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하게기우회백운계곡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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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윤 작성일11-06-20 12:59 조회1,487회 댓글0건본문
기우회 백운계곡 SKETCH
2001년7월14일~15일
글-주재훈
기상청 에보대로 비가 오기 시작한다.
청담기원에서 노현덕군을 태우고 수서역으로 향하는데 장동명군 벌써 수서역에서 몇번 출구로 나가느냐 전화다.
아 ! 이친구는 현역이지. (다음부터 이친구와 시간약속할때 조심해야겠군)
애당초 날씨와는 무관한 행사인 만큼 참석 예정자는 속속 집합하는데, 성미 급한 넘들 버스 뒷자리에서 벌써 시작이다.
수서역 출발예정자 중 마지막 선수 안종국군을 태우고 출발. 이제 멀리 '안동'에서 중앙선 열차편으로 달려오는 이용남군만 먹골역에서PICK UP 하면 백운계곡으로 직행인데, 비는 오지요, 토요일 오후지요, 아 게다가 운전기사 양반은 서울지리에 어두워서 막히는 길만 골라 가지요 슬슬 짜증이 날락 말락하는데 옆자리의 전명권군 기가 막힌 얘기를 꺼낸다.
들어보니 우와! 이건 초대형 사고다. 이동준이 '핸드폰 사건'은 일도 아니다.
그런 사고를 치고도 멀쩡한 얼굴로 참석한게 신기해 얼굴 한번 더 쳐다봤다.
그옆의 김용하군은 누군가에게 '묻지마 관광' 가는 중이라고 너스레 떤다.
허긴, 거의 소음에 가까운 뽕짝 음악에,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 (거의 노현덕군 목소리로 추정되지만) 자동차소리, 그와중에 간간히 섞이는 여자의 교성 (?) 이런 '사운드' 면 '묻지마 관광'이라 사기 치는데는 딱 이지.
우여곡절 끝에 이용남군을 태우고 시내를 빠져 이제 좀 달리겠구나 하는데 김왕철 회장 좀 보소. 카메라가 없어졌다, 화장실 가고싶다, 담배 좀 피우자 등등 횡설수설하니 은근히 뒷골이 땅기기 시작한다.
매사가 시작이 상쾌해야 마무리도 산뜻한 법이며, 무릇 여행이란 계획한후 목적지 도착 전까지의 시간이 가장 설레이고 흥분되는 것 아니던가 ?
어쟀거나 김왕철이 카메라도 찾아 보고 담배도 한대 태우고 볼일도 좀 볼 요량으로 휴게소에 잠시 머물었더니 캔맥주 탓인지 모두 화장실로 달려간다.
카메라 찾기 좋겠군 생각하며 볼일 보고 다시 출발했는데, 김왕철군 '카메라 찾아주는 사람 양주 한병! 하고 소리친다. (으이그 저화상 휴게소에선 카메라 안찾고 뭐 했누) 결국, 도착해서야 찾긴 했지만 김왕철군 건망증은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은걸 ?
와 ! 이런 술자리가 얼마 만이냐?
음주단속 상관없지, 재미있는 아해들 득시글 거리지, 집에 안가도 되지, 바둑 실컷 둘수있지, 게다가 마누라한테 전화 안해도 되지.
우와 ! 직인다 직여.
그순간 하늘에서는 37년 기록을 깨기 시작했고, 이틀후 장 장 5일간에 걸쳐 이 모든 댓가를 톡톡히 치뤄야 하는줄은 꿈에도 몰랐지.
처음에는 식탁에 다소곳이 앉아 마누라쪽 동태도 살펴가며 조심스럽게 저녁식사를 시작한 것 같은데 어느사이에 내 주량을 이미 넘어섰고 그 뒤로도 좌우지간에 무지 마신것 같은데 전혀 기억이 없으니 ? 어느틈에 노현덕군은 마이크를 잡고 한곡조 제낀후, 아예 사회를 자청하고 나섰다.
2번 타자로 이동준군이 일어서는 순간, 모두 이구동성으로 ' 너만은 맨 나중에' 를 외치니 제깐넘이 별수있나.
