잠을 못잤던 김용하, 임충빈부부(2/28, 동기회사이트 사랑방 개장 자축연에서 새벽에야 귀가했다)가 역시 고전하는 것 같았고, 예상외로 조건식부부. 김향태. 장창학. 이석영. 이용남은 땀을 흘리면서 그런대로 잘 따라 붙는다. 아마, 처음 온 사람은 절실히 느꼈으리라! 급경사 오르면 저 넘어 정상이겠지 생각하면 아니고 ... 또 한번 속아도 또 아니고 ... 오늘 같이 날씨고 기온이라 덜하지 조금더 덥거나 추운 날이면 그 심도는 더 강한 곳이 이 오르막이다.
어느 산이던 정상을 쉽게 내디디게 하는 곳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래도, 그렇게들 땀 흘린 대가로 정상에 서면, 그만큼의 좋은 전망으로 산은 보답한다.
한강을 굽어보는 시원한 풍광, 남쪽에 솟구친 검단산자락과 강물에 드리운 그림자, 지척에 보이는 견우봉과 직녀봉의 다정함, 날씨가 좋으면 멀리 북한산과 도봉산의 자락들(오늘은 운무가 많아 매우 희미하다), 북쪽으로해서 크게 휘어진 활시위마냥 굽은 능선의 부드러움이 동북쪽 운길산까지 뻗은 산세들 ...
어느 하나 좋지 않더란 말인가! 올라올 때마다 둘러보면 항상 좋은 곳이다.

- 예봉산 정상에서 내려서는 북사면 길은 녹아 조금은 질척거렸다. 간간히 바위와 노송이 어우러진 곳도 지나며 철문봉 넘는 언덕켠, 억새평에서 우린 점심을 들며 휴식을 취한다. 용하는 그 육중한 몸매를 자랑하며 씩씩거리며 한참 후에야 합류한다.
김밥, 샌드위치, 라면등과 간소한 반찬들에 곁들여 매실주, 맥주, 소주, 양주(창학이의 비장의 소지품)등으로 모두들 맛있게 먹는다. 이 순간만은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고 여느 오찬이 이 보다 화려할 수 있던가! 그렇게들 웃고 즐기면서 1시간 여 ... 그리고는 다시 출~바알!

언덕을 넘어 조금 더 가면 철문봉(喆文峰)이 나타난다. 조선시대 정약용 3형제가 조안면 능내리 마재에서 이곳에 올라 학문(글)의 도를 밝혔다(철)고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오른쪽 밑 산자락에 세정사가 있고, 왼쪽으로 내려서면 팔당리 연세대실습농장으로 가는 길이다.
능선은 곧장 이어지며 길은 소위 고속도로 등산로이다. 낙엽이 수북한 바닥은 약간은 녹은 물기가 있어 푹신푹신하기까지 하다.
20여분 내달리면 작은 봉우리를 만나는데 적갑산(560m)이다. '절골산'이라 불리어 왔으나, 여차저차한 사유로 와전되어 붉을'적' 갑옷'갑'자로 변해 적갑산이라 불리고 있고, 지도에도 이렇게 표기되고 있다하는데 상세한 내력은 모르겠고 올때마다 여기는 그대로 통과하였다.

북쪽으로 뻗은 능선은 적갑산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내리막으로 이어지고 고개를 하나 만나는데, 왼쪽이 자운동으로 가는 길이다. 그저 평탄한 능선길, 춘삼월 첫날 봄이 오는 길목, 초목들의 움틀림을 느낄 수 있는 능선길을 같이 앞서는 김수종(이 코스가 처음이라 했다)은 연신 호젓하고 푹신한 산길이 좋다고 연발을 한다.

하기사, 나도 작년 3월 단독산행시 이 능선길이 너무 좋아 거의 뛰다싶이 내달려 팔당(산행 들머리)에서 수종사까지 4시간만에 주파해 보기도 했지 않은가!

- 일행은 이 능선길에서만은 불평하는 이 한명도 없더라!
비교적 빠른 걸음으로 20여분 가면 463봉 부근 삼거리가 나오는데, 널직한 공터이고 쉬기에 안성마춤이다. 왼쪽으로 가면 세재고개로 가고 운길산은 오른쪽(동쪽)으로 크게 틀어야 한다.
그렇게 가던 길은 조금 내리막을 이루고 고개를 만나는데 미덕고개이다. 경운기 정도는 충분히 넘나들 수 있는 비포장 고갯길에서 왼쪽은 세재고개로 가고 오른쪽은 세정사로 이어지며 조곡천으로 빠져 동국대연습림을 지나 진중리까지 닿는 길이다.
운길산은 고갯길을 가로 질러 곧장 오른다. 여기서부터 운길산까지는 동쪽으로 거의 직선 능선길이고 한두군데 빼고는 계속 서서한 오르막이다. 503봉으로 이어지는 초입 오르막지대를 새우젓고개라 불리우는데, 그 정확한 이름 내역은 모르겠지만 무진장 재미있는 이름이라고 생각된다.

- 뚜렷한 능선길을 가다보면 곳곳에 노송들이 있고 그 부근엔 바위가 있어 오르는 길이 지루하지 않지만, 503봉에 올라서서 운길산을 바라보면 초행자는 한숨이 나올만 하다.

푹~떨어진 능선길은 다시 운길산쪽으로 크게 솟구쳐 보인다. 막상 붙어보면 실제 그렇지 않은데, 503봉에서 보면 꼭 그렇게 보인다.
503봉 바로 밑 커다란 소나무와 바위터가 멋들어진 곳에서 간식을 들며 휴식을 취하며 다시 한번 원기를 돋우는데, 충빈 부인(ginam님)과 미래의 장관사모님 조건식부인-두 분다 이 코스가 처음이다-은 아무래도 걱정이 되는 듯 물끄러미 쳐다만 본다.
길은 외길이니 처음온 남학생들을 몇몇 먼저 보내고, 후미가 도착하는 것을 확인하고는 두 여학생을 대동하고 움직였다. 한참이나 뚝 떨어진 능선길은 안부에서 서서히 오르막이다. 도중 김정식이 마중 나오며 내려오고 있어 반가움도 있었다.
그러나, 또 한봉우리를 넘고 때로는 8부 능선으로 돌아 틀며 가는 길은 마지막 심술을 부린다. 이 부근이 오늘 산행 중 마지막 난 코스다. 운길산을 얼마남겨 놓지않고 간간히 바위지대를 오르내리다보면 코앞에서 바위지대에 바짝 붙어야 한다. 지난해 2월 얼어붙은 이곳에서 우리 일행들은 상당한 애를 먹었던 곳이다.
어렵게 아슬아슬 힘들게 오르면 운길산정상 바로 밑, 노송과 바위전망대가 반긴다. 멋들어진 풍광을 연출한다.
지나온 능선 줄기가 아스러히 발아래까지 이어지고, 남양주 시우리쪽으로 내리뻗은 산줄기들이 시원스럽다. 항공모함같은 몸매를 이끌고 오늘 끝까지 고전한 용하가 올라오고, 잠 못자고 힘들지만 내색하지 않던 ginam님까지 올라오고 ...
운길산 정상에는 이동통신기지가 있고, 그리 넓지도 않거니와 오늘같이 운무가 많은 날이면 조망도 시원치 않을 것이니, 우리는 아예 이 바위터에서 느긋하게 쉬기로 하였다.
모두 한자리에 모여 휴식을 취하면서 ' 노송과 바위와 사람들'의 멋진 장면을 연출하면서 사진에도 담았다! (아침에 팔당 들머리에서 수종사로 내뺀 5명중 김정식은 여기에 낄 수 있었다.)

- 운길산 정상을 그대로 통과하여 조금 내려서며 작은 봉우리를 넘는데, 선글라스 끼고 멋진 폼으로 쫴려(?) 내려다 보는 이가 있으니 엄춘택이라! 곧이어 이길용, 최봉준, 전명권이 어스렁어스렁 운길산으로 올라 오더이다! 미워해야하나 반가와해야 하나? 물과 간식들을 모조리 빼앗아(?) 갈증과 허기를 달래고는 모두들 수종사로 내려섰다.
운길산 동쪽 산자락 높은 곳에 위치한 수종사(水鐘寺) - 창건연대는 확실치 않으나 조선 세종21년(1439년)에 세워진 정의옹주 부도가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이전으로 추정되고 세조때의 조그만 다보탑도 있다.
서거정(徐居正)이 '동방 사찰중 제일의 전망'이라고 격찬했던 수종사에서의 풍광의 표현은 조금은 과장인 듯 하다. 물론 지금도 빼어나지만 양수리 일대 부분별한 개발등으로 올때마다 그 전망이 많이 격감되는 느낌을 받는 것은 나만의 편협된 생각일까?
암튼, 최근 신축한 삼천헌에서는 화개녹차(무료제공)로 다도(茶道)를 즐기는 등산객도 있고,
감로샘 한모금은 목줄기를 시원하게 해 주며, 아담한 대웅전은 경건한 마음을 가지게하고, 오래된 향나무는 고고한 멋을 풍기고 있다. 또한 무엇보다 수령 500년의 은행나무는 아직도 건장하여 가지들을 위용있게 드리우고 있어 수종사의 풍광의 멋을 더해 주고 있다.
그리고, 사찰 확장 계획이 있다는데 그때쯤이면 수종사는 또 어떤 느낌을 가지게 할까?
일행 19명이 다 모였으니 기록은 남겨야했고, 그래서 다같이 '기~임치'하며 향나무를 배경으로 한컷 또 담았다.

