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710백두산종주및트레킹(제100차정기산행특별기획)산행기

7/8(금) → 백두산 첫 동네 송강하까지 머나먼 여정의 서막

* 인천공항을 12:31(한국시각)에 이륙한 CZ688기는 2시간만에 중국 장춘공항에 오후1:30(이하 중국시간)에 도착한다.
비행시간 동안, 제100차기념특별기획산행으로 백두산을 선정하고 준비하고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비행기 속도만큼이나 스쳐 지나 간다.
그리고, 이제부터 백두산 산행 및 트레킹의 여정 서막의 첫 발을 내디게 되었으니, 설레임과 걱정과 흥분이 교차하는 묘한 감정이었다.
6년전 백두산 산행 경험이 있었던 나도 그럴진데, 처음 온 다른 산원 산녀님들이야 말해 무엇하랴!
서울22산우회 가족 35명(나중 이재우는 7/10 백두산온천구에서 합류, 총36명이 됨)과 알펜투어 이혜석 사장(18회)과 김명화씨(사진작가) ...
모두 37명이 현지 가이드 이장춘의 안내를 받으며, 백두산 산록까지 51인승 버스로 이동 한다.

* 드넓은 만주벌판을 고속도로로 달리다가, 일반포장국도로 그리고는 백두산 산록을 3시간반여 ...
7시간반이나 걸려 송강하에 도착 할 무렵, 땅거미는 이미 내려 앉았고 비도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송강하 장백산천기식당에서 현지 가이드 허상철씨(가이드 대장)가 합류하고, 백두산종주가이드인 안이효씨도 보였다.
현지식으로 소소한 저녁도 괜찮았고 즉석 생맥주 판매대를 차린 진호와 희수의 아이디어도 우리들의 긴장과 흥분을 달래주는데 일조도 한다.
그리고, 이상한 부인(김미란 여사)의 생일날이라, 이 산중에 어떻게 케익을 구해 준 허상철씨의 배려에 감사와 모두들 생일송은 부슬부슬 내리는 송강하 밤에 울려 퍼진다.
인근의 송림호텔에 여장을 풀고, 때로는 하늘을 바라보고 일부는 근처 가게 구경도 하면서, 모두들 일찍 잠자리에 들어 갔던 것 같다!!!

7/9(토) → 서파자연생태탐방

* 아침에 일어나니 파란 하늘도 보여 오늘 서파트레킹의 설레임으로 모두들 후다닥 아침을 비우고, 8시경 산문으로 향한다.
당초에는 간밤과 오늘 백운봉산장에서 여장을 머물기로 했다가, 우기철이고 부인과 어린학생도 있어, 알펜투어와 현지 가이드들의 노력으로 호텔로 정하기로 하였었다.
결론적으로는 이것은 이번 여정에서 제일 잘한 결정이었던 같았다!
아무튼, 산문에 도착하니, 주변은 6년전과는 많이 달랐고, 산문을 들어서서 산길도 대부분 포장이 되어 있어 이동하는데 한결 수월했다.

* 금강대협곡으로 가는 산길도 예전엔 흙길이었는데, 나무로 다듬어 걷기에 편리(?)하게 하였으나, 우리 산원 산녀에게는 그냥 흙길이 좋을 듯 싶었다.
그러나, 금강대협곡을 구경할 수 있는 좋은 포인트에 안전지대를 설치한 것은 진전된 시설이었다.
금강대협곡의 모습은 곳곳에서 우리의 발걸음과 시선을 붙잡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여기저기서 사진도 찍고 널널히 걸어도 보고 ....
주변 숲속은 원지 그대로의 경관을 보여 주는 탐나는 수풀이고 협곡이었다.

* 온천지구대로 가는 길은 그냥 흙길 산판로다.
왕복 6km은 됨직한 널다랗고 평평한 산판로를 따라 걷노라면, 약간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얼굴에 선크림을 잔뜩 발라야 하고, 얼굴에 땀방울이 도송도송 맺힐 그런 날씨더라.
온천지구대는 찬 계류물이 흐르는 옆 바위 틈새로 온천수가 흘러 나오는데, 온도가 75도가 넘어 그냥 담가다가는 화상을 입을 정도이고,
옆의 찬계류물에는 5분도 발을 담글 수 없는 차디찬 계류가 흐른다.
무좀에도 특효라는 이 온천구에서 한발을 온천수에 담갔다 금방 찬계류물에 담그기를 반복하는재미로 여기까지 걸어 왕복한다.
오고가는 도중의 양 옆으로 야생화와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숲과 나무들을 구경하는것도 솔솔하고, 뒤돌아 보며, 백두산 마천루와 5호경계비 마루터를 볼 수 있었던 보너스도 내일 산행의 기대감을 한층 더 한다.