그런데, 이넘은 마이크만 잡으면 이동준 발표회를 하려 하니.. 한 많은 무명가수 귀신이 붙어있나 ?
내 언젠가 꼭 한번은 이넘과 박석산이를 노래방 속에 가둬놓고 붙여 봐야지.
순간, 번쩍하는 섬광과 무언가 뽀개지는 소리가 동시에 들리더니 앞이 깜깜하다.
필경 아주 가까운 곳에 벼락이 떨어진게 틀림없다.
어라! EQ 말대로 정전이네.
우리가 아무리 '비오는 그밤'이 그리워 기우회 행사를 꼭 7월 장마철에 하지만, 이 순간의 고요한 암흑속의 요란한 빗소리, 계곡물 소리는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다.
불이 다시 들어오고, 때마침 이강진군도 도착하니 분위기는 다시 반전.
그나저나 이넘도 지극정성이네 그려.
수원에서 골프치고 이 폭우를 뚫고 이시각에 예까지 대단하다.
참 ! 김홍기는 어찌된건가? 소식 감감이니 못오나 보다.
그 사이, 우리 마누라는 졸지에 제비女가 되 버렸고 (본인이야 당연히 싫어 하겠지만) 우리 기우회 꿈나무 안종국군 (불과 6개월 사이에 3단계를 승급하여 이미 强 5급 이됨) 장동명군을 만나 소원 풀었다길래 먼소린가 들어보니 지난 10년간 장동명이 만나길 학수고대했다며 우리 22회 중에도 '스타' 한명은 있어야하니 우리가 힘을 합쳐 밀어줘야 한다며 즉석에서 장동명 '팬클럽'을 결성한다.
지금부터라도 밀어 주자는데 지금 밀면 저 폭우 속으로 밀어내자는건지?
여자가 5명이라 급수가 제일 약한(?) 김용하군을 기쁨조로 투입시켜놓고 '알까기 대회'를 시작하고 돌아보니, 바둑대회는 이미 자율적으로 진행중이라 잠시 알까기 대회를 관전하는데... 김용하 이친구 정말로 기쁨조 일세.
아니, 이선수는 손가락 힘이 너무 센건지, 손가락이 이상한지, 한번 튕길때마다 알이 하늘로 날아가네.
그러니, 순식간에 '전패'하고 내일 아침 산에 갈지 모르니 잠자야 한다며 자리를 뜬다.
분위기가 하도 좋아서 모른척하고 그냥 냅둘까 하다가, 그래도 기쁨조 하려고 여기까지 와줬는데 잠자리라도 같이 봐주는척이라도 해야지 하고 따라 나섰다.
죄가 너무나 많아 겁나서 우산도 못쓰고 민박집으로 오니, 웬걸 이 아저씨 마음을 바꿔 내일 산행은 포기하고 술이나 더 마신다고 술상 차리잔다.
막 잠자리에 들려는 민박집 아줌마 불러세워 파전 하나 부탁하고는 마침 담배 구하러온 전명권군에게 인계.
다시 대국장으로 가보니, 와 ! 이사람들 이거 장난 아니네 !
여인네들은 이제 막 침소로 향하시는데, 이 사람들 누가 가던지 말던지, 벼락이 치던지 말던지, 비가 넘치던 말던 그저 바둑판만 보고있지, 김왕철회장은 연신 와! 진짜 기우회답다 정말 기우회네 떠들고 다니지, 벼락 한번 치면 암흑세계 또 치면 불 하나 들어오고 또 치면 둘다 들어오고 번개가 연속적으로 쳐 대니 바둑 두는데는 별 지장없고, 그러니 그 분위기에 휩쓸려 다시 좌정할수 밖에...
몇판 두어 봤으나 역시 전패.
기력 상실하고 옆의 장동명군과 손정수 판을 보니 손정수의 불계승이 확정적이다.
이넘 2급 이라더니 이거 군대 2급아냐 ?
사기 진작을 위해, 다음달 부터는 급수 조정을 해야겠군.
헌데, 이 야밤에 전화하는 넘은 뉘기야 ? 전화 받으니 우리의 기쁨조 김용하선수 찌게 끓여놨으니 생각있는 사람은 내려오란다.
