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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우회 게시판

220813-화악산(특별산행 14)

페이지 정보

김시영 작성일22-08-21 17:16 조회321회 댓글0건

본문

 

[일정]

0710   수서역 3번 출구 김일동 승용차로 출발

1030   가평군 북면 관청리 화악산 입구 주차장 도착

1056   출입제한(간이 상수도 취수원) 철조망 통과

1113   중봉 3.8km 지점 가마소 폭포 다리 통과

1137   중봉 3km 지점, 애기봉 갈림길에서 왼쪽 큰골길로 들어섬

1335   점심

1357   출발

1416   중봉 500m 아래 지점

1435   중봉 200m (관청리 5km) 지점

1441   중봉(1446.1m) 도착, 관청리에서 5.2km

1504   중봉 출발, 왼쪽 애기봉 방향으로 하산

1602   관청리 3.6km 지점

1620   너덜지대 통과

1646   관청리 2.5km 지점

1717   애기봉 갈림길 도착

1746   관청리 1.2 km 지점, 가마소 폭포 포토죤

1755   계곡욕

1830   주차장 도착

2100   수서역

 

[참가자]

김시영, 김일동, 송경헌, 최택상.

 

[활동]

7시간 50/12.7km/23,000

 

[낙수]

  금년 들어 지금까지 19회의 산행을 하였으니 매달 2회 이상 산행을 한 셈이다. 토요일이나 일요일 아침 이른 시간에 등산을 가는 나의 아침식사를 챙겨주느라고 더러 새벽잠을 설치는 안식구의 생각으로는 내가 주말마다 등산을 가는 것으로 과장된 기억을 하고 있다. 그러나 내 기억으로 안식구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아침 식사를 차려 주었을 뿐이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 해결한 적이 더 많고 더욱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 나로서는 다소 꽁한 생각도 든다. 왜냐하면 주말에 집에서 편히 쉬지 않고 등산을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취미생활인지(!) 이해할 생각은 아니하고 자기가 새벽잠을 설친 피해(고생)만 강조하는 듯하기 때문이다. 억지 같은 소리라고 다들 비난할지 모르겠지만 약간의 진실한 감정도 포함되어 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그렇지만 다른 마누라들이 잘 안 하는 짓은 자기도 덜 했으면 좋겠다고 불평을 하면서도 지금까지 41년간 손이 많이 가는(?) 남편과 물처럼, 공기처럼 같이 살아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8월 초순부터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을 오르내리면서 쏟아지는 폭우로 전국적으로 심각한 물난리를 겪고 있다. 다행히 810일 이후로는 중부지방에는 폭우가 소강상태를 보여서 두어 달 전부터 계획한 화악산 등산을 13일에 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하필 13일 오후부터 중부지방에 비 소식이 있는 것으로 예보되어 화악산 등산을 강행하는 것은 무모한 행동이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쉽고 재미있는 일을 같이 하는데 의사가 맞았다고 해서 의기투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언어의 남용이다. 의기투합이란 힘들고 위험하여 결행하기 어려운 일을 같이 하기로 의지를 모으는 경우에 사용하여야 제격이다. 이런 점에서 폭우기에 경기도 최고봉이자 남한에서 11번째로 높다는 화악산 등산을 포기하지 않고 같이 하겠다는 것이야말로 의기투합이라는 말에 걸맞다.

 

  김일동 학형이 승용차를 기꺼이 제공함으로써 교통편이 대단히 불편한 가평군 북면 관청리 소재 화악산 들머리까지 편하고 빠르게 도착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러나 광복절 공휴일과 겹쳐서 3일 연휴가 시작된 토요일 아침에 동해쪽으로 가는 피서객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수서역에서 100km 전후의 거리에 있는 화악산 주차장까지 가는데 3시간 반이나 걸렸으니 서울~양양간 고속도로의 체증이 얼마나 심하였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그나마 네 명이 재미있게 이야기를 하면서 가니까 특히 지루한 줄은 몰랐다.