* 산판로의 입구로 되돌아 와, 소풍 온 기분으로 맨땅에 퍼질러 앉아 도시락으로 점심을 떼운다
현지 도시락 반찬에다 각자 가져온 비장의 반찬으로 맛있는 노상 점심은 또 하나의 추억거리이고...
단층이 갈라져 이룬 협곡에 계류가 흐르는 제자하 일대 ...
협곡 사이로 흐르는 계류의 멋들어진 모습도 구경거리이기도 하지만, 주변의 야생화도 결코 놓칠 수 없는 볼거리 중의 하나이다!
붓꽃은 지천이고 희기한 개불알꽃, 범꼬리풀, 꿩의 다리 등등 ....
왕지로 가는 도중의 화원지대도 놓칠 수 없는 곳 중의 하나다!
보랏빛 붓꽃과 하얀 꿩의 다리가 군락지인 이곳 다른 관광객도 많고, 사진 찍기에 좋고...
아쉽다면, 6년전 이곳에서 사진 찍을 때 뒤로 백운봉이 보여 더욱 멋 들어 졌는데, 오늘은 약간 흐려 백운봉 하연 머리봉은 보일질 않는다.

* 그리고는 오늘의 하이라이트 ... 천상화원으로 발길을 돌린다.
왕지로 가는 길에 있는 화원을 보고 가지 못한다면, 서파에 온 의의가 없으리라 !
왕지까지는 2km이나 되지만, 조그만 연못이고 그걸 보러가는 것이 아니라, 도중의 천상의 화원을 보러 가는 것이리라!
천상의 화원에 발을 디딜 무렵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하지만, 만발한 수십 종류의 야생화의 모습은 더욱 청초하고 깔끔스럽다.
그래. 여기가 천상의 화원이 아니고 어디랴 !
아름답고 황홀하고 눈부시고 ~~~ 필설로 형언하기 힘든 환상적인 경관이다!
산원 산녀님들, 이번에 어렵게 우리와 합류한 이성철/백수경 부부(용붕친구)도 잘 왔다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터집이(?) 상설이까지 연신 싱글벙글 ~~~ ^Q^
가는 비에도 불구하고 우린 한참이나 거기에서 떠날 줄 몰랐다.
김명화씨의 고성능 디지털 카메라(천만원짜리)로 우린 단체 사진을 찍는 걸 놓치지 않았다.
일행들을 다 챙기면서 맨 뒤에서 따라가다가 뒤돌아 보니, 주변은 고요하니 더욱 환상적인 더넓은 천상의 화원은 내 발길을 자꾸자꾸 붙잡는 것 같았다!!!

* 산문 입구에 있는 장백산접대중심호텔(개장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아 매우 깨끗했다)에서 저녁을 일찍 먹고 여장을 풀고, 내일의 산행을 위해 모두들 일찍 잠자리에 든다!
그런데,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가 내리고 있더라!
내일 산행을 어떻하라고~요~ , 백두산 산신령이시여~~~

7/10(일) → 백두산 서북 외륜봉종주 등

* 간밤 8시반부터 내리기 시작하던 빗소리에 새벽 1시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우선, 일행들이 백운봉 산장에서 자지 않은 것만도 다행으로 여기면서 ...
칙칙하고 꿉굽한 산장에서 한방에서 열댓명이 잤다고 상상하면 무슨 불평이 튀어 나오고, 산행의 기분이 나겠는가?
그러나, 새벽 1시반경 밖으로 나오니 비는 그쳤고, 거짓말처럼 하늘은 개였고 별이 총총하더라.
부푼 마음으로 일행들을 점검하고 산행 준비를 하니, 모두들 잠을 설친 것은 얼글에 씌여 있었다.
그렇지만, 하루에도 열두번 변한다는 백두산 날씨에 안심하지 말라며, 이혜석 선배는 모두들 비옷과 완전장비를 신신 당부한다.
새벽 2시 10분경 출발이다!