왜 안자냐 물으니 계곡 물소리가 방바닥을 쿵쿵 치는게 미심적어 지켜 보는 중 이란다.
용하 떠난뒤로 백운계곡은 누가 지키지 ?
전적표를 보니, 어랍쇼 ! A 조는 전멸이네.
참가자중 A 조 숫자가 적어 A 조가 훨씬 유리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B 조의 안종국, 이동준, 손정수가 각각 6승씩을 챙겨가며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노현덕이 내일 아침에 술, 벼락, 정전 중 하나 걸고 무효라고 할것 같은데 ?
폭우는 그칠줄 모르고 계곡물은 점점 불어나고 은근히 걱정되는데, 김용하 선수 재주도 좋지, 야밤에 어디선지 냄비와 부탄가스를 구해와 뭐가 뭔지 모를 찌개를 끓이고있다.
식별 가능한 재료는 김치와 라면과 생수 뿐이고 추정 가능한 재료는 먹다 남은 파전 뿐인데, 이넘 어떻게 이렇게 맛있는 찌개를 끓일수 있으까 ? 희안하네.
그런데, 숟갈이라고는 이차대전 당시 제작했을법한 미제 큰 스푼 하나 (거의 드라마 '왕초' 의 소품 같은) 쓰레기통에 다녀온 것 같은 분위기의 나무 젓가락 4쌍 과 일회용 종이컵 과 냄비뚜껑이 전부인데, 무려 16명이 공동 사용 하였으니 평소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을 분(?)들이 냄비 바닥이 드러날때까지 퍼 먹었으니 참 알수 없어요.
나중에는 그저 라면하고 물만 부었는데도 ? 좌우지간에 라면 떨어지고 밖을보니 벌써 날이 밝았다.
이때, 김왕철군 안경 없어졌다고 찾아 달랜다.
저 시키 사오정 아냐 ? 왕철이 안경 찾아오니 어라! 그새 다 뻗어서 누울 틈이 없네. 잠은 포기하고 밖에 나오니 손정수군도 자리를 못잡았단다.
기왕지사 백운계곡이나 가보자 꼬드겨 올라가보니 여기 저기 패인 자국이 예사롭지않다.
이젠 또 가는 길도 걱정일세 그려 ?
백운계곡 생각도 접고 가능한 한 빨리 출발하는게 좋겠구나 생각하며 숙소로 오니, 어제밤 예약한 아침식사가 벌써 대령이다.
선잠에서 깨어 비몽사몽 일텐데 밥 한그릇 국 한그릇씩 후다닥 해친운 이자들 각자 자기 짝 찾아서 또 시작이다.
내 일찌기 소싯적 부터 노는 것에는 종류 불문하고 절대 안 빠진다 자부했거늘, 정말 지독하다. 졌다, 항복이다.
내 이날부로 기우회 회원 모두 이해 불가능한 넘들이라고 결론 내렸지. 그나 저나 이넘들 바둑알 잡더니 온천이고 뭐고 다 필요없고 오후 2시 까지 바둑 두고 출발하잔다.
운전기사 아저씨는 벌써 와서 기다리는데, 이걸 우째지 ?
동시에 끝나는 유일한 방법은 판을 죄다 엎어버리는 것 뿐인데 ?
악역을 누굴 시키나 ?
김왕철이 협박해보니 이건 왔다리 갔다리 하며 훈수나 두고 있으니, 이걸 엎어 말어 고민 하던차에 우리의 아줌마들 우르르 몰려온다.
그제사 김왕철군 용기 백배하여 판마다 죽죽 발로 밀어대니 상황 끝. 이렇게 간단한걸. 과연 아줌마가 쎄긴 쎄구나 !
순두부집에서 점심시키고 막걸리도 한잔씩걸치니 이제사 시상식 할 여유도 생기고 단체 증명사진도 박고 이젠 집에 가는일만 남았으니 그럭저럭 계획대로 된 셈이지...
몇군데 도로가 붕괴되어 좀 돌아오긴 했어도 통행차량이 뜸해 수서역에 도착하니 오후 5시.