- 은행나무를 돌아서서 산판로를 따라 내려오다가 돌들이 많은 오른편 움푹 파인 길을 따라 내려오면 무덤 2기가 나타나고, 그 앞을 마을(송촌리) 콘크리트 포장길로 이어진다.
오늘 산행은 실질적으로 여기서 끝난다. 시각은 어느덧 오후 5시반을 넘고 있었다.
봄이 오는 길목, 춘삼월 첫날에 능선길 곳곳에 초목들의 움틀림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장장 6시간 산행을 무사히 해 내었다.

<참석자>
이규도, 오성학, 김진호, 김용하, 전명권, 강효수, 이길용, 이용남, 임충빈부부, 엄춘택,

최봉준, 김수종, 장창학, 이석영, 김정식, 김향태, 조건식부부-19명-

가는길 : '천호역'(5호선,8호선)6번출구 ... 50여m 버스정류장(212-1버스)...팔당대교지나자마자 철길옆 하차
또는 청량리에서 166번(양수리행)버스 이용해도 가능

(후담)

1. 산행대장 명령 어겨가며(?) 팔당들머리에서 수종사로 가서 운길산 넘어 도중 능선에서 만나 함께 하산하겠다며 내뺀 다섯~분 ... 삼거리검문소에서 수종사까지 걸어가 그곳에서 느긋하게 한잔도 하면서 뒷켠 산자락에서 '동물고스톱'(누가 다 땄는지는 다 알것이고..)까지 누렸으니 어찌 운길산을 넘을꼬? 회장님, 이 넘들에게 오늘 번외종주산행 점수를 줘여 말어유?
2. 어둠이 내려 앉고 한기도 스미는 송촌초등교를 지나 45번 국도변 차량들 ... 거북이가 따로 있나! 마을버스는 폐쇄되었다하고...어쩔거나, 양수교 삼거리검문소까지(4.3km) 걸어 갈 수 밖에 없는데, 옆을 스치던 차량보다 더 빨리 도착되더라. 이렇게 오늘은 원없이들 걸었다. 김인성, 아니 할배야, 펑크내니 섭섭하더이까? 고소하더이까?
3. 오는 도중, 조안면사무소 부근의 '기와집순두부'집에서 저녁 식사들 .... 접시 말끔히 비우며 허기진 배를 채우고 지친 다리를 달래 주었다. 당일회비 1만원에 이만한 놀이(?)가 어디 있는냐고 즐거워하는 사람, 음식을 두고도 잠이 쏟아져 가누지 못하는 님이여, 지쳐서 맥주도 잘 안넘어간다는 엄살꾼 ... 등등 모두 모두 오래 기억될 산행이었다면 더 무얼 바라겠나이까?
4. 이건 진심!
끝까지 종주산행하신 조건식부인, 임충빈부인께 특히 경의와 감사의 말씀 동시에 올립니다.
창학아, 석영아, 향태성님, 풍천군 모두 모두 수고 많으셔쇼! 그라고, 석영아, 산지 얼마되지 않아도 그 등산화 미련없이 이별하고 개비하렴!

- 정리자 - 산행대장 e.Q 이 규 도

0217백운산

흩날리는 눈발 속으로 능선산행
산행대장 마음껏 씹으니 후~련하더라?

일 시 : 2002년 2월 17일(일) ... 흐림, 간간히 눈

산행지: 백운산(경기도 포천)

구 분 : 정기산행(제59차)

코 스 : 광덕고개~904봉~백운산~백운계곡~흥룡사(널널히 4:30산행)

- 간간히 흩날리는 눈발을 맞으며 능선 산행을 하면서, 부득이 참석 못한 산행대장을 마음껏 씹으며 산행하니 상쾌 통쾌 속이 후~련하였다고들 하더라.

가고 싶으면 가고 쉬고 싶으면 쉬고 정상에서 점심시간 제한없이 출~발하고 소리치는 넘도 없겠다 편했다고들 하더라.

어느 넘이 제일 신났는지 눈에 선하다! 어쩐지 이날 종일 귀가 간지럽더라니....

해 떨어지기전 오후 5시경에 서울에 도착하여 오랜만에 clean 산행했다나?
그런데, 몇몇을 보니 그냥 갔을 리가 없겠고, 광란의 밤까지 갔다는데, 주동자가 누구여?
아니, 벌써 산행대장직도 레임덕에 접어드는가 보다.
이상한이 귀국할 때까지는 산행대장직 고수해야하는데 큰일이여.
그 녀석의 부회장직 그때까지 사수해 준다고 장담하였는데 ...

<참석자> 박흥덕 최택상 서병일 오성학부부 윤철원부부 김진성+딸(빨간장갑아가씨) 엄춘택 강효수 김세윤 김진호 이동준 주재훈 송경헌 홍기창 임경락 이석영(19명)

(사족) 산우회에 처음 나온 이석영을 열열히 환영합네다! 다음 산행에도 꼭 나오기요!

오총에게서 대충 듣고서 몇자 적어 보았소.

산행대장 -e.Q- 이 규 도

0202설원두위봉

8시간 순백 적설을 헤치며...두위봉종주

* 일 시 : 2002년 2월 2일(토) ... 청명, 기온 온화
* 산행지: 두위봉 종주
* 코 스 : 도사골주차장(09:33출)~등산로입구(10:00출)~샘터(10:44착)~주목단지(11:45착...12:10 출)~능선안부(12:17착)~제6헬기장(13:05착...점심13:40출)~두위봉~신동정상(15:55 착~16:04출)~아라리고개~단곡계곡주차장(17:28착)
* 구 분 : 아성기술 직원 동계단합산행 가이드로 참석

- 작년 6월 6일 찾았던 두위봉(1466m)을 겨울에 다시 가게될 줄은 며칠전까지만해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김진호가 자기 직원들(아성기술)의 동계단합대회겸 등산을 하게 되었는데, 영월의 배꼽장성(오희찬이 살고 있는 곳)에 숙소를 정했으니, 거기서 가까운 산을 오르기로 했다나! 작년 겨울에도 비슷한 부탁을 해왔으나 사정상 거절하여 아성기술 동계산행 단합대회를 못한 점도 있고해서 이번엔 만사제쳐두고 그넘의 정(?) 때문에 응낙해 버렸다.
태백산은 몇 번들 올랐으니 적당한 산으로 가이드해 달라는데, 언뜻 떠오르는 곳이 선달산과 두위봉이었다. 선달산은 백두대간 한지점으로 이겨울에 적설량이 상당히 많을 것 같고 능선에서의 풍광도 신통치 않아서 비교적 평이하고 경치도 괜찮은 두위봉으로 가기로 했다. 코스도 작년에 갔던 코스로 택하기로 하였다(두위봉에 대한 위치, 설명, 코스 및 상세산행기는 산우회사이트 ‘2001년 산행일지 두위봉0606’ 참조 바람).