* 5호경계비로 오르는 산길로 가는 버스 차장에는 빗방울이 내내 떨어지지 않았지만, 구름은 간혹 몰려 왔다 몰려 간다.
5호경계비로 오르는 순간, 기어이 실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실비와 어둠을 뚫고 5호경계비를 슬로우~슬로우 오르기 시작하고, 주변엔 벌써 어스럼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한다.
5호경계비에 오르니, 온통 구름 천지였다!
일출은 고사하고 천지(天池)의 한뼘도 구경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약간의 휴식과 기념촬영을 하고, 여기서 종주팀(A팀)과 바로 천지로 내려가 발을 담그고 세수도 하고 야생화 탐방도 할 팀(B팀)을 구별하는데,
나의 판단으로는 B팀에 붙었으면 하는 7명 정도(울 마눌님 포함)까지 한사코 종주를 해야겠다고 나선다.
보다 강력히 제지 못한 나의 결단력을 탓해야 하나, 그들의 결연한 의지를 높게 사야 하는가?

* 더구나, 어젯밤 알펜투어 측에서 붙기로 했던 산행 가이드 한사람이, 비 때문에 장춘에 묶여 오질 못했다!
그래서, B팀은 이혜석 선배님이 이끌고, A팀은 나와 안이효씨가 이끌기로 했다!
안이효 가이드(노총각이었다) ...
백두산 서북종주만 몇십번 가이드 했던 분이고, 오늘 보다 더 악조건에서도 무사히 산행 리~드했던 분이라고 여러번 들었지만,
이 날씨에 나의 마음은 불안하고 염려가 밀려 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일순 왼편 위로 구름이 걷히더니 마천루의 웅장한 모습이 보인다.
그런 심정을 안고서 백두산 서북종주 산행에 오른다 ...
모두 22명, 아~ 22회산우회이니까 22명인가!

* 새벽 4시30분경 5호경계비를 A팀은 출발한다.
만병초(들꽃이 아니고 나무다)의 하얀 꽃들이 우리의 첫발걸음을 환영하고 있었다.
마천루(2691m)를 빙글 휘돌아 오르는 산행길엔 잔설지대도 있고, 운무는 쉬임없이 왔다가 사라진다.
청석봉을 오를 즈음, B팀에서 환호하는 소리가 들린다,
우린 구름 속으로 걷고 있는데 말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B팀이 천지로 내려 갈 때 일순 구름이 걷힌 사이로, 일출을 구경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장관을 보고 환성을 지르는 소리였던 것이다. 오산총이 주동이 되어 우리 들으라고 힘차게 외친 소리였다.
우리도 그냥 구름 속으로 힘차게 외쳐 답변 하였다.
청석봉(2662m)을 지나서 약간의 내리막과 오르막 ... 실비가 얼굴을 간질거린다.
이윽고, 오늘 산행의 최대 고비이자 하이라이트인 백운봉(2690m)으로 가는 길...
천지가 서쪽으로 혹부리 모양으로 튀어져 나와 화산석과 계류가 뒤덤벅이 된 지대를 우회해야 한다.
청석봉을 지나 산길은 북쪽으로 향하다 서쪽으로 90도 꺾어져 800여미터 내리막이고,
그만큼 내려 섰다가 다시 동쪽 방향으로 2시간반여 끝없는 오르막의 연속,
그래야 백운봉을 휘돌아 주능에 붙을 수 있는 산행길이다.
원기도 충전할 겸, 그 내리막의 마루터에서 아침을 먹기로 하였다.
부실부실 비는 내리다가 그치고 ...
주변의 야생화는 우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화사하기만 하고...

* 화산석이 제 멋대로 있는 제법 가파른 내리막 ... 한참이나 내려서야 한다.
때론 미끄럽고, 때론 힘없는 화산석 잔챙이가 구르기 십상이고 ...
안이효씨와 내가 앞서고, 후미를 백두산 산행 경험과 백두대간 산행 경험이 있는 산원에게 맡긴다.
그런 내리막을 운무에 시야를 놓치지 않을 만큼 간격을 유지해 달라는 나의 부탁과 명령(?)을 사진도 찍고 볼일 다 보면서 후미가 오니, 자연 간격은 벌어지고 ...
급기야, 내리막을 다 내려 와, 이 못된 산대의 꽁~한 심보가 폭발(?) 직전이었고...
싫은 소리, 산행 지침 다시 외치면서, 백운봉 오르막을 오른다.