이정도면 양호하지. 해산 ! 잘가라 ! 징그러운 넘들.
2001년7월14일~15일
글-주재훈
기상청 에보대로 비가 오기 시작한다.
청담기원에서 노현덕군을 태우고 수서역으로 향하는데 장동명군 벌써 수서역에서 몇번 출구로 나가느냐 전화다.
아 ! 이친구는 현역이지. (다음부터 이친구와 시간약속할때 조심해야겠군)
애당초 날씨와는 무관한 행사인 만큼 참석 예정자는 속속 집합하는데, 성미 급한 넘들 버스 뒷자리에서 벌써 시작이다.
수서역 출발예정자 중 마지막 선수 안종국군을 태우고 출발. 이제 멀리 '안동'에서 중앙선 열차편으로 달려오는 이용남군만 먹골역에서PICK UP 하면 백운계곡으로 직행인데, 비는 오지요, 토요일 오후지요, 아 게다가 운전기사 양반은 서울지리에 어두워서 막히는 길만 골라 가지요 슬슬 짜증이 날락 말락하는데 옆자리의 전명권군 기가 막힌 얘기를 꺼낸다.
들어보니 우와! 이건 초대형 사고다. 이동준이 '핸드폰 사건'은 일도 아니다.
그런 사고를 치고도 멀쩡한 얼굴로 참석한게 신기해 얼굴 한번 더 쳐다봤다.
그옆의 김용하군은 누군가에게 '묻지마 관광' 가는 중이라고 너스레 떤다.
허긴, 거의 소음에 가까운 뽕짝 음악에,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 (거의 노현덕군 목소리로 추정되지만) 자동차소리, 그와중에 간간히 섞이는 여자의 교성 (?) 이런 '사운드' 면 '묻지마 관광'이라 사기 치는데는 딱 이지.
우여곡절 끝에 이용남군을 태우고 시내를 빠져 이제 좀 달리겠구나 하는데 김왕철 회장 좀 보소. 카메라가 없어졌다, 화장실 가고싶다, 담배 좀 피우자 등등 횡설수설하니 은근히 뒷골이 땅기기 시작한다.
매사가 시작이 상쾌해야 마무리도 산뜻한 법이며, 무릇 여행이란 계획한후 목적지 도착 전까지의 시간이 가장 설레이고 흥분되는 것 아니던가 ?
어쟀거나 김왕철이 카메라도 찾아 보고 담배도 한대 태우고 볼일도 좀 볼 요량으로 휴게소에 잠시 머물었더니 캔맥주 탓인지 모두 화장실로 달려간다.
카메라 찾기 좋겠군 생각하며 볼일 보고 다시 출발했는데, 김왕철군 '카메라 찾아주는 사람 양주 한병! 하고 소리친다. (으이그 저화상 휴게소에선 카메라 안찾고 뭐 했누) 결국, 도착해서야 찾긴 했지만 김왕철군 건망증은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은걸 ?
와 ! 이런 술자리가 얼마 만이냐?
음주단속 상관없지, 재미있는 아해들 득시글 거리지, 집에 안가도 되지, 바둑 실컷 둘수있지, 게다가 마누라한테 전화 안해도 되지.
우와 ! 직인다 직여.
그순간 하늘에서는 37년 기록을 깨기 시작했고, 이틀후 장 장 5일간에 걸쳐 이 모든 댓가를 톡톡히 치뤄야 하는줄은 꿈에도 몰랐지.
처음에는 식탁에 다소곳이 앉아 마누라쪽 동태도 살펴가며 조심스럽게 저녁식사를 시작한 것 같은데 어느사이에 내 주량을 이미 넘어섰고 그 뒤로도 좌우지간에 무지 마신것 같은데 전혀 기억이 없으니 ? 어느틈에 노현덕군은 마이크를 잡고 한곡조 제낀후, 아예 사회를 자청하고 나섰다.
2번 타자로 이동준군이 일어서는 순간, 모두 이구동성으로 ' 너만은 맨 나중에' 를 외치니 제깐넘이 별수있나.
그런데, 이넘은 마이크만 잡으면 이동준 발표회를 하려 하니.. 한 많은 무명가수 귀신이 붙어있나 ?