- 2월 1일 오후, 서울을 출발하여 여유를 부리면서 영월의 고씨동굴도 다시 구경도 하고 배꼽장성에 어둑어둑할 때 도착하여, 닥나무 백숙, 민물매운탕, 감자전, 산초두부에다 닭발도리탕에 동동주, 소주 곁들여 함포고복을 만끽하고는 뽕준선생에게서 전수받은 어슬픈 ‘동물고스톱’을 아성기술 직원들에게 밤늦도록 강의와 실습도 시켰다. 강의와 실습을 지도한 본인은 재미는 커녕 빈지갑으로 올라오지 않은게 다행이었다. 소위 노가다 고스톱 실력들 대단하더이다. 모두들 곤히 떨어지고, 2월 2일 새벽 3시반경에야 나는 눈을 조금 붙이고 6시에 기상시켜 오희찬부인(엄선희 여사)의 정성스러운 소머리국밥으로 위장들을 달래고는 사북으로 향했다.
삽살모랭이에서 녹전으로 가다 좌회전하여 31번 국도로 가다 38번 국도와 만나면 우회전하여 사북으로 가면 쉽고 거리도 짧은데, 앞차가 횡하니 녹전에서 그냥 31번 국도를 타고 태백쪽으로 내빼 버렸다. 한참이나 가다 전화로 연락되어 만나서 지도를 보니, 돌아가는 것이 더 먼 거리라 할 수 없이 태백쪽으로 가다 화방재 못미쳐 왼쪽으로 414번 지방도 고갯길을 넘어 고환을 거쳐 사북으로 가기로 하였다.
첩첩산중, 산자락마다 적설량이 그득하고 아슬아슬 만항재까지는 간신히 닿았다. 만항재-해발 1330m; 함백산 동남쪽 위치에 있고 내가 차를 타고 올랐던 남한의 최고 높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내가 백두대간을 한창 종주할 시 ‘99년 6월 화방재에서 야간산행하며 함백산을 넘을 때 새벽녘에 여기를 지났는데, 그땐 비가 내렸다. 만항재 일대는 수목마다 화려하게 핀 상고대와 눈으로 온통 은세계였다. 바람이 불면 나부끼는 눈가루들이 얼굴을 스칠 때 감촉

을 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잘못든 길에 돌아가는 도중에 이런 설경을 보다니 행운이지 않겠나! 얼어붙은 고갯길을 조심조심 내려서서 고환을 거쳐 사북에서 입산신고 마치고 도사골입구에 도착하니 벌써 아침 9:30이었다.

- 도사골 입구에서 목조 방갈로지대를 지나 등산로를 따라 샘터까지는 적설량도 많지 않고 경사도 심하지 않아 쉬엄쉬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었다. 보통 1시간 20여분 거리를 1시간여만에 올랐다. 오는 도중 다른 등산객은 아무도 없었고 간 흔적도 없었다. 발자욱은 오로지 우리들의 것뿐이었다. 샘터에서 주목지대를 지나 능선안부까지는 1km여 남직이고 30~40분이면 평소 충분히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샘터에서 목을 축이고 얼마아니가니 적설량이 만만치 않고 바람에 눈이 날려 길도 이리저리 덮혀 버려 있었다. 눈속으로 무릅 가까이 빠지는 것으로 보아서 적설량이 60cm~1m는 됨직했다. 기온은 봄날씨마냥 온화하고 바람도 없고 하늘은 청명한데, 오를 길이 아마득했다. 고생의 길이 훤했다. 이럴땐 구도의 길을 간다는 마음 가짐도 나지 않았다.
간간히 보이는 표지기를 보아가며 나뭇가지 형태를 살피며 러쎌(russel)하면서 오르는 방도밖에 없었다. 기온이 그래서인지 쌓인 눈은 퍼썩이눈이라 힘도 없어서 오르막 길을 뚫기가 여간 힘이 들지않았다. 눈을 헤치며 산행하면 힘은 3배로 들고 속도는 반으로 줄어드다는 실감을 오늘에야 비로소 체험한다. 능선에서도 이러면 어쩌나 생각하면서 부지런히 올랐다. 다행히 주목 밑 부근에는 급경사로 보조밧줄이 있어 길을 찾는데 어렵지 않았지만 상당한 힘을 쏟아야했다. 샘터에서 주목까지 1시간이 넘게 걸렸다.

-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 여기 두위봉 주목은 수령이 1,800년이 넘는다하니, 아마 이 주목은 살아 이천년 죽어 이천년이라는 표현이 좋겠다! 주변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에 상고대와 눈을 걸치고 있으나, 주목은 푸른잎 위로 녹은 얼음과 눈으로 두껍게 하얀 옷을 입고 있어, 좌우로 산비탈에는 나무들마다 상고대와 눈으로 멋있는 은빛 세계를 연출한 배경으로 그 모습이 더 위풍당당하게 보였다.
그러나, 힘들게 능선안부에 도착하여 보니 입이 딱 벌어진다. 동서로 난 능선길을 북쪽사면의 눈들이 바람에 실려 날아와 능선길을 완전히 눈으로 덮어버렸고 길은 희미하게나마 윤곽만 잡을 수 있고, 발을 디디니 무릅까지 쑥~쑥 빠진다. 그래도 능선길이라 오르는 것보다야 쉽다지만 적설을 헤치고 나가기가 여간 힘이 들지않는다. 모진 북풍한설에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던 표지기들도 대부분 찟겨나가고, 그 와중에서 작년에 왔을 때 내가 매달아 둔 표지기가 걸려 있어 그 반가움야 무엇으로 표현하랴!
전망대에서 조망과 풍광을 감상하며 원기도 돋구고 다시 눈을 헤치며 전진, 전진! 사북정상 밑 산죽쉼터에서 오른쪽 8부능선으로 분명 가야하는데, 도무지 길을 찾을 수가 없었고 북사면이라 잘못 디디면 눈속으로 한없이 미끄러져 내려가기 쉽상인지라 무조건 정상쪽으로 올라 보았다. 그리고, 감으로 내려서보니 8부능선길이 희미하게 찾을 수 있어 (도중 주목 한그루가 포인트)오르막에선 기다싶이하여 제6헬기장에 도착하였다. 능선안부에서 여기까지 물경 50분이 넘게 걸렸다. 도사골에서 출발한지 3시간반이 넘게 걸렸다. 모두들 약간은 지치고
배도 고파 여기서 점심을 하기로 하였다.
눈속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 맛, 꿀맛이다! 세상 무슨 음식이 이보다 더 맛있을 수가 있던가!

-아직 가야할 길은 반은 훨씬 더 남았는데, 눈은 더 쌓여 있는 것만 같았다. 헬기장이 6개나 있는 이 능선에서 길을 헤매일 염려는 없으므로 배도 채웠겠다 원기백배하여 다시 눈을 헤치며 길을 뚫는다. 짐승들이 다녔던 발자욱만 이리저리 흔적만 있고 순백의 눈길을 헤쳐간다. 중간중간 나무들은 가지에는 눈이 녹아 얼음이 되고 그 위에 눈이 녹아 얼고 그 위에 또 눈이 쌓여, 그 무게를 지탱하지 못한 나무들은 땅바닥까지 휘어져 누워 있는데, 눈길을 헤치다 그런 나무들을 만나면 그 밑으로 기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눈을 헤치고 헬기장을 하나하나 만나면 환호하고 이젠 몇 개 남았지하며 여유도 부리면서 두위봉 정상(표지석에는 두리봉이라 씌였다)을 지나 드디어 제1헬기장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 본다. 은세계! 한라산의 눈꽃 축제가 화려하고 유명하다지만, 난 지금 이곳이 더욱 찬란하더라! 얼음과 눈으로 기기묘묘하게 형상을 한 나무들 ... 차라리 얼음 조각품 같았다. 오르막은 더 이상 없다는 안도감과 정상을 지나왔다는 희열감으로 일행은 웃음 띈 얼굴로 사진도 찍고 자연이 빚어낸 형언할 수 없는 설경을 마음껏 감상했다.

- 철쭉군락지와 맛닿은 신동정상(1448m; 보통 여기를 두위봉이라하고 철쭉기념비 화강석도 있다)에 올라서니 비로소 여기에 한두명이 다녀간 발자욱이 나 있었다. 하산길에서 확인해 보니 자미원쪽에서 올라 온 것 같았다. 여기에서 다시 한번 주변의 설경을 감상하고, 시각은 어느덧 오후 4시다. 해 떨어지기 전에 단곡계곡 주차장까지 가려면 서둘러야했다. 철쭉군락지 한가운데로 난 내리막을 때론 미끄러지면서 아라리고개 안부까지 단숨에 내려섰는데, 갈림길(우측은 자미원쪽, 왼쪽은 아라리고개)에서 작년에 내가 매달아 놓았던 표지기가 바람에 살랑살랑 나부끼며 다시 반갑게 맞이한다. 기분은 또 한번 좋~고!
그리고, 다시 사람이 다녀간 흔적은 하나도 없는 고고한 눈길을, 짐승 발자욱만 간혹 보이는 눈길을, 헤치며 아라리고개 내리막을 보조밧줄도 잡으며 미끄럼도 타면서 감로샘까지 쉬지않고 내려섰다. 이젠 남은 길은 산판로이기에 감로샘에서 물한모금으로 목줄기 축이며 지친 다리를 달래준다.

- 좌우로 수목이 꽉찬 산판로 눈길을 따라 단곡계곡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도 들으면서 터벅터벅 주차장까지 내려서니, 시각은 오후 5시30분경, 산줄기 어스럼이 살금살금 내려 앉기 시작했다. 주차장에 그득히 쌓인 눈으로 땀내나는 얼굴을 비비며 세수를 한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차거운 한기를 느꼈지만 기분은 소위 쨩~이었다.
이렇게 8시간 순백 적설을 헤치며 두위봉종주를 다시 하게 되었다.