 

  서울~양양간 고속도로의 화도 IC에서 나와서 북한강변을 따라 개설된 45번 국도로 접어든 다음 가평 읍내에서 가평천을 끼고 굽이굽이 이어지는 76번 국도인 가화로를 따라 약 26km를 달리면 가평군의 북쪽 끝자락에 있는 북면 관청리의 화악산 들머리에 도착한다. 북면에는 가평천을 가운데 두고 서남쪽에는 명지산(1,252m), 동북쪽에는 화악산이 마주 보고 있다. 가평천은 명지산과 화악산의 울창한 계곡에서 발원하여 가평역 앞의 자라섬 위쪽에서 북한강과 합류하는 맑은 계류이다

 

  화악산의 산행 들머리 위쪽의 계곡에는 가평천으로 이어지는 깊은 계류 옆으로 몇 동의 펜션이 있어서 가족 단위의 피서객이 휴가를 보내는 모습이 보였다. 펜션 앞의 시멘트 포장 도로의 가장 낮은 지점은 불어난 계곡물 속에 잠겨 있었다. 등산로 초입에는 간이 상수도 취수원 지역임을 알리는 간판이 철조망 문에 매달려 있었다. 열린 철조망 문을 통과하자 등산로가 밀림처럼 우거진 숲속으로 좁다랗게 이어지고 있었다. 계곡은 최근의 폭우로 엄청나게 불어난 물이 세차게 흐르고 있었다. 등산로 곳곳에도 물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등산을 하기 위해서는 물에 젖어 미끄러운 바위를 딛고 계곡을 세 차례나 건너가야 했다. 평소에는 건너는데 별로 위험하지 않은 계곡이었을 것이지만, 불어난 물로 인해서 보폭에 맞지 않게 멀찍이 놓인 울퉁불퉁한 바위를 균형을 잃지 않고 밟으면서 건너기란 여간 조심스럽지 않았다. 발을 헛디디거나 미끄러져서 익수(溺水)하느냐 마느냐는 그야말로 순간의 선택에 달려있었다.

 

  등산을 시작한 지 약 한 시간 동안 2km를 걸어서 애기봉과 중봉의 갈림길 삼거리에 닿았다.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듯한 산길은 본격적으로 가팔라지고 울창한 여름 숲은 마치 열대우림처럼 식물이 무성하였다. 200911월에 열대우림 지역의 산인 필리핀의 민다나오 섬의 아포산(2954m)을 등산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소나무와 잣나무 등 침엽수도 자라는 것만 다를 뿐, 아포산에 못지않은 화악산의 밀림이었다. 산길을 완전히 덮을 정도로 우거진 나뭇잎들은 빗물을 잔뜩 담고 있다가 가지를 헤치면서 지나가는 일행의 팔과 다리로 후드득후드득 물을 뿌렸다. 비가 내리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옷은 물로 젖어 들었다. 머리 위의 우거진 숲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물 먹은 구름들이 차곡차곡 다지듯 점점 몰려들어 언제든지 비를 쏟을 듯이 흉흉한 모습이었다

 

  정오를 전후로 기어코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다행하게도 숲이 워낙 울창하여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는 후득후득 들렸지만 정작 내 몸까지는 미치지 않아서 우산이 불필요할 정도였다. 고개를 들면 저 앞에 능선이 보이지만 가드용 밧줄이 곳곳에 설치된 가파른 계곡길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데도 계곡을 올라가고 있으니 가뜩이나 물이 넘치던 아래쪽의 계곡을 하산시에 과연 통과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 시작하였다. 지금이라도 하산하는 것이 현명한지, 아니면 강우량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믿고 산행을 계속하는 것이 맞는지 망설여졌다. 폭우가 내리고 있다면 다른 선택을 하였겠지만, 우산을 써야 할 만큼 강수량이 많은 것은 아니어서 일행은 말없는 가운데 이심전심으로 앞을 향하여 발걸음을 굳건히 옮기고 있었다.

 

  오후 115분경에  중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올라섰다. 출발한 지 무려 2시간 30분만에 가파른 계곡길과 밀림을 통과한 것이다. 해발 1,000m 이상 되는 큰골봉 언저리까지 올라온 듯하였다. 출발한 지 3시간이 지난 140분 경에 등산로 옆에 적당히 자리를 잡고 늦은 점심식사를 하였다. 해발 1,000m 이상 되니 기온은 평지보다 6도 가량 낮아 20도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짐작되었다. 식사 도중에 땀에 젖은 몸은 이내 식어서 오한이 느껴졌다. 얼른 비옷을 꺼내 입자 오한이 사라졌다. 불과 20분 만에 식사를 마치고 오후 2시 전에 정상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등산로를 가로막고 있는 무성한 숲을 헤치면서 20분을 더 올라가자 건너편 화악산 정상 부근의 검푸른 능선 위로 공군부대 시설물이 보이고 계곡에서 피어오르는 안개구름이 정상에서 흩어지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고생과 걱정이 한꺼번에 저 안개구름처럼 흩어지는 듯하였다. 중봉을 200m 남긴 지점에 이르자 발걸음은 더욱 가벼워졌다

 