내 언젠가 꼭 한번은 이넘과 박석산이를 노래방 속에 가둬놓고 붙여 봐야지.
순간, 번쩍하는 섬광과 무언가 뽀개지는 소리가 동시에 들리더니 앞이 깜깜하다.
필경 아주 가까운 곳에 벼락이 떨어진게 틀림없다.
어라! EQ 말대로 정전이네.
우리가 아무리 '비오는 그밤'이 그리워 기우회 행사를 꼭 7월 장마철에 하지만, 이 순간의 고요한 암흑속의 요란한 빗소리, 계곡물 소리는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다.
불이 다시 들어오고, 때마침 이강진군도 도착하니 분위기는 다시 반전.
그나저나 이넘도 지극정성이네 그려.
수원에서 골프치고 이 폭우를 뚫고 이시각에 예까지 대단하다.
참 ! 김홍기는 어찌된건가? 소식 감감이니 못오나 보다.
그 사이, 우리 마누라는 졸지에 제비女가 되 버렸고 (본인이야 당연히 싫어 하겠지만) 우리 기우회 꿈나무 안종국군 (불과 6개월 사이에 3단계를 승급하여 이미 强 5급 이됨) 장동명군을 만나 소원 풀었다길래 먼소린가 들어보니 지난 10년간 장동명이 만나길 학수고대했다며 우리 22회 중에도 '스타' 한명은 있어야하니 우리가 힘을 합쳐 밀어줘야 한다며 즉석에서 장동명 '팬클럽'을 결성한다.
지금부터라도 밀어 주자는데 지금 밀면 저 폭우 속으로 밀어내자는건지?
여자가 5명이라 급수가 제일 약한(?) 김용하군을 기쁨조로 투입시켜놓고 '알까기 대회'를 시작하고 돌아보니, 바둑대회는 이미 자율적으로 진행중이라 잠시 알까기 대회를 관전하는데... 김용하 이친구 정말로 기쁨조 일세.
아니, 이선수는 손가락 힘이 너무 센건지, 손가락이 이상한지, 한번 튕길때마다 알이 하늘로 날아가네.
그러니, 순식간에 '전패'하고 내일 아침 산에 갈지 모르니 잠자야 한다며 자리를 뜬다.
분위기가 하도 좋아서 모른척하고 그냥 냅둘까 하다가, 그래도 기쁨조 하려고 여기까지 와줬는데 잠자리라도 같이 봐주는척이라도 해야지 하고 따라 나섰다.
죄가 너무나 많아 겁나서 우산도 못쓰고 민박집으로 오니, 웬걸 이 아저씨 마음을 바꿔 내일 산행은 포기하고 술이나 더 마신다고 술상 차리잔다.
막 잠자리에 들려는 민박집 아줌마 불러세워 파전 하나 부탁하고는 마침 담배 구하러온 전명권군에게 인계.
다시 대국장으로 가보니, 와 ! 이사람들 이거 장난 아니네 !
여인네들은 이제 막 침소로 향하시는데, 이 사람들 누가 가던지 말던지, 벼락이 치던지 말던지, 비가 넘치던 말던 그저 바둑판만 보고있지, 김왕철회장은 연신 와! 진짜 기우회답다 정말 기우회네 떠들고 다니지, 벼락 한번 치면 암흑세계 또 치면 불 하나 들어오고 또 치면 둘다 들어오고 번개가 연속적으로 쳐 대니 바둑 두는데는 별 지장없고, 그러니 그 분위기에 휩쓸려 다시 좌정할수 밖에...
몇판 두어 봤으나 역시 전패.
기력 상실하고 옆의 장동명군과 손정수 판을 보니 손정수의 불계승이 확정적이다.
이넘 2급 이라더니 이거 군대 2급아냐 ?
사기 진작을 위해, 다음달 부터는 급수 조정을 해야겠군.
헌데, 이 야밤에 전화하는 넘은 뉘기야 ? 전화 받으니 우리의 기쁨조 김용하선수 찌게 끓여놨으니 생각있는 사람은 내려오란다.