<산행참가자> 아성기술 김진호사장 외 6명, 그리고 나 e.Q

< 여 담 >
* 짐을 대충 챙기고 단곡계곡을 벗어나 영월로 가는 길에 오희찬에게 늦어서 들리지 못하고 간다는 전화를 했었는데, 뜻밖에도 엄춘택, 최봉준, 한성섭, 전명권, 김용하, 서정항(밤에 따로 바로 배꼽장성에 온다고 하였슴)이 이날(2월2일;토) 배꼽장성에 머물고 내일(2월3일;일) 태백산을 오를 예정이라고 했다. 뽕준 선생 왈 “ ...그런즉, 아성기술 식구들만 서울로 보내고 총통은 배꼽장성으로 와서 즐기다가 태백산을 함께 오르자!‘ 명령반 공갈반 섞어가며 ....

* 솔직히 러쎌하면서 8시간 산행하니 조금은 지쳐 있었고, 일요일에 할 일도 있고해서 정중히 사양하고 그냥 서을로 내달렸다. 토요일 밤 11시 넘어 귀가하여 다음날 아침 10시까지 골아 떨어졌다. 그날 밤(2/2)에 배꼽장성 음식과 동동주, 쐐주가 남았을까(면면을 보시라

, 엄부는 무사히 태백산을 올랐을까 하는 궁굼증은 꿈속에서도 아련거렸는데, 며칠 후면 다 알겠지만 누가 그 뒷 이야기 재미있게 올리꺼나!

- 정리자 - e.Q 이 규 도

0126남한산성

눈 내리는 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온 세상이 흰 눈으로 덮여 있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어린 가슴은 두근거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아무도 밟아 본 일이 없는 눈밭에 첫 발자국을 내 딛을 때 뽀드득거리며 발을 통해 몸에 느껴지는 '아까움'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느낌, 어린 시절에나 느껴볼 수 있었던 특별한 경험을 지난 토요일 늦은 오후에 가질 수 있었읍니다.
원래는 다른 약속이 있었던 토요일이었읍니다. 그러나 표여사의 모처럼 만의 전화에 아니라고 말할 수는 도저히 없었읍니다.

수서환승역,
가늘게 내리는 겨울 가랑비 속에 눈에 익은 흰색 승용차가 보이고 그 속에 네 사람이 보였읍니다.
지남여사, 표여사, 그리고 권동안, 임충빈학형.

지남여사는 요즘 심리학에 심취해서 이미 딜레탕트는 넘어서고 전문가의 경지를 향하여 가는 중이어서 심리학에 관한 얘기와,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중에 나오는 주인공이 태백산맥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와중에 설경속에서 참 아름다움을 발견한다는 얘기 등을 해가면서 남한산성으로 올라가는 꼬불꼬불한 차도로 들어섰읍니다.

수서역 에서부터 가랑비가 내리고 있어서 남한산성 설경을 보기는 힘들지 않겠냐고 우려했더니 비내리는 무드 또한 나쁘지 않다는 표여사의 말씀. 그 넉넉한 마음씨.

그러나 올라갈수록 비는 진눈깨비로 변하고, 남한산성의 성문 문루 앞을 지날 때 쯤에는 드디어 소리 없이 내리는 세설(細雪)!

좀더 잘 보려고 차창을 내리고 보니 성문문루와 고색창연한 석성, 그리고 나무들을 배경으로하여 사선을 그으며 내리는 가루눈이 만들어내는 광경은 김종래 화백의 옛날 크리스마스 카드 분위기라고나 할까요.
아무런 인위적 조작이 없는 그 광경만큼은 몇 백년 전 조선의 과객이 본 것이나 지금 삿갓이 본 것이나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읍니다.

정상을 거쳐 약간 내려온 곳에 분위기 있는 한옥기와집 음식점과 공터가 있어 일단 차에서 내리기로 했읍니다.
낮부터 내린 눈이 꽤 쌓여서 발자국하나 나 있지 않은 전인미답의 눈밭이었읍니다. 이 곳에서 우리는 눈을 밟으며 이십 분 정도를 보냈읍니다. 그러나 눈이 내리는 정도와 쌓이는 정도를 감안할 때, 시간을 더 지체하다가는 하산길에 지장이 있을 수 있어서 하는 수 없이 내려가는 길을 택하기로 했읍니다.

조금 더 내려오다가 눈이 진눈깨비로 변하는 지점 쯤에서 늦은 저녁식사를 하기 위하여 들어간 곳은 자그마한 한식 기와집이었는데 들어설 때 아무도 보이지 않아 가정집에 잘못 들어오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들을 정도였읍니다.

한정식과 안주를 주문하였고 나더러 술을 주문하라고 하여 매취순과 동동주를 시켰읍니다. 매실주라는 달콤한 술은 마실수록 쥬스 같아져 취하는 것을 가속화시킵니다.

권소장이 권해서 유리창 밖을 한 번 내다 보니, 그 집 뜰에 가는 눈이 소리 없이 내려내려 쌓이고 있었읍니다. 그리고 그게 바로 그림이었읍니다. 일본식 동양화 같다고나 해야할지요...

여기서 김광균의 '설야'를 읽고 지나가기로 합니다.

설야(雪夜)

김광균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 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밑의 호롱불 야위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취인 양 흰 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 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을 하고
흰 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

그 눈 내리는 밤,
지남여사와 임충빈학형 그리고 소생은 집에 가지 못했읍니다.

분당의 권동안학형 집에서 푹 자고 작취미성인 상태로 아침에 일어나, 표여사가 맛있다는 해장국집에서 받아다준 선지 해장국까지 대접 받고야 각자 자기집으로 향했습니다.

OK Buddy!

글-허철령

<0120시산제마니산>

이 산하(山河)와 사람들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가슴으로 시산제를 올리다.

-시산제문-

일 시 : 2002년 1월 20일(일) ... 흐리고 때때로 눈

산행지: 강화도 마니산 주능선

구 분 : 제58차정기산행(2002년 시산제 가짐)

코 스 : 상방리 문현관리사무소(10:03출)~갈림길(10:10통과)~단군로~마루터(10:50착)~314봉~참성단(11:25통과)~헬기장(11:30착...11:50출)~주봉(12:15착)~정수사갈림길 (12:20통과)~함허동천(곡절끝에14:05착)...14:15 시산제 가짐

오늘은 먼저 강화도에 대해 약간 언급하고 산행일지에 들어가야겠다.

강화도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거제도, 진도에 이어 네 번째로 큰 섬이고, 많은 사적지가 산재해 있으며, 고려때 항몽항쟁의 장소였고 조선왕조때 유배지의 한 곳이었으며 현대사 초입 19세기말 외세의 물결이 밀려들 때 파란만장의 굴곡의 역사를 간직하였던 곳이다.

강화도에서 가장 높은 마니산(摩尼山)은 단군 시조의 전설이 간직된 거룩한 산으로 지금도 마니산 참성단(塹星檀)에서 제천제를 지내고 있으며, 전국 체전 때면 이곳에서 성화를 채화하고 있다. 행정구역상 인천광역시 강화군 화도면에 위치한 마니산(해발 465m인 참성단이 정상이 아니고 동쪽으로 15여분 거리의 해발 469.4m인 주봉이 정상이다)은 동서로 뻗은 암릉에 오르면 발아래 서해 바다가 펼쳐져 탁 트인 전망이 일품이며, 낮은 산에 오른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또한 정상 부근의 능선에는 바위와 소나무, 관목이 어우러져 풍광이 빼어나지만, 그만큼 약간의 주의를 요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니산 동동북쪽 정족산 밑에는 유명한 전등사(傳燈寺)와 삼랑산성(三郞山城;일명 정족산성, 성곽의 둘레 1km미만이고 높이 2~4m의 석성으로 고려시대 이전에 축성되었다고 하며 사적제130호)이 자리잡고 있어 마니산을 찾는 의의를 더해 준다. 전등사는 삼랑산성을 울타리로 하고 울창한 숲속에 자리한 이절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사찰의 하나로 31본산의 하나이며, 고구려 소수림왕 11년(381년) 아도화상이 창건하였다고 전하며, 대웅전(보물제178호)과 약사전(보물제179호), 범종(보물제393호)등 문화재가 있고, 특히 대웅전의 고색의 단청과 처마끝(4각 4군데)에 있는 인상깊은 목각상(벼락맞은 원숭이상?)은 눈길을 끄는데, 언젠가 이 목각상을 주제로 TV에서 단막극을 방영하였고 그 이후로 나는 이곳을 찾을때마다 더 유심히 보곤하였다.

한가지만 더... 강화도하면 마니산 북서쪽 바다 건너에 있는 석모도를 빼놓을 수가 없지!