* 오른편 위 청석봉은 구름에 가려 보이질 아니하고...
좌우로 금매화 노오란 꽃잎은 군락을 이루어 몰려 왔다 가는 구름과 어울려 멋진 풍광을 펼친다.
뒤돌아 한숨 돌리고 쉴 무렵, 일순간 구름이 사라지고 햇볕과 서쪽 방향으로 별쳐지는 초록의 구릉지대,
알프스의 여는 곳에 비해 더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 않다는 균욱이의 탄성,
모두들 쉬는 틈에 사진과 풍광을 즐긴다.
그래도 백운봉 하얀 머리는 구름에 여전히 가려 있고....
금방 비가 내리다가도 그치고, 내리다가도 그치고를 몇 번이나 반복한다.
천만다행으로 바람은 산들거릴 정도였다.
세찬 바람과 비에는 당하지 못하는 백두산의 변덕스런 날씨에 대해 안이효씨는 자세히 설명해 주면서,
오늘 이 정도의 날씨는 우기에 행운의 날씨이려니 생각해라 한다.
용수 딸 아연이와 박기석이 버거워 한다. 일부 산녀들도 날씨의 변덕에 약간의 불안감이 얼굴에 돌고...
그렇게 그렇게 오르고 올라, 커다란 잔설지대를 오른편으로 끼고 돌아, 백운봉을 휘돌아 주능에 붙었다!
3시간이 훨씬 더 걸린 것 같았다.

* 오르막에서 만난 젊은 여남명의 남여 종주대를 제외하고 서북종주하는 팀은 우리뿐인 듯 싶었다.
왼편으로 시야가 트이고, 녹명봉(2603m) 쪽으로 구름과 우리 일행과 백두산 주능과 초원, 야생화가 어우러져 멋진 장면을 잡을 수 있었다!
여기서 부터는 주능길은 비교적 굴곡이 심하지 않고 비교적 널널하다.
내가 후미를 맡고 안이효씨가 선두를 맡아 산행하기로 하였다.
날씨가 트였다면 왼편으로 끝없이 펼쳐진 푸른 구릉지대와 만주벌판의 장관을 볼 수 있는데,
백두산 날씨는 끝내 우리에게 일부만 펼쳐 보였다가 다시 두꺼운 구름으로 닫아 버린다.
왼편 천길 아래 천지는 온통 운해의 바다를 이루고 있고 ....

* 녹명봉 부근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으나, 굵어지는 빗방울에 간식으로 떼우고 달문을 지나면 천지에 포장마차(?)에서 컵라면에 밥 말아 먹자며 산행을 계속하기로 한다.
차일봉(2596m) 정상 일대는 매우 위험하단다.
화산석과 부식돌들이 힘이 없어 잘못하면 내륜(천지쪽)으로 추락할 위험성이 있으니, 휘돌아 내려서자는 안이효씨의 제안에 나만 끄득이고...
다른 일행들이야 응당 가는 길로 가는구나 생각했을꺼야!
그러나, 차일봉 내리막의 일대...호랑이 등무뉘를 연상케 하는 빗줄 무뉘모양으로 난 지대의 초원과 야생화!
별천지이고 광활하고 시원스런 풍경이다!
비도 몰려왔다 갔고 시야도 탁 일순 트여, 종주대 22명은 비로소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기념촬영까지 하는 여유를 부려본다!

* 곧장 가면 소천지로 빠지나, 달문으로 내려서서 천지(天池)를 보고 세수도 하고 승사하를 거쳐 장백폭포를 보라고,
하산 코스를 배려해 준 알펜투어 측의 코스 선택은 우리 산원들을 생각해서 택한 듯 했다.
달문으로 가는 환상적인 야생화와 구릉지대에서 햇볕도 일순 내리니 모두들 다 왔다고 긴장도 제법 풀고,
사진도 환한 미소를 짓고 찍고...
여기까지는 얼마나 좋은가!
시계도 겨우 오후 1시를 조금 지나고 있었고 ~~~