왜 안자냐 물으니 계곡 물소리가 방바닥을 쿵쿵 치는게 미심적어 지켜 보는 중 이란다.
용하 떠난뒤로 백운계곡은 누가 지키지 ?
전적표를 보니, 어랍쇼 ! A 조는 전멸이네.
참가자중 A 조 숫자가 적어 A 조가 훨씬 유리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B 조의 안종국, 이동준, 손정수가 각각 6승씩을 챙겨가며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노현덕이 내일 아침에 술, 벼락, 정전 중 하나 걸고 무효라고 할것 같은데 ?
폭우는 그칠줄 모르고 계곡물은 점점 불어나고 은근히 걱정되는데, 김용하 선수 재주도 좋지, 야밤에 어디선지 냄비와 부탄가스를 구해와 뭐가 뭔지 모를 찌개를 끓이고있다.
식별 가능한 재료는 김치와 라면과 생수 뿐이고 추정 가능한 재료는 먹다 남은 파전 뿐인데, 이넘 어떻게 이렇게 맛있는 찌개를 끓일수 있으까 ? 희안하네.
그런데, 숟갈이라고는 이차대전 당시 제작했을법한 미제 큰 스푼 하나 (거의 드라마 '왕초' 의 소품 같은) 쓰레기통에 다녀온 것 같은 분위기의 나무 젓가락 4쌍 과 일회용 종이컵 과 냄비뚜껑이 전부인데, 무려 16명이 공동 사용 하였으니 평소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을 분(?)들이 냄비 바닥이 드러날때까지 퍼 먹었으니 참 알수 없어요.
나중에는 그저 라면하고 물만 부었는데도 ? 좌우지간에 라면 떨어지고 밖을보니 벌써 날이 밝았다.
이때, 김왕철군 안경 없어졌다고 찾아 달랜다.
저 시키 사오정 아냐 ? 왕철이 안경 찾아오니 어라! 그새 다 뻗어서 누울 틈이 없네. 잠은 포기하고 밖에 나오니 손정수군도 자리를 못잡았단다.
기왕지사 백운계곡이나 가보자 꼬드겨 올라가보니 여기 저기 패인 자국이 예사롭지않다.
이젠 또 가는 길도 걱정일세 그려 ?
백운계곡 생각도 접고 가능한 한 빨리 출발하는게 좋겠구나 생각하며 숙소로 오니, 어제밤 예약한 아침식사가 벌써 대령이다.
선잠에서 깨어 비몽사몽 일텐데 밥 한그릇 국 한그릇씩 후다닥 해친운 이자들 각자 자기 짝 찾아서 또 시작이다.
내 일찌기 소싯적 부터 노는 것에는 종류 불문하고 절대 안 빠진다 자부했거늘, 정말 지독하다. 졌다, 항복이다.
내 이날부로 기우회 회원 모두 이해 불가능한 넘들이라고 결론 내렸지. 그나 저나 이넘들 바둑알 잡더니 온천이고 뭐고 다 필요없고 오후 2시 까지 바둑 두고 출발하잔다.
운전기사 아저씨는 벌써 와서 기다리는데, 이걸 우째지 ?
동시에 끝나는 유일한 방법은 판을 죄다 엎어버리는 것 뿐인데 ?
악역을 누굴 시키나 ?
김왕철이 협박해보니 이건 왔다리 갔다리 하며 훈수나 두고 있으니, 이걸 엎어 말어 고민 하던차에 우리의 아줌마들 우르르 몰려온다.
그제사 김왕철군 용기 백배하여 판마다 죽죽 발로 밀어대니 상황 끝. 이렇게 간단한걸. 과연 아줌마가 쎄긴 쎄구나 !
순두부집에서 점심시키고 막걸리도 한잔씩걸치니 이제사 시상식 할 여유도 생기고 단체 증명사진도 박고 이젠 집에 가는일만 남았으니 그럭저럭 계획대로 된 셈이지...
몇군데 도로가 붕괴되어 좀 돌아오긴 했어도 통행차량이 뜸해 수서역에 도착하니 오후 5시.
이정도면 양호하지. 해산 ! 잘가라 ! 징그러운 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