무엇보다 유서깊은 고찰 보문사(普門寺; 신라 선덕여왕때 건립, 보물 호?)를 품고있는 낙가산이 있어, 외포리에서 배를 타고 갈매기 벗삼아 해명산~낙가산~상봉산 종주코스(3~4시간) 산행도 한번 해봄직한데, 우리 산우회도 언젠가 정기산행 계획을 잡아봐야겠고, 또한 보문사 절위 눈썹바위의 불상이 영험하다하여 불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 위에서 내려다보는 서해 낙조의 절경이 장관이라 하는데 백문이불여일견이니 실제 가 보면 사실인지 여부는 알 수 있을 것이고, 한편 이 겨울이 가기전에 석모도에 한번 가자는 딸 녀석과의 약속은 지켜야 하는데 벌써 1월도 끄트머리에 와 버렸다.

- 이렇게 볼거리와 이야기거리가 풍성한 강화도 마니산을 5년째 시산제를 위해찾고 있는데, 오늘은 집을 나설때부터 마음이 무겁고 날씨만큼이나 몸상태도 찌푸덩하였다(아내는 평소 설쳐대던 남편이 왜 이런가 걱정도 한다). 참 이상하지? 오랜만에 우리의 호프 철화도 나오고 멀리 포항에서 필중이도 오고 안동에서 용남이도 올라오고 일동이도 처음으로 얼굴 내밀고 영수도 어려운 발걸음했고, 무엇보다도 택상 싸모님과 청우당님도 오셨는데, 다른 날처럼 신바람이 나지않으니 말이다. 요즘 내 마음의 단상을 느끼는 듯했다.

산행들머리, 상방리 문현 관리사무소를 출발할 때부터 하늘은 잔뜩 흐려있어 금방이라도 비나 눈이 내릴 것 같았고 행여 아무일이 없어야 할터인데 걱정도 앞섰다. 출발지에서 즉석 기념촬영하고 오성학과 박기서는 컨디션 반 게으름(?)반 핑계로 시산제 준비를 위해 바로 함허동천으로 갔다.

참성단으로 직진하는 계단길(50분소요)을 버리고 우린 5년째 단군로 능선을 따라 참성단까지 올랐다. 단군로에는 이른 봄처럼 산길이 촉촉이 젖어 있다. 바닷바람을 견디기 위해 이곳 나무들은 독특하게 가지가 가늘고 키도 크지 않아 나름대로 생존의 지혜를 터득하고 있었다. 덕분에 녹음이 우거질 땐 거의 그늘속으로 걸을 수가 있다. 남쪽으로 뻗은 단군로는 동서능선과 만나는 마루터까지 경사가 완만하고 길도 잘 나 있어 초보자도 쉽게 오를 수 있다. 마루터까지 50여분이면 충분하고 능선은 마루터에서 왼쪽으로 거의 90도 크게 휘어지며 이제부터 오른쪽으로 서해바다를 보면서 걸을 수 있다.

- 그렇게 조금가면 314봉이고 여기에 올라서면 풍광은 더욱 멋들어지고, 날씨가 좋으면 석모도도 볼 수 있는데 오늘은 희미하게 윤곽만 보일뿐이다. 가다가 바위터에서 조망하고 또 가다가 바다를 한번 더 보고 ... 이렇게 쉬엄쉬엄가는 발걸음도 참성단을 얼마남겨 놓지 않고서 50도가 넘는 급경사를 올라야한다. 해마다 눈이 있고 얼어 붙어 이곳을 오르기에 상당히 애를 먹었는데, 오늘은 언곳도 별로 없어 한결 수월하지만 모두들 땀께나 흘려야하는 곳이다. 이 부근이 마니산 동서능선코스 중 가장 힘든 곳이다. 그런데도 뒤에서 필중이는 쉬지않고 자기의 모든 레파토리를 쏟고 있고, 주제비는 주제비가 석모도 갔을 때 이야기 중, 무엇에 말꼬리가 잡혀는지는 몰라도 기창 여학생에게 해명하는라 쩔쩔매며 오르고, 추궁(?)에 신이난 홍기창 여학생은 평소보다 덜 힘들이고 잘도 오르더라.

- 참성단 부근은 미끄러웠고, 참성단은 사적지 보호를 위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하기사, 해마다 이맘때쯤 참성단 제단까지 점령(?)해 가며 시산제를 올리는 등산객들도 있었고, 위험한데도 돌담 위까지 기어이 올라 사진 찍는 등산객이 어디 한둘이었던가? 참성단이 몸살을 앓지 않을래야 않을수가 없지! 우리야 해마다 둘러보았으니 출입통제에 아쉬움도 별로 없었는데, 다만 모처럼 온 몇 명에게는 조금은 섭섭했으리라. 그 밑 한 켠에서 한 산악동아리들이 시산제를 올리고 있었고, 많은 등산객은 건너 바위위에서 웅성웅성 모여있었다. 그 건너의 헬기장터에서 인원 점검도 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오른쪽 아래 서해바다는 휘뿌옇고 하늘엔 구름이 몰리더니, 이윽고 주봉쪽으로 뻗은 암릉위로 눈발이 슬금슬금 내리기 시작했다.

- 얼마만에 산행중 만나는 눈발이던가! 암릉 바위터에서 바라본 흩뿌리는 눈발과 바위와 소나무, 그리고 바다...멋진 풍경이다! 아, 이런 풍광을 위해 오늘 청우당님이 오셨는가 보다!

그러나, 더 눈이 세어지면 암릉 바위라 매우 위험하니 조금은 서둘렀다. 당초 정수사쪽으로 암릉을 따라가다 내려가려했으나 시야도 그렇고 내리는 눈도 어떨지 몰라 주봉에서 왼쪽으로 바로 내려서서 함허동천으로 내려서기로 하였다. 주봉 부근은 언제나 와도 좋다. 바위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빼어난 풍광, 탁 트인 시야, 돌아보면 아슬아슬한 것같은 암릉 능선길등!

- 내려서는 북사면 길은 급경사이고 언 곳도 많아 매우 조심을 요한다. 오른쪽 정수사(신라 선덕여왕 8년(639년) 희정선사가 창건하였고 법당은 보물제161호다)로 가다가 안부에서 왼쪽으로 내려서도 함허동천으로 가나, 우린 곧장 직진하였다. 도중 한군데 더 급사면을 지나면 평탄한 능선길이고 눈도 멎었다.

그런데, 그런데 우째 이런 일이 ..... 촉촉이 젖은 낙엽의 푹신한 감촉에 매료되었을까, 아니면 뒤에서 신나게 계속 부르는 필중이의 노래에 도취되었던가, 그도 아니면 여학생들을 이끌고 내려서는 흥나는 발걸음 때문일까? 좌우로 진달래가 즐비한 능선길을 내려서다 오른쪽으로 틀어 내려서야 하는데, 그냥 곧장 가고 말았다. 해마다 눈이 많이 쌓인 길을 따라 왔다지만 한두번 왔던 길도 아닌데 그 포인트를 놓치다니!

뒤에서 무전기로 길에 이의다는 소리도 없고, 20여분 내려서니 수림이 우거지고 낙엽이 더욱 수북히 쌓인 숲길은 왼쪽에 졸졸 흐르는 작은 계류와 어울려 초봄 산행인양 발걸음도 가볍게 해주고 주변도 고느적했으니, 작년 눈덮힌 숲길이 눈이 없으면 이렇겠거니 하고 내려섰다. 거의 다 내려와 감이 이상하다싶어 알아보니 덕포리 초피산기슭 북쪽이었다. 함허동천은 초피산을 넘어 남동쪽으로 가야한다. 마을사람에게 물으니 산길로도 1시간 넘고 도로따라가면 10km나 된다고 하니 아찔할 수 밖에 ...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없을리야 있겠는가?

“산행대장 사표내라!” .. ㅎㅎㅎ,내가 바라는 바이지 ... “ x 이게 뭐야?” 등 소리없는 아우성!

- 궁여지책이랬지? 그 와중에서도 이리저리 머리 굴려보다가, 마음씨 좋은 동네사람 덕분에 혼자 차를 얻어 타고 함허동천 주차장으로 가, 타고 온 버스를 끌고와 일행을 다시 태우고 함허동천 주차장으로 가서, 다시 시산제를 올리기로 한 장소까지 열나게 올라야 했다.

314봉부터 내빼기 시작한 서정항과 강화에서 동물병원 운영하는 이규식, 출발지에서 바로 이곳으로 온 오성학과 박기서는 한기가 서리기 시작한 그곳에서 시산제 준비를 다해놓고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더라! 입이 열 개라도 모자라지, 이럴땐 “아이 엠 쏘리”가 최고지!

이렇게해서 우여곡절 끝에 오후2시가 넘어서야 모두들 한데 모였다.