* 그러나, 달문으로 내려서는 길 ...
구름 사이로 천지가 보인다.
상당한 내리막에다 너덜지대이고 본래의 길 중간쯤 잔설이 남아 있었다.
너덜지대 산행을 경험 못한 대부분, 특히 아연이와 남영이와 부인과 몇몇 산원들 ...
거북이 같이 네발로 기어 내려야 하고, 잔설지대를 피해 건너 갔다가 내려서면 다시 건너 와야 했다.
잔설지대를 건널 때, 산행 경험이 거의 일천하다싶이한 P의 아찔한 순간은 아직도 머릿카락이 송구친다.
그래도, 안이효씨는 잔설지대를 한사람 한사람 건너가게 도와 주고, 내려서서서도 다시 한사람 한사람 건너가게 도우미 역할을 훌륭히 해 낸다.
그렇게 급경사 너덜지대를 무사히 모두 내려 섰다.
물기가 없고 왠만한 산행 경험이 있다면, 조금은 위험스럽지만 20여분이면 내려 설 수 있는 달문으로 내리는 너덜지대를 1시간10여분 걸려 내려 섰다.
다행히 내려서는 동안 비는 내리지 않았고, 다 내려서니 언제 그랬더냐는 듯 달문 일대의 하늘은 서서히 열리고 있었다.
어려운 서북종주를 무사히 해 낸 우리 일행들에게 박수라도 치는 듯, 건너편 위의 천문봉에도 철벽봉에도 구름이 사라져 가고 있었다.
우량도를 지날 무렵 시계는 오후 2시20분경,
서울22산우회정기산행제100차기념특별기획 - 백두산 종주대 22명은 10시간여 걸려 서북종주산행을 무사히 해 내었던 것이다!
백두산이여~~~ 천지(天池)여~~~

* 컵라면에 밥말아 먹고, 빼갈도 한잔 하면서 모두들 안도와 자신감과 뿌듯함으로 얼굴이 한층 밝았다.
여유를 가지며 천지일대를 왔다리 갔다리 자유분방한 타임을 가져본다.
그리고...
천지의 맑은 물에 얼굴을 묻고, 주변 16봉우리를 보면서 우리 일행 개개인은 무엇을 빌었을까!
울 마눌님, 기어이 서북종주를 해 낸 것도 내게는 충격(?)적인 일이었고, 천지를 보며 중얼중얼 무얼 빌었는데 그것이 무엇이냐고 묻지도 않았다.
다만, 나는 무사히 22명이 천지로 내려 올 수 있게 해 준 백두산 산신령께 감사의 묵례를 할 뿐이렸다!
우리가 머무는 동안, 천지는 열려 있었고, 하늘엔 검구름만이 맴돌고 있었다!!!

* 승사하의 거친 물결을 따라 내려서고, 터널길(6년전엔 절벽길과 철계단의 길이었다)을 따라 내려서니, 장대한 물줄기와 물소리가 들린다.
장백폭포였다!!!
비는 다시 내리고 장백폭포는 우리의 기를 죽이며 힘차게 내려 꽂히고 있었다.
매표소 입구에서 오산총, 이상설부부, 김유신, 이혜석 선배등이 최후로 하산하는 나에게 수고했다고 손을 내민다.
그들의 걱정과 염려가 한참이나 되었으리라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고, 강해 지는 빗줄기 속으로 빠져 나가면서
나도 바로소 피곤이 몰려 옴을 느낀다.
온천수에 삶은 달걀 한개를 삼키면서 오늘 산행의 발걸음을 접어 본다,
백두산이여~~~천지여~~~

* 호텔에 도착하니 미리와 있던 B팀 일행들의 환영과 이재우와의 해후...
북한식 뷔페(국제호텔은조총련계 인사가 사장이다)에서의 환담과 떠들석거림에 분위기는 너무 좋았다.
한잔씩 하면서 건배도 잊지 않고 ...
서울22산우회를 위~하~여~~~
내일의 북파종주를 위해 모두들 비교적 일찍 휴식에 들어 갔다!