  오후 241분 경에 드디어 경기도 최고봉인 화악산 중봉에 발을 올렸다. 관청리 산행들머리에서 출발한 지 4시간 10분만에 온대우림(?) 지역의 밀림 5.2km를 뚫고 동경 12730, 북위 38도선이 교차하는 한반도의 정중앙에 우뚝 솟은 해발 1,446m의 화악산 중봉에 도달한 것이다. 보이지는 않지만 짙은 비구름 너머 북쪽으로는 백운산, 광덕산, 명성산 등이 첩첩하고, 서남쪽으로는 명지산, 연인산, 칼봉산 등이 겹쳐 있을 것이다. 남쪽으로는 용문산을 가운데 두고 좌우로 유명산과 중원산이 펼쳐져 있고 동쪽에는 대룡산과 가리산이 아득할 것이다

 

  안개가 엷게 낀 중봉에 붙어 있는 군기지의 철조망에는 병사 한 명이 보초 근무를 하는 보습이 눈에 들어 왔다. 젊은 병사는 지루한 시간에 마침 정상에 도착한 우리 일행을 구경하면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이 궂은 날 험한 중봉까지 올라온 저 노친네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의아하게 생각했을는지도 모를 일이다. 온통 구름에 가려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화악산 중봉에서 사방의 풍경을 머릿속에서 그려보는 것과는 정반대로, 나나 저 병사가 실재하는 이 시간, 이 장소가 도리어 상상 속의 비현실적인 공간일 것 같은 기이한 느낌이 든다. 세상과 단절되고 안개가 눈을 가리는 적막한 고산에서 오감으로는 인식할 대상이 없고 오로지 상상 속에서만 사물을 인식할 수 밖에 없다면 무엇인들 현실감이 있겠는가. 저 젊은 병사가 하산하여 제대하여야 비로소 현실을 마주할 수 있듯이, 중봉에서 20여 분간 안개 속 같은 휴식을 취한 우리 일행 역시 하산하는 것이 당면한 현실이었다. 그렇다면 4시간 이상을 기를 쓰면서 정상에 오른 등산은 역시 하산을 목표로 하는 활동이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 등산이 이상이요 상상이라면 하산은 현실이자 실재이다.

 

  오후 35분경에 애기봉 방향으로 하산하기 시작하였다. 하산길은 상행길과 마름모꼴을 이루는 원점회귀의 형상이다. 등산로를 덮은 숲길은 나뭇잎과 가지로 완전히 가려져 있어서 무성한 숲을 헤쳐야 앞으로 나아갈 산길이 보였다. 전인미답까지는 아닐지라도 이전에 다니는 사람이 드문 전인희답(前人稀踏)의 산길인 것은 분명하였다. 능선길은 대부분 부엽토가 두툼하게 깔려 있어서 등산화에 닿는 감촉은 푹신하기 그지없었다. 산길 옆에서 반지의 제왕호빗족이 거주할 수 있을 만큼 큼직큼직한 접시껄껄이그물버섯이 군데군데 자라고 있었다. 상행길이 애기봉 갈림길에서 큰골봉까지 가파른 계곡길로 이어지듯이, 하산길은 애기봉과 관청리 삼거리에서부터 가파른 계곡길로 들어선다는 점에서도 상행길과 대칭이다. 하산을 시작한 지 1시간 만에 중봉에서 1.6km 떨어진 애기봉 갈림길에 도착하여 가파른 계곡길로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곳곳이 너덜지대이거나 밧줄이 가설된 대단히 가파른 난코스였다

 

  오후 517분에 관청리에서 2km 떨어진 애기봉과 중봉 갈림길 삼거리에 그야말로 천신만고 끝에 무사히 도착하여 비로소 안도하였다. 앞으로 계류를 3번만 건너면 위험한 구간은 완전히 끝난다. 가마소 하류에 이르러서 계곡욕을 하고 준비해 간 옷으로 갈아입었다. 계류의 물은 출발하던 때와 별로 달라지지 않아 보였다. 아마 나 자신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후 6시 반경에 출발지점에 도착하였다. 계류에 씻은 등산화가 물기를 머금고 질척이고 있었지만 아무려면 어떠랴. 모든 것을 용납할 수 있을 터인데.

  

  오늘의 산행을 두고 의지의 승리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무모함이라고 할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비 때문에 고생을 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운이 좋았다고 하여야겠다. 일행이 위기에 대한 대처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험한 산행을 단행하는데 일조를 한 것은 분명하다, 오후 6시 반에 하산을 완료하여 밤 9시에 수서역으로 원점회귀하여 양고치로 조촐한 만찬을 즐겼다. 상행길이 편안했던 것도 김일동 학형이 피곤을 무릅쓰고 2시간 반 동안 운전한 덕이었음은 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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