함허동천(涵虛洞天; 마니산 동쪽으로 흘러내리는 계곡으로 옛날 함허대사가 수도했다는 계곡으로 경관이 좋다) 산자락엔 운무가 가늘게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 이 산하(山河)와 사람들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가슴으로 ... 경건히 시산제를 올렸다. <시산제문 내용 별도 참조>

<참석자>

박흥덕 최택상부부 이규도부부 오성학부부 윤철원부부 김시영부부 홍기창부부 김진호 서정항 김진성 김용하 박기서 이철화 김일동 주재훈 김세윤 남궁완 김인성 한성섭 이용남 석영수 이동준 강효수 이필중 이규식 -이상31명-

<후 담>

산행끝머리의 불평들은 먹걸이 앞에서 모두 녹아나고, 특히 김이 모락모락나는 육개장에 김치를 걸치며 소주 한잔 ... 용남이와 주제비가 내놓은 안동소주와 마오따이, 즉석에서 끓인 김치찌게 최후의 안주까지 말끔히 치웠다. 시산제를 올리며 돼지머리에 차곡차곡 쌓이는 배추잎에 오성학의 입가엔 미소가 그득하더라(서병일 동기회장의 금일봉도 놓였고, 예년에 비해 넉넉한 듯함).

진눈개비가 내리던 돌아오던 길에 필중이는 바로 포항으로 가기 위해 김포에 내렸고, 그런데 기어코 사건이 벌어졌지! 도중 생리현상 해결키 위해 한 주유소 근방에 잠시 멈추었는데, 영등포역 오는 중간에서 쪌~화가 없어졌다는거야? 분명 운전수는 다 탔다는 소릴 듣고 출발했다고 하고, 그동안 뒤쪽에서는 한잔 하는 넘, 자는 분등으로 어순선했다지만, 어찌 우리의 호프 쪌~화를 확인도 않했단 말인가! 더구나, 그는 우리를 위해 커피 뽑으러 갔다는데...그 와중에 철화 안부대신 커피 어떻게 됐냐고 전화로 약(?)올리는 넘도 있었으니, 철화 화나 않나? 황당했을 철화의 얼굴을 생각하면 웃어야하나 울어야 하나? 그런데, 철화가 누구인가! 영등포역까지 바로 택시로 따라왔다. 녹취 않했으니 범인은 못 잡을 것 같고 ... 누구야, 나쁜 넘, 오라이했던 넘 자수하기요!
덕분에 택상 여학생, 기창 여학생, eQ022와 그 낭군들, 철화 뫼시고 대치동의 한 노래방에서 노래와 춤으로 그 서운한 마음을 달래 주었단다. 쪌~화야, 고마하면 된나?

산우회에 처음 나오신 청우당님, 일동 친구여, 모처럼 어려운 걸음한 최택 마나님, 그리고 영수야 필중아, 우리 산우회가 항상 이렇지는 않다오. 믿어 주이소!

그래, 내가 오늘 뭐에 씌여도 단단히 씌였지? 엉뚱한 하산길도 모자라서 철화미씽사건까지- ‘사고 않났으면 되었소’하는 아내의 위안까지 받고, 쯧쯧...

봐라, 철화야, 네가 거진 2년만에 나오니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암튼, 철화 있으뫼, 웃음이 피어난다!

- 정리자 - <산.대> e.Q 이규도

0113검단용마종주

이상한과 함께한 산행, 이별을 아쉬워하듯

능선 잔설 위로 부는 바람도 봄바람같더라

일 시 : 2002년 1월 13일(일) ... 흐림

산행지: 검단산(黔丹山;657m)~용마산(일명 日紫峰;595.7m)종주

구 분 : 특별산행(이상한 환송특별산행)

코 스 : (하남시 창우동)신안APT뒤숲길(10:10출)~유길준묘~고개.능선(10:35착)~제1전망대~제2전망대~585봉산마루(11:33통과)~검단산정상(11:55착...12:10출)~산곡초등교갈림길~능선.철탑(12:25착...휴식.점심 13:38출)~566봉(14:15통과)~524봉(14:32통과)~용마산(14:48착...15:05출)~449봉(15:34착)~무덤.고개갈림길(15:57착...16:05출)~마을(16:28착...후미16:48착)

경기도 하남시의 동쪽 한강변에 팔당호를 굽어보며 가파르게 솟아 있는 검단산은 백제시대 검단선사가 이곳에 은거하였다하여 검단산이라 불리게 되었다하는데 확실히는 모르겠다. 산의 규모는 그저그런 산이고 등산로도 단순하지만, 표고차가 급격하여 정상까지 만만찮은 가파른 오르막이 두서너군데 있고, 바위전망대도 있어 팔당을 굽어보는 풍광도 일품이고 정상에서의 조망도 빼어나며, 특히 겨울철에 시원한 시야가 트이면 더욱 좋다. 또한, 이 산자락에는 호국사라는 조금만 절이 있고, 우리나라 최초 유학생 개화파 유길준 선생의 묘가 있으며, 언론계의 거목 한국일보 창시자 장기영 선생(우리동기 장재국의 선친)과 우리 고교 선배이신 장강재 전한국일보 회장의 묘도 있으며, 작년에 타계하신 우리 현대경제발전에 독보적 존재 현대그룹 창업자 정주영 선생의 묘도 이 산자락 창우동 일대에 있다.

맨처음 내가 검단산에 오른 때는 1997년 한여름이었던 같다. 그후 백두대간 종주 시 틈틈이 컨디션 조절을 위해 이산을 올라 남쪽 능선을 타고 용마산을 넘어 퇴촌 입구까지 소위 검단산~용마산 종주를 여러번 하였고, 검단산 정상에서 팔당쪽으로도 하산하곤하여 나에겐 정이 들고 자주 찾은 산이다. 그리고, 1997년 백두산서북종주 산행가기전 연습코스로 택하기도하여 이종현, 이철화도 종주 코스를 산행하기도 하였다.

어떻든간에 그동안 동기회산우회 발전을 위해 크게 이바지한 이상한이 1년간 뉴질랜드로 간다기에 오늘 그를 위하여 교통편도 감안하고 특별산행으로 검단산~용마산 종주를 하게 되었고, 박흥덕.김진성. 김용하. 주재훈. 임충빈. 이문식. 윤철원부인은 처음 이 코스로 산행한다고 하였다. 이왕이면 눈발이라도 흩날리거나 아주 날씨가 쾌청하여 조망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면 더 좋았을 걸, 아침부터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었다.

- 하남시 애니메이션 고교 뒷길, 창우동 신안아파트 뒤 옛 버스종점에서 도로 건너편 숲길로 오늘 산행들머리로 잡았다. 산책로같은 느낌이 드는 널다란 산길을 따라 곧장 25분여 오르면 유길준 선생 묘가 있고, 5분가량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고개에 서면 능선과 만난다. 이 능선은 팔당대교 진입 강변 안창모루에서 올라오는 능선길이요 반대편 팔당쪽에서 올라오는 길과도 만나는 쉼터이고 벤치도 여러개 놓여 있어 등산객들이 땀을 식히는 장소이기도하다. 나는 종종 산행들머리에서 오른쪽 농로를 따라 삼나무.참나무 단지를 가로 질러 둘러서 이 고개로 올라오곤 하는데, 최근에 이 등산로는 땅 주인이 막았고, 작년에 삼림 진입구 오른편에 충현탑이랍시고 거대한 조각상을 세워 일대 산자락을 많이 훼손하고 있어서 웬지 발길이 그곳으로 가지지않고, 하남시가 왜 그 산자락에 충현탑을 조성했는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 각설하고, 아무튼 이 고개가 오늘 산행의 본격적인 기점인 셈이다. 이젠 남쪽으로 능선만 따라가면 된다. 봄날씨 못지 않은 기온으로 등산로는 곳곳이 녹아 약간은 질퍽거렸고 응달진 곳은 미끄러웠으나, 왼쪽(동쪽) 팔당쪽에서 불어 올라오는 바람은 춘삼월 봄바람마냥 차겁지는 않았다. 제1전망대와 제2전망대에 이르는데는 가파른 오르막이고 바위지대이니 약간은 조심을 요한다. 전망대(특히, 2전망대) 바위에서 바라보면 북쪽으로 한강 건너 바로 솟구친 예봉산, 운길산과 팔당호를 굽어보는 풍광은 일품이고, 날씨가 좋으면 북서쪽 멀리 북한산과 도봉산도 시야에 들어오고, 동쪽으로 용문산과 백운봉도 잡힐 듯 보이는데 오늘은 흐리고 운무가 많아 한강의 줄기도 아련할 뿐이다. 제2전망대 바위지대를 오르면 어려운 오르막은 거의 다 통과한 셈이고, 여기서 585봉 산마루까지는 금방이다. 산마루에는 근사한 소나무도 있고 가을엔 억새도 피어 있고 팔당호를 굽어보는라면 높은 고산 마루터에 온 듯한 착각을 자아내기도한다. 능선 고개에서 여기까지 보통 40분이면 충분하고, 여기에서 평범한 능선길로 20여분이면 검단산 정상에 닿는다. 창우동에서 정상까지 1시간40분정도면 넉넉하다.