7월 11일(월) → 북파 능선 종주 산행

* 아침 식사 후, 36명 전원에다 알펜투어 측과 가이드(안이효씨는 간밤에 헤어지고) 이장춘등
짚차로 천문봉으로 향했다!
천문봉 일대는 벌써 차량과 관광객들이 제법 있었고, 하늘은 서서히 개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천지 일대는 아직도 구름이 남아 있었는데, 우리의 일행의 백두산에 대한 정성을 이쁘게 여겼는지,
천지의 구름이 서서히 걷히고 있었다.
천지가 다시 열리더라!
여기저기서 사진들 찍기 부산하고, 자기 마누라 아들 딸 찾아 타임을 놓치지 않으려고, 좋은 포인트에는 순서를 기다리고...ㅎㅎㅎ, 재미 있어라~~~
산사 중회는 청우당을 뫼시고 천문봉 꼭대기에서 이리저리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고 ...
이상설 부부는 작고하신 부친(이북이 고향이다)의 기일인지라, 그 무거운 제기와 제물을 짊어지고 올라와,
북녘 봉우리를 향해 부친께 정중히 제를 올리는 숙연한 효도의 모습도 보이고 ... 감동이었지!
그렇게들 머문 시간이 거의 한시간 여 ~~~
천지여~~~ 백두산 산신령이시여~~~
우리 일행들 모두에게 이런 광경 보여 주어 무어라 감사를 말씀을 올리겠나이까!

* 북파 주능 종주 산행의 길은 내리막으리 연속...가파르지 않은 널널한 초원지대를 내려서는 산보같은 산행.
이혜석 알펜투어 사장이 선두를 서고, 내가 후미를 맡는다.
산사 중회는 그 무수한 야생화를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카메라를 연신 들이대고...
철벽봉이 보이고, 달문이 있는 쪽, 천지 일부도 보이는 멋있고 근사한 지대에서 우리는 김명화씨의 솜씨로 단체 사진을 찍는 걸 놓치지 않았다.

* 두메양귀비가 지천으로 깔려 있는 고래등넘어 흑풍구로 내려서는 동안에, 10여미터를 분간키 어려운 운해가 몰려왔다가도 또 밀려가고,
그러면, 순간 시야는 트이고 환호성이 터지고....
범의 꼬리, 금매화등도 우리의 시선을 붙들기에 충분하고도 남고...

* 불로봉을 지날 무렵, 푸른 초원과 야생화 위로 덮쳐오는 구름 무리...
그 속으로 사라지는 우리의 일행들의 뒷모습 ... 구름 속에 노니는 신선들의 모습이여라!
초원지대가 끝나고 삼림지대와의 경계지점 ... 중국 스키 선수들이 이용하는 리프트가 있고,
내려서는 길은 수목이 우거진 산길에다 미끄러운 흙길 ...
양옆으로는 금매화가 노오란 자태를 한층 탐스럽게 피어 있었다.

* 차길을 두 번 가로 질러 내려서는 산길을 거의 다 내려 설 무렵, 비가 퍼 붓기 시작한다.
곧 돌아가면 매표소 입구지대 ...
그 곳에 있는 산중의 기념품 가게 위층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 ...
주인은 한국에서 이주해 와 경영하고 있다고 한다. 음식도 우리 입에 맞게 소소하고 ....

* 점심 후, 굵어지는 빗방울에 지하삼림산행을 망설이다가 일부만 가기로 하였다.
예전엔 지하삼림지대에 안전시설이 전무하였는데, 작년에 비로소 안전시설과 나무계단으로 했다고 하는데,
이혜석 선배도 이걸 오늘에야 알았다나 ...
그렇지 않았다면 전원 다 한바퀴 걷고 오는 것인데 ...
가이드는 어떻게 하면 우릴 쇼핑 할 수 있는 곳으로 유도하려고, 현재의 지하삼림지대를 예전의 아주 위험한 코스라는 뉘앙스만 풍겼다! 꽤~씸한 녀석이로고~~~
암튼, 지하삼림지대는 한바퀴 걸어 볼 만한 지역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겁 주면서 차에 남아 있으라고 권유한 나의 강변이 무색하기 이를데 없었다.

* 이도백하로 이동해 장백산빈관에서 여장을 일찍 풀고 ...
저녁을 먹고는 그냥들 숙소에 머물러겠는가???
여러명이 노랫방에 가서 노래도 부르고 술도 한잔 하고,
$%^&*@#~~~
여기서부터 산대의 통제권 밖이렸다. 얼~씨~구~나?
ㄸ~준이 부자의 율동적이고 격정적인 노래와 춤을 시기(?)하여, 시비 건 ㅅ~ㅅ이도 알고 보면 부러워 한번 건드려 본 것이겠~찌!
이재우가 쏘는 술자리에 누구누구가 함께 밤늦도록 한잔 했는지는 내가 알 바는 없고요,
밤늦게까지 동준이 방에서 이 석이와 기창부부와 함께 꼬냨 한병을 비워던가???
나도 언제 잠들었는지 몰라도, 나를 찾는 전화가 여기저기서 왔다는데 ~~~
재우야, 네 성의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술도 적당히 되었고 너무 피곤해 곯아 떨어진 것은 사실이야!
그런거야! zzzz~~

7월 12일(화) → 여정의 마무리 ... 잃어버린 땅, 잊어진 세월을 따라

* 이른 아침 7:30경 용정으로 향한다.
가는 길의 드넓은 벌판, 그 많은 논밭이 휴경은 거의 없단다.
등소평이 개방개혁 이후, 농민들이 자기 이익을 직접 챙길 수 있는 토지를 관리하게 되었으니, 무엇이라도 경작한단다.
농산물이 턱없이 싼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가는 도중의 양봉장 ...
야생굴과 양봉꿀, 화분과 로얄제리 등을 두고 흥정하는 재미도 솔솔하고 재미있고, 맛은 일품인 것 같다.
우리 일행들이 여기서 구매한 액수가 제법되니 가이드 녀석(?) 입이 벌어진다.
여길 그냥 통과할까봐 나에게 아침 먹는데도 부탁하고 부탁하더라 ~~~
그들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너무 설치면 오히려 반감이 가기도 하니, 내 눈치를 꽤나 살피는 녀석이었다.

* 이젠 산행도 다 끝나겠다~~
요구 조건이 하나 둘씩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용정 가는 도중의 한 휴게소  ...
기념품도 팔고 음료수등 간식도 파는데, 단연 인기는 오소리구이에다 들쭉술이렸다!
한두개 먹자고 했는데, 거의 동이 날 정도로 다 팔렸다!
그 굽는 냄새에 처음엔 머뭇거리던 산녀님들도 얼~쑤하고 다가서고 ,,,,
요런 재미가 여정에서 제일 재미있는 것 중의 하나렸~다!

* 용정의 제일 큰호텔(?)에서 점심 식사 후,
윤동주 기념관이 있는 대성중학교를 찾는다.
6년전과 별 차이가 없이 그대로의 전경이나, 입구의 윤동주 - 序詩
.................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1941. 11. 20
....................

가슴을 후펴 파고 든다.
나는 모든 죽어가는 것에 대해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가?

* 두만강을 거슬러 올라 가 본다.
도문지역, 좁다란 두만강 건너에 젊은 북한군 병사가 망원경으로 열심히 이쪽을 관찰하고 있었다.
김정구 선생의 두만강 노래가 절로 불러재켜질 것 같은 그런 두만강의 모습은 아니더라!
이 두만강을 북녘에서 건너와 백두산으로 갈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또한 오늘 저리 건너 가 북녘 땅 밟고서 기차타고 서울로 가면 더 낭만적이고 좋으련만...
그런 저런 생각에 심사가 유쾌하지는 않았다.
연길로 가는 버스 안에서 가이드의 요청으로 ‘두만강’을 불렀으나, 옛가락 두들기며 하던 노래소리는 온데간데 없더라...

* 연길로 들어서는 언덕에 있는 북한특산품판매소에 잠깐 들리다.
가이드들은 대부분 이북에 친인척이 많은지라, 알게 모르게 북한쪽의 편의를 많이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백두온천구의 국제호텔이 그렇고, 여기 판매소도 그렇고, 저녁의 북한식당 해당화도 그랬다.
잘 훈련된 안내양들의 천편일율적인 소개와 목소리 ...
이젠, 그 소리에 실물이 나고 감흥하는 대한민국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도, 땡기는 무엇이 있던가?
우황청심원 1상자(10개입)를 100불 주고 사서 나온다.