- 검단산 정상은 헬기장으로 되어있고 맑은 날에는 조망이 매우 빼어나다. 동쪽으로 한강을 굽어보는 풍광은 말할 것도 없고, 그너머로 용문산. 백운봉 자락은 물론 동남쪽으로 천진암쪽 앵자봉도 보이고, 남쪽으로 뻗은 능선은 용마산을 넘어 이어져 있어 한강 줄기와 어우러져 멋진 자연 경관을 자랑하고, 북쪽 예봉.운길 줄기와 북서쪽 북한산.도봉산도 뚜렷하거니와 서쪽으로 내려다보이는 중부고속도로가 실뱀처럼 구불거리며 장난감같은 차들이 그 위로 미끄러지는 모습도 보기에는 좋다.

정상에는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등산객과 내려가는 등산객들로 마주치고 한켵에서는 예의 막걸리 장수도 진을 치고 있고 주변에 등산객들이 웅성거려(우리도 그 틈에 끼었지만) 조금은 어수선하였다. 후미는 많이 쳐져 있어 마냥 기다릴 수는 없어서 연락을 취하고는 곧 움직였다.

- 검단산 정상에서 남쪽으로(올라온 반대편) 50여m 내려서면 오른쪽으로 보조로프가 설치된 급경사 내리막이 있는데, 이길로 가면 빙 둘러서 창우동으로 내려선다. 여기서 곧장 능선을 타고 10여분 내려서면 갈림길 마루터가 있는데, 곧장가면 산곡초등교로 하산하는 길이고 대부분 등산객은 이길로 하산한다. 우린, 왼쪽으로 틀어 본격적인 능선 종주에 나섰다. 크고 작은 봉우리를 8개나 넘어야하고 등산객들도 뜸한 능선길은 눈이 녹아 남쪽 사면은 약간 질퍽거렸고 그렇게 한20분 내려서면 첫번째 고개마루이고 철탑이 서있다. 여기서 일행은 점심과 휴식을 취하며 후미를 기다리기로하고, 철탑 오른편 아래 낙엽이 수북히 쌓인 곳에서 가져온 메뉴들을 다 풀고 느긋하게 즐기며 이야기 꽃을 피우기도 하였다. 후미는 한참이나 지난 후에 도착했다.

- 컨디션이 좋지않은 진성이와 딸(빨간장갑의소녀), 용하는 여기서 하산하기로 하고, 산행 끝머리 음식점에서 만나기로 하였는데, 이문식과 최봉준도 기회라 여기고 여기에 편승하였음을 용마산에 도착하여 알았다. 하기사, 용마산가는 능선 곳곳에 오른쪽으로 탈출로가 많아 컨디션에 따라 빠지고 싶은 유혹은 항상 있고, 무조건 내려서면 43번 국도에 닿을 수 있으니 또한 이 능선 종주 산행은 부담이 없다고 본다. 왼쪽(동쪽)에서 불어오는 때이른 봄바람(?)을 맞으며 낙엽과 눈이 뒤엉킨 능선길을 따라 크고 작은 봉우리 5~6개를 넘어서 나머지 11명은 논스톱으로 용마산까지 내달렸다. 특히, 566봉을 넘으면 크게 내리막으로 떨어졌다 다시 올라야하고 524봉을 넘어서도 꽤 내려섰다 올라야하는 고비도 있는데, 오늘 날씨는 속도내기에 안성마춤으로 좋았다. 이 능선을 산행할 때마다 나는 간혹 깊은 산중에 든 느낌을 가질 때가 있고, 백두대간 종주시 느꼈던 한봉우리 넘으면 또 한봉우리를 만났던 기억을 되살리곤 한다. 처음 이 코스를 산행하는 사람은 저기가 용마산 정상인가 여기면 아니고, 또 넘어야하는 긴장감도 가지게하는 산행이다.

- 워커힐 뒤편에 있는 용마산이 서울에서는 많이 알려져 있어, 최근에는 이 봉우리를 용마산 대신 일명 일자봉(日紫峰)이라고하여 정상에 화강암 표지석도 세워두고 있다. 그저그런 봉우리로 너다섯명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동쪽으로 북한강과 남한강을 동시에 내려다 보는 조망만은 매우 좋다. 검단산에서 여기까지 1시간30여분 소요되고, 미끄러운 길임에도 불구하고 철탑고개에서 쉬지않고 1시간만에 일행은 모두 주파했다. 물한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사방을 조망하고는(시야는 아직도 희뿌옇다) 발길을 돌리는데, 능선길은 남서쪽(오른편)으로 크게 휘어지고 15분 넘게 한참이나 발걸음을 내리막으로 까 먹는다. 그렇게 내려서면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고갯길을 만나는데 43번 국도상의 은고개로 내려서는 길이다. 용마산을 넘어서 여기에 이르면 오른쪽으로 빠지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일어나는 지점이다.

- 능선길은 다시 남쪽으로 넘나 오르며 뻗고 간단치 않은 449봉(용마산에서 30분 소요) 오르막을 넘어 다시 뚝 떨어져서는 작은 봉우리 2개를 넘어야하는데, 내림길에 깊은 산중에 온 듯한 평천지같은 2곳을 지나면 커다란 무덤을 만나게된다. 비석에는 ‘ 有明朝鮮宗室昌恩君權墓-全州縣夫人柳氏?左’ 라고 씌여있고, 뒷면에는 오랜 세월 비바람에 글자가 마모되어 잘 알아볼 수 없고 한자 실력도 딸려 상세한 내용은 모르겠는데, 해마다 정성스럽게 가꾼 흔적은 여기올 때마다 느끼곤 한다.

암튼, 여기서 왼쪽 숲길로 빠지면 광주군 과학동인데, 45번 국도변 팔당.퇴촌.광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닿고, 소위 검단산~용마산 종주의 끝지점이기도 하고 무덤에서 20분도 안걸린다. 도중 조금만 개울이 있어 여름에 이길로 내려서면 세수 정도는 할 수가 있다. 그러나, 그리로 빠지면 교통편이 나빠 보통은 무덤에서 곧장 조금가면 고갯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빠져 43번 국도로 나간다. 광주~천호동쪽 버스도 수시로 있고 거리와 시간(20여분)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고갯길 오른쪽으로 빠진다. 옛날 보부상들이 이 고개로 넘어 퇴촌을 거쳐 양평이나 이포나루로 갔음직한 고느적하고 호젓한 고개이며 주변의 수목도 꽤 울창하다. 산적들이 숨어 노리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라는 느낌도 든다. 고갯길에는 낙엽이 수북히 쌓여 있어 산행 끝머리 발걸음을 폭신폭신하게 달래준다.

- 이렇게 쉬엄쉬엄 20분가량 내려서면 마을이 있고, 최근 확장한 중부고속도로 교각이 43번 국도따라 뻗어 있고, 은고개 넘어 엄미리와 남한산성 입구 중간쯤 되는 지점이다. 산행은 여기서 끝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년...이상한과 함께하는 산행도 잠시 접어 둘 수 밖에, 속으로 되내여 본다. “건강하게 잘 다녀 오라는 친구들의 우정어린 발걸음을 기억하고 떠나렴! 재회하면 더 멋진 산행해 보자꾸나.”

검단산~용마산 능선길 잔설 위로 부는 바람도 오늘은 봄바람 같더라.

<참석자>

박흥덕 이상한 김진호 이규도 오성학부부 윤철원부부 김진성+딸 임충빈 홍기창 주재훈 김용하 이문식 최봉준 <16명>... 홍기창부인, 임충빈부인 뒷풀이에 참석.

<후 담>

산행 끝머리에 위치한 '산촌' 음식점에까지 버스타고 오신 홍기창 부인, 헤어지기 아쉬워 천호동의 한 레스또랑에서 모인 곳까지 찾아오신 임충빈부인, 이상한의 얼굴 한번이라도 더 보려는 두 여학생의 정성에 감동하지 않으면 이상한넘이겠지?

뉴질랜드에 체류하는 동안이라도 우리들 여학생의 갸륵한 마음씨 잊지 마시고, 돌아올 때는 빈 손으로 오지 말기오! 내 것은 없어도 되오. 그땐 산.대 감투도 놓을 것 같고 ...

- 정리자 -

<산행대장> e.Q 이 규 도

<0106북한산>

임오(壬午)년 첫 산행

조심조심하는 발걸음으로...

일 시 : 2002년 1월 6일(일) ...청명
산행지: 북한산
구 분 : 번외산행(총동문산우회시산제참석)
코 스 : 구기동 이북5도청(10:05출) ... 연화사~금선사~포금정사터(시산제, 12:15 종료)~비봉~사모바위~청수동남문~대남문~구기동 매표소(16:05착)

- 막상 집을 나섰지만 감기 기운이 온 몸을 짓누르는 컨디션으로 산행을 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를 안고서 구기동 이북5도청에 도착한 시각이 아침 9:15경 ... 많은 선.후배와 새해 인사를 나누다보니 그것도 잊은 듯했고, 동기 녀석들과도 반가운 인사 나누며 올해도 이산 저산 다니며 즐거운 산행해 보자고 다짐도 해본다. 이북5도청에서 왼쪽 주택가를 따라 오르면 매표소 지나 연화사를 왼쪽에 두고 길게 이어진 서울고동문산우회가족들(150명이 넘는다)의 행렬에 끼어 마냥 앞사람 발걸음만 따라 오른다. 행보를 빨리할 수도 없거니와 그럴 필요도 없었다. 중간 왼쪽 골짜기에 자리잡은 금선사는 아직도 아침 정적이 감도는 듯 고요하기만하다.

- 이렇게 40여분 오르다 보면 향로봉과 비봉 사이 남쪽 자락 가운데 포금정사터가 있고, 몇 년째 서울고총동문산우회는 여기서 시산제를 올리고 있다. 한해 무사산행을 기원하는 집행부의 배례에 이어 각기별 대표도 술을 올리고 절을 할 때마다 염화시중 미소(?)를 머금은 돼지머리 앞에는 하얀 봉투가 차곡차곡 쌓여가고 사회보는 최치석(16회; 총동문산우회 부회장)선배의 입가에도 미소가 그득하다. 이런 저런 행사를 치루고 막걸리 한잔씩 순배하다보니 벌써 12:15이었다. 그래도 올해 첫 산행인데 발걸음을 그냥 내려서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 비봉(560m)를 거쳐 사모바위까지 일단 가 보기로 했다. 포금정사터에서 25분여 오르면 능선에 붙고 오른쪽 암봉이 비봉이다. 능선에서 북쪽으로 곧장 내려서면 진관사로 빠지는 길이고 북동쪽으로 능선은 이어지며 북한산 주능선을 이룬다. 비봉 꼭대기에는 신라 진흥왕 순수비가 있는데, 진짜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있고 여기에 세워둔 것은 똑같이 만든 모조품이다. 곧장 오르든 둘러 오르든 눈이 얼어 결빙된 곳이 많아 비봉을 오르는 것은 겨울철에 매우 위험하다. 날씨가 좋을땐 멀리 인천 앞바다 배까지 시야에 들어오는 조망이 매우 뛰어난 곳이지만, 우린 비봉을 들러지 않고 왼쪽 아래로 돌아 능선을 따라 갔다. 오늘같은 날엔 날아서 비봉을 오르지 못할바에야 안전이 최우선이다.

- 사모바위 가는 길 중간에 왼쪽(북서쪽) 골짜기로 내려서면 삼천사계곡으로 가고, 조금더 가면 오른쪽(남동쪽)아래 승가사가 있다. 3공, 5공시절 실세 불자들 덕분에 사세(寺勢)가 확장되었다고 귀동냥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 가보면 곳곳에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가 있더라.

사모바위에 가보고 어지간하면 승가사를 거쳐 구기동으로 내려가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이 좋은 날씨에 한해 첫산행에 그냥 내려서면 아쉬움이 많을 것 같고, 북동쪽으로 보이는 나한봉,문수봉과 보현봉등 암봉들이 유혹하는 자태도 강하여, 대남문으로 돌아 구기동으로 내려가기로 하였다. 사모바위 한곁에서 이곳 저곳을 암만 둘러 보아도 북한산은 아름답고 멋있는 산이라고 생각된다. 세계 어디에도 대도시에 인접한 이만한 산이 있던가? 그만큼 우린 이산을 아끼고 사랑하며 가꾸어야 할진대, 북한산 동서남북 어디를 가던지 몸살을 앓는 곳이 한두군데던가! 내 개인적인 졸견으로는 3~4년동안 북한산 전면 휴식년제를 실시한다해도 반대하지 않겠다.

- 사모바위는 볼때마다 참 묘하다. 왼쪽으로 10도가량 갸우뚱 기우린 바위가 얹혀 있는 것이 신기하기도하고 비바람에도 끄덕없는 자연의 조화에 그저 감탄할 수 밖에...대남문에서 구기동 골짜기로 내려서면서 오른쪽으로 올려다 보면 더 그렇게 느낄 수가 있더라. 그런데, 이곳을 수없이 지나쳤지만 나는 아직도 이 바위를 왜 사모바위라 부르는지 모르고 있으니, 무심함인가 게으름의 소치인가? 암튼, 사모바위 주변엔 등산객들이 많이 있고, 여기저기 배낭에서 꺼내 점심을 들고 있었다. 우리도 한참이나 여기서 머물고 ... 청수동암문까지 가는 능선길은 곳곳이 얼어붙어 약간의 조심을 요하는 곳도 있었지만 아이젠을 하기도 그렇고 않하기도 불편스러운 애매한 눈길의 연속이었다.

- 문수봉 밑까지는 능선의 굴곡은 심하지 않지만, 청수동암문 오르는 길은 된비알이다. 15여분 가파른 오르막을 가쁜 숨을 몰아쉬고 땀께나 흘려야 한다. 이만한 날씨고 겨울이라 덜하지만 오뉴월 더운 날엔 더한 단내를 감수해야한다. 성터 한켵에서 휴식을 취하는 동안, 어려운 코스를 다 지나왔다는 안도감에서 일까, 예의 오성학이 성벽을 따라 나한봉 암릉을 타고 내려가자는 익살을 부려본다. 하기사, 재작년인가 겨울에 삼천사에서 올라 왔을 때 이 녀석 혼자 앞서다가 중간에서 나한봉 암릉으로 올라 빙판이라 내려올 수는 없고해서 그냥 여기까지 왔던 악몽(?)이 있었었지!

-여기서 300m 남동쪽으로 대남문이 있다. 대남문을 거쳐 대성문~보국문~대동문~용암문~위문~백운대 능선이 북한산의 주능선으로 계속이어진다. 올해는 기회 있으면 주능선을 한번 산행해 볼 예정이다. 대남문에서 북쪽을 바라보니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가 바로 앞에 잡힐 듯하고 암봉에는 눈은 바람에 다 날린 듯 웅장한 바위만이 오후 햇살에 그 위용을 뽐내고 있고, 그 오른쪽 북쪽으로 도봉의 줄기가 힘차게 뻗어있다.

- 대남문에서 오른쪽 구기동으로 내려서면 왼쪽으로 보현봉이 언제나 보아도 위풍당당하게 솟아 있고, 오른쪽 위 산자락에 문수사가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어 그지없이 좋은 곳이라고 여기는데, 구기동매표소까지 내려가는 길은 나무계단과 돌계단의 연속이라 솔직히 이 코스로 하산하기가 점점 싫어지기도 한다. 더구나, 이 코스로 등산객들이 제일 많이 다니는 길이라 호젓한 맛도 없다. 그러나, 오늘같이 곳곳이 빙판이고 미끄러운 곳이 많은 날엔 또한 제일 안전한 코스다. 안전이 제일 우선이 아니던가! 그럭저럭 구기동에 내려서니 오후 4시가 넘고 있었다. 한해의 첫 산행 발걸음치곤 적지않은 행보였다.

임오(壬午)년 첫 산행을 이렇게 조심조심하는 발걸음으로 내디뎠다.

<참석자>

박흥덕 최택상 오성학부부 윤철원부부 이규도 이상한 강효수 김세윤 김용하 김진성 임충빈 주재훈 -14명-

<후담>

* 구기동 한 옛날시골집에서 보삼과 콩비지로 요기를 하면서 약간의 지친 다리를 풀고 ...

1월23일 뉴질랜드로 떠나는 이상한 부회장을 위해 환송특별산행이라도 해야 되지 않나 싶었다. 1월20일 동기산우회 시산제에 본인이 참석하기는 버거운 감이 들고, 아침에 이북5도청에서 만났을 때 녀석이 나에게 아주 좋은 지도케이스를 줄 때 감지하기로 설산산행을 하고픈 눈치였겠다. 그래서 의견들 모아보았는데, 너무 원거리는 다들 난색을 표하는 감이 들고해서 1월13일 가까운 검단산 종주 코스로 택하기로 합의하였다. 차후 1년동안 우리를 얼마나 그리워할까? 암튼, 그날 눈발이 흩날리는 산행이었으면 좋겠다.

정리자 <산행대장> e.Q 이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