* 북한에서 운영한다는 해당화 식당....
오후 연길 서시장에서의 아기자기한 쇼핑 시간의 즐거움과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여기서 잠깐 깨질 줄이야~~~
낮부터 일부가 줄기차가 요구했고, 나도 그걸 기대했고, 가이드도 장담했는~디...
단고기, 세수대야냉면을 기대한 일부 일행들의 기대와는 완전히 엉뚱한 메뉴들에다 그렇고 그런 냉면이라~~???
가이드 녀석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었던 나와 오산총만이 무~어 되어 버렸고...
그러나, 그건 그렇다 치자~~~백번 그랬다치자...
산우회 운영도 해 보았고 소위 오대산 핵심 멤버라던 넘들까지
나와 오산총에게 눈을 부릅뜨고 타박을 해대면 어떻게 하~남~~~
고 까짓 단고기와 그 까짓 세수대야 냉면이 무엇이길레 ... 으~흑
찝찝한 기분으로 연길공항에서 대련행 비행기 기다리는데, 연착에다 영~기분이 좀 그랬다.
자정이 넘어서 12:30경에야 비행기는 대련으로 향한다.

7월 13일(수) → 여정의 끝자락 ... 중국의 힘을 느끼면서

* 새벽 3시경에야 대련공항 근처의 국제기장호텔에 여장을 풀고 단잠에 빠진다.
아침 식사는 미유럽 어느 곳보다도 좋았고, 대련 시내는 정돈되고 깨끗하였다.
중국 동북3省과는 비교도 되질 않았다.
버스로 40여분 거리의 여순 감옥소 ...
안중근 의사가 이토오 히로부미의 암살 사건으로 체포되어 6개월 머물렀던 감옥이며, 교수형으로 최후를 마쳤던 장소이다!
그 사건이 동북아에 얼마나 파장을 일으켰는가는 직접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 한평 정도의 감옥에 8명의 죄수들이 기거했다는데, 안중근 의사가 갇혔던 독방은 2.5평 넓이에 책상과 침대가 있고,
바로 옆방에 감옥소 간수장이 24시간 같이 지냈다하며, 여순 감옥소가 생긴 이래, 최고의 거물급 죄수(?)였고 최고예우급이었다고 한다.
교수대로 가기 5분전에 찍었던 의연한 모습과 영어와 한.중.일 언어로 소개된 그 방 앞에서 줄을 서서 찬찬히 안을 들어다 본다.
그 분은 조국과 민족을 위해서 그렇게 이슬로 사라졌지만, 우린 조국과 민죽을 위해서 무얼 했는가는 고사하고,
그 분의 고귀한 희생만이라도 가끔은 잊지는 말아야하지 않겠는가!
일반 교수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안중근 의사를 위해 별도로 따로 만들었다는 교수대 앞 표지판에 서서 숙연한 마음 한이 없어라!

* 대련시가 자랑하는 성해(星海)공원 ...
상당히 잘 꾸며져 있고, 주변은 초호화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중국의 힘을 느끼게 한다.
미래에 중국이 동북아에 미칠 그 어떤 무서움 같은 것을 느끼게 한다.
동북아공정이 그렇고, 점점 북한을 동북4省쯤으로 시도하려는 음모도 도사리는 듯 하고...
중국은 지금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주도면밀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느낌을 잔뜩 가슴에 담으면서, 시내의 현지식 식사(상당히 괜찮았다. 불평 눈치도 없었으니..ㅎㅎㅎ)로 점심을 떼우고, 비행기에 오른다.

비행기로 바로 1시간여 거리에 인천공항은 있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오후 8시10분경 ...
5박 6일간의 여정을 마치는 순간이다.
간단한 해단식을 마치면서 서로들 고생과 수고를 위로 하면서 빠~이, 빠~이들 ...

나도 피로가 커다란 파도처럼 밀려옴을 느끼면서 인천공항을 빠져 나온다. ^Q^

<사족>
6년전에도 이번 기회에도 백두산 산행을 함께 하기로 하였으나, 사정상 합류하지 못했던 최택상 ,,,
그의 평소의 후덕함과 인자함이 더욱 그리워졌던 이번 백두산 산행이었습니다.
그가 있었다면, 좀더 산행이 부드럽고 즐거웠고 추억거리도 더 많았을텐데,....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졸설이지만, 본 산행기를 최산고를 비롯 함께 못한 한성섭, 엄춘택, 최봉준 등 산원들에게 바칩니다!  

-정리자-  산대 eQ 이